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깡시골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는 시댁입니다.^^
이 날은 시어머님의 이종사촌 오빠이신 빅토르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성직자나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라는 큰아이 학교 종교과목 숙제 때문에
신부이신 아저씨를 일부러 오시라고 초대했답니다.
어떤 계기로 신부가 되셨는지요?
요즘 젊은세대에 대해 가장 걱정하시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에....그러니까 요즘 현대인들은......
성의를 다 해 대답해 주십니다. 받아 적는 아들 심각하지요?
자~ 그럼, 인터뷰가 끝났으니 식사를 해야지요.
손님이 오셨으니 입맛 돋구는 아페리티프(aperitif)로는 차게 식힌 샴페인을 준비했습니다.
요건 아페리티프와 함께 먹는 짭짤한 비스킷(amuse-gueule) 말 그대로 입을 즐겁게 한다는 뜻이지요.
빈 속에 자꾸 자꾸 손이 가지만 적당히 먹어야지 안그러면 그 다음 식사에 방해됩니다.
아이들은 물로 잔을 채우고
어른들은 샴페인으로 잔을 채우고
특히 아이들에겐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예요. 과자는 계속 먹자니 야단 맞을 것 같고
어른들 얘기하는데 먼저 먹기를 시작할 수 도 없고 흐흐.. 그래도 식탁에서 얌전히 기다립니다.
식탁예절에 관해 어릴 적부터 엄한 편이예요.
식사에 빠질 수 없는 빵, 비슷하다고 다 같은 빵이 아니지요.
긴 것이 바게뜨 이고 그 옆에 있는건 이름이 피리(flute)라고 합니다.
자~ 자~ 모두 건배 하자우요~
위하여!!
첫 순서는 시어머님이 기른 야채(당근, 감자, 단호박, 파, 양파)로 만든 야채스프입니다.
원래 손님이 오시면 식사도 부엌이 아니라 거실에서 하고 식탁보에 접시도 좀 특별한 걸로 차립니다만
오늘은 가깝고 편한 식구들끼리라 격식 생략하고 편하게 하기로 했어요.
해서 그 다음 순서를 위해 납닥한 접시로 바꿔야하지만 그냥
이렇게 묻은 스프를 바게뜨로 싹싹 닦으면 새 접시.^^
다양한 바게뜨의 기능 중 하나랍니다-접시 닦기용
전식(entree)으로는 흰살생선(대구)요리를 먹었는데 양송이를 넣은 고소한 크림소스는 제가
만들었어요. 밥이랑 함께 먹었는데 먹는데 집중하다 보니 아이고 사진을 잊었네요.
생선이니 백포도주인데 아무도 안 마신다해서 패스 했어요.
메인으로는 시어머님의 송아지 안심요리 입니다. 오븐에 버터와 소금 후추로만 간해서 구웠어요.
삶은 감자와 같이 먹어요.
"더 들게나 빅토르".... "한잔 더 받게나"....
식탁이 왁자지껄합니다. 여기 브르딴뉴지방 사람들을 브르똥(Breton)이라고 부르는데
성질이 우리나라 갱상도와 아주 흡사합니다.
욱~하는 성질도 비슷하구요 엄청 시끄러운 것도 비슷하구요 먹고 마시고 노는 것도 비슷해요.
송아지고기 구울때 고기에서 나온 즙에 양파와 토마토를 넣어 단백한 소스가 만들어지는데
요걸 살짝 고기에 끼얹어서 먹지요. 원래는 이때 샐러드는 함께 먹지 않습니다만 저는 김치 먹던
습관이라 야채가 있어야...그래서 가끔 시댁 올 때 김치를 싸들고 오기도 해요.
요 샐러드도 물론 어머님의 텃밭에서 나왔습니다.
그 다음은 프로마쥬(fromage), 즉 치즈가 나옵니다.
원래 이것도 전용접시에 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오늘은 간소하게 두 가지만...
빅토르 아저씨가 먼저 꺄망베르(camenbert)를 자르셨네요.
