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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반지교(魯般之巧)
노반의 재주라는 뜻으로, 노반은 노나라 때의 유명한 목수로 손재주가 있어 무엇이든 잘 만들었다.
魯 : 노둔할 노(魚/4)
般 : 일반 반(舟/4)
之 : 갈 지(丿/3)
巧 : 공교할 교(工/2)
송(宋)나라의 공수반(公輸班)이 초(楚)나라를 위해 운제계(雲梯械)라는 구름 사다리를 만들어 송(宋)나라를 치려고 했을 때, 묵자(墨子)가 초(楚)나라 왕(王)을 만나 공수반(公輸班)의 운제계(雲梯械)를 막아 보겠다며 청(請)하였다.
이에 공수반(公輸班)과 모의(模擬) 전쟁(戰爭)을 벌였다. 공수반(公輸班)이 아홉 번을 공격(功擊)했으나, 아홉 번을 모두 묵자(墨子)가 막아냈다고 한다. 공수반(公輸班)은 주대(周代)에 기계(器械)를 잘 만든 사람이다.
참고로 묵적지수(墨翟之守)는 묵적(墨子: 묵자)이 끝까지 성을 지켰다는 고사이다. 자기의 의견 또는 소신을 굽힘이 없이 끝까지 지키는 것. 융통성이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는 묵적(墨翟)의 이야기가 나온다. 노중련(魯仲連)이 연(燕)나라 장수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에, "지금 공께서 피폐된 요성 백성을 거느리고 제나라 전체 군사를 상대로 버티고 있으니 이는 묵적의 지킴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강대국인 초나라의 침략에 떨고 있는 송나라를 묵자가 그 제자들과 함께 무사히 지켜 낸 것을 말한다.
이야기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묵적의 적은 공수반이었다. 공수반(公輸盤)은 원래 송(宋)나라 사람이었는데 송나라에서 푸대접을 받고 초(楚)나라로 가서 출세를 하게 된 사람이다. 공수반은 초나라 왕을 달래서 송나라를 치게 했는데 기계 제작에 천재적 소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성을 공격할 수 있는 전차와 구름사다리(雲梯, 운제)를 만들어 공격 준비를 마쳤다.
그때 묵적도 송나라 사람으로 공수반과 같은 기술자 계급 출신이었다. 그는 방어 기계를 만들어 배치하고 공수반과 만나 담판을 지어서 둘이 모의 전쟁을 하여 공수반의 의도를 꺾어 놓는다. 초왕은 결국 송나라 침공을 포기했다."
이 말이 나온 (後漢書)의 정현전(鄭玄傳)에 정현의 높은 학식을 칭찬하는 말 가운데, "그때 임성(任城)의 하휴(何休)는 공양학(公羊學: 春秋公羊傳)을 좋아하여 드디어 공양묵수(公羊墨守)와 좌씨고황(左氏膏肓)과 곡량폐질(穀梁廢疾)이라는 책을 지었다. 그래서 정현은 이 묵수를 쳐부수고 고황(불치병)을 침을 놓아 고치고 폐질(병신)을 일으켜 세웠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 말은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끝까지 지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좋은 뜻으로도 쓰이지만, 좀 완고하고 변통을 모르는 그런 태도나 생각을 답답하게 여기는 어감을 약간 풍기는 말이다. 자기의 의견 또는 소신을 굽힘이 없이 끝까지 지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융통성이 없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묵적지수(墨翟之守)란 말이 줄어들어서 '묵수(墨守)'가 된 것이다.
[註]
묵자(墨子) : 중국 전국시대 송(宋)나라 사람인데 노(魯)나라 출신이라고도 함. 이름은 적(翟). 생명 있는 것을 사랑하고 검소 질박함을 숭상해야 한다는 묵가(墨家)의 시조로 겸애설을 주장함. 겸애설은 맹자에게 심한 攻駁(공박)을 당함. 묵가전서(墨家全書)를 지었음. 사람과 사귀는 데 조심해야 된다며 실에 대한 비유를 들었다.
노반운제(魯般雲梯)
노반은 구름 사다리를 만들었다.
淮南子曰, 楚欲攻宋.
회남자에 이르기를, 초나라가 송나라를 치고자 했다.
墨子聞而悼之, 見楚王曰: 臣見大王之必傷義, 而不得宋.
묵자가 그 소식을 듣고 걱정해서 초나라 왕을 만나 말하기를, "대왕께서 반드시 의로움을 상할 것이고 송나라도 얻지 못하는 것을 신이 볼 것입니다"라고 했다.
王曰: 公輸天下之巧士. 作爲雲梯之械 設以攻宋 曷爲弗取.
