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목요일) 스무째날 -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오른 골고다
말씀제목
-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오른 골고다
말씀본문 - 마가복음 15장 21절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개역개정)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새번역)
말씀묵상
시몬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강제로 지기까지 예수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가복음에서 그를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라고 밝힌 것을 보면, 적어도 시몬과 그의 아들들이 이후 교회의 일원이 되어, 복음전도 사역에 힘쓴 것으로 보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니 기록이 되었던 것이지요. 시몬은 ‘구레네’ 사람입니다. 북아프리카 지역이죠. 거기 사는 사람이 왜 예루살렘까지 온 것일까요? 유월절 기간이었던 것을 기억하면, 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거나,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방인이었을 수 있습니다. 순례를 왔다가 피투성이가 된 한 젊은이의 십자가 행렬을 구경하게 된 것이죠. 그러다가 황당하게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성경은 ‘마침’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하필’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까? 아, 하필 왜 그때 내가 거기 있어가지고, 아, 하필 왜 그 때 쓰러지셔가지고, 왜 또 하필 나야? 수많은 ‘하필’로 투덜거리기 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때마침 그 옆에 있던 바람에 시몬은 제자들이 모두 도망간 상황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예수님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서 있기도 위태로운 젊은이의 몸에는 가시채찍으로 찢긴 생채기가 한 가득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조롱하고 놀리기 위해 씌운 가시 면류관 때문에 얼굴도 온통 피투성이셨습니다. 하지만 시몬은 몸의 고통에 신음하는 처절한 예수님의 외관 너머 그의 영혼이 평안하고 요동하지 않음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거지?
어느 덧 한 어깨에는 십자가를 메고, 다른 팔로는 쓰러지는 예수님을 부축하며 시몬은 그렇게 골고다를 올랐을 것입니다. 그가 도대체 왜 이런 형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죄 없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겠지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어른들은 말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이 있잖아요. 말보다 더 진실한 것이 눈빛이고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라는 것들을 말이지요. 아마 시몬은 그날 골고다를 떠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분이 십자가에 달리시고 고통받으시고 돌아가시는 것을 다 보기까지, 왜 무고한 사람의 죽임이 이 유월절 이 해방의 절기에 자행되어야 했는지, 묻고 또 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풍문을 들었겠지요.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다시 사셨노라고요.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몰라도 결국 시몬은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아들들에게도 자신이 ‘마침’ 만난 선한 분에 대하여 증거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도 ‘마침’의 마음으로 긍정적인 묵상을 길어 올려야 하겠습니다. 시몬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하필’의 마음으로, 골고다를 올랐다면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요. ‘마침’의 자세가 시몬을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한 것입니다.
찬송
415장 십자가 그늘 아래
기도
하나님,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 속에서 ‘마침’의 시선을 갖게 하소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갑자기 주어졌을 때,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