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칼럼 >
<고성선원 홍법통신 古城禪院 弘法通信>
글 | 진월스님
(북가주 고성선원 선원장)
지난달 초순에 한국 경상남도 합천군의 가야산 해인사에 다녀왔습니다. ICDV(International Council for Day of Vesak) 즉, 유엔베삭절국제위원회 회의참석차 태국에 다녀오며, 적명스님 49재(2/10)에 추모 참례하려는 과정 중에, 본사인 해인사에 잠시 들렸었는데, 1968년 늦가을에 입산할 때를 추억하는 계기를 가져보았습니다. 착륙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는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3.1운동 민족대표33인중 한분이었던 용성스님 즉, 본납의 노스님이 창건하시고 주석하시다 입적하신 종로구 봉익동의 대각사로 가서 머물렀지요. 작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였고, 금년부터는 그 정신으로 남북의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진력하려는 다짐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KTX로 가서, 그곳 지하철로 서부정류장에 이르러서는 버스를 타고 해인사로 이동하였는데, 고령을 지나며 대가야 시대의 유적발굴과 전시시설의 안내간판을 볼 수 있었고, 50여 년 전 출가할 때의 분위기와는 그 이동방법과 소요시간에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 아주 빠르고도 매우 편리한 시설과 여건에 이른바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경로우대로 서울지하철은 무료, KTX도 할인요금을 적용받았고, 전철과 버스 및 도로의 시설과 운용의 쾌적한 기분은 사뭇 발전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인도의 부처님 대각성지 보드가야에서 열렸던 수행워크숍에 갔다 오며 가야공항을 이용했고, 그 주위 성지순례를 하며 그곳의 ‘가야’의 지명과 한국의 ‘가야’에 대한 연관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도의 가야에는 별로 높고 큰 산이 없었는데, 한국의 가야에는 인도의 것보다 몇 배나 높고 큰 가야산이 있고, 입춘이 지났는데도 정상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어서, 히말라야산맥의 한 봉우리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한국의 고대 가야국 왕자들이 가야산으로 출가하여 수행하고 도를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는 인도의 싯다르타 태자가 설산으로 출가하여 도를 이루었음에 비교되는 이야기인줄 압니다.
우선 UNDV관련 소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번 태국의 MCU (Mahachlalongkorn- rajavidyalaya University) 아유타야 캠퍼스에서 열린 ICDV 회의에서는, 금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MCU와 방콕의 UNCC (United Nations Conference Center)에서 열릴 제17차 유엔 베삭절 행사를 84개국으로부터 1200여명의 대표를 초청할 계획인데, "지속가능발전목표 성취를 위한 불교적 중도 방법 (The Buddhist Middle-Way Approach to Achievin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을 주제로 설정하고, "[지구]행성 보존 성취를 위한 불교적 상의상존 방법 (Buddhist Interdependent Approach to Achieving Planet Preservation)," "경제 번영을 위한 불교적 공헌 (Buddhist Contribution to Economic Prosperity)," "질적 교육을 위한 불교적 시각 (Buddhist Perspectives on Quality Education)" 을 부제로 삼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치하여 네 번에 걸친 포럼을 열 예정입니다. 기조연설자로서는 행복지수 최고의 불교나라인 부탄의 국왕이 선발되었고, 불교경전 원본의 현대어번역에 대한 전문가 워크숍도 기획되어 있습니다. 