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6년 《경남문학》 신인상과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재민 작가의 『고래와 나』 『떡배와 무쇠솥』에 이은 세 번째 동화집 『할매 바리스타! 주문은 큰 소리로』. 『고래와 나』는 2023년 김해시 올해의 책 시민 작가 도서에 선정된 바 있어 평단과 독자로부터 새 동화집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빛이 출렁이게 하고 어둠이 먼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로 우리를 동화 속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파도가 된다는 건 바위가 된다는 건 별이 된다는 건 가혹하기보다 이름 없는 일들을 잊지 않으려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 같”다는 지점에 서면 독자의 마음 한켠 뽀얀 희망의 촛불이 조용히 켜짐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소개
이재민
2016년 경남문학 신인상,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23년 [어린이와 문학] 신인 평론가상을 받았습니다. 펴낸 책으로 그림동화 『고래와 나』, 함께 펴낸 책으로 『어쩌다 가락국 여행』, 『구석구석 재미있는 김해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래와 나』는 2023년 김해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책 속으로
길냥이가 되겠다는 건 내 선택이었어. 버림도
강요도 아니야.
난 파란 수국 아래 앉아 있었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냥이 하나가 비석마을에 들어온 거야. 내
영역에 발을 들인 이상 가만 둘 수가 없지.
그런데 그녀석, 귀가 솔깃한 말을 해. 비석마
을 너머 아미산 아래 어쩌고 하면서. 난 침을 꼴
깍거리며 들었지.
더 유혹적인 건 마을 전체가 캣타워나 다름없
다고 하는 거야. 마을이 시작되는 곳부터 끝나
는 데까지. 그런 마을은 분명 우리 냥이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지. 그 녀석이 밤 풍경
을 말하는데 난 그만 꼴까닥 넘어가고 말았어.
--- p.8-9 「할매 바리스타와 고양이 원두 그리고 사막여우」 중에서
그곳에서 내게 허락된 것이라곤 꿈꾸는 일뿐
이었어. 정어리의 비릿한 맛이 물릴 때쯤, 꿈은
현실이 되었어.
행운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 그 녀
석에겐 미안함뿐이야. 행운이라고 말한다면 그
녀석에게 명예롭지 못한 일이지.
난 답답하게 살고 싶지 않았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 어떤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어.
보름달이 뜨면 혼자 부서지는 물거품을 온몸으
로 느끼다 무리 속으로 돌아오곤 했어.
나는 더 먼 곳, 세상과 자유를 느끼고 싶었어.
--- p.32 「그 녀석」 중에서
할아버지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좁은 골목
을 막 벗어났어요.
“이제 거대한 기계손들이 들어오겠지…….”
고양이 노랑이는 멀어져가는 트럭 꽁무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어요.
재개발이 결정되고 한 집, 두 집 이사를 가기
시작했어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집만 남았어요.
할머니는 몇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노랑이도 이 골목을 떠날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 p.56 「할머니의 보석」 중에서
“무릎 생각해서 쉬엄쉬엄하세요. 아주머니.”
“그래도 이놈 덕분에 구청에서 돈을 받잖아.
내겐 이게 돈이야. 노랑 은행잎 돈.”
서리 맞은 은행잎이 마을 입구 도로를 온통뒤
덮었어요. 억순이 아줌마가 비질로 은행잎을 자
루에 쓸어 담았어요. 발걸음에 박자를 맞춰 콧
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요.
“나중에 정 씨 아저씨와 점심 드시러 꼭 나오
세요!”
세영이 아빠는 싹싹하게 인사하며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어요.
“세영아, 웃는 얼굴로 인사 좀 해라.”
--- p.72 「진짜루의 천사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재민 작가의 세 번째 동화-
이름 없는 일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작가의 조용한 외침을 들어보세요
브로콜리숲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동화이자, 이재민 작가의 세 번째 동화 모음집. 중학년 이상 어린이 독자를 위한 콜리네 문고 그 첫 이야기.
‘2023년 김해시 올해의 책 시민 작가 도서’에 선정된 바 있는 『고래와 나』에 이은 짜고 비린내 가득한 진정 어린 이야기들이 감동적으로 펼쳐집니다.
“냥이 녀석 표현을 빌리자면, 밤마다 아미산 계곡에서 항구까지 불빛이 은하수처럼 흐른다나. 난 별 보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항구, 말만 들어도 코끝으로 고소한 비린내가 스치는 것 같았어. 참치 통조림과는 비교가 안 되는 찐한 비린내. 사실 그게 그리웠거든.” 비석마을을 지키던 터줏대감 고양이 원두가 일상에서 벗어나 아미마을로 떠나는 여정에는 본능적으로 잠재돼 있던 그리움이 녹아 있습니다. 그 곳은 늘 꿈에 그리던 은하수가 하늘 가득 흐르고 마을이 캣타워일 만큼 꿈에서 그리던 이상적인 곳이에요. “참치비빔밥을 덤으로 주고 내 영역과 교환했어.” 고양이 원두는 소중한 것을 내주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선택합니다.
“냥이 녀석이 아미산 넘어가는 방법을 열두 가지나 말하는 거야.” 한 가지 길만 제시한 게 아닙니다. 꿈을 행해 가는 길은 여러 갈래. 거기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하는 기로에 놓이지만 어떻게든 멈추지 않는다면 어디든 꿈 가까이 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냥이들에겐 말하지 않았어. 비석마을을 떠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테니까.” 꿈을 향해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여전히 부정적인 마음 들입니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다시 이어져 흐릅니다. 마지막 이야기인 「진짜루의 천사들」에서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영이는 아미마을에 살아요.” 작가는 다시 고양이 원두가 살고 있는 아미마을로 돌아와 살펴봅니다. 새밀하게 들여다 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들. 진짜루의 고소한 짜장면과 그걸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미마을은 첫 작품에서 느껴지듯이 소박하고 자그마한 동네입니다.
*
네 개의 이야기로 흩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가만 보면 각각의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아미마을을 떠나 바다를 건너 다시 아미마을로 돌아오는 짧지 않은 여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자리한 세영이와 세영이 아빠가 지극한 사랑을 남기고 떠나간 슬픈 이야기. 냥이 원두가 터전을 잡은 “아미마을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보석 같은 사랑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었어.” 이렇게 네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작가의 말
바다를 보면 하늘 같아서
하늘을 보면 바다 같아서
바다에서 하늘을 봅니다.
밤바다는 밤하늘 같아서
밤하늘은 밤바다 같아서
밤바다에서 밤하늘을 봅니다.
낮의 빛남이 나를 출렁이게 합니다.
밤의 어둠이 나를 먼 곳으로 데려갑니다.
파도가 와도 움직이지 않는 바위를 보며
말 없는 별의 움직임을 보며
파도가 된다는 건
바위가 된다는 건
별이 된다는 건
가혹하기보다
이름 없는 일들을 잊지 않으려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 같아요.
파도에 밀려온 한 조각
구름에 붙어 온 한 조각
별이 내려준 한 조각
바다와 하늘이 품은 노을 한 조각
가만히 안아봅니다.
사랑입니다.
-이재민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335332>
첫댓글 재민 씨, 발간을 축하합니다 ☆
<파도가 된다는 건
바위가 된다는 건
별이 된다는 건>
작가의 말 속에 우주가 숨어 있네요.
먼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철학을
아이 시선으로 녹여내는 작가정신의 소유자
이재민님의 동화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