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4일(토),
늦은 1시부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아동 전집 출판 현황과 쟁점'이라는 주제였다.
'한국 아동 전집 출판의 동향'이라는 주제로 유정규 (주)한솔교육 선임연구원이 첫 발제를 했다.
그리고 '아동 전집의 구성 체계와 어린이의 독서'라는 주제로 오세란씨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전집 상품 살려보기'라는 주제로 여을환. 김영란씨가 발제를 했다.
어눌한 듯 보이면서 할 말은 다 하는 유정규 연구원은 발제 주제에 걸맞게 아동 전집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아동 전집의 특징은 무엇이며 제작자와 사용자의 욕구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뒤를 이은 오세란씨는 유정규씨의 발제를 뒷받침하여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아이들의 독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여을환씨가 창작동화 전집에 대해, 김영란씨가 수학동화 전집에 대해 발제한 시간은 특정 주제로 묶은 전집의 허와 실을 드러내 보여주면서 듣는 이 스스로 전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참 괜찮은 심포지엄이었다.
'전집'이라는 주제로 전집의 단점 뿐 아니라 장점까지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제기했다.
연령별 영역별로 세분화해서 팔고 있는 전집의 여러 영역을 훑어보면서 0세부터 놀이나 즐거움이 아닌 '공부'로 책에 접근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이 참으로 안스러웠다.
외국, 특히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전집과 몇몇 작가의 작품 컬렉션(몇십 권짜리 전집에 한 작가의 작품이 열 권이나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처럼 보이는 전집이 엄마들이 원하는 '다양하게 보여줄 주 있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회의가 들었다.
"엄마들이 작품의 선택권을 출판사에 넘겼을 뿐"이라는 여을환 발제자의 지적에 충분히 공감을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작품의 질 역시 자료와 발제를 보면서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질이라면 '권 당 얼마꼴'이니 단행본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주장하는 일부 엄마들의 의견 역시 어리석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집이라는 것이 어떤 헛점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전집의 장점이 전혀 없는 것도 좋은 전집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전집을 개발하기 위해 들어가야하는 돈과 시간의 양에 깜짝 놀랐다.
질 낮은 전집이 범람하는 이유중 하나는 마땅히 들여야 할 돈과 시간을 들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발제자 한 명 한 명의 부드러우면서 단호한 발제 태도로 좋았고,
전집의 피상적인 부분을 먼저 보여주고 점점 세부적인 부분을 보여주며 듣는 이 스스로 도려내야 할 부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만드는 진행 순서 또한 좋았다.
전체 진행과 질의 응답과 토론 시간의 진행을 맡은 배현영씨와 박은경씨는 발제에 대한 간단한 정리와 문제점에 대한 관심 유도, 질문과 답에 대한 고른 안배 등으로 지루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행사를 이끌었다.
물론 이 행사가 100% 완벽한 행사는 아니었다.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한계나 대안에 있엇 충분한 근거 제시를 못하고 피상적 점검으로 그친 부분도 있었다.
발제자의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다소 교훈적이고 설교를 듣는듯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행사는 김환희씨가 전집 질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한 '비평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집 비평'의 문을 여는데 아주 적절했고 다음과 그 다음을 기약하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발제문 한 글자 한 글자, 발제자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얼마나 많이 고심하고 조사하고 애썼을지고스란히 불 수 있는 그런 자리였다.
많이 고맙고 자랑스러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