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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선생님
한 학생이 교실에서 적지 않은 돈을 잃어 버렸다 모든 학생들이 과학 실험실로 이동을 했다가 돌아 왔을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한건 교실문이 그 동안 잠겨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갈수 없다는 점이다 실험실로 출발하기전에 반장이 마지막 으로 교실 문을 잠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선생님 께선 수업후 반 학생 모두 를 남게 했다 그리고 백지 한장씩을 나눠주고 이렇게 말했다 " 남의 돈을 훔치는 일은 부끄러운 일 입니다 그런데 그런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다는 것은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고 평생 동안 여러 분들을 부끄럽게 할지도 모릅니다 없어진 돈은 선생님이 대신 체워 놓을 태니까 여러분 중에 혹시 그 돈을 훔친 사람이 있다면 이 종이에 ' 다시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 라고 적으며, 진심으로 뉘우치기 바랍니다 물론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됩니다 " 한참후 선생님은 걷은 종이를 모두 훑어 보시고 조용히 말 했다 "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 입니다 좀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 오늘 청소 당번들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오늘부터 청소는 선생님 혼자 하겠습니다 그리고 뉘우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은 오늘 이후 라도 나를 찿아 오든지 아니면 내 책상 위에 쪽지 라도 남겨 주기 바랍니다 분명히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고 그날 까지 선생님은 여러분의 교실을 청소 하겠습니다 " 선생님은 그날 부터 먼지 뾰얀 교실을 혼자 청소 하기 시작 했다 돌 처럼 무거운 책상과 의자들을 힘겹게 나르는 선생님의 모습을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 보았다 몇 명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청소를 도와 주려 했지만 선생님은 웃으며 교실 밖으로 아이들을 내 보냈다 그러한 모습을 줄곧 지켜보던 돈을 훔처간 아이는 가슴이 아팠지만 차마 선생님 에게 다가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의 이품이 일주일을 넘기고 열흘을 넘는 동안 선생님의 청소도 계속 되었다 그 날도 선생님이 넓은 교실을 혼자서 청소하고 교실 밖을 나가려는 순간 복도에는 한 아이가 무릎을 꿇고 까칠한 얼굴을 숙인채 울고 있었다 " 선생님, 잘못 했습니다 진작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아 - - - " 선생님은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울고 있는 아이를 말 없이 꼬옥 끌어 안아 주었다 선생님의 얼굴을 타고 눈물 한 줄기가 흘러 내렸다
느티나무
정태씨는 아들 승우의 유치원 문제로 아내와 다퉜다 " 가까운 곳에 보내면 되지, 초등 학교도 아니고 유치원을 차 까지 태워 보내려고 ? " " 집 앞에 있는 그 유치원은 나쁘다고 소문이 났다니까요 " " 유치원이 다 거기가 거기지 뭐 특별한 것이 있다고 그래, 그러다 애가 사고라도 당하면 당신이 책임 질 거야, 응 ? " " 당신은 왜 항상 그런 식으로 사람을 욱박 질러요 ? " " 말, 한마디를 안 지는구만 , 도대채 누가 욱박 질렀다는 거야 ? 누가 ? " 정태씨는 소리를 지르며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아이의 장난감 자동차를 걷어 찼다그러자 깜짝 놀란 어린 승우가 울음을 터트렸다 " 말로 하지, 아이 장난감은 왜 발로 차요 ? 애가 이런 일로 얼마나 상처 받는지 몰라요 ? " 바로 그때 윗층에 살고 있던 정태씨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울고 있던 승우는 더 큰소리로 울며 할아버지 에게 달려 갔다 " 할아버지 엄마, 아빠 또 싸워 ! " 원망 가득한 얼굴로 울고 있는 승우의 목소리는 또랑 또랑 했다 " 왜들 이러냐 ? 