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관광부는 올 여름 휴가기간인 7~8월 두 달간 해외 여행객이 300만을 넘어섰고 이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외화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태리, 홍콩, 싱가폴, 태국, 일본 등 패션 쇼핑 명소에서 쓴 돈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엠포리오아르마니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만큼 대중의 해외 브랜드에 대한 정보 수집 창구도 늘어났고, 해외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시각도 유연해졌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높아진 소득수준과 해외여행의 보편화가 명품 수요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젊은층 수요 급증세
그렇다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갤러리아 백화점 상품본부 해외상품팀 오원만 부장은 “국내 명품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백화점 등 제도권 유통에서만 연 2조원 가량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며 “해외 직접 구매나 병행수입 등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연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백화점의 해외 브랜드의 매출 증가세도 연 10% 이상 고속 신장을 기록 중이다. 특히 기존에 주 명품 소비자가 40~50대 중장년층 여성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남성의 명품 수요가 급증했다.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그만큼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오원만 부장은 “지난해 갤러리아 이스트에서 남성의 명품 구입이 10% 증가했는데 이는 여성 증가세를 앞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패션 업계는 남성 소비자만을 겨냥한 명품 공급 창구를 발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고가 남성 의류 수입 편집샵 ‘클라시코 이탈리아’를, 신세계는 올봄부터 ‘태그호이어’ 등 30~4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를 모아 본점 명품관에 편집샵을 열었고, FnC코오롱은 올 가을 남성상품 수입 편집샵 ‘시리즈’를 런칭했다. 한섬도 남성 정장이 대표 상품인 ‘랑방’을 도입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남성 수요 증가와 함께 여성층에서도 해외 브랜드 구매 연령층이 뚜렷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갤러리아웨스트 수입브릿지 담당 매니저는 “우리 점에만 컨템포러리, 해외 디자이너 레이블의 20~30대 VVIP 고객이 5000명 정도다. 중장년층에 비해 경제력이 약한 20~30대는 ‘샤넬’, ‘에르메스’에 비해 가격대가 조금 낮고 캐릭터가 강한 수입브릿지군의 주 소비층으로 약 5~10년 후엔 이들이 프레스티지 시장까지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多 유통 채널 업고 세력 확장
명품 재고의 주 구매자도 30대 비중이 가장 높다.
◇루이비통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자체 분석 결과 일 100만원 이상 구매고객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6.7%로 40대와 50대를 10% 넘게 앞지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쇼핑몰과 수입 편집샵 구매 고객 역시 30대 비중이 가장 높다. 유럽 여성 토틀 수입편집샵 ‘스토리아디돈나’를 전개하고 있는 피엔엠코드의 정성희 실장은 “중심 가격이 20~40만원대로 수입브랜드로는 저렴하다보니 대학생층의 구매도 많은 편이지만 역시 30대가 주를 이룬다”며 “이들은 트렌드 수용도가 높고 패션 마인드는 20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성 추구 성향이 뚜렷해 누구나 아는 럭스리 브랜드보다는 독특한 분위기의 편집샵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 신세계 첼시가 경기도 여주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하면서 명품 유통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했던 명품 유통 채널이 여주프리미엄아울렛 오픈을 계기로 면세품, 정상상품, 병행수입상품, 재고상품으로 나뉘어 다각화하고 있는 점도 명품 대중화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세계첼시 김용주 대표는 “프리미엄아울렛의 개장으로 일반 대중들이 부담 없이 해외 브랜드를 접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아울렛’ 하면 떠오르던 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쇼핑 환경이 불편한 곳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도 명품 공급의 주요 채널로 대두됐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는 빈티지 상품까지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고, 해외여행에서 구입한 제품을 내놓거나 쓰던 상품을 맞교환하는 등 프리마켓을 통한 소비자간 직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또 롯데, 신라, AK 등 메이저 면세점들의 인터넷 쇼핑몰 상품 판매도 활성화되고 있다. AK면세점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비행시간이 짧은 지역 여행객들을 겨냥해 인터넷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비행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간의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서는 필기구와 소품 등 일부 브랜드, 품목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부문의 매출 추이에 따라 취급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을 통한 명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에트로’ 가방과 ‘버버리’ 의류를 직매입해 백화점 정상판매가격보다 싼 값에 내 놓고 한, 두 시간 방송을 통해 대부분의 물량을 소진하고 있다.
◇구찌
FTA·가격 경쟁력 새 이슈로
최근에는 유통사들의 직매입 비중이 수입브랜드를 중심으로 날로 증가하고 한·EU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명품 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웨이브 김성민 사장은 “현재 수입 패션 시장은 럭스리, 브릿지, 볼륨 등으로 확대, 세분화되고 있다”며 “명품 대중화는 시장 성숙기에 거쳐가는 한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입 브랜드의 내수 시장 잠식의 논쟁 이전에 업계는 소비자들도 명품만을 선호하는 쪽, 고루한 브랜드 명성보다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쪽, 보다 대중적이지만 내셔널과의 차별화를 원하는 쪽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명품족은 강북에산다?
종로구가 강남보다 객단가 높아 종로는 의류 강남은 장신구 선호
‘부촌’을 거론할 때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 거주지는 100평 가까운 전용 면적에 20억원을 호가한다는 아파트나 주상 복합 건물들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초동 롯데 캐슬, 압구정 현대 아파트, 청담동 래미안, 분당 정자동 빌라촌 등 대다수의 서민들이 주거 환경에 대해 가지고 있는 로망이기도 하다. 땅값도 최고, 매매, 임대 가격 모두 전국 최고 기록을 달리고 있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 당연히 명품 소비도 전국 최고일 것 같지만 현재 ‘진정한 명품족’은 예상을 뒤엎고 강북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의 기간 동안 본점에서 롯데 멤버스, 롯데카드를 사용 수입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고객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객단가, 즉 1회 방문 시 명품 구입 금액 262만원을 기록한 한강 이북, 종로구 거주자들이 1위를 차지했다. 강남 대표 부촌 강남구와 서초구는 1인당 평균 객단가가 각각 202만원, 223만원으로 전국 평균치 151만원보다는 높았지만 강북 부자에는 크게 뒤떨어졌다. 특히 영등포구, 강서구, 양천구가 새롭게 상위 10위권에 들었는데 지하철 9호선과 부동산 재개발로 인해 소위 ‘땅부자’가 된 신 부유층의 등장으로 강서구 염창동, 발산동, 공항동, 방화동 등에서 명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과 강북 명품족들은 선호 품목에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강북의 경우에는 의류, 강남 거주자의 경우 보석, 시계와 같은 장신구류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등 메이저 백화점 명품관이 강북에 자리를 잡은 점이 명품 소비 트렌드에 변화를 일으켰다. 기존 명품 시장에서 소외됐던 강북 지역과 청담동 명품 거리를 주로 이용했던 강남 소비자들을 흡수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