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仙子嶺)
선자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평창군 도암면 경계에 있는 백두대간의 등허리에 속하는 험준한 고개이다.
해발 1,157M 에 이르는 이 고개는 그 옛날 영동과 영서를 걸어서 넘나들던 고갯길이었다.
이 일대가 워낙 아름다워 하늘의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와서 목욕하고 놀다 승천했다 하여 선자령(仙子嶺)이라 하였다한다.
과연 경치가 빼어나니 문장에 우둔한 나같은 사람도 한줄 고시가 문뜩 떠오른다.
山中好友林間鳥 世外淸音石上泉이라 !
산중의 가장 좋은 벗은 숲속의 새요 세상에 맑은소리는 흐르는 물소리라 !
그렇다 ... 저렇듯 설중에 혹한의 추위에 떨며 배를 주린 저 새들의 지궈귐도 청아하기 그지없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
선자령의 설경
선자령을 생전처음 올랐다.
2011년 2월 16일 아침 8시에 수지를 출발했다.아침 날씨는 쾌청하고 탁트인 고속도로는 거침없이 질주하기에 좋았다.
강천을 지나며 강릉성산의 친구에게 선자령의 상황을 물었다 ~ 지난번 산행때 못오른게 아쉬웠기때문인데 다행하게도 통제가
풀렸다하니 이는 하늘이 준 기회라 여겼다...^^
구대관령 옛길 주차장에 파킹하고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나서니 그때가 11시 10분이다.
눈이 허리까지 차는 양떼목장으로 오르다 목장에 이르러 등산로가 폐쇄되어 돌아서야 했다.
나는 눈이 강릉쪽에만 아니, 영동(嶺東)지역에만 많이 온줄 알았지 이곳에도 그토록 많은 눈이 온줄은 몰랐다...이쪽은 영서니까 ..^^
발을 조금만 다른곳을 디뎌도 곧바로 허리까지 빠져드는 눈길의 등산은 난생처음이었다.
사진을 보노라면 유독 눈을 많이 찍었슴을 알게될것이다.
그것은 허리까지 내린눈을 세찬바람이 훍고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작품이 남았을까 ...
조각 같기도 하고 무늬같기도 하고 갖가지 형상의 눈산의 향연을 담기위해서였다.
또한 이정표 역시 많이 담았다.
그 모진바람속에 옛길을 지키는 그 정성이 갸륵하지 않은가 ...^^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디뎌야만 했다.
자칫 다른곳을 짚으면 곧바로 눈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고 만다.... 동료가 꺼내주지 않으면 도무지 나올수가 없었다.
좁다랗게 난 눈길을 걷노라면 엄청난 체력이 소모될뿐만 아니라 시선을 바닥만 바라보아야 하기에 눈이 빠지듯 피로했다.
장장 그 난이도 심한 눈길을 10km 넘게 걸어보라 .
이 길은 그옛날 영서의 평창사람들과 영동의 강릉사람들 ~ 그밖에 장사꾼 벼슬아치 심지어는 서울을 비롯한 타관의 사람들이 넘나들던 유서깊은 산고개이다.
어찌 감회가 없겠는가 ?..... 시한수를 지어외우며 걷고 또 걸었네 ^^
仙子嶺 구비구비 한맺힌산하
수수백년 傳說되고 說話가 되어
골짝마다 능선마다 바람이 운다.
눈쌓인 백두대간은 동해가에 우뚝한데
純白雪園을 시샘하듯 하늘은 시리듯 파랬다
아 ~ 또 어느후대에 이 산을 讚할것인가
굽어보니 올라온길 아스라히 머나멀고
바람개비 도는 그림자 소리개의 날개인듯
손에 잡힐듯 강릉땅이 햇발아래 펼쳐지네
산이란 보는이의 성품마다 다른모습이요 사물또한 대하는이의 사고(思考)에 따라 다른것임을 어찌 모르랴.
쉴새없이 불어대는 강풍 ~ 미친 망나니가 휘두르는 칼바람 소리같은 광풍속에 새하얀 눈보라가 흩날린다 ... 걷는다 ~
돌배나무 비켜가며 ...
대관산(大關山),보현산(普賢山),만월산(滿月山)등으로 불려온 선자령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선자(仙子)라 하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신선이나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와 흡사하게 산세가 아름답다는데서 유래한다지만 子자가 姿라면 이해가 갈텐데 암만해도 나는 이해가 안간다 ㅎㅎ... 그저 전설일뿐 ~
영 아이러니한 설명이다.
둘째는 하늘의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이 산의 계곡에서 목욕하며 즐겼다는 전설에 기인하는데 근거없는 이야기지만 재미있다.
선자령의 특징은 밋밋한 능선의 이어짐인데 그다지 힘도 들지않고 쉬엄쉬엄 걷기에 딱맞는 코스라 여겨진다.
산의 능선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그 모양도 그다지 싫지않은 풍광으로 닥아옴을 느꼈다.
이렇듯 순백의 눈이 바람에 할퀴우고 쓸려나간 모양이 특이한 미적감각으로 남겨졌다.
걸음걸음 그 아쉬운장면들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나무가지마다 엄청난 눈이 쌓여 토끼굴을 연상케 하는데 이를 가리켜 백설의 파노라마라 이름짓는다면 옳은 말일까 ...
저 눈들이 녹으면 봄이 오겠지 ~ 아쉬운 설경은 또 언제 볼것인고 ...
선자령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눈과 바람과 밋밋한 능선에 있다.
좌우로 펼쳐지는 산너울의 향연과 동으로 강릉,동해의 머나먼 동경(憧憬)과 서로는 평창쪽 구곡양장 같이 돌아온 길이다.
이제 정상도 400m 남짓하지만 딛을때마다 왼쪽다리가 통증이 가해져 온다 ... 아마도 내일은 침을 맞아야 할듯하다 ^^
이제 정상이 코앞이다.
저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대당 설치비가 무려 36억에 가깝다하며 2000여 가호에서 가정용전력으로 사용할수 있는 전력을 생산 한단다.
선자령 정상(頂上)에 서다 !
선자령 정상을 찍고 이제부터는 내리막 하산길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하는 나그네의 마음이 이런것일까 ... 못내 두고두고 ~ 이 설경이 그리울텐데 ~
하산길이다.
다시한번 이 눈위에 새겨진 눈의 미학을 감상했다.
미란 무엇인가 ... 과연 사람이 자연이 만든 작품앞에 우열을 가릴만큼 완숙할수 있을까 했다.
이곳이 바로 구 대관령 휴게소 ...
산행을 마치고 이곳에 돌아오니 오후 4시 10분경이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경사지게 언데다 뒷사람은 그곳을 디뎌야만 눈속에 파묻히지 않는데 ... 그게 피로를 더했다.
이젠 왼쪽다리가 쑤시기까지 한다.... 술이나 한잔 하면 좋을듯 했다...^^
오전 11시 10분에 시작했으니 5시간의 산행이었고 ~ 오는 길에 용평리조트 입구로 가서 황태구이로 반주를 하니 만사오케이다.
좋은산과 좋은날씨를 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다음 산행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