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 10;00
새벽부터 봄을 재촉하는 주룩비가 내리고 뜰 안의 매화가 피었다.
코로나19로 일상을 빼앗겨 가뜩이나 우울한데,
매스컴에선 간신들이 세상을 우롱하는 소식이 연신 들려온다.
TV는 이미 수십 번을 재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십 년 전
촬영한 영화를 내보내고 또 내보내니 참으로 진부(陳腐)한 세상이로다.
예능프로도 진부하기에 요즘 대세인 트로트 프로를 보면 잠깐이라도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끼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스트롯2에서 출연자 한 명의 인생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양지은이 탄탄한 성량과 무대를 휘어잡는 에너지로 부르는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들으며 심장이 잠시 멈추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예선 데스매치(Deathmatch)에서 탈락해 제주도로 귀향 중 학폭에 연루된
상대방이 포기하자, 추가 합격한 '양지은'은 단 20시간의 연습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결승 1라운드에서 1위에 올랐다.
1위라는 성적이 발표되자 20시간의 기적을 만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양지은',
제주출신으로 중학교 때 판소리에 입문해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부가의
이수자가 된 그녀의 애달픈 사연을 알게된다.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한 뒤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판소리를 포기했다는
그녀,
신장에 이어 간암과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힘을 주기 위해
출전했다는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자 오늘따라 더 예쁜 효녀가수로 보인다.
진인사대천명(振人事待天命)이라,
양지은 가수가 효(孝)와 노래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하늘에서 복을 내려주는
모양이다.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그녀가 내친김에 우승까지 하였으면
좋겠다.
12;00
우리나라 역사에는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긴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을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했다.
시인 김지하는 오적(五賊)이란 풍자시에서 재벌, 국회의원, 고위관료, 장차관,
장성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모든 국법을 어기면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희희낙락
(喜喜樂樂)하는 간신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천박하고 뻔뻔해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의 한비자(韓非子)가 오두(五蠹)라는 다섯 종류의 좀벌레를 말하는데,
낡은 이상이나 달달 외는 유가(儒家),
말재주나 부리는 세객(說客),
사사로운 무력으로 국법을 무력화하는 유협(遊俠),
병역이나 세금을 피하는 권문귀족,
농민의 이익을 앗아가는 상공인을 오두(五蠹)로 꼽았다.
지기편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뤄야 하면 반성을 하고 책임을 져야하는데,
가덕도 공항을 내세워 매표를 하니 이들이야말로 백성들의 좀벌레(民之蠹)라,
이 좀벌레들의 아첨과 허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들의 성실하고 정직함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내가 천문은 모르지만 최근 며칠간 된서리가 자주 내려 재이(災異)라 생각했다.
권력자와 간신들이 와언(訛言)을 일삼는 게 다반사가 된 세상이라,
암군(暗君)아래 온갖 간신들이 들끓으니 만물이 아우성치며 한창 자라날 봄에
된서리가 자주 내리는 모양이다.
20여 년 전 시리즈로 방영하던 중국 드라마 '포청천(包靑天)'을 다시 방영한다.
중국 송나라 때 개봉부윤을 맡은 '포증'
그는 인의(仁義), 천리(天理)에 어긋난 자, 국법을 어기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자는 물론 죄를 지은 사람이 높은 왕족이든 관리든 두려워하지 않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며,
심지어는 황제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을 추상같이 엄정하게 집행을 해 황제와
백성들에게 신임을 받았다.
또한 특정사안에 대해 황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흠차관(欽差官)으로도
활약하며, 황제로부터 작두 세 개를 승인받아 죄인을 처벌하는데 사용하였는데
용작두는 황족용이요, 호작두는 고위 공무원, 개작두는 서민용으로 가차없이
형을 집행한다.
양지은이 선자수복(善自受福)이라, 스스로 효와 선을 행해 그 복을 받고 인생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듯이 권불십년(權不十年) 또한 만고의 진리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권력도 인과응보(因課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이요,
민심 또한 여반장(如半掌)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간신들이 악자수죄(惡自受罪) 즉 스스로 악을 행해 그 죄를 받을지어니,
권력에서 벗어나면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가.
또한 참담한 심정으로 간신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떠한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낼까.
창밖에선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100mm이상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하였으니 한참 더 내리겠지.
오늘에서야 겨우 핀 매화꽃잎이 주룩비를 맞고 떨어지면 어쩌나,
유리 창문을 씻어 내리는 빗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매화꽃잎을 걱정한다.
2021. 3. 1.
석천 흥만 졸필
카페 게시글
느림의 미학 (석천 흥만)
느림의 미학 611 역전 드라마
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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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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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옛말도, 최근에는 인명재처(人命在妻 :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있다)와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리라)로 바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