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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아니
정인과 승무원.
정인: 없는 게 아니라 아저씨 저기요!
정인, 환유를 발견하고 창밖을 가리킨다.
승무원: 아이 참
환유가 택시에서 얼굴을 내밀고 웃은 채 손지갑과 열차표를 들고 흔든다.
환유: 여기요! 이거, 워!
씬 17. 국도.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정인과 승무원의 모습.
씬 18. 카페.
카페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 걸고 있는 정인.
정인: 죄송해요, 교수님. 네 지갑은 찾았어요. 다음 기차로 바로 갈 거예요. 예, 이따 뵙겠
전화 끊고 카페를 향해 걸어가는 정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인.
으로 다가오는 정인을 일어서서 맞이하는 환유.
환유: 안 혼났어요?
정인: 네.
환유: 커피가 식은 것 같은데 다시 시킬까요?
정인: 어으, 아니예요.
정인, 자리에 앉으며.
정인: 더운데요. 뭐.
쑥스러워하는 환유의 표정.
환유 너머 정인.
정인: 암튼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지갑 잃어버리고 다시 찾은 건
정인 너머 환유.
정인E: 이번이 첨이거든요.
환유: 이 꽃, 역에서 가져오시는 거죠?
정인, 반가운 얼굴로.
정인: 어머, 아시네요? 어떤 사람이 나눠주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해요. 이 화분을 받기 시작 한주의 시작이 즐거워졌거든요.
환유 얼굴.
환유: 그래요?
환유 바라보고 있는 정인.
정인: 근데 음료수 한잔 갖고 보답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환유 빙그레 웃으며.
환유: 아, 안 돼죠.
정인, 웃으며 쳐다보며.
정인: 어머, 그럼 어떡해요?
정인 바라보고 환유.
환유: 수목원에 한번 놀러 오세요.
환유 바라보는 정인.
정인: 수목원이요?
환유 얼굴.
환유: 네.
씬 19. 국문과 사무실.
혼자 남은 정인, 책상 위에 놓인 화분을 기분 좋게 바라보다가 옆 에 옮겨놓는다. 그대 들어와 정인 앞에 리포트를 내미는 여학생.
여학생: 언니!
정인: 어, 수영이 왔니?
여학생: 늦어서 죄송해요, 리포트.
정인: 그래, 다음엔 좀 빨리 내라.
여학생: 꼭 제때 낼게요. 근데, 언니 오늘 되게 좋은 일 있나 봐요?
정인: 그래 보이니?
여학생: 네.
씬 20. 수목원 잣나무길.
정인과 환유가 길 저쪽에서 걸어오
환유: 여기는 잣나무숲이구요, 그 다음이 전나무숲이예요. 저기, 저기 보이는 게 이기다 소나무예요.
정인: 네.
환유: 혹시 소나무하고 전나무하고 어떻게 다른 줄 아세요?
정인: 아니요.
환유: 소나무는 잎이 이렇게 두 개씩 나고요, 전나문 다섯 개씩 나요. 으음 냄새 좋죠?
정인: 네. 연구소라고 해서 책상 앞에서 컴퓨터나 두드리며 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울타리 너머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
환유: 여기가 다 우리 연구소이자 실험실이죠.
정인: 어머, 저건 무슨 꽃이 예요?
환유: 어, 저 꽃이 여기 피어있네.
개부랄 꽃 너머 정인과 환유.
정인: 뭔데요?
환유: 저 발음하기가 좀 곤란한데 개 개부랄 꽃이요.
정인,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환유, 계면쩍어 따라 웃는다.
숲속 벤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
정인: 그 많은 나무며 꽃 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세요?
환유: 사람하고 똑같아요. 사람을 얼굴 한번만 보고 이름을 기억 못하잖아요. 밥도 먹고, 술도 좀 마시고 그러는 것처럼 나무들도 똑같아요. 자주 보고, 인사하고 그러면 아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죠.
이때, 그들 뒤쪽 길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관리인 병일,
잠깐 멈춰 서서.
병일: 우리 수목원에 오신 걸 환영합
환유와 정인, 돌아보더니 일어난다.
정인: 안녕하세요.
병일: 조환유씨를 찾아온 여자 분이 있다길래. 거,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환유: 너머 가시는 길이세요?
병일E: 네.
병일의 모습.
병일: 거 괜히 국비유학 떠날 사람, 가슴 설레게 안 됩니다!
아웃되는 병일, 남는 두 사람, 잠시 서로를 어색하게 본다.
환유: 다녀오세요.
병일E: 네.
씬 21. 수목원 입구.
두 사람, 걸어오
환유: 9월 학기에 맞춰 나갈 예정이었는데.
멈춰서는 두 사람.
환유: 사실은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정인과 환유.
정인: 왜요? 좋은 기회 같은데
장대비가 쏟아 붓기 시작한다.
환유, 정인의 손목을 낚아채고 달리기 시작한다.
환유: 손잡아요. 뛰어요!
씬 22. 교외버스 정류소.
정인, 환유가 비속을 달려와 시외버스 정류소에 들어간다.
정류소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
서로 어색하게 있다가 환유가 정인 옆에 앉는다.
환유: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더 오세요. 제가 잘 안내해 드릴게요.
정인: 아버진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재혼해서 이민 갔구요.
환유: 미안해요. 사실은
환유 바라보고 있는 정인.
환유: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우린 비슷한 게 많네요.
정인 너머 환유.
환유: 저는 문제가 생겨도 상의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땐 늘 이 동전을 던져요. 그리고 나머지 선택은 잊어버리는 거죠. 우리, 이 동전에다.
환유를 바라보는 정인의 표정.
환유: 운명을 걸어볼까요?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화유: 자, 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나는 정인 씨하고 결혼하는 거고
환유 너머 정인의 황당한 표정.
환유: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난 예정대로 유학을 가는 겁
뭐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동전을 던지는 환유.
던져지는 동전을 바라보는 정인의 어리둥절한 표정.
손등 위에 동전을 엎어놓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환유.
환유, 천천히 손등을 치워보면 동전 앞면(그림)으로 내려앉아 있다.
손등 위의 동전을 바라보는 정인의 표정.
환유, 미소를 지으며 정인을 본다.
정인, 픽 웃으며 환유를 쳐다본다.
정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환유의 표정.
씬 23. 국문과 교수실.
동전 하나를 만지자 거리며 환유의 흉내를 내고 있는 정인.
정인: 이 동전에 운명을 한번 걸어볼까요?
동전을 던져 받으려다 넘어지는 정인.
씬 24. 정인 집.
전화벨 울린다. 그 잠이 깨어 전화 받는 정인.
정인: 여보세요?