왠만 하면 다투지들 말아라 어린것 앞에서 이게 무슨짓들이야 " " 소란 피워서 죄송 합니다 , 아버님 " " 됬다, 이젠 그만 하고 자거라 " 아내와의 싸움은 그첬지만 정태씨는 분한 마음에 그날 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아내와 다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아침 식사를 하다 말고 정태씨 아버지가 말했다 " 별 일들 없으면 이번 일요일엔 같이 고향에 다녀 오자 " " 친지분 결혼식이 있나요, 아버님 " " 그런건 아니구 그냥 한번 다녀올까 해서 다들 괜찮겠냐 ? " " 그러세요, 아버님 " 일요일 아침 정태씨 가족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세시간 쯤 지나 정태씨가 태어난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백살도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차가 느티나무 가까이에 으르렀을때 정태씨 아버지가 넌지시 말 했다 " 저기 저 느티나무 아래서 차 좀 세우거라 좀 쉬었다 가는게 좋을것 같다 " " 할아버지, 저 나무 진짜 크다 꼭 공룡 같아요 " 승우는 조그만 손으로 우스꽝 스런 얼굴을 감추며 말했다 차에서 내린 정태씨 가족은 나무 아래 서서 어마 어마 하게 큰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워낙에 오래된 나무라서 그런지 곳곳마다 늘어진 가지를 지탱해 주는 받침목이 세워져 있었다 군데 군데 세월의 상처를 매운 흔적이 있었지만 푸른 잎새를 가득 담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여간 믿음 스러운게 아니었다 큰 느티나무 옆에는 어린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큰 나무에서 잎새 하나가 떨어지자 작은 나무에서도 어린 잎새 하나가 나풀 나풀 땅으로 내려 앉았다 " 아범아, 이게 무슨 나문지 아니 ? " 정태씨 아버지는 어린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며 정태씨 에게 물었다 " 이 나무도 느티나무 같은데요 " " 그래, 맞다 이것도 느티나무야 그런데 어떠냐 그 옆에 있는 큰 느티나무를 많이 닮았지 ? " " 녜, 그러고 보니까 좀 닮은것 같네요 " " 두 나무를 가만히 보거라 아주 신기할 만큼 그 모습이 닮아 있을 테니까 " " 그러내요 가지를 뻗은 모습이 많이 닮았어요 엄마나무하고 오른쪽 가지를 차켜들고 있네요 " " 너도 알겠지만 오래전 마을 어른이 이 큰 나무에서 씨를 받아다가 얻은 놈이 바로 이 작은 나무 라는 구나 " " 녜, 저도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가까이 에다 심어 놨을까요 ? 큰 나무에 가려서 햇볕도 제대로 못 받을턴데 " " 가까이에 서서 제 부모 모습을 닮으라는 것이겠지 백년이 훨씬 넘도록 비 바라과 싸우면서도 저렇게 끗꿋하게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듬직하고 믿음직 스럽냐 ! 말을 주고 받진 못하겠지만 기품 있게 흔들리는 제 부모 모습을 바라 보면서 어린 나무가 얼마나 많은 걸 배우겠니 ? " 팔랑 팔랑 춤을 추는 느티나무 잎새들 위로 맑은 햇살이 아롱져 있었다 작은 새 들도 두 나무 사이를 포르르 날아 다니며 노래하고 있었다 정태씨 아버지는 나무 아래 우두커니 앉아 있는 어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정태씨는 비로소 아버지가 자신을 그곳에 데려온 이유를 알것 같았다
사람들은 세월을 닮아 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온 세월을 닮아 간다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에서 어떤 학생이 책을 읽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 백발의 노부부가 서 있었다 꾸부정한 모습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서둘러 달려온 세상의 끝에 서서 그들은 느릿 느릿 말을 주고 받았다 골 깊은 주름살과 눈가의 잔 주름이 많았다 팔뚝 에는 힘 없이 흐르는 핏 줄이 보였다 학생은 노부부를 흘끗 바라 보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다시 열심히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올빼미 처럼 양마간을 찌부리며 뚫어져라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책이 구멍 날것 같았다 바로 그때 출입문에 몸을 기댄 뚱뚱한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 책은 읽어서 뭐해, 어른도 공경 못하면서 , 쯧쯧 "
봄을 기다리는 겨울새