아 참, 접시옆에 보이는 잔의 맥주색깔의 액체는 시드르(cidre)라고 하는 노르망디와
브르딴뉴 지방에서 만드는 사과로 만든 술입니다. 순서로 고기 먹을때 적포도주인데
시아버님은 포도주를 안 좋아하셔 이 사과주를 드세요. 예전에 시외할머니가
살아 계실때는 항상 담그셨었지요. 이것을 참나무 통에 넣어 몇년을 숙성시키면
그 유명한 독주 깔봐도스(calvados)가 되는데 그 주조권을 유일하게 가지고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제는 추억속의 깔봐도스입니다...
제게 항상 "집이 그립지 않냐?" "프랑스가 맘에 드느냐?"며 챙겨 주시던 시할머니...
2008년에 95세 생신을 한 달 남겨두고 돌아가셨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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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바게뜨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치즈 받침대용
음~ 이 고소한 맛!
아시는 분은 아시고...^^ 요 때 샐러드를 함께 먹습니다.
그 다음 순서로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식(dessert) 시간이 드뎌 돌아 왔습니다.
읍내 빵집에서 미리 주문해 놓았던 딸기케잌!
아이들 다른데 가서 놀고 있다가 부르니 총알같이 달려 옵니다.
빵집 아저씨가 빠리의 유명제과학교 출신인데 엄청 맛있게 만들어 유명해요. 바로 옆 동네에도 분점이 있지요.
요 탐스러운 생크림의 재료로 들어간 우유가 바로 우리집에서 사간 우유라고 시아버님 늘 자랑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디져트 접시는 제가 젤 좋아하는 접시로 꺼내 왔어요.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나라 어른들이 비해 프랑스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다
달달한 후식을 좋아합니다.
"후식을 먹지 않으면 배속이 식사가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이해를 못한다"
남편이 한 얘깁니다요.
보세요 접시가 제일 먼저 비었지요?
물론 마지막으로 커피나 차가 빠질 수 없지요.
워낙 먹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프랑스 가정의 식사시간은 보통 독일보다 훨씬 더 긴것 같아요.
오늘은 그래도 간단하게 서너시간으로 끝이 났습니다.
돌아 가시는 아저씨께 준비한 선물을 드렸어요. 쵸코렛인데..
이런거 안 받아도 된다 하시며 손사레를 치시는데 약소한거라 하니 받으시네요.
어머니께서도 다른 종류 초코렛을 준비하셨네요.
문 앞에서도 또 한참을 얘기하다 가는게 프랑스 사람들 특징이랍니다.
잘가게~ 하다가도 또 무슨 말이 나오면 블라블라.....끝이 없답니다. ^^
그럼 안녕히 가세요~ 운전 조심하시구요~
이 후 몇일 후에 80세 생신을 맞으신 빅토르 아저씨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첫댓글 간단하게 서너시간!!! 엄청나구만. 계속 사진기 들이대서 그런지 표정들이 딱딱한데?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얘기 함?
시아버지 기분 좋아 노래까지 부르시고 했구마....좀 젊잖은 사진으로만 골랐더니. 그러니까
농장일 돌아가는얘기, 대통령 선거, 친척집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는데.. 어디 사는 누구의
한국에서 입양된 딸얘기, 사르코지와 메르켈이 만나서... 요즘 한국은 날씨가 어떠냐..
등등등...한마디로 할 수 있는 오만 얘기를 다함. 참으로 대화를 즐기는 민족이란 생각이 듬.
점심먹고 후식먹고 바로 또 저녁먹고 후식머꼬 바로 잤다가 아침머꼬...프랑스 여자들 힘들것다....왼종일 주방과 식탁에서만...
ㅋㅋ.. 좀 과장하자면 틀린말도 아닙니다. 지인의 독일시어머니, 음식만드는데 보내는 시간을
가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인데 꼭 인산님과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러시는 그 분
흑빵위에 바나나를 얹고 케첩을 발라 드시더라구요..(우~웩!..)ㅎㅎㅎ
ㅎㅎ 잼있어요 .. 저두 배가 고프니 치즈랑 바케트랑 샴페인이랑 먹고 싶네여 ㅋㅋ
아이..같이 드셨으면 좋았으련만..ㅎㅎ
아.... 예전에 TV프로에서 프랑스사람들의 점심시간이 기본 두시간이라고 뭐... 건강다큐 같은데서 한참 했었는데...
