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며] 정병경.
ㅡ악몽ㅡ
여름밤엔 더위에 시달리는데다 악몽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느낌 좋은 꿈을 꾸다가 깨면 현실이기를 바라며 아쉬움이 오래 남는다. 꿈이 있기에 희망을 걸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남자들은 잠자다가 군대 시절의 꿈을 꾼다고 한다. 그 당시가 꿈만 같다며 악몽으로 치부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의 콩쿠르 대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꿈을 가끔 꾼다고 한다. 고생스럽게 이룬 결과는 꿈에서조차 부담스럽다고 한다.
용꿈 꾸거나 돼지꿈 꾸면 길몽이라며 복권을 사고 지인에게 팔기도 한다. 불길한 꿈을 꾸면 외출마저 꺼리게 된다. 과연 꿈은 현실로 이어지는 것인지 의구심이 간다.
아차산의 노송이 태풍 '카눈'으로 쓰러져있다. 수목들이 더러는 산불과 태풍으로 인해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한발자국도 옮기지 못하는 나무가 넘어지거나 불에 그을리면 생명을 잇기가 어렵다. 소나무 향이 좋아 매일 새벽 솔숲을 산책한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하룻밤 사이에 벌어져 안타까운 마음이다.
장수하며 장수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바람결에 쓰러졌다 다시 일어난 풀을 본다. 연약함이 강함을 능가하는 걸 실감한다. 쓰러진 노송을 보며 수백년의 세월 동안 산전수전 겪은 생명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 꿈에 계시라도 있었다면 미리 대비를 했을텐데.
꿈은 정신 세계를 여러 현상과 헛된 망상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미래의 희망인 꿈이 없으면 나태해지기 때문에 숙제로 주는 메세지로 여긴다.
국가는 백성의 평안이 과제이다. 운동선수는 일등, 노인은 건강을 원한다. 국가나 사회도 꿈이 있다. 꿈은 현실로 바뀌는 건 쉽지 않으나 꿈이 있어 희망을 건다. 아무것도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기에 꿈을 선물로 준다고 여긴다.
보왕삼매론에서 이른다. "일을 도모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 순리에 따르고 과욕을 부리지 말라지만 교시敎示를 자주 망각한다. 희망이 있는 꿈은 삶의 활력소로 여기기에 여전히 꿈을 꾸게된다. 정신을 소모하는 꿈은 의미가 없다.
장자莊子는 나비가 된 꿈을 꾼다. 현실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형이상形而上의 도道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것은 현실이지만 꿈은 환상일 뿐이다. 꿈은 본질적으로 모두 허무이고 현실에 견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약력이 화려하고 상賞을 자주 받는 인재가 그 이후의 꿈은 무얼까 궁금해진다. 하늘에 오른 용이 후회한다는 항룡유회를 되새겨본다. 흥망성쇄는 피할 수 없는 법칙이기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최고의 자리에서 누리고 싶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욕심보다 더 큰 죄가 없다고 노자老子가 이른다. 허물과 재앙이 따르기 때문이다.
'꿈의 해석' 저자 프로이트는 이런 말을 남긴다. "자신의 숨어있는 욕망이기에 미래의 계시와는 상관없다. 과거의 경험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단순한 대답으로는 어느 누구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쪽배로 고기잡이하는 어부가 참치 선단의 재벌이 된다. 꿈을 이룬 회장은 예전처럼 쪽배로 낚시하며 노후를 보내는게 꿈이라고 한다. 꿈은 이루었지만 막상 재벌로 군림하니 등이 무겁다. 바다에서 일하는 수백명 직원의 안전에 대해 걱정이 태산이다.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참치 요리를 먹을 때마다 어부의 마음도 담는다.
거대한 꿈은 이루기가 쉽지 않다. 30대 1이란 경쟁에서 국문과에 합격한 입학 시절의 꿈을 가끔 꾸게 된다. 먼 훗날이 된 지금은 일상의 평범한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렵게 이룬 시절의 꿈을 꾸는 건 악몽이다. 세상일 잊고 사물에 시달리지 않으면 마음이 한가롭고 잠자리가 편안하다.
2023.08.10.
첫댓글 정병경 작가님의 꿈은
늘 꾸셔도 멋있을 듯 부럽습니다
30:1의 멋진 결과는 그 누구의 부러움
꾸고싶은 꿈이겠지요
열대야의 깊은밤
잊었던 꿈 하나 기대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