홍욱이는 뇌성 마비로 심한 언어 장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 처럼 손을 자유로히 사용 할수도 없었다 어두운 앞날을 비춰줄 희망이 더 이상 없었던 홍욱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불편한 몸으로 남 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 들었다 홍욱이는 온종일 단추에 구멍을 내는 기계 앞에서 씨름 하고도 고작 십 오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홍욱이가 그곳에서 힘들게 일을 하면서 가장 절실 하게 하고 싶었던 것은 대학 진학 이었다 온종일 기계 소리에 묻혀, 자기 스스로 불구로 인정 할수 밖에 없는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2년 동안 조금씩 모아논 돈으로 노량진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 했다 부끄럽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리고 불구인 자신 때문에 이날 입때껏 봉제 공장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그는 온 힘을 다해서 공부를 하였다 뒤 늦게 시작한 공부라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사히 검정고시 고등 과정에 합격을 하였다 지금 까지의 수 먾은 어려움을 딛고 마지막 한번 크게 일어서야 할때가 되었다 그런 그를 애정 으로 지켜보던 선생님이 있었다 어느날 선생님은 홍욱이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 했다
" 홍욱아 이제 우리 한달에 한번씩만 만나자 시간을 좀더 아껴야 하니까 마음이 많이 흔들릴 때는 나에게 오는게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일이 될지도 몰라 공부 하다가 배고프면 언제라도 달려와라 " 홍욱이는 선생님의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공부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홍욱이는 대학 입시 때문에 세번씩 이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홍욱이가 선생님을 다시 찿아온 것은 그로부터 몇개월 흐른 뒤 였다 " 선생님 저 일산 직업 학교에 들어 갔어요 장애 인들만 입학 할수 있는데 일년 과정 이고 학비는 물론 기숙사 생활비 까지 전액 국비로 지원 되는 곳이 예요 국가기술 자격 시험을 봐야 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 까지 시켜 준대요 "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홍욱이를 위하여 두 사람은 더 없는 기 쁨 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홍욱은 선생님 에게 매달 하나를 슬며시 내밀었다 " 지난번 뇌성마비 협회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를 했는데 축구선수로 나가 우리 팀이 3등을 해서 동 매달을 받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 이라서 선생님께 드리려구요 그리고 그날 3 등을 했다고 선생님 들이 우리 팀에게 돼지 갈비를 사 주셔서 밥도 안먹고 고기로 배를 채웠어요 " 매달을 받아든 선생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홍욱이는 엄한 규율 속에서도 빈틈 없이 진행되는 학교 생활을 잘 견뎌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에서 시행하는 "기계제도 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 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홍욱이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 한일사 ' 라는 인쇄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설계 파트를 맡아 열심히 일했다 퇴근 시간은 6시 인데 손이 불편해 다른 사람들 보다 캐드 하는 속도가 느려 아홉시나 열시까지 작업을 해야겨우 하루 일과를 끝마칠수 있었다 홍욱이는 아무리 피곤하여도 새벽 마다 일어나 한 시간 정도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오랫동안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음 개선 에 대한 작은 희망 때문에 - - 하루는 홍욱이가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선생님을 찿아갔다 그날은 홍욱이의 첫 월급날 이었다 선생님이 홍욱이 에게 물었다 " 홍욱아, 살아 오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 뭐 였니 ? " " 초등학교 다닐때 '바보 ' 라고 놀리며 때리고 도망 갔던 아이들도 잊을수 없구요 처음에는 각별한 정을 주다가 점점 멀어져 가는 사람들도 마음 아프게 했어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좋아해서 속 마음을 보이고 나면 나를 피해 버려요 죄인 처럼 멀리서 조차 바라 볼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게 너무 가슴 아팠어요 " 남들은 세번씩 이나 대학 시험에 실패하면 다들 포기 할턴데 ,왜 ? 