초왕이 말하기를, "공수(魯般의 자)는 천하에 빼어난 기술자다. (그가) 구름 사다리의 틀을 만들어서 송나라를 치는 데에 사용한다면 어찌 (송나라를) 취하지 못하겠는가?"라고 했다.
墨子曰: 令公輸設攻, 臣請守之.
묵자가 말하기를, "공수에게 공격할 무기를 만들게 한다면 신은 그것을 막기를 청합니다.(막겠습니다)"라고 했다.
於是公輸般設攻宋之械, 墨子設守宋之備.
이에 공수반(노반)은 송나라를 공격할 틀(구름사다리)을 만들었고, 묵자는 송나라를 지킬 대비책을 베풀었다.
九攻而墨子九却之.
(초나라 군대가) 아홉 번 공격하였으나 묵자는 아홉 번 그들을 물리쳤다.
弗能入.
그래서 (송나라로) 침입해 들어갈 수가 없었다.
乃偃兵不攻.
마침내 병기를 내려놓고 공격하지 않았다.
公輸魯般也.
공수는 노반의 자(字, 다른 이름)다.
노반지교(魯般之巧)와 공수반(公輸般)
노반(魯般)처럼 기계 따위를 교묘하게 잘 만드는 재주를 노반지교(魯般之巧)라고 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이렇게 유명 배우가 광고의 한 장면에서 말하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가구가 아니라면 대체 뭐지. 침대가 과학이라고까지 어필하고 싶은 광고주의 마음을 첫 광고에선 바로 추측하지 못한다.
현대인은 불면증에 많이 시달린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잠의 신비에 대해선 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침대는 수면의 질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확연하게 알지 못하는 영역이 꽤 남아있다.
노반지교(魯般之巧)다. 앞의 두 글자 '노반(魯般)'은 '노(魯)나라의 유명한 목수 공수반(公輸般)'의 별칭이다. '지교(之巧)'는 '~의 재주'라는 뜻이다. 이 둘이 결합되어 '마치 노반처럼, 무엇이든 잘 만드는 재주'라는 의미가 된다.
공수반과 묵자(墨子)를 동시대의 경쟁적 동업자 관계로 사람들은 추정한다. 현존하는 53편의 '묵자' 일부 페이지들에 이들 사이의 흥미로운 대결 일화가 장편(掌篇) 소설 분위기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당시의 첨단 기술 분야에 일가견이 있었다.
노반은 훗날 중국에서 공인(工人)들이 제사를 지내며 떠받드는 신(神)으로까지 자리잡았다. 그에 대한 기록들에 지나친 과장법이 적지 않은 이유다. 때론 마치 전설 속 인물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겸애설(兼愛說)로 유명한 묵자가 이 노반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둘 정도로 무기 과학에 밝았다는 것도 다소 의외다.
노반이나 묵자와 직접 관련성은 없으나, 일찍이 숫자 계산의 편의를 위해 주판(abacus)을 발명한 것은 중국이다. 화약과 나침반 원리의 발견도 중국이 서양에 앞섰다. '동양이 숫자와 과학에 뒤졌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서양이 석탄과 증기기관을 결합하여 새로운 차원의 동력원을 실용화하기 이전까진 중국의 경제 수준이 서양을 살짝 앞섰다.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에 관련 내용이 나온다. 논증을 위해 그는 다양한 통계 수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 석탄과 인접한 지역에서 증기 기관이 발명된 것도 우연이었지 필연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잠자는 중국을 깨우지 말라'는 조롱이 19세기에 서양에서 유행했다. 이쯤에서 우린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표현까지 오가는 지경까지 동양은 그 시절 왜 그토록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것일까.
그 무엇보다 공업 기술 인력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중앙 부처에서 국가 예산을 다루는 관료들은 항상 농업과 목축에 우선순위를 뒀다. 과학 이론과 제조업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관료들이 농업과 공업 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만이라도 견지하며 예산 분배를 설계했다면 분명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한편, 서양의 과학은 의학계에선 페니실린부터 백신까지, 통신과 컴퓨터 분야에선 전기와 모르스 부호부터 이동 전화와 인공 지능까지, 끊임없이 신세계를 개척해가고 있다. 대부분이 원천 기술이다. 누군가 이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며 또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면, 우리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메카트니를 단장으로 한 영국 사절단을 접견한 후, 영국왕 조지3세의 서신에 건륭제(乾隆帝)는 이런 투로 답신을 보냈다. "우리 중국은 부족한 게 없어요. 교역 확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1793년의 일이었다. 그는 청나라의 가장 융성한 시기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어 1840년 '아편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전개된 세계사는 군함과 대포 등으로 무장한 서양인의 '물음표'가 동양인의 '따옴표'에게 다가와 거침없이 제압하여 허물어 뜨리는 과정이었다.