환유E: 정인씨?
정인: 예, 누구세요?
환유E: 저, 조환윤데요.
정인: (스탠드 켜며) 네
환유E: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요. 지금 빨리 수목원으로 와 주실 수 있겠어요?
정인: 이 시간에요?
환유E: 제가 지금 모시러 가겠
정인: 여보세요, 여보세요
씬 25. 새벽 길.
한산한 도로를 달리고 있는 택시.
택시 아예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
씬 26. 수목원.
숲속의 수목들 너머로 달리는 환유와 정인.
숲속을 달리는 두 사람.
숲속의 새벽의 안개 속을 헤매는 두 사람.
환유: 여기다.
금강초롱의 무리.
환유와 정인, 금강초롱꽃을 쪼그리고 앉아 보
환유: 금강초롱 이예요.
정인: 금강초롱이요?
환유: 네, 초롱처럼 생겼잖아요. 이거 점봉 산에서만 자생하는 꽃요. 오늘 새벽 산책하다 우리 수목원에서 제가 제일 먼저 발견한 거예요. 아, 금강초롱이 천연기념물이라고 내가 얘기했나요? 이게 무지 귀한 꽃이거든요. 정인씨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씬 27. 수목원 잔디밭 결혼식.
꽃에서 지미 집으로 들어가면 원예수목원 잔디밭에서 이뤄지는 소박한 결혼식.
정인, 환유: 나 조환유와, 나 이정인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합나 이정인과, 나 조환유는 거친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상인처럼, 푸른 풀밭을 찾아가는 목자와 양떼처럼, 영원히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합
정인의 손가락에 18금짜리 링을 끼워주는 환유.
반지 끼워지는 손을 바라보는 정인의 행복한 표정.
환유의 표정.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어머니와 병일이 박수치고 키스하자 꽃가루를 뒤집어쓰는 정인과 환유.
명호와 명호처가 박수, 꽃가루, 눈가루 뿌리고 정인, 환유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씬 28. 환유의 신혼집.
괘종시계를 바닥에 놓고 닦고 있는 정인.
환유: 이것 좀 도와줘야겠는데.
정인: 환유씨. 잠깐만!
어설프게 늘어놓은 도배지가 노란색을 칠하고 있고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두 사람.
서로의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보고 가리키며 웃기도.
티셔츠에 붓으로 글씨 쓰는 환유.
환유가 하얀 티셔츠를 정인에게 보여주더니 나간다.
정인이가 주방 싱크대를 청소하고 있고 그녀 저쪽으로 창가에 환유가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게 보이고 환유가 말끔해진 거실의 벽에 괘종시계를 걸고 밥을 주어 작동시킨다. 그걸 보고 주방에서 씻고 있는 정인에게 다가가 키스. 창문을 통해 카메라가 빠져 나와 지붕 위를 보여주면 국기게양대에 티셔츠 깃발이 펄럭인다.
'정인 이와 환유네 집'
씬 29. 관사 침실.
두 사람,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환유: 무슨 생각해?
정인: 환유씨, 후회 안할 자신 있어?
환유: 뭘?
정인: 나 때문에 너무 큰 걸 포기한 것 같아서.
환유: 유학, 미련 없어. 나중에라도 난 숲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뭘.
정인을 바라보는 환유.
환유: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는 이정인하고 같이 살 수 있다는 거니까.
정인 표정.
정인 너머 환유.
환유: 내일부턴 새 날이다. 어제까진 당신과 나 각자의 날이었지만 내일부턴 우리의 날이 되는 거야. 나 노력할게. 학교에 계속 남아서 공부하고 싶다는 이정인의 소망도 같이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게.
정인과 환유 껴안는다.
정인: 고마워, 환유씨.
정인, 환유에게 입 맞춘다.
씬 30. 침실.
정인, 잠에서 깨어나 보면 환유 보이지 않는다.
씬 31. 관사 마당.
정인, 거실 창밖으로 얼굴 내밀며 환유를 불러본다.
정인: 환유씨! 환유씨!
환유E: 어!
정인: 환유씨!
환유E: 어, 여기!
정인: 뭐해?
정인의 시점으로 뒤뜰의 모퉁이를 막 돌려는데, 환유가 불쑥 나타난다.
환유: 오늘, 월요일이지?
환유너머.
정인: 응, 왜?
환유가 뒤뜰에 감추고 있던 화분상자에서 작은 꽃화분 하나를 골라 들더니 정인에게 내민다.
정인: 이게 뭐야?
정인너머 환유, 정인에게 화분을 건네주며.
환유: 이거 직접 주고 싶었어.
환유너머 정인, 꽃화분을 받아들고는 말을 잃는다.
정인너머.
환유: 이 화분을 너무 기쁘게 받아가는 당신을
환유너머 정인의 얼굴.
환유: 보는 게 얼마나 좋던지 그래서 직접주고 싶었어.
정인: 그럼 환유씨가 그 기차역에서?
정인 너머.
환유: 역장님한테 부탁했지!
환유의 가슴을 두드리는 정인.
정인: 당신이었구나! 당신이었구나!
씬 32. 교수방.
노크와 함께 정인, 꽃화분 들고 들어온다.
교수: 어, 들어와. 그래, 여행은 잘 다녀왔어?
정인: 예. 집 정리 하느라고 바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 사람이랑 곧 한번 찾아뵐게요.
교수: 그래. 자네, 시집갔다고 교수 되는 꿈 포기안 돼!
정인: 네, 교수님.
씬 33. 관사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삐삐주전자가 끊는다.
정인, 거실에서 공부 하다가 주방으로 가며.
정인: 저 삐삐주전자는 너무 성능이 좋은 것 같아. 집 무너지겠다!
커피 타는 정인의 손.
정인, 거실 탁자 앞에 커피 잔을 가져와 앉는다.
환유: 여기서 학교는 다닐 만 해? 힘들지 않아?
커피마시며 환유 바라보는 정인.
정인: 응, 괜찮아.
정인 얼굴.
정인: 난 아무래도 기차랑 인연이 깊은가 봐.
환유, 정인 얼굴을 한동안 바라본다.
환유너머.
정인: 왜?
정인 너머.
환유: 모든 게 다 신기해서.
정인, 본채 미소.
환유 얼굴.
환유: 으, 맛있다.
씬 34. 관사 마당.
길에서 파는 나무주걱을 하나 산다. 때수건도 하나 사고.
상인: 골라 보세요.
정인: 아, 이거 사야 되는데.
환유: 야, 별거 다 있다
정인: 아저씨, 이건 얼마구, 이건 얼마예요?
상인: 천 원 씩이예요.
정인: 똑같아요?