자기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홍욱이는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언젠가 학원 매점 에서 보았던 홍욱이의 모습이 떠 올랐다 그때 홍욱이는 테이불 한쪽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었다 심하게 떨리는 손 때문에 라면 국물이 사방 으로 튀었다 그때 비어 있는 테이불이 없어 여학생 두명이 뜨거운 컵 라면을 들고 홍욱이 옆에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 여학생 들은 라면을 먹기 위해 힘겹게 일그러진 홍욱이의 얼굴이 무섭기만 했다 그것을 눈치챈 홍욱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매점 한쪽 구석에 서서 얼마 남지 않은 라면을 마저 먹었다 " 홍욱아, 너는 비록 몸이 성치 않치만 성한 몸으로도 흔들리는 내게 맑은 하늘 같은 삶과 사랑을 가르처 주었단다 " 오랫만에 만난 선생님과 홍욱이의 이야기가 밤 늦도록 끊일줄 몰랐다 아픔을 담담 하게 노래 하는 홍욱이의 모습이 봄날의 냉이꽃 처럼 아름 답다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가시나무
준호네 집은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산 자락에 있었다 앞 마당에 병아리들은 삐죽 삐죽 노란 입을 내밀며 명아주 풀잎을 뜯었고 어미 닭은 맨드라미 같은 모자를 쓰고 새끼 병아리 들을 몰고 다녔다 닭 모이를 뿌려주면 참새 들이 더 먼저 포로롱 날아와 모이를 쪼아 댔다 그러면 어린 준호는 한 걸음에 달려가 참새들을 쫗아 버렸다 " 저리가, 얄미운 참새들아 ! "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준호네 식구는 일곱명 이었다 준호 아버지는 읍내에 있는 농촌 진흥청에 다녔고 막내 삼촌은 집 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대학엘 다녔다 그런데 준호네 집엔 골칫 거리가 하나 있었다 큰 삼촌 때문 이었다 삼촌은 매일 술만 마시고 밤늦게 들어 왔다 어떤 날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온 적도 있었다 삼촌은 늘 말이 없었다 준호 할아버지는 사고 뭉치인 삼촌 때문에 자주 화를 냈지만 이제는 아예 화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삼촌은 준호에겐 늘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레슬링을 하며 놀아 준것도 바로 큰 삼촌 이었다 " 준호야, 오늘 삼촌이 뭐 사다 줄까 ? " " 장난감 총 사줘 기다란 총 있잖아 " " 알았어 사다줄께 " " 근데 삼촌 오늘 또 늦게 들어 올거잖아 ? " " 걱정 하지마 임마, 오늘은 일찍 들어올 테니까 " 하루는 삼촌 때문에 집안이 온통 난리가 났다 그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수상한 사람들이 집으로 처 들어와 삼촌 손에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가버렸다 할머니는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온종일 눈물만 흘렸다 준호는 삼촌과 싸운 사람이 아주 많이 다첬다는 말을 동네 어른들을 통해 들었다 삼촌은 고등학교 다닐때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삼촌은 할아버지에게 죽도록 매를 맞았다 준호 할머니는 큰 삼촌을 가장 좋아했다 어린 준호는 그런 할머니를 도무지 이해 할수가 없었다 준호는 자신이 할머니 라면 대학에 다니는 착한 막내 삼촌을 더 좋아 했을 거라고 생각 했다 " 할머니는 큰 삼촌이 제일 좋아 ? " " 왜, 큰삼촌만 예쁘겠어 다 예쁘지 준호 아빠도 예쁘고 막내 삼촌도 예쁘고 "
