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청남대 울트라마라톤대회 이후 한번도 달리기를 해보지 못했다. 감기는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데다 오랫동안 지속된 허벅지 근육통을 완전히 날려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냥 쉬는게 나을 것 같았다.
새벽 4시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세종청사에서 출발하는 첫번째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렀다. 2.5km 거리를 몸을 풀며 달려 나갔다. 버스에 승차하고 보니 옆에 앉은 아가씨도 같은 대회 참가하러 가는 길이었다.
뚝섬에 도착하고보니 대회 시작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오랫만에 몸을 충분히 풀 수가 있었다. 날씨마저 도와줘서 기록단축하기에는 최적의 상태라 할 수 있다. 다만, 감기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을 할 지 그 땐 알 지 못했다.
평소하던 것처럼 5분 30초 전후해서 출발을 했다. 출발과 함께 만나는 오르내리막은 2~3km까지 이어진다. 그 다음부터는 평지라고 할 수 있지만 첫 출발과 함께 고전을 해서 그런지 이상하리만치 이 구간에서는 기록이 별로 좋지 않다. 5km 쯤 지나자 하프 선두 그룹이 계속 지나치고, 평촌마라톤의 전진희도 순식간에 나를 추월한다. 조만간 서브3도 가능할만한 스피드다. 10.55km에서 1차 반환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살짝 양말이 젖을 정도로 내리다가 멈춘다. 하프 지점에 1시간 55분으로 통과했고, 조상웅은 하프코스를 1시간 22분에 골인한 후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화이팅을 외친다. 내가 들어올 때까지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라고 이른다.
비는 몇번이나 내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 많던 주자들은 26~27km를 넘어서자 풀코스 주자들만 띄엄띄엄 보일 뿐이다. 2차 반환하고 돌아서자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6분주만이라도 유지하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충분하게 4시간 완주는 가능했으니깐. 문제는 기관지에 진득하게 들러붙은 가래가 발목을 잡았다. 그 가래가 산소의 유입을 방해하고, 영양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여 근육 피로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타이레놀 감기약을 먹고 계속하여 가래를 뱉어내려고 했지만 기관지 위쪽에 있는 것들만 일부 나올 뿐이다.
골인 7~8km 남기고 도저히 안 되겠다. 힘이 들더라도 걷지만 말자고 마음 먹었다. 마지막 2~3km 오리내리막은 그 때의 몸 상태로는 넘사벽과 같은 것이었다. 4시간을 2분 42초 초과한 기록으로 골인한다.
옷을 갈아입는데 마치 천식환자처럼 기침이 나왔다.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세종으로 내려왔는데, 이상하리마치 기침이 잠잠해진다. 3주째 달리기만 하면 기침가래가 폭발하는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