저렇게 먹을라면 두시간 걸릴 것 같아요 ^^
매일 그런건 아니구요 평소에는 좀 간소하게 먹어요. 큰 잔치같은 때는 정말 하루죙일
먹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식반입이 되는가 모르겠네요. 요번에 갈때 하나 사다 줄까요?
신나언니와 봉투는 마이 닮았다. 둘째는 봉투를 마이마이 닮았다.고로 신나언니와 둘째는
마이 닮았다. (여기 있는 지인들도 같은 얘기 했어요 ^^ㅎㅎ)
먹는 걸 중요시 여기는 건 제하고 똑 같네요^^
아~~~고프고 ,먹고파........
식전에 보셨군요. 식후에 보셨으면 좀 느글느글하다...하셨지 싶은데요..ㅎㅎ
프랑스인들이 식사하는 사진을 보니 예전 직장 다닐 적 생각이 나네요.업무상 외국인들을 접대하는 일이 많았는데,그 중에서 프랑스인들과의 식사시간은 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식도 프랑스 요리는 순서가 복잡하고 많지요. 클래식한 메뉴는 코스가 12개를 넘는데,,1. 찬요리 2.스프 3.더운음식 4.생선요리 5.육류,또는 가금류 요리 6.뜨거운 앙뜨레 7.차거운 앙뜨레 8.샤베트 9.불고기,샐러드 10.야채. 11 뜨거운 스위트 12.차가운 스위트13.치즈 14.디저트 순서입니다.
디저트를 두번이나 먹을 정도로 다양하고 긴 요리코스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은 술도 다양한 코스로 즐기는데,,식전주로 마시는 샴페인류(드라이, 스위트),샐러드에 먹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생선에 화이트 와인, 육류에 레드와인,후식으로 마시는 달콤하고 다양한 향을 첨가한 리큐 등이 있답니다. 이런 요리를 준비할 때 테이블에는 여러종류의 식탁용 기물과 접시,글라스들이 세팅되는데 그 숫자만 하더라도 30여 가지나 된답니다. 오랜시간 경험없이 요리 순서대로 기물들을 사용하려면 머리가 쥐가 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임스님이 요리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거군요. 친척 결혼식 피로연에
12코스는 아니었지만 그 비슷한 만찬을 했는데 워낙 종류가 많아도 얘기해가며
조금씩 먹으니 끝까지 먹겠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알콜에 좀 약해서 샴페인에서
벌써 핑 돌아 화이트, 레드까지 가기도 전에 혼자 헹올헹올..합니다.ㅎㅎ
간단하게 서너 시간.../ 먹고 돌아서면 곧 식사시간이...^^ / 간접 체험이지만 프랑스의 식사문화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우리나라 주부들도 설것이 하며 다음 찬거리 걱정하던데요.
잘 차려 먹는 나라 주부들은 모두 부지런해야할 것 같아요.^^
야채수프, 사진에는 없지만 앙뜨레, 송아지 안심과 찐 감자, 그리고 예쁜 접시에 담긴 후식까지 ...글과 사진으로만 봐도 입이 즐겁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
오늘도 꽃잎 띄우고 야외 목욕하셨어요?^^
아!현기증이 ㅠㅠ
침이 꼴깍 꼴깍
그러니 평소 여기 올라 온 한국음식 사진 보는 제 심정이 어떻겠습니까...ㅠ.ㅠ
아 우리친구 보고싶구나 니 사진이 없어서인가?
시할머니 사과주가 맛보고 싶군.... 참나무 통에서 숙성된 그 맛!!!!!!
이번 여름에 한국오니? 해경이도 온다던데 다 함께 오랜만에 쌓인 것 좀 풀어야지? 기대한다
오늘 뱅기표 예약했다. 오랜만에 다 볼 수 있겠네.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