" 큰 삼촌은 매일 말성만 부리잖아 그런데도 할머니는 큰 삼촌을 제일로 좋아 하는것 같아 " " 이 할미 속을 많이 태웠지 하지만 속 썩으면서도 정이 드는게 자식인 거야 ! " 할머니는 긴 한숨으로 아픔을 뱉어내고 있었다 준호는 할니의 말을 다 이해 할수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아픈 마음만은 알것 같았다 저녁 하늘이 붉은 물감을 뿌려 놓은것 같았다 형사에게 잡혀간 삼촌은 여러날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로 삼촌은 더 말이 없었다 삼촌은 누에고치 처럼 조그만 방에 들어 앉아 좀처럼 바깎 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준호를 예전 처럼 대해 주지도 않았다 준호는 이따금 그런 삼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준호네 집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준호의 집에 불이 나고 만 것이다 불은 삽 시간에 번졌고 아픈 몸으로 안방에 누워 있던 준호 할머니는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람들이 불난것을 발견 했을때는 안방 까지 이미 불이 번진 후였다 뒤 늦게 도착한 준호 아빠가 불 속으로 뛰어 들어들려 했지만 준호 엄마가 온몸으로 매달리며 애원했다 " 들어 가면 안돼요, 여보 ! 집이 온통 불로 덮였잖아요 " " 이러지 말라구 더 지체 하면 아머닌 돌아가셔 ! " 마을 사람들은 이성을 잃은 준호 아빠의 몸을 완강히 붙잡았다 준호도 울면서 아빠 손에 매달렸고 대학 다니는 막내 삼촌은 그 옆에 서서 발만 동동 굴렸다 준호 아버지는 큰 소리를 치면서 발버둥 첬지만 마을 사람들은 끝끝내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숨을 헐떡이며 집으로 달려온 큰삼촌은 수돗가로 달려가 통에 담긴 물을 온몸에 퍼부었다 그러자 건장한 마을 청년 두명이 삼촌의 팔을 잡았으나 " 놔 ! 이거 놔, 우리 엄마 죽는단 말야 ! " 삼촌은 참깨를 털어내듯 단번에 그들을 털어 버리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연기 사이로 얼굴을 감추고 있던 음흉한 불길은 삼촌을 잡아 삼킬듯 붉은 손을 내밀었다 안방 으로 들어간 삼촌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잠시후 삼촌이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지붕 일부가 주저 앉아 버렸다 그 순간 시커먼 연기가 불 기둥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아빠도 막내 삼촌도 더 이상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울리며 소방차와 119 구조대가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아주 신속한 동작 으로 불길을 잡기 시작 했다 그리고 들것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 갔다 잠시후 들것에 실려 나온 할머니와 삼촌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도 할머니와 삼촌은 예상보다 무사 했었다 하지만 삼촌은 그날 사고로 등과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다 구조 대원이 안방 으로 들어 갔을때 삼촌은 온 몸으로 할머니를 감싸 앉고 있었다고 했다 물에 젖은 옷을 벗어 할머니 얼굴에 덮어준 채로 , 삼촌이 아니였더라면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거라고 어른들은 말 했다 준호는 속만 썩이는 큰 삼촌을 할머니가 왜 그토록 사랑 하셨는지 알수 있었다 사고가 있었던 날 저녁 많은 사람들이 문병을 다녀 갔다 준호는 그날 병실 밖에서 엄마, 아빠가 주고 받는 얘기를 들었다 " 삼촌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어요 ? " " 그러게나 말이야 ! " 준호 아빠는 아픈 마음을 담배 연기로 달래고 있었다 " 구조대가 방안으로 들어 갔을때 어머님 손과 삼촌 손이 옷으로 꽁꽁 묶여 있었다 면서요 ? " " 그랬나 봐 ! 어떤 일이 있어도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그랬겠지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본능을 꽁꽁 묶어 놓고 싶어서 말야 " 고개 숙여 말하는 아빠의 얼굴에 눈물이 흘려 내리는 것이 보였다 준호는 앞 마당에 앉아 여전히 푸른 탱자나무 울타리를 바라 보았다 가지마다 매달린 노란 탱자 열매가 별빛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바늘 처럼 뾰족 뾰족한 가시들 속에서 어쩌면 저렇게 예쁜 탱자가 열렸을까 ! 하고 준호는 생각 했다 불현듯 병원에 누워 있는 삼촌 얼굴이 생각 났다 삼촌의 뾰족한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착한 마음을 생각하며 준호의 입가엔 어느새 예쁜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힘 들어도 사랑은 다시 태어난다
결혼식 손님