환유, 정인: 어쩌구, 저쩌구
씬 36. 어느 중고가구점 앞.
중구가구점 앞을 지나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멈춰서는 두 사람.
정인: 환유씨, 이거 어때? 색깔 너무 이쁘지 않아?
환유: 물어봐. 비쌀까? 신발장도 있구.
정인: 저거.
환유, 같은 것 가리킨다.
씬 37. 관사.
낑낑대며 의자를 들여놓는 환유와 거드는 정인.
환유: 으차. 잠깐만 조심조심 조심.
환유: 넣고 마라 이거 됐어?
정인: 조심!
씬 38. 관사 안.
왕처럼 버티고 앉은 등나무의자에 앉아보는 환유.
환유: 어때?
정인: 근사해. 왕 같아.
환유: 당신 한번 앉아 보구려.
정인: 어때?
환유: 잘 어울리는데? 여왕 같아.
정인: 비행기 태우지 말구 옥새나 줘.
환유: 뭘 달라고?
정인: 옥새! 여왕은 이제부터 빵꾸난 한 달 생활비, 뭘로 때울건지 고민해야 된단 말이야.
환유: 이거 도로 갖다 무를까?
정인: 아니 우리 너무 웃긴다. 우리 두 시간동안 시장 돌면서 산 게 겨우 요거야. (나무주걱과 때수건)
이때 주방에서 삐삐주전자 이상한 운다.
삐삐 주전자, 꽥꽥 거리는 것이 딱 오리다.
정인, 환유를 쳐다보면 웃음을 터뜨린다.
환유: 집 무너진다고 해서 고친다고 고쳤는데 왜 저 모양이냐.
씬 39. 마당.
현관문을 나와 출근하는 환유. 정인 따라 나온다.
환유: 오늘 학교 안가지?
정인: 응. 잠깐 손수건!
환유: 들어가 그만.
정인: 나도 따라가고 싶다.
환유: 들어가.
정인: 다녀와.
환유, 보다가 돌아와 포옹하고 간다.
환유: 갔다 올게.
씬 40. 수목원 연구실.
환유와 서너 명의 연구원들, 에서 회의 중이다.
환유, 문득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본다.
놀란 환유, 창에서 눈을 못 떼는데.
원장: 말씀해 보세요.
연구원E: 우리 수목원에서는
정인, 도시락을 흔들어 보이며 환유에게 키스를 보낸다.
정인에게 키스 보내다가 당황하는 환유.
직원들 그걸 보고 뭐가 있나 모두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씬 41. 수목원 초원.
정인이 가져온 점심을 풀어 놓는다.
환유는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그런 정인의 모습을 찍는다.
정인: 그만하고 먹자.
환유: 이쁘다. 다 됐어.
정인: 자, 김밥.
환유: 여기 보구.
환유가 비디오카메라를 향해 김밥을 하나 들어 보인다.
환유: 이 정인이 싼 김밥!
정인
환유: 이정인, 김밥 싸는 연습은 더 해야 되겠다. 나니까 먹는다, 나니까.
정인: 정말?
흘기는 정인. 문득 깡통 하나를 열려다 안 괘자.
정인: 이거 안 열려.
환유: 줘봐, 뭔데 이거?
한유가 그것을 어렵게 여는데, 거기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스프링 장난감.
씬 42. 초원.
넓은 초원에 소나무 하나가 서있다. 환유와 정인, 들어선다.
정인과 환유.
환유: 자, 인사해. 인사!
정인: 안녕하세요. 이 정인입당신은 누구세요?
환유: 조환유입
정인: 환유라고?
환유: 내 이름을 따서 환유야! 몇 살이나 먹었을 것 같아?
정인: 한
환유: 4만 천 살!
정인: 4만 천 살이 어디 있어?
환유: 얘도 나랑 동갑이야.
환유 너머 정인.
환유: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던 해에 심으셨거든.
정인: 아버지도
접속 1
8
동현 역: 한석규
수현 역: 전도연
은희 역: 추상미
태호 역: 박용수
기철 역: 김태우
희진 역: 강민아
씬 1. 영화관 전경/밤.
평일 밤 한산한 극장 앞. 비가 내리고 있다. 극장 문을 조용히 열고 나오는 수현. 비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가 끝났는지 쏟아져 나오는 관객들. 사람들을 피해 옆으로 비켜서는 수현. 우산을 꺼내 쓰고 가는 사람들. 여자에게 웃옷을 벗어 씌워주는 남자. 막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동현이 나타난다. 두 사람 출입문에 나란히 서지만 한 번도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그대로 담배를 던지며 수현을 지나 거리로 나가는 동현. 빗줄기를 보던 수현도 결심한 듯 핸드백을 머리에 올리고 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빠져나간 공간으로 빗줄기가 뿌옇게 더욱 짙어진다.
암전 위에 MAIN TITLE.
씬 2. 타이틀 몽타주/밤.
(스튜디오)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접속되었다는 안내문이 뜬다. 음악이 시작된다. ON AIR에 불이 들어와 있고 릴테입을 거는 동현의 손. 프린트 되어 나오는 신청 메시지들. 돌아가는 CD플레이어. 음향 계측판의 불빛들. (거리)
비 오는 도심의 심야. 한산한 거리와 물을 가르며 달리는 차들. 광고들이 지나가는 전광판들.
(스튜디오)
원고를 읽어보며 표시를 하는 진행자. 프린터에서 막 뽑은 신청 메시지들을 읽으면서 부스안으로 들어가는 은희. 엔지니어에게 뷰스티를 설명하고 있는 동현. PC에 올라오는 신청 메시지들.
(도시풍경)
동현의 프로가 비 오는 도심의 이곳저곳에서 라디오를 통해 들려온다. 편의점, 주유소, 신문보급소, 정차해 있는 택시 안.
(스튜디오)
부스 안에서 신청 메시지들과 큐시트를 뒤적이며 보던 진행자.
진행자: (토크벨로) 비도 오는데 뭐 찡! 한 음악 없을까요?
은희: (동현에게) 오늘은 신청곡 좀 많이 받을까요?
동현: 비하고 관계있는 것들로 골라봐.
이때 큐시트를 보던 진행자.
진행자: (놀란 듯) 오늘 20분짜리 곡 나가요?
동현이 대답 대신 그렇다는 신호를 보낸다.
동현: (엔지니어에게) 2부에 20분짜리 곡 나가니까 전 CM을 조금 빨리 보낼게요.
엔지니어: 20분……. (고개를 갸웃하며) 너무 긴데…….
(도시풍경)
달리는 차안에서 보는 듯 지나가는 도시 풍경들.
(스튜디오)
진행자 동현의 사인을 보고 있고 음악이 끝난다. 동현의 시작 사인이 떨어진다.
