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7년간 에이스로 군림했다. 2013년 LA다저스에 입단하여 현재 선발 투수로 활약중이다.
3회 2사에서 마이크 트라웃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1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리그 최고의 타자와 다시 맞서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1회에 이어 3회에도 트라웃은 6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고 결정구로 안쪽 높은 곳으로 향하는 컷패스트볼(커터)을 던졌는데 슬라이더처럼 꺾여 들어가는 바람에 헛스윙 삼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5회 2사 1,3루 상황에서 다시 등장한 트라웃. 3-1로 앞섰지만 트라웃에게 안타나 홈런을 허용하면 단숨에 역전이 될 수도 있어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6구째 바깥쪽에 걸치는 백도어성 커터를 던졌습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말았습니다. (마이크 트라웃은 LA 지역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뛰어난 구위를 높이 평가하며 3타석 모두 다른 슬라이더가 들어왔다고 표현했다. 트라웃이 슬라이더로 느낀 두 차례의 결정구는 커터였다.)
기록적으로는 그동안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통산 10타수 무안타 4삼진) 그렇다고 해서 단 한 번도 그를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의 실투로 많은 걸 잃게 하는 위협적인 선수라 더 집중하고, 더 신경 써서 던지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2회 말 콜 칼훈에게 허용한 피홈런은 잘 맞긴 했어도 그 공이 홈런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펜스를 넘어가기엔 다소 짧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홈런이 됐을 때 조금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이고요.
올시즌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을 낮추기 위해 스프링캠프 동안 (윤)석민이 형이 알려준 슬라이더를 연습하기도 했지만 슬라이더 구사를 접은 다음부터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비중을 높였습니다. 물론 올시즌 처음 적용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좌타자를 향해 체인지업을 구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제 콜 칼훈을 상대로 3구째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한 것처럼 제구가 안 될 경우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았던 것이죠.
올시즌에는 좌타자 상대로 안쪽 바깥쪽 가리지 않고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고, 구속을 조절하면서 재미있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경기에서 가장 큰 위기는 6회 2사 1,2루 상황이었습니다. 세사르 푸엘로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후 조나단 루크로이가 타석에 들어서자 허니컷 코치님께서 경기의 흐름을 끊으려 나오셨습니다. 최근에는 위기 상황에서 코치님이 나오신 적이 없었는데 코치님 시각에는 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신 듯 했어요. 전 타석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안타를 허용한 루크로이에게 어떤 공을 던질지, 볼배합 관련해서 의견을 전달하신 다음 마운드를 내려가셨습니다. 결국 루크로이에게 빠른 공 대신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을 던지다 마지막 6구째 던진 커터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이닝이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6구째 공은 조금 빠진 공인데 스트라이크를 선언해줘서 속으로는 ‘땡큐’했습니다.
어제 에인절스타디움은 굉장히 무더웠습니다. 그래서 유독 땀을 많이 흘렸더니 그 모습을 보고 체력적으로 지친 게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체력은 여전히 괜찮습니다. 김용일 코치님께서 열심히 관리해주고 계셔서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통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제 스승이셨던 이호영 전 창영초등학교 코치님께서 인터뷰를 통해 제가 운동장 10바퀴도 버거워해 7바퀴 돌고 말았다고 말씀하셨는데 10바퀴가 아니라 30바퀴씩 뛰었습니다. 30바퀴씩 뛰다가 너무 힘들면 한두 바퀴 빼먹었고요.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습니다. 코치님, 사랑합니다. 한국 들어가면 인사드릴게요.
<자신이 달리기를 못한 편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류현진의 항의(?). 류현진이 언급한 기사는‘떡잎부터 남달랐던 류현진의 야구 성장기’관련 내용 중 일부분이다. 사진은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과 대화를 나누는 허니컷 코치의 모습.(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