설사 그곳에 가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동참하고 경축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명산, 국립공원 가야산에는, 봄에는 꽃, 가을에는 단풍 등으로 말미암아 붉은 빛의 물이 흐른다는 아름다운 홍류동이 산기슭 계곡에 있는데, 신라의 뛰어난 선비로서 중국까지 널리 그 문명이 알려진 고운 최치원 거사의 유서가 깃든 농산정이 있습니다. 폭포와 같은 청아한 물소리가 속설을 막아서 귀먹게 한다는 즉, 세상의 혼탁한 소리를 밀어내고 씻어내는 듯이 보이는 분위기의 그곳을 지나면서, 속세를 벗어나 출세간에 들어서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도 하얀 빙벽을 보이는 용소를 지나면서는 근년에 그 근처를 둘러 만든 ‘소리길’을 눈으로 산책하는데, 돌 사이로 흐르는 송림사이의 계곡물소리가 차창을 넘어 들려옴을 느꼈습니다. 해인사 입구에 당도하여 버스에서 내려 걸으면서, 옛날 해인초등학교 자리에 세워진 해인사성보박물관을 지나고, 허름하게 나무로 세워졌던 허덕교가 좋은 석재로 보기 좋게 바뀌어 세워진 다리를 거쳐서, 산내 비구니암자인 삼선암과 약수암 가는 길 중간에 세워진 <김영환장군> 기념비 앞에 이르러, 그분의 공적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1951년 6.25 전쟁 와중에, 가야산에 진입한 공비토벌을 구실로 해인사 폭격을 명령한 상부의 작전지시를 교묘하게 거스르고, 국보이며 세계적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해인사를 구해낸 당시 공군 비행단장 김영환 대령의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빨간 마후라”의 원조였고, 그분의 친형이었던 김정렴 초대 공군참모총장과 더불어 한국공군창설의 주역이었으며 6.25전쟁영웅이었던 그분이, 나중에 금성충무무공훈장과 금성을지무공훈장, 미공로훈장과 유엔종군기장 등으로 표창을 받기도 하였고, 마침내 여러 가지 공으로 장군이 되기도 하였지만, 결국 34세의 젊은 나이로 훈련비행중에 전사한 사실은 슬프고 안타까운 사실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 불타서 사라지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목재 문화재를 지키려고 개인의 희생을 각오하며, 무모하고 무절제한 폭격명령을 거스를 수 있는 바, 의로운 소신과 빼어난 용기는 만대에 길이 빛나고 기억될 줄 압니다.
한국불교사에 찬란히 빛나는 별의 하나인 신라 의상조사의 법손이었던 순응과 이정스님이 애장왕의 후원으로 창건한 화엄 원각도량인 해인사. 불교적 왕국이었던 고려를 세운 왕건의 스승이었던 희랑조사의 유서가 깊은 수도장이었으며. 억불왕조였다고 알려진 근세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 및 그의 손자 세종대왕의 불심과 대장경에 대한 존경 및 애정이 서린 해인사. 임진왜란 때의 구국 승장 사명대사의 입적지이며, 근대 한국불교 중흥의 선도자였고 일제하 독립운동의 선지식이었던 용성조사 사리탑이 자리한 곳. 고암과 성철, 혜암과 법전 등 현대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스님들이 주석하시다가 입적하셨고, 자운과 일타스님 등 율사와 영암과 지관스님 등의 총무원장이 머물렀던 곳, 수많은 도인과 학인들이 배출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초대 총림으로서 경률론 삼장교학과 참선수행 등의 최고 종합수도장인 해인사가 자리한 가야산. 근래에 한국 초기불교의 원류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가야시대 불교와도 연결 개연성이 높은 곳으로서, 고대 인도와의 해양교류 인연지였던 가야문화가 스며든 가야산. 불교의 근원지인 인도의 불교적 심장 가야와 한국불교 발전의 요람이었던 가야산의 시공을 초월한 국제적 인연이 새삼 되새겨집니다. 본납 개인적 인연으로도 출가입산도장으로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가야산! 미래 인도불교를 재건시키고 세계불교를 부흥시키려는 원력이 서린 인도 가야에 세워진 수행도장 사티아라마와 그곳에 곧 창건될 순례신행수도장 분황사가 한국 가야산의 힘찬 정기와 연대되어, 지구촌의 미래에 지혜광명과 자비 평화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큽니다.
한국과 천축국의 가야산 보리나무, 그 아래 깨친 진리 온 누리 퍼졌어라. 코끼리 머리 같은 산, 선지식이 머물 곳.
가야산 사문, 진월 읊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