씬 3. 방송국 회의실/낮.
창 밖 도심의 풍경이 보인다.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세어 들어오는 창가에 동현과 태호가 나란히 서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고 있다.
태호: Good News, Bad News 뭐부터 들을래?
동현: Good News도 있어요?
태호: Good News는 어제 음악선곡 완벽했다는 거고……. Bad News는 그 음악 때문에 데스크에서 이걸 잘라 말아 고심 중이라는 거지. 근데 왜 괜찮은 음악은 그렇게 기냐?
동현: 5분짜리 노래만 선곡할거면 PD가 왜 필요합니까?
태호: (걱정된다는 듯 농담처럼) 5분짜리만 선곡하라고 있는 거야! 타이밍이 안 좋았어. 요즘 심야프로가 주목받는 때잖아.
동현: 노래 한 곡이 그렇게 심각한 겁니까?
태호: (달래듯) 원래 윗사람들 이란 게 개편 때만 심각하잖니. (심각해지며) 어쩌면 이번 개편 때 없어질 수도 있어.
동현: (불평하듯) 심야프로 질 높이라면서도 청취율은 포기 못하죠. 그러니까 곡은 안들이고 시간만 재고 있는 겁니다.
화나는 동현 담배를 꺼내 문다. 흥분되는 감정을 누르고 있다. 한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켜주며.
태호: 타협하기 싫다고 프로 없앨 거야?
불을 붙이고는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동현, 깊이 한 모금 빤다.
동현: 장수 프로 만들려고……. 색깔을 죽일 수는 없어요.
태호: (웃으며) 그래. 나도 너만 할 땐 그랬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은 어떻게 넘겨보겠지만 개편 때는 반드시 문제가 될 거다. 은희가 감각이 있으니까 뭐 재밌는 코너나 좀 만들어봐.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는 태호.
씬 4. 방송국 사무실/낮.
동현 들어서면 사람들의 시선이 동현에게 집중된다. 은희가 동현을 발견하면서 말한다.
은희: (불평하듯) 그것도 안 된대요? 촌스러워 정말…….
은희 말에 별 응답 없이 들고 들어온 종이컵 커피를 내려놓고 자기자리 앞에 선다. 은희가 원고를 내민다.
은희: (동현의 눈치 살피며) 어떻게 됐어요?
동현: (원고를 받아들며) 매일 부딪치는 일이야. 신경 쓰지 마.
은희: 다음 개편 때 없어진다는 말이 있어요.
동현: (대본을 넘겨보며 태연하게) 개편 전엔 늘 그래. 왜 걱정돼?
은희: 제가 맡은 지 한 달 밖에 안됐어요. 작가한텐 좋지 못한 경력이에요.
동현: (은희를 보고는 대본을 들고 일어서면서) 자료실에 있을 거야. 진행자 오면 그쪽으로 연락해.
은희: (동현이 들으라는 듯) PD가 잘리는 경우란 없으니까…….
동현 은희를 본다. 은희 할 말을 해 놓고도……. 조금 주저하는 표정 그러다 분위기를 바꾸듯……. 동현 나가려고 하는데 은희가 동현을 막는다.
은희: 잠깐만요!
은희 자기자리 위에 놓여있던 포장된 봉투를 들고 와 내민다.
은희: 어떤 여자 분이 수위실에 맡겨놨대요. 드리면 아실 거라고 했다는 데요?
동현의 이름만 적혀있는 봉투. 뜯으면 나오는 음반. 순간 심각한 표정이 되어 음반을 뒤집어 보는 동현. 잉크가 엎질러진 자국이 있는 음반 재킷. 동현의 표정이 흔들린다.
동현: 이게 다야? 다른 거 뭐 없었어?
은희: 뭐가 더 필요해요?
고개를 저으며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은희. 이때 책상 유리가 스탠드 조임 쇠에서부터 쩍 갈라진다. 갈라진 가지틈새가 미세하게 퍼지는 유리.
씬 5. 도서관 앞/밤.
고여 있는 빗물을 가르고 차 한대가 선다. 차에서 급히 내려 열쇠로 차문을 잠그는 수현, 불쑥 다가선 기철이 뒤에서 수현의 어깨를 잡으며 놀래킨다.
수현: (흠칫 놀랬다가 이내 반가워하며) 엄마야! 기철씨……. 왜 그래? 놀랬잖아.
기철: 놀래라고 한거다……. 아무튼 말 되게 안 들어? 이렇게 구석진 데다 주차하면 된다니까.
수현: 알았어. 다음부터 저쪽에 댈게. 면접은 어땠어? 잘 봤어?
기철: 대충. 나야 뭐 워낙 인물이 출중하니까.
수현: (주머니며 가방을 뒤지며) 대학원은? 진짜 포기한 거야?
기철: 나 같은 날라리가 공부는 무슨……. (수현을 보더니) 뭐 찾아?
수현: (차안을 들여다보며) 가만 있어봐……. 내가 키를 어쨌지?
기철 뒤춤으로 가리며 차문에 꽂혀있는 키를 몰래 뽑아 감추는데 수현 씩 웃으며 손을 내민다.
기철: (차키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척) 어? 이게 왜 나한테 있지? (열쇠고리도 꺼내주며) 어? 자꾸만 나오네?
수현: (열쇠고리를 보고 기뻐서) 안 그래도 하나 살려고 했어. 저번에 고쳐준 데가 또 망가져서…….
기철: 벌써 우린 딱 통하잖아.
웃는 수현. 이때 기철 멀리 누군가를 발견한 듯 손을 흔든다.
기철: 어? 저 자식 저거 또 같이 있네?
수현 보면 막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는 희진이 한 남학생과 툭툭 치며 즐겁게 웃는다.
씬 6. 달리는 수현의 차/밤.
수현이 운전하고 있고 뒷자리에 기철과 나란히 앉아 있다.
기철: (희진 에게 포장꾸러미를 넘기며, 무뚝뚝하게) 자!
수현 백미러로 힐끔 돌아본다.
희진: (재채기를 하고는) 지겨워……. 이 놈의 알레르기 때문에 품위 유지가 안 되요. (꾸러미를 풀며) 이번엔 내가 말했던 거 확실해?
기철: (아직 퉁명하게) 그래!
희진 포장을 풀면 나오는 수첩과 세트로 된 손지갑.
희진: (좋아하다가) 어? 왜 열쇠고리는 없어?
기철: 열쇠고리? (슬쩍 수현을 보는데) 그게 같이 한 세튼가?
수현과 기철 백미러 안에서 눈이 마주친다. 수현 무색해지며 모르는 척 앞을 본다.
