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노인들을 대상으로 응모한 짧은 글 당선작 **
2024년 1월 19일에 발표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을 까먹었네
병원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자명종 울리려면 얼마나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알았다.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
다시 앉는다.
분위기 보고
노망난 척하고 위기를 넘긴다.
자동응답기에 대고
천천히 말하라고 고함친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약에 찌들려 산다
경치보다 먼저 화장실이
신경쓰이는 관광지
손을 잡는다.
옛날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이제 완전히 백수가 된 우리 부부입니다.
하루 24 시간 365 일 쌍둥이 처럼... ㅎㅎ. ㅠㅠ
모든 사람들은 은퇴 후에 여행을 희망한다고 하지만
사실 은퇴 후에는 우리 몸의 관절들이 노화 되었다며 협조를 하지 않습니다.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합니다.
다행이 저희 부부는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 덕분에
여행만은 후회없이 하며 살았기에
그나마 그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에게 지금 여행이란... 그림의 떡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손을 꼭 잡고 걷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사이가 좋은 줄 알테지만, 사실은 ㅎ
그리고 어느 곳을 가던지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OLGANIC (무농약) 만 찾는 남편도 복용하는 약이 아침 저녁 한웅큼입니다.
물론 저도 역시!
요즘 전화는 모두가 자동응답기인데
YES, NO 로만 대답해야 하는데 우리 남편은 길게 묻거나 설명을 합니다.
자동응답기는
" SORRY, I DON'T UNDERSTAND WHAT YOU SAID."
(미안합니다. 알아 들을 수 없습니다)
통화 중 알려주는 전화번호을 적으려고 종이나 펜을 찾다가
들은 번호는 까먹어 적지도 못하고 통화는 끊어지고.
언제나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이 깨지만
알람이 울릴 때까지 기다리고 누워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100 퍼센트 정확히 맞는 겁니다.
남편이 출근을 해야 모든 일을 하던 습관으로
남편이 집에 있으니 집안 일이 얼른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걱정이구요.
누가 말했습니다.
인생의 주소는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인 것을...
약병이 꽃병으로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참 고마운 세상입니다.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