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들과의 산책(서울시 양천구 목동 용왕산/龍王山)
엊그제 우리 집 개들을 데리고 집에서 약 2km떨어진 용왕산(龍王山)에 산책을 다녀왔다. 용왕산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있는 높이 78m의 나지막한 산으로 산의 북동쪽 아래로 안양천과 한강의 물이 합류하여 흐른다. 용왕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예전에는 엄지산이라 불렸다.
용왕산(龍王山)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에 엄지산 아랫마을에 박(朴) 씨 성의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죽음이 임박해지자 자식들을 모아놓고 “내가 죽게 되면 염을 할 때 몸을 띠로 묶지 말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자식들은 노인이 죽자 노인의 유언에 따르지 않고 일반 사람들처럼 띠로 묶어 염을 한 뒤 시신을 엄지산 기슭에 묻었다.
노인은 본시 용(龍)이었다. 그래서 죽은 뒤 다시 용으로 변신한 뒤 승천해서 용왕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노인의 유언에 따르지 않고 띠로 몸을 꽁꽁 묶어 염을 하는 바람에 승천을 하지 못해 결국 용왕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사람들이 엄지산을 용왕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용왕산 정상에는 1994년에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여 지은 용왕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정자에 오르면 목동 시가지는 물론이려니와 안양천과 한강 하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용왕에 대한 전설은 한강과 안양천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산 중턱에는 근린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북동쪽 산기슭에는 본각사(本覺寺)라는 사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