희진: 그럼 그건 안 받아 온 거야? 그거 때문에 사달라고 한 건데 빼먹고 왔단 말야?
기철: 진작 말하지. (백미러를 통해 수현을 보며) 그거 없으면 안 되나?
수현 기어를 바꾸고 속도 낸다.
씬 7. 수현의 아파트/밤.
수현 현관문을 잠근다.
희진: (소파에 엎어지는) 아후……. 죽겠다. 몸이 폭탄 맞은 거 같네.
기철: 원래 지식이란 무거운 거야. 넌 그걸 머릿속에 안 넣고 번쩍번쩍 들기만 하니까 그렇지.
수현: 피로 회복제 좀 사다 줄까?
희진: (일어서 방으로 들어가며) 됐어. 샤워하고 푹 자면 돼.
수현 얼른 열쇠고리를 꺼내 기철에게 넘긴다. 기철 됐다며 가지라는 표시. 수현 고개 저으며 준다.
기철: (소곤거리는) 미안해. 다음에 더 근사한 걸로 사줄게.
끄덕이며 미소 짓는 수현. 기철, 얼른 뒤춤에 열쇠고리를 감추고 싱글벙글 희진 방으로 들어간다. 희진과 기철이 서로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소리 문틈으로 들린다. 방문을 쳐다보던 수현, 쓸쓸한 표정이 된다. 수현, 자동차 키를 잡는다.
수현: (문 쪽을 향해) 나 나갔다 온다. 한 시간쯤 걸릴 거야!
희진: (문안에서) 또 드라이브야? (장난치는 기철을 제지하며) 가만 있어봐…….
수현: (신을 신으며) 아니 물도 떨어졌고, 문 연 데 있으면 약도 좀 사 올께.
희진 신발 옆에 놓인 기철의 신발을 보는 수현. 기철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다. 끈이 길게 풀어진 기철의 신발. 수현 발을 넣은 그대로 허리를 숙여 끈을 묶으려고 하는데.
기철: (문을 열고 나오면서) 같이 갈까?
기철이 나오자 놀랜 수현. 급히 자기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면서.
수현: 아냐! 시험 땜에 자주 못 봤을 텐데, 놀다 가!
현관을 나서는 수현. 닫히는 현관문사이로 기철의 모습이 스친다.
씬 8. 아파트 주차장. 차 안/밤.
워셔액이 앞 유리창에 뿌려진다. 와이퍼를 천천히, 빨리, 천천히, 더 빨리 작동 시며 보다가 그만두는 수현. 한동안 생각에 잠겨 깜빡거리던 수현의 눈이 충혈 된다. 분위기를 바꾸는 수현, 라디오를 튼다. 채널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던 수현. 다시 처음 채널로 돌아온다. 동현 프로그램의 음악이 시작되고 출발하는 수현의 자동차.
씬 9. 스튜디오/도로/달리는 차 안 병행/밤.
(스튜디오)
ON AIR 불이 들어와 있어 윗실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 은희가 부스 안에서 진행자와 얘기중이다. 음반을 재킷에서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동현. 부스에서 나오면서 불만스럽게 동현을 보고 동현 뒤에 와서 앉는 은희.
은희: (조심스럽게) 오늘 꼭 틀어야 되요? LP라 튈 위험도 있고…….
멘트도 짜 맞춘 것 같아 맘에 안 드는데…….
동현: (엔지니어에게) TR 1 입니다.
(어느 차 안)
동현의 프로그램이 흐르고 있는 차안. 운전을 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백미러에 비친 여자의 눈, 핸들을 잡은 손.
진행자(radio):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습관은 기억이라고 하죠? 추억이 때론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기도 하는 데요…….
(스튜디오)
음반 재킷을 유심히 보고 있는 동현.
(수현의 차 안)
도시의 풍경이 흐르는 수현의 차체. 수현의 늘씬한 얼굴 위로 차창에 비친 도시의 불빛들이 흐른다. 라디오에선 진행자의 멘트 이어진다.
진행자(radio): 이 음악에 추억이 있으십니까? 의 입니다.
(스튜디오)
사인을 보내는 동현. 음반 위로 바늘이 내려앉고 음악 시작된다. 바늘이 레코드 위를 미끄러지듯 돌아가고 턴테이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동현. 입에 볼펜을 물며 그런 동현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은희.
(수현의 차 안)
수현의 얼굴위로 혼란스럽게 스쳐가는 도시의 불빛들. 차체를 훑는 가로등의 리듬도 점점 더 빨라진다.
(어느 차 안)
음악이 고조되고 핸들을 잡은 여자의 손이 갑자기 꺾이면서 휘청 중앙선을 넘어가는 차.
(수현의 차 안)
갑자기 맞은편에서 닥쳐오는 강한 불빛이 수현의 얼굴을 잡아먹을 듯 덮친다. 사고 음과 함께 눈을 감고 핸들을 틀며 크락션 길게 울리고 멈추는 수현의 차. 엎드린 수현.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하다.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몸을 세우는 수현. 라디오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백미러 속, 멀리 라이크가 켜진 채 뒤집혀 있는 차가 보인다. 음악이 고조되고, 순간 고개를 돌려 사고차량을 돌아보는 수현.
씬 10. 안과/낮.
기계를 통해서 보이는 수현의 눈동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불빛이 좌우로 지나가며 눈동자를 비추고 있다. 눈이 깜빡거린다.
의사: (무성의하게) 건안증입니다. 눈물이 부족해요.
기계에서 눈을 떼는 수현. 의사 열심히 처방전을 쓰고 있다.
의사: 그래서 뻑뻑하고 아픈 거예요.
수현: 치료는 얼마나 받으면 돼요?
의사: 건안 증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요.
수현: 그럼 이건 뭐에요?
의사: (수현을 보지도 않고) 인공눈물이에요. 수시로 넣어주세요.
갑자기 눈물이 또 생기기도 하니까 기다려 봅시다.
씬 11. 가이드 사무실/낮.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CARTS 쇼핑채널이 흐른다. 칸막이마다 헤드폰 전화와 컴퓨터에 매달려 분주한 가이드들. 그 사이로 전화를 받고 있는 수현의 모습이 보인다.
수현: 어떡하죠? 지난번에 보내신 선물이 맘에 안 드셨던 모양이에요. (말린 꽃다발을 보며) 네, 꽃도 같이 반송됐어요. (당황하며) 여보세요? (헤드폰을 가리며, 옆 직원에게) 어떡하니? 아무 말도 안 해.
여직원1: 그럼 직접 갖다 주라 그래. 내가 얘기할게……. 넘겨.
