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님의 염려와 생각들이 어두워질수록 더 또렷하고 절실하게 다가
옵니다.
나이들어 가니 온갖 세상사 온갖 소동, 소음을 멀리하고 다 놓아 버리고, 오로지 남은 여정에만
집중하며 나아가자고 다짐하며 지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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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것, 멸공? 왜 지금 말하는가?
멸공없이는 선도국가로의 도약도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는 선진국들을 기민하게 뒤쫓는 추격국가이자
전술 국가이자 지식 수입국으로서 세계가 경탄할 만한 성취를 이뤄냈다. 그러나 축배의 시간은
끝났다.
정해진 정답을 향해 질주하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세상에 없던 지식을 창조하는 선도국가, 전략 국가, 지식 생산국가로 도약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고점이 곧 추락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단단한 주춧돌은 단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사유의 힘은
상상력을 낳고, 상상력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사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전제가 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사유와 질문이 확고한 독립적
주체성에서 비롯되듯, 국가라는 유기체 역시 내부적으로 통합된 주체성을 확립해야만 비로소 미래를
향한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이 분열된 주체가 주체적 사유를 할 수 없듯이, 가치관이 쪼개진 분열된 국가는 결코 도약의
에너지를 모을 수 없다.
착각하지 말자. 현재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고 있는 극심한 정치 갈등과 사회적 반목은 다양성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사상적 분열이자 주체성의 상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좌와 우가 더불어 함께 가야 한다거나, 체제를 위협하는 사상까지도 포용해야 한다는
안이한 관용론을 펼친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나온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 좌와 우의
관계를 동네에서 사이 안 좋은 김 씨네와 박 씨네 정도로 여기거나(잘못된 유추의 오류.
(False Analogy), 1차 사회적 사고와 2차 사회적 사고를 구분하지 못하는(범주의 오류.
(Category Mistake) 미성숙이다.
역사 속에서 모든 좌우합작, 좌우 협력은 바로 공산화로 귀결되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지 않는다.” 2023.02.03. 중앙일보)
법철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를 적(Enemy)과 동지(Friend)의 구별로 정의했다.
국가라는 공동체가 생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체제의 실존적 위협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적 이념을 배격하는
것은 편협함이 아닌,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자위권적 조치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적 이념을 가진 자들이 정치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이것을 못 본 체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대하여 사악하거나 나태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칼 포퍼 역시 관용의 역설을 통해 이를 경고했다. 불 관용적인 자들에게까지 무제한의 관용을 베풀면
결국 관용 사회 자체가 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멸공(滅共)의 태도로 선명한 선을 긋는 것은,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이자 헌법적 의무다.
신체의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를 포용하지 않고 단호히 배격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체제 수호의 단호함은 결코 독선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적 에너지를 미래로 결집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국가의 정체성과 가치의 중심축이 단단하게 서 있을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진영 논리라는 맹목적
신념에서 벗어나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사유를 시작할 수 있다. 기초가 흔들리는 모래 위에는
선도국가라는 거대한 집을 지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추격자 함정을 벗어나 세계를 선도하는 지식 생산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는
명확하다.
적당한 타협과 온정주의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적 주체성을 철저히 복원하는
것이다. 체제의 선명성을 확립하고 내부적 분열을 종식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미래를
향해 무섭게 질주할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이 고점이고 동시에
추락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우리에게 멸공(滅共)이 더 옳다.”는 글을 쓴 이유다.
-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
-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