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우송 기근 외 1편
김송포
물에 허덕여 보았는가 목이 말라 엎드려 보았는가
물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보았다 잎이 새털처럼 가볍게 하늘로 쭉 뻗어 올라간 나무 주위에 이상한 탑들이 솟아 있었다 탑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가 다닥다닥 붙어서 먹을 것을 달라는 양 입을 벌리고 있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숨을 고른다
물을 먹으며 아이 키가 자란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을 수 있다
질퍽한 땅속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숨을 쉴 수 없다
땅 위로 튀어나온 뿌리 수십 개가 대신 물을 빨아들여 나무를 살린다
미국 라스베가스 불의 계곡에서 침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목이 마른 적 있었다 평소 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해도 물이 그리워 물을 애타게 찾았으나 대지의 공기는 숨이 가쁘다
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해도
기아에 허덕인 소년의 눈처럼
아픈 혹이 슬픈 마디로 서 있다
물속에 잠긴 꽃봉오리
꽃은 입을 다물었다
우리도 침묵하였다
꽃을 밟았다
환하게 피우려다 꿈틀하던
비운의 꽃인가요 저격인가요
그랬다 저항하지 않던 입은 싸우려 하지 않았다 울음을 터트렸을 때 이미 늦었다는 통한에 칼을 들었을 것이다
어쩔 줄 모르고 침몰당한 함성
굳게 입을 다문 수련이 얼마나 겹겹이 포개어 토했을까요
지나가던 여우도 사슴도 고양이도 꽃 앞에서 모른 척 하더니
몸을 틀어 소리 지른 비명은 물방울에 갇혀 거품만 올라오고
김송포
전북 전주 출생, 2013년 시문학 등단.
시집 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