수현: (여직원에게 손을 저으며) 저, 한번만 더 보내 볼까요? (사이)
여직원1: 야, 끊어. 다른 전화나 받아!
수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판을 치며 모니터를 넘기며 보는) 글쎄요……. 저라면 그냥 흔하지 않은 그런 선물 받고 싶어요. (모니터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보이자 기쁜 듯) 폴라로이드카메라는 어떠세요? 특별한 선물이 될 거에요……. 누구나 한번쯤 즉석사진을 찍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네……. 맘에 드세요?……. 그럼요. 이번엔 꼭 성공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으며 한 숨 쉰다.)
여직원1: 니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신경을 쓰니?
수현: 마음이 약한 사람이야. 내가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이 잘될지 누가 아니?
여직원1: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차며) 천사병이야, 천사 병.
씬 12. 방송국 사무실/낮.
동현이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한 손엔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자리 앞으로 온다. 동현, 종이컵을 내려놓는데 컵이 놓여있다. 동현 순간 은희를 돌아보면.
은희: 없으신 것 같아서 샀어요.
동현: 난 필요 없어. 홍 작가가 써.
동현에게 같은 컵을 들어 보이는 은희.
은희: (건배하듯 컵을 추켜올리며) 한 팀이라면 뭔가 비슷한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녜요?
은희를 보고 책상위에 컵을 보는 동현. 브라운 색의 등산용 금속 컵이다. 담배를 꺼내 물던 동현. 책상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깨진 유리도 갈아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갑자기 책꽂이와 옆에 놓여있던 박스들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는다.
동현: 내 책상 치웠나?
불안한 동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은희.
은희: 네. 아침에 유리 갈러 왔길래……. 뭐 찾으세요?
동현: 여기 있던 음반들 어떻게 했어?
은희: 자료실에 반납했는데요.
동현: (버럭 화를 내며)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고 그래!
씬 13. 자료실/낮.
빽빽이 꽂혀있는 음반들을 주르르륵 넘겨가는 동현. 동현의 어수선한 눈동자가 문득 다시 돌아와 멈춘다. 음반을 꺼내는 손. 잉크 자국의 그 음반.
씬 14. 스튜디오/낮.
은희: (음반을 보고는) 그게 거기 끼어있는 줄 몰랐어요.
동현 손엔 음반이 들려있다. 은희 뒤에 있는 컴퓨터 옆에 있던 진행자 프린트 된 신청 메시지를 들고 두 사람에게 오고 있다.
진행자: (손에 신청 메시지를 들고) 어제 그 음악 벌써 신청이 들어왔네?
순간 날카롭게 눈빛을 드는 동현.
진행자: (동현이 들고 있는 음반을 보고) 아니. 오늘 또 틀 거예요? (책 읽듯이) 너무 무성의한 선곡임. 모니터에 이렇게 오를게 뻔한데 요즘 데스크에 반항해요?
순간적으로 다가간 동현이 진행자의 손에서 메시지를 뽑아본다.
동현: (진행자에게) 하이 텔로 들어온 건가?
은희: 네.
동현을 보는 은희의 시선.
씬 15. 지하철/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동현. 무심코 손만 가슴의 주머니를 더듬거려 메시지를 꺼낸다. 펴보는 동현. <여인2(이수현)>을 확인한다. 전철이 도착하면서 들고 있던 종이가 흔들린다. 동현 앞으로 기차가 지나가다가 선다.
씬 16. 수현 아파트/밤.
전화벨이 울리고 있고 수현이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장을 봐온 수현. 봉지들을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내려놓고 전화기 쪽으로 뛰어간다.
무선 전화기가 없다.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무선 전화기를 찾는 수현. 벨을 계속 울리고 다급해진 수현, 무선 전화기는 못 찾고 스피커폰 버튼을 누른다.
수현: 여보세요? 희진이니?
희진: (E) 여보세요? 야! 전화가 왜이래?
수현: 스피카 폰이야. 수화길 아무리 찾아도 없어! (수화기 찾으며 크게 소리를 친다.) 왜 안 와? 기철씨랑 같이 있어?
희진: (E) 당연하지.
수현: (이곳저곳을 뒤지며 수화기를 찾는) 초직 축하한다고 전해 줘.
희진: (E) 어? 어떻게 알았어? 잠깐만. (기철에게) 축하한대.
기철: (E) 수현이니?
수현: 축하해! 될 줄 알았어.
기철: (E) 키햐! 역시 너밖에 없다. 야! 글쎄, 발표보고 나오는데 요게 만나자마자 (흉내 내며) 떨어졌지? 그러잖아.
소파에 있는 쿠션 밑에서 수화기를 찾는다. 웃으며 수화기로 전화를 받는다.
수현: 여보세요? (사이) 응 찾았어! 언제 올 거야? 포도주도 사다놨는데? 응……. (사이) 어디 있는데 그래? (실망하는, 갑자기 힘이 좍 풀리는) 뭐? 강릉?…….
수화기를 손에 든 채 맥이 풀어지는 수현. 쓰러진 봉지 속에서 쏟아져 나온 야채들 뒤로 맥이 빠진 수현의 모습이 보인다.
씬 17. 수현집/밤.
어두운 거실. 수현은 포도주를 마시며 전화기 앞에 앉아있다. 스피커폰으로 코믹하고 재미난 음악이 짧게 이어지고 기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철: (E 밝고 경쾌하게) 안녕하세요, 한 기철입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시 재 발신 버튼을 누르는 수현. 음악과 기철의 음성이 다시 나오고 수현의 슬픈 표정 위로 컴퓨터 전화 신호음이 들린다.
씬 18. 동현집/수현방 병행/밤.
(동현집)
노트북 앞에서 긴장하며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동현.
<해피엔드(권동현): 이수현님이 맞습니까?>
<여인2 (이 수현): 네.>
<해피엔드(권동현): ID를 같이 쓰는 사람이 있습니까?>
<여인2 (이 수현): 가끔 친구가 빌려 쓰긴 해요.>
노트북 너머로 긴장된 동현의 얼굴.
<해피엔드(권동현): 음악신청은 누가 하신 거죠?>
<여인2 (이 수현): 제가 신청했어요. 친구와 듣고 싶어서요>
<해피엔드(권동현): 그 친구 이름이 뭐죠?>
<여인2 (이 수현): 왜요?>
<해피엔드(권동현): 아는 사람인가 해서요>
<여인2 (이 수현): 친군 음악과 관계없어요.>
가벼운 한숨이 짧게 터져 나오며 실망하는 동현. 담배를 찾아서 물고는 불을 붙이는 동현.
