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사람들과 채팅을 하면 딋골이 땡긴다. 표현에서 과장이 심해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그녀의 사진만 보면 전혀 의사로 보기 힘들다.
그녀에게 나는 한국은 지금 6시인데 거기는 몇 시냐고 한 100번은 물었다. 대답을 안 하길래 너 아프간이 아니라 토성에 살지?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읍소 끝에 겨우 답을 들었다. 아프간과 한국은 4시간 반의 시차가 나는데 한국이 빠르다.
Good evening my good friend, how are you and your wonderful day today? I hope fine 이런 식이다. 안녕 내 멋진 친구? 어떻게 지내? 오늘 너 굉장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 라고 묻는다. 무슨 굉장한 하루씩이나?
이 사람만이 아니라 나와 채팅했던 모든 영어권 사람은 이런 말잔치로 대화를 시작한다. 또 난 긍정적으로 인사를 받으면 두드러기 나잖아. 난 삐딱이잖아. 오늘 하루 어때라고 물어오면 나는 지루해 라고 대답한다. 난 그녀들에게 시한폭탄이라도 던졌을까?
그녀들은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깜짝 놀란다.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거냐고 호들갑이다.
하지만 별일이 있을까? 난 단지 너무 포지티브한 대답만 지향하는 입장.
잘 지낸다, 굿이다, 이런 대답은 내겐 너무 식상하고 가식적이다. good, great, wonderful로 시작하면 사교에서 반은 먹고 들어갈 텐데도 난 어쨌든 튀고 싶어 안달이지. 내가 앓고 있는 불치의 병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했던 그녀 말이야,
Good evening my good friend, how are you and your wonderful day today? I hope fine.
난 아직 그녀의 멘트에 답을 해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된다. 이 글을 쓰느라 그녀의 카톡을 열지 않았다면 난 계속 잊고 있었을 터.
....wonderful day today? 그녀가 이렇게 물었으니 이젠 대답을 해야겠지? 아마 그녀는 내가 자기에게 싫증을 느끼고 답을 안 하는 거라 여길지 모른다. 내가 답을 안 하면 여기서 그녀와 나는 끝이다. 채팅앱엔 정말 시기꾼들이 많다. 그녀도 혹시 의사가 아닌데 의사라고 하는 건가 싶었는데 병원 내 사진을 보내왔었다.
이건 의사가 아닌 또다른 사람과의 예이다. 오늘 너의 하루가 어때, 라는 인사에 나는 또 지루하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이런 글을 보냈다.
그것은 삶을 관리하는 관점에 달려있다. 지루하게 하지 않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너는 인생을 지루하게 만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녀와의 채팅은 매우 비참했다. 무슨 말을 해도 내가 싫은 것이다.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그렇게 유화적인 제스춰를 써도 되돌리기 힘들다.
한국을 새로이 정립한다. 일본과의 수출규제에서도 느꼈듯 한국의 위상이 일본과 매우 비슷해졌음을 느낀다. 아베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여전히 몰랐을 거 아닌가. 전쟁국가로 가기 위한 하나의 교두보인 지소미아도 우린 종료했다. 뿐아니라 우린 한국에 뿌리내린 전범기업까지도 추려내었다. 이에 가만 있을 일본인가? 일본은 더 강력한 보복을 위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다.
아 물론 새 내각의 구성이 전적으로 우리를 타격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겠지?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외국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한국과 한국 문화가 사랑받고 있음을 난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랑하고 향유하고 싶어하고 공유하고 싶어한다.
캐나다 출신이면서 미국에서 15년을 살고 있는 kim은 한국의 글이 너무도 아름답다고 했다. 아니 대체 한글도 모른다면서 한국어의 아름다움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느꼈던 걸까? 그리고 어떤 사람은 한국인의 눈이 정말 매력적이라며 한국의 아이를 꼭 낳고 싶다고 했다.
나는 폐드립을 쳤다. 나하고 결혼하자고.
한국의 연예산업만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 한국의 거리, 한국의 관광지, 한국 화장품, 한국의 레트로, 한국의 메트로, 친절한 한국인 등 한국은 광의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음식점에서 지갑을 두고 나왔다가 몇 시간 뒤에 가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라는 경험담이 정말 많다.
그리고 지하철 등등 공공장소에서 터지는 wifi등등. 한국의 매트로처럼 쉽고 편리하고 저렴한 곳이 과연 지구상에 있을까 싶다. 너무도 저렴하고 너무도 편리하고 너무도 빠르다. 한글을 몰라도 색깔과 화살표만 따라가면 세 살 아이도 찾아갈 정도로 쉽게 만들어놓았기에 그렇다. 난 외국의 지하철이 환승이 너무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한국은 적어도 몇 가지에선 전체주의 국가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나 대중교통이 저렴할 수가 있나, 그말이다.
그러니까 버스회사, 지하철공사가 지속적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버스회사들은 정기적으로 분규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화물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기업을 위해선(다수를 위해선) 암묵적으로 너네들이 손해는 감수하라는 뜻이다.
한국은 최대 다수의 국민을 볼모로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직업군이 많다. 그중 하나가 메트로인 것이고. 그러나 역으로 외국인들에게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저렴하고 깨끗하고 죽여주는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체주의로 가는 길에 공리주의가 있나 아니면 공리주의의 길에 전체주의가 있는 건가?
샌덜의 기차가 오버랩되지 않는가. 이리 가면 한 명을 죽이게 되고 저리 꺾으면 다섯을 죽이게 되는바 가령 한 명을 치게 되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 하나의 생명이 나머지 다섯의 생명과 바꿀 민큼 귀중하지 않다는 것일까? 오늘날 지구상에서 전체주의가 통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아베를 보며 히틀러의 재림이라 생각했다. 과연 그렇게 얘기하는 언론들도 꽤 있었다.
카카오톡이 외국에도 대중화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 앱 치우고 카카오톡에서 토크하자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제발 한국어 좀 가르쳐달라는 애원도 많았다. 노래를 하나 녹음하여 보내줬더니 그녀는 대뜸 한국 노래 drunken truth를 불러달라고 했다. 아니 김동률 노래도 좋아한다는 거야? 싫다고 했더니 계속 시도를 해보란다. 강요하지 마. 이 말을 보낼지 말지 한참 고민했다. 상대가 크게 받아들일 소지가 있었기에.
끝내 dont force me 라고 보냈고 그 한 마디에 그녀와 나는 끝이 났다.
첫댓글 웰컴 유어컴백~~~
thank u
아프카니스탄에서 근무한다는 여자미군은 도대체 몇명일까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ㅋㅋ
헐 동지가 나타났다~~~~
ㅎㅎ 웰컴 투, 플레이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