산 동네에 어둠이 내리면 유난히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들꽃 처럼 모여 앉아 있는집들의 창가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지붕을 쓰다듬으며 내려온 달 빛은 앞 마당 수도가 에서 얼굴을 씻었다 정섭씨 집에 친구가 찿아온 것은 밤 늦은 시간 이었다 " 자네도 알다시피 내 딸애가 다음달에 결혼 하잖아 어렵겠지만 돈 좀 빌려 줄수 있겠나 ? " " 이걸 어쩌지 ! 내 형편이 어렵다는거 자네도 잘 알잖아 정말 미안 하네 " 정섭씨와 같은 산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는 쓸쓸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정섭씨는 몇해전 부터 그 친구와 함께 조그만 보수공사 일을 해 왔다 그런데 자제 업자로 부터 많은 돈을 사기 당하고 결국 지난달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정섭씨와 동업을 했던 그 친구는 모든 것을 잃고 산 동네 마저 떠나야 했다 하지만 친구 모르게 동업자 들과 뒷 거래를 했던 정섭씨 사정은 달랐다 그 날 이후로 두 사람은 연락이 끊어졌다 다시 두서너 해가 지나갔다 그 사이 정섭씨는 동네 입구에 허름한 구멍 거게를
차렸다 그리고 큰 딸 결혼식을 올렸다 딸의 결혼식이 있고 며칠후 정섭씨는 허전함을 달래려고 결혼식 비디오를 보았다 그런데 신랑 신부가 톼장 하는 장면에서 정섭씨는 소스라 치게 놀랐다 하객들 중에 낮 익은 하객 하나가 있었다 두해전 그의 곁을 떠나간 친구가 초라한 차림으로 식장 뒤쪽에 서 있었다 까칠한 친구의 얼굴은 아픔이 되어 정섭씨 마음 속으로 박혀왔다 그날 저녁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서 그 친구의 거처를 수소문 했지만 그가 손 수레로 과일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음날 해질 무렵 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 했다 정섭씨가 고개길을 오르는데 손 수레를 끌고 앞서 걸어가는 노인이 있었다 정섭씨는 화장지가 가득 실려 있는 손수레 뒤쪽 으로 다가가 밀기 시작 했다 " 날이 추워져서 장사 하기 힘드시죠 ? " " 우리 같은 사람들 이야 그저 춥지 않은게 제일 이지요 그래도 나는 돌아 다니니까 낫지요 하루종일 좌판에서 장사 하는 사람들이 고생 이지요 " " 댁이 근처 세요 ? " " 녜, 저 고개 바로 넘어 예요 " " 매일 이길을 오르내리 시려면 많이 힘드실 턴데 " " 아파서 집에 누워 있는 할멈이 불상 하지, 나야 리야카 끄는건 이골이 난 걸요 내 몸뚱아리라도 성해 이렇게 할멈 약값 이라도 벌수 있으니 감사 하지요 " " 녜에 - - " 하얗게 입김을 뱉으며 걸어가는 노인의 뒷 모습을 보며 정섭씨는 어딘가 에서 손수레로 과일 행상을 하고 있을 친구가 생각 났다 그리고 몇일전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 났다 딸의 결혼식이 있던날 밤 정섭씨 아내는 축의금 명부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 이 분은 누굴 까요 ? 축의금 으로 만원짜리 한장에 천원짜리 석장을 넣으신걸 보면 귀한 돈을 주신것 같은데 - - 축의금 이 적다며 사과 한 상자도 놓고 가셨대요 당신 친구라 하면서요 " 고개를 숙인채 손 수레를 밀고 있는 정섭씨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따스한 눈송이가 살며시 그의 어깨 위로 내려 앉고 있었다
가난한 날의 행복
정태는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동네에 들어섰다 하루 종일 공사판 에서 흙과 먼지를 뒤집어써 땀내와 함께 절은 점퍼 주머니에손을 꽃고 비틀 거리며 걷던 정태는 아내가 과일 가게 앞에 서 있는것을 보았다 아내는 빨갛게 살 오른 딸기를 물끄럼히 바라 보다가 어둠 속에서 남편을 발견 하고는 달려와 팔장을 끼었다 "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가누지도 못하면서 - - " " 내가 술 마신게 불만 이야 ? 그럼 술 안마시고 돈 많이 벌어다 주는 놈하고 살면 될게 아니야 " " 조용히 좀 해 ,동네 사람 다 들어 " "들으라지 들으라고 해 ! 너도 정신 차려 나 같은 놈하고 평생 살아봐야 - - - " " 자, 얼른 드어 가기나 해 " " 어, 대답을 안하는 건 그렇다는 거지 ? 그래 다 필요 없어 " 정태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두 사람이 서울 변두리 월세방 으로 옮겨온 것은 두달 전 이었다 내의 공장 에서 함께 일을 하다 만난 두 사람은 피차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객지에 나와 어렵고 외로운 처지라는 공통점 때문에 가까워 졌고 일년전에 결혼을 한것이다 많이 배우지 못했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지만 알뜰한 미영과 성실한 정태는 잘 어울리는 한쌍 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일하던 내의 공장이 더운 날씨 탓에 수요가 줄어 들면서 급기야 공장문을 닫게 되었다 " 당장 먹고 살아야 되는데 - - - 일단 방 줄여서 나가 보자, 살길이 있겠지 " " 여보, 너무 걱정 하지 말자 우린 아직 젊은데, 뭐 " " 우리 애는 고생 시키면 안되는데 - - " 아직 2 개월 밖에 안된 미영의 배를 쓰다듬는 정태의 마음은 납덩이 처럼 무거웠다 이사를 하고도 한 달은 일이 없어 방에만 있었다 벽을 보고 돌아 누워 하루 종일 뒹구는 정태를 보는 미영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 얼마전 공사일이 생겨 한달째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미영도 가만히 앉아 있을수만 없어 여기 저기 일을 알아보다 봉제 인형 마무리 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하루종일 눈이 시도록 붙들고 있어도 만원도 채 안되는 수입 이었지만 미영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태는 사정이 좀 달랐다 사실 정태는 어제 어둑한 새벽 녁에 공사장에 갔다가 막막한 이야기를 들었다 " 어이, 이제 일은 일주일 이면 끝날것 같아 내말 무슨 말인지 알아 ? " 하루 하루 언제 그만 둘지 몰라 조마 조마 했는데 그 일마저 이제 끝이 보이니 답답한 마음을 술로 달래지 않으면 제정신 으로 집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남편을 눕혀 놓고 돌아 앉아 토끼 인형에 눈을 붙이는 미영에게 정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중알 거렸다 " 이제 이일도 끝이야, 날 뭘 믿고 사니 ? 나 같은 놈을 뭘 믿고 - - " " 그러지 마, 여보 우리 애기가 들어, 당신은 진짜 행복이 뭔지 알아요 ? 어느 소설 중에 가난한 부부가 서로 선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고 아내는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샀다는 얘기, - - 난 그 얘기 생각 할때 마다 눈물이 나, 가난한건 좀 불편한 거지 불행한게 아니야 왜 그걸 몰라 " 마영은 철없이 방황하는 정태가 야속하고 가엾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고였다 슬며시 고개를 돌린 정태는 아내의 뒷 모습이 그렇게 애처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덧 창문으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날 이후 몇일 동안 정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정태는 벽돌을 나르면서도 며칠전 아내가 훌쩍 이며 했던 이야기가 자꾸 떠 올랐다 해가 떨어지자 공사장의 일꾼 들도 마무리를 하고 수건으로 땀을 닦고 먼지를 털어낸 정태는 서둘러 시장으로 갔다 정태는 유아용 가게에 들러 아기 목욕통과 아기 신발을 샀다 그리고 좌판 할머니 에게로 가 딸기 한근을 샀다 " 어머, 예뻐라 - - 어디서 이렇게 예쁜 신발을 사왔어 ? 아기 목욕통 까지 - - " " 정말 예뻐 ? " " 응 - - " 어색한 얼굴로 빙긋이 웃고 있는 정태의 손을 잡으며 미영은 행복하다고 생각 했다 " 이건 당신 주려고 사 왔어 당신 이거 먹고 싶었지 ? " " 어머, 딸기 잖아 ! 내가 아니라 이녀석이 - - " 볼록한 배와 딸기를 번갈아 보는 두 사람은 베시시 웃음이 나왔다 까만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딸기 한근 으로 아내를 향한 사랑과 고마움을 다 전달 할순 없었지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행복해 하는 미영과 정태의 등 뒤로 저녁 노을이 딸기 보다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영은 몰랐다 아기 목욕통과 신발 그리고 딸기 한근 을 사기 위하여 정태가 몇번이나 점삼을 굶어야 했는지 를 - - 그리고 집에서 공사장 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마다 힘겹게 걸으며 차비 까지 아껴야 했던 사랑을 - -
봄길 자전거
상훈이가 정수를 처음 본것은 가을비 내리던날 친구의 하숙집 에서 였다 빗 소리에 섞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끌려 활짝 열린 그의 방을 보게 되었다 방문 앞에는 걷기 불편한 사람들이 다리에 착용하는, 쇠로 된 보조기와 목발이 놓여 있었다 정수가 아무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성훈이의 등에 업힐 즈음 그는 한 여학생을 사랑 하게 되었다 그가 그녀에개 사랑을 고백 하려 버스를 타고 시내의 한 약속 장소로 나가던날 상훈이도 함깨 갔다 그를 약속 장소에 데려다 주고 나오며 상훈의 마음은 왠지 무거웠다 이루지 못할것 같은 사랑에 대한 절망감과 그가 받을 상처를 생각 하여 어둠이 