(수현집)
열린 방문 안에 수현의 조그만 등이 보인다. 옆에 놓인 와인 잔을 집어 드는 수현.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
<해피엔드(권동현); 미안합니다. 아는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럼 이만…….>
*** 해피엔드(권동현) 님이 나가셨습니다. *** 가 수현의 모니터에 뜬다.
다급해진 수현 재빨리 자판을 친다.
<동현집>
대기실 화면이 뜨자 수현의 쪽지가 온다.
<여인2 (이 수현): 잠깐만요! 아직 친구 얘길 못 들었잖아요.>
뒤이어 뜨는 수현으로부터의 초대 메시지.
--- 여인2 (이 수현) 님이 초청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000번 방, 비밀번호:****)
다시 대화 방으로 들어가는 동현.
(수현집)
떠오르는 동현의 문장.
<해피엔드(권동현): 제가 찾는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이내 빠른 속도로 자판을 내리찍는 수현의 손.
<여인2 (이 수현): 같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
<해피엔드(권동현): 절 아는 사람인가요?>
<여인2 (이 수현): 친구가 당신 얘길 했어요……. 실은 친구 대신 음악을 신청한 거예요.>
파란 모니터 불빛을 받는 수현, 깜빡거리는 커서. 잠시 응답이 없다. 고심하는 표정.
(동현집)
급히 자판을 치는 동현.
<해피엔드(권동현): 이름이 뭐죠?>
<여인2 (이 수현): 그분은요?>
(수현집)
모니터를 보고 있던 수현의 표정이 슬퍼지고, 허둥대고, 복잡해진다.
<민 영혜> 모니터에 떠오르는 이름.
수현: (혼자말로) 영혜?
(동현집)
<여인2 (이 수현): 맞아요>
떠오르는 문장.
바쁘게 자판을 치는 동현 <지금 어딨죠? 연락할 수 있어요?>
<여인2 (이 수현): 안돼요. 우리가 통신하고 있는 걸 몰라요.>
(수현집)
<해피엔드(권동현): 영혜도 아마 날 만나보고 싶어 할 거예요.>
난감해지며 눈을 깜빡거리는 수현, 자판을 친다. 수현 입술을 달싹거린다.
(동현집)
<여인2 (이 수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어요.>
동현은 심각하게 자판을 친다.
동현: (Na) 영혜를 만나고 싶어요. 물어봐 줄 수 있어요?
잠시 후 모니터에 떠오른 응답 문장.
<여인2 (이 수현): 그러죠>
씬 19. 수현방/밤.
침대에 누워있는 수현. 걱정스런 수현.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다가 멈춘다.
수현: (이불을 확 뒤집어쓰며) 몰라!
씬 20. 실내 수영장/낮.
물속으로 뛰어 들어오는 수현과 희진.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물위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나란히 헤엄을 치고 있는 수현과 희진.
씬 21. 락커룸/낮.
사물함의 문을 여는 희진. 문에 달린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는 희진. 거울 너머로 수현의 모습이 보인다. 수현은 의자에 앉아 수영복과 수경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희진이 화장을 고치는데 수현은 그냥 앉아만 있다. 화장을 고치다 말고 수현에게.
희진: (심각하게) 너 무슨 일 있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희진을 올려다보는 수현.
씬 22. 백화점/낮.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수현과 희진.
수현: 그래도 내가 너무 심했어. 꽤나 그리워하던 여자 같던데.
희진: 그 사람 일부러 너한테 접근하는 거 아냐?
수현: 설마. 방송국 프로듀서야.
희진: 사이비 기자도 있는데 프로듀서라고 가짜 없겠니?
수현: (한숨을 쉬며) 어떡하지?
희진: 정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미안하다고 해버려. 어차피 통신인데, 누군지 알게 뭐야?
넥타이가 있는 매장이 보인다. 희진이 맘에 드는지 진열된 넥타이를 가리키면서.
희진: 야(수현을 툭치며) 그 옆에 있는 게 더 좋은데?
옆에 나란히 진열된 파란 넥타이를 가리키는 수현. 재채기하는 희진.
희진: (손수건으로 입 주위를 막으며) 기철인 파란색 안 어울려.
수현: 왜? 기철씨 파란색 좋아하잖아!
희진: (갑자기 수현을 심각하게 보면서) 니가 어떻게 그런걸 알어?
수현: (순간 당황하면서) 뭘……. 어떻게 알긴……. 그냥……. 언제 들은 것 같은데…….
점원이 두 사람을 보더니 다가와 파란 넥타이를 꺼내 보여주며.
점원: 이거 신상품이에요.
희진: (다시 넥타이를 보면서) 너무 요란해.
점원: 왜요? 이 정도면 심플한거에요. 더 화려한 것도 많이 하는데요. 뭘…….
희진: (단호하게) 아무튼 이건 안 돼. 신입사원이 너무 튀어!
수현: (얼버무리며 아쉬운) 하긴 뭐……. 튈 수도 있겠다…….
희진 이때 재채기가 나오려는지 코를 꽉 잡았다 놓으며 수현을 빼꼼히 돌아본다.
희진: (넥타이를 받아들고는 고개 갸웃거리다.) 정말 괜찮아?
희진 갑자기 넥타이를 수현에게 건네더니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재채기를 한다.
씬 23. 스튜디오/낮.
텅 빈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동현. 턴테이블 위에 그 음반이 돌아가고 있다. 지나가던 은희 창문을 통해 보이는 동현을 발견하고 유심히 본다. 창문을 두드리는 은희. 동현이 슬쩍 은희를 돌아본다.
씬 24. 바가 있는 술집/밤.
세 사람이 바에 나란히 앉아 있다. 태호가 동현과 은희 사이에 앉아있다. 태호는 벌써 취한 분위기다.
은희: (동현을 보며) 그럼 저 때문에 작가를 바꾸신 거예요? (태호에게) 왜 그런 말씀 안하셨어요?
태호: (농담하듯) 너무 고마워 할까봐.
은희: 프리랜서 수칙! 남 밟고 올라가지 않는다. 몰라요?
태호: 이런 작가들이 또 죽어도 안 밟혀……. 자기 짤릴 땐 더 무서워. (동현을 향해서 농담처럼) 동현아 걱정된다. 너도 헤어질 때 꽤나 고생하겠다.
은희: (동현의 눈치를 보며) 그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저 눈 밖에 났단 말이에요.
태호: (과장해서) 아니. 은희도 무서운 사람이 있어? 나랑 일할 땐 뛰는 말이더니 이제 완전히 순한 양이네…….
은희: 그땐 아무것도 모를 때였잖아요.
태호: (웃으며) 그럼 이젠 베테랑이 된 거야?
은희: (동현의 눈치를 살피면서 애교스럽게) 그런 건 PD가 평가하는 거 아녜요?
