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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 성적 공개는 교육계 재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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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등이 지난 3월 6일 시행한 중1 전국 일제고사의 성적 공개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학부모․교원단체들은 여러 차례 만류와 우려를 표명하였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웠던 것은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 학생들에게 진단평가라는 명목으로 전체 석차까지 공개해가며 각 시․도교육청이 불필요한 성적 경쟁을 조장하고,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진단평가를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예상문제집을 미리 배포해 이 중 상당수 문제가 같거나 유사하게 출제되어 교육청간 공정성 시비가 일었고, 경기도교육청의 한 중학교는 학교 간 성적 비교를 감안해 운동부 학생과 장애 학생을 아예 진단평가에서 제외시키는 일까지 있었다. 또한, 중1 진단평가를 앞두고 서점가에 수북이 쌓였던 문제집들이 일찌감치 동났고, 학원들도 진단평가 대비 강좌 개설에 열을 올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와 문제 속에서 우리 학부모․교원단체들은 이번 일제고사의 성적 공개가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 시키고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려 국민 생활의 고충이 되고 있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13일 학부모 1,050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그러나 민원을 담당한 국민권익위원회는 3월 20일, 전화 답변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을 대변하며 성적 공개의 타당성을 흘리고, 조사 결과 또한 2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며 국민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는 한심스러운 상황이다.
급기야 3월 21일 오늘, 서울시교육청은 중1 학생들의 개인별 진단평가 성적표에 전체 석차백분율과 학교 평균 점수 등을 공개함으로써 그 동안의 우려와 문제가 현실화 되었다. 이는 곧 지역별 점수 격차와 학교별 성적 비교를 통한 학생, 학교 그리고 지역별 서열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보란 듯이 서울시교육청은 중1 학생들의 5개 교과목별 서울시 평균 점수까지 공개하였다. 이는 진단평가 예상문제집을 미리 돌린 반칙 효과가 어떤 것이며, 자녀의 열등한 성적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연히 드러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대못 질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심각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정부 차원의 신속한 해결 노력을 다시 촉구한다.
첫째, 국가의 백년대계인 중요한 교육정책을 논의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의 형성과 공론(公論) 없이 단지 16개 시․도교육감의 이해요구와 협의에 따라 획일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된 일제고사 방식의 학생 평가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국민에게 이로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국민을 섬기겠다는 새 정부의 큰 약속이 ‘학교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으로 상징되는 데, 자칫 이번 일제고사의 성적 공개 행위가 교육서비스 만족과 경쟁력 강화, 성적 미달학생에 대한 효과적인 지도라는 좋은 점보다는 불필요한 경쟁과 학교 간 서열화 조장, 학부모의 사교육비 증가, 성적에 따른 열등학생 낙인이라는 부작용이 더 커 실용정부의 애초 약속에 중대한 흠결이 생긴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낸다.
셋째, 이번 전국 일제고사와 같은 한줄 세우기식 학력평가를 통해 문제풀이와 석차 경쟁에만 능숙한 학생들을 계속해서 길러내겠다는 교육정책의 발상은 매우 비교육적이며 위험한 생각임을 다시 강조한다. 평가의 결과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교육적 손실과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의 인격과 개성이 존중되고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올바른 인격 형성과 사람됨을 추구해야 할 학교교육이 무분별한 경쟁과 시장주의 논리에 따라 입시 전쟁터로 전락되는 것은 국민이 원치 않는 바이며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뿐임을 밝힌다.
넷째, 한국 사회의 교육풍토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일제고사와 같은 획일적 교육 정책을 전국의 모든 중1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는 것은 다분히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무책임한 태도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향후 시정되지 않을 시 엄중한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마음속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교육 정책의 전면 시행을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와 여론의 형성을 통한 공론(公論) 마련의 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덧붙여, 최근 특정 학부모 단체가 학생 개인의 전국 석차를 비롯한 모든 성적 정보의 공개를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으로 이는 남의 자녀야 어찌되든 내 자녀만 잘 챙기면 된다는 ‘가족 이기주의’에 편승한 활동으로 국민적 권익을 대변하는 학부모 단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무분별한 성적 공개에 따른 정보 악용의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끝으로, 우리 학부모․교원단체들은 교육당국이 순수한 취지의 학력 진단평가와 정책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전체 학생을 모두 평가하여 조사할 것이 아니라 표집에 의한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며 그것이 공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밝힌다.
무릇 교육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미래 지향성을 가지고 그 목적이 학생과 국민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함에 있는 것이지 이처럼 섣부른 실험을 통해 오히려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이는 참다운 개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알린다.
2008년 3월 21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