내린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그해 겨울 내내 정수의 하숙방도 청소해 주고 심지어 빨래까지 해주었다 그렇지만 예상 했던대로 연민과 동정 으로 시작된 관계가 끝내 사랑 으로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 감당 할수 없는 아픔만 남간채 이른봄 그녀는 정수의 곁을 떠났다 그날 이후 정수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고 목발도 보조기도 문 앞에 없었다 그러나 상훈은 그가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상훈이 몇번 노크를 했지만 정수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햇살 고운 어느 봄날 정수는 눈가에 깊은 그늘을 하나 더 만든채 해바라기 처럼 방문을 열었다 상훈은 아무 말 없이 정수 옆에 앉아 아지랑이와 뒹굴며 놀고 있는 강아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숙집 마당 한쪽에 놓여 있는 자전거가 상훈의 눈에 들어왔다 " 정수야, 너 자전거 타본적 있니 ? " " 아니, 한번도 타본적 없어 " 앉아서도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정수가 자전거 뒤에도 타본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 했다 상훈은 아무 생각 없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자전거 를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간신히 정수를 뒤에 앉혔지만 힘들고 불안해 보였다 그들은 따스한 바람을 가르며 봄길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 정수야, 자전거 를 처음 타는 기분이 어때 ? " " 신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 정수는 그렇게 말하며 상훈의 허리를 힘껏 끌어 안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잠시후 무서운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트럭을 피 하려다 두 사람은 차도 밖으로 사정 없이 나동라졌다 트럭은 빠른 속도로 그들로 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심한 충격을 받은 상훈이는 온몸이 굳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정수는 힘 겹게 기어와 손을 잡아 주었다 상훈의 찣어진 바지 사이로 피가 번져 나왔다 상훈이도 피가 흐르는 정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슬픔과 아픔을 넘어선 아름다운 우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들 깊은 곳엔 아이가 살고 있다
여섯살 슬이는 아빠와 함께 마당 한쪽에 앉아 있었다 죽은 토끼를 안고 슬이는 목덜미 까지 눈물을 흘렸다 아빠는 삽으로 얼어 붙은 겨울 땅의 가슴을 풀어 해처 놓았다 그리고 슬이 옆에 앉았다 " 슬아, 이제그만 토실이 보내 줘야지 " " 안돼, 아빠 토실이 여기 뉘이면 너무 춤잖아 ! " 슬이는 단풍잎 같이 조그만 손으로 토실이가 누운 차가운 땅을 어루 만졌다 슬이의 눈물 방울이 토실이의 동그란 얼굴 위로 방울져 내렸다 아빠는 방으로 들어가 토실이 에게 덮어줄 따스한 쉐타를 가져왔다 " 이걸로 덮어주면 춥지 않을거야 토실이는 자기 엄마 한테 가는거 니까 너무 슬퍼 하지마 슬아 ! " " 아빠, 안돼 토실이 땅에 묻지마 ! " " 이제 그만해, 슬아 날도 추운데 감기 들면 어쩔려구 토실이 어서 아빠에게 줘 " " 안돼, 아빠 토실이 안 줄거야 " 슬이는 토실이를 가슴에 꼬옥 끌어 앉고 조그만 몸을 움추렸다 " 슬아, 아빠가 내일 토끼 사다줄께, 어서 토실이 내려놔 ,어서 ! " 아빠는 토끼(토실)를 달라고 슬이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붉은 눈을 깜박이던 슬이 눈에서 또 다시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 이빠, 이거봐 토실이 아직 눈을 뜨고 있는데 어떻게 땅에 묻어 " 슬이가 아빠에게 보여준 토실이는 가늘게 눈을 뜬채로 숨져 있는 모습이 마치 시냇물 속에 누워 있는 조약돌 처럼 토실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 그래서 그랬구나, 우리 슬이가 그래서 그랬구나 " 아빠는 울고 있는 슬이를 안아 주었다 바로 그때 따사로운 햇볕이 다가와 입김을 호호 불며 토실이가 누울 땅을 어루 만지고 있었다 . 우리들 깊은 곳엔 아이가 살고 있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착한 아이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