태호: (은희와 동현을 번갈아 보며 농담처럼) 야. 둘이 사귀어? 은희 너 헤어 진지 얼마나 됐다고 자기 PD만 챙기냐? 무지 외롭네. 이거. (다시 술병을 잡으며) 내 작간 왜 남자지?
동현: 선배님 그만하시죠. 오늘 많이 드셨는데
태호: 야! (동현의 잔을 채우며) 오랜만인데 술 좀 마셔라.
은희: 권PD는 술 안 좋아 하시나 봐요? 취하지도 않으시고.
태호: 동현이랑 마시면 이상하게 나만 금방 취한단 말야. (동현에게) 옛날에도 그랬었나?
은희: 괜히 막 취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동현을 빠끔히 보며)
전 술 안 마셔도 가끔 스튜디오에서 취해요.
단번에 잔을 비우는 동현.
씬 25. 거리/밤.
택시 떠나면 둘이서 잠시 머뭇거리는 은희와 동현.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은희만 생긋 웃는다. 무표정한 동현 때문에 머쓱하게 웃음을 지우는 은희.
동현: 운전할 수 있겠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은희: 괜찮아요. 가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주차장을 향해 걷는 두 사람.
동현: 아니야. 난 혼자 가는 게 편해.
은희: (동현의 눈치를 살피다가) 권PD는 친해지기 어려운 분인 거 알아요?
동현: 그래?
은희: 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 회식 한번 안했잖아요.
동현: 그랬었나? (건성으로) 하지 뭐.
은희: 언제요?
동현: 아무 때나 시간 날 때.
은희: 개편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 전에 할 수는 있는 거예요?
동현: 늘 개편을 기준으로 얘길 하는군. 개편에 왜 그렇게 민감해?
은희: 어차피 PD와 작가는 시한부 만남이잖아요.……. 하지만 늘 개편에 민감한 건 아녜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의 말뜻을 알겠냐는 듯 은희 동현을 빤히 쳐다보는.
동현: (주차장에 있는 차를 보며) 저 찬가? (분위기를 바꾸며) 오늘 수고했어. (손을 들면서) 내일 봐!
은희를 외면하고 혼자 걸어가는 동현. 은희 차문을 열다가 동현을 쳐다본다.
씬 26. 편의점안/밤.
7
라디오 소리가 작게 들린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는 동현. 카운터 위에 있던 라디오의 볼륨을 약간 키우는 여점원. 진행자와 청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라디오를 유심히 듣고 있는 아가씨. 편의점 옆에 있는 주유소에서 막 떠나는 수현의 차가 보인다. 카운터에 물건을 올려놓는 동현. 바코드를 찍는 점원.
씬 27. 동현집 앞/밤.
현관으로 들어서려는 동현. 손엔 비닐봉투가 들려있다. 이때 라이트가 번쩍인다. 돌아보면 차에 은희가 타고 있다.
씬 28. 동현집/밤.
거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레코드들을 손가락으로 쭉 따라가는 은희. 사온 물건들을 이곳저곳에 넣는 동현. 잉크가 엎질러진 레코드 재킷을 보는 은희, 슬쩍 동현을 살핀다. 냉동실에 담배를 넣는 동현. 동현은 은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동현에게 다가가는 은희.
동현: (다가오는 은희를 향해) 뭐 마시겠어?
은희: 맥주 있어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동현.
동현: (맥주를 내밀면서) 아직 원고에 말이 좀 넘치는 것 같아. 한 장 정도 줄여 봐!
은희: 지금 그이야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동현: 무슨 뜻이야?
은희: 지난번 작가와도 늘 일 얘기만 했어요?
동현: 일하다보면 그게 더 편해.
은희: 이상하군요……. 서로를 잘 알아야 그게 편한 거 아녜요?
동현: 어떻게 해야 잘 아는 거지?
은희: 얘기 안 해도 무슨 일 생기면 알아차릴 정도는 돼야죠. (설명하듯) 그래야 일하다가 서로 매려도 해주고…….
동현: (말을 막으며) 무슨 일 생기면 얘기해. 배려할 마음은 있으니까.
은희, 스쳐 지나가는 동현의 손을 슬쩍 잡는다.
은희: (자연스럽게 동현을 잡아 돌리면서) 내가 왜 왔는지 알죠? 그래서 불편한 거예요?
동현, 은희를 돌아본다. 동현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안기며 키스하는 은희. 짧고 선명한 입맞춤. 은희, 부드럽게 입술을 떼고 동현을 보면서.
은희: 난 일 때문에 감정을 숨기는 여잔 아녜요.
조용히 나가는 은희.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닫히는 문을 보는 동현. 탁자 위에 노트북 컴퓨터 뒤로 우두커니 서있는 동현의 모습이 보인다.
씬 29. 수현방/밤.
모니터를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는 수현. 모니터엔 동현이 초대했다는 쪽지가 올라와 있다.
수현: 어떻게 하지? (망설이다가)
<저 사실은> 수현이 치고 있는데 먼저 떠오르는 문장.
<해피엔드(권동현): 물어봤어요?>
수현, 쓰던 문장을 급히 지우고 자판을 친다. <아뇨 아직>
깜박이는 커서. 잠시 응답이 없다.
갈등하는 수현, 자판을 친다. <못만 난진 알마나 됐어요?>
<해피엔드(권동현): 6년.>
<여인2 (이 수현): 사랑하던 사이였어요?>
<해피엔드(권동현): 영혜는 날 어떻게 얘기 하던가요?>
곤란한 수현 난감해 한다. 잠시 생각하던 수현 결심한 듯 문장을 친다.
<여인2 (이 수현): 저……. 만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갑자기 떠오르는 동현의 문장.
<해피엔드(권동현): 영혜가 날 피하는 건가요?>
수현, 바쁘게 대응한다.
<여인2 (이 수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
<여인2 (이 수현): 너무 긴 시간이 흘렀고……. 괜히 만나서 좋은 추억을 망칠 수도 있는데…….>
떠오르는 동현의 문장.
<해피엔드(권동현): 연락처를 가르쳐 줘요, 제가 직접 물어보겠어요.>
울상이 되는 수현.
씬 30. 동현집/밤.
<여인2 (이 수현): 화내지 마세요. 나쁜 뜻은 없었어요.>
컴퓨터에 떠오르는 문장. 급히 자판을 치는 동현 <무슨 뜻이죠?>
<여인2 (이 수현): 그 분을 만나게 해드릴 수 없어요.>
<해피엔드(권동현): 연락처를 가르쳐줘요.>
<여인2 (이 수현): 몰라요.>
화가 나는 동현.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해피엔드(권동현): 이건 당신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