주역(周易)의 원리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돌고 돈다. 사자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의식도 몸도 침대에서 멀어졌다. 숙면을 취하고 기력을 회복한 동방의 사자들이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반도체 기술 영역에까지 진출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서양은 중국과 동아시아의 위협적인 기술 추격을 실감하는 것일까. 허둥지둥 성벽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지금 21세기에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또 한 차례의 공성전(攻城戰)인가.
▶️ 魯(노둔할 로/노, 진술할 려/여)는 형성문자로 鲁(노둔할 로/노)는 간체자,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물고기 어(魚: 물고기→로)部와 말하다의 뜻인 白(백→나중에 曰(왈)로 쓰여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말하는 것이 둔한 일, 바뀌어 어리석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魯(노둔할 로/노, 진술할 려/여)는 (1) '노둔할 로/노'의 경우는 ①노둔하다(老鈍--: 늙어서 재빠르지 못하고 둔하다) ②미련하다 ③노나라(魯--) ④성(姓)의 하나 ⑤나라의 이름(주나라의 제후국) 따위의 뜻이 있고, (2) '진술할 려/여'의 경우는 ⓐ진술하다(陳述--) ⓑ여행(旅行)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頑(완고할 완)이다. 용례로는 둔하고 어리석어 미련함을 노둔(魯鈍), 어리석고 소박함을 노박(魯朴), 거칠고 서투름을 노무(魯莽), 노魯 자와 어魚 자가 비슷하여 틀리기 쉽다는 데서 글씨를 잘못 쓰기 쉬움을 이르는 말을 노어(魯魚), 둔하고 미련한 성질을 노질(魯質), 어리석고 미련함을 노망(魯莽), 아내를 남편의 무덤에 합장함을 노부(魯祔), 노나라 성인이라는 뜻으로 공자를 이르는 말을 노성(魯聖), 거칠고 노둔함을 황로(荒魯), 어리석고 미련함을 박로(朴魯), 어魚 字와 노魯 字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주 무식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노魯와 어魚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 틀리기 쉽다는 뜻으로 글자를 잘못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노어지류(魯魚之謬), 노魯 자와 어魚 자가 비슷하여 틀리기 쉽다는 데서 글씨를 잘못 쓰기 쉬움을 이르는 말을 노어지오(魯魚之誤),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을 이르는 말을 추로지향(鄒魯之鄕), 노양공의 창이란 뜻으로 위세가 당당함을 이르는 말을 노양지과(魯陽之戈), 노반처럼 기계 따위를 교묘하게 잘 만드는 재주라는 말을 노반지교(魯般之巧), 노반의 운제라는 뜻으로 노반처럼 기계 따위를 교묘하게 잘 만드는 재주를 이르는 말을 노반운제(魯般雲梯) 등에 쓰인다.
▶️ 般(일반 반/돌 반)은 ❶회의문자로 搬(옮길 반)은 동자이다. 舟(주: 배)와 殳(수: 막대기)의 합자(合字)이다. 배가 왕래(往來)하여 돌아다닌다는 뜻을 나타낸다. 본디 뜻은 '돌다', '주위를 둘러싸다', 전(轉)하여 '옮기다', '나르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般자는 '일반'이나 '가지런한 모양', '나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般자는 舟(배 주)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般자에 舟자가 쓰였기 때문에 이것이 배와 관계된 글자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般자를 보면 밥그릇과 수저만이 그려져 있었다. 般자는 본래 '쟁반'이나 '받침'이라는 뜻의 盤(소반 반)자 이전의 글자였다. 갑골문에서는 밥그릇과 수저를 함께 그린 般자가 '소반'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밥을 먹는 일은 매우 '일상적이다'라는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일반적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여기에 皿(그릇 명)자를 더한 盤자가 '소반'이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는 밥그릇이 舟자가 되었고 수저를 들고 있는 손은 殳자로 잘 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般(일반 반/돌 반)은 ①일반(一般: 전체에 두루 해당되는 것) ②가지(종류를 세는 단위) ③얼룩무늬 ④너럭바위(반석(盤石: 넓고 평평한 큰 돌) ⑤반야(般若: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 ⑥가지런한 모양 ⑦돌다, 선회하다(旋回--) ⑧되돌리다, 귀환시키다(歸還---) ⑨배회하다(徘徊--), 어정거리다 ⑩즐기다, 놀다 ⑪크다 ⑫자세히 따지다 ⑬나르다, 운반하다(運搬--) ⑭옮기다 ⑮수여하다(授與--), 나누어 주다 ⑯분포하다(分布--) ⑰얼룩얼룩하다 ⑱가지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으로 특별하지 아니하고 평범한 수준 또는 그런 사람들 또는 특별히 정한 어떤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두루 해당되는 것을 일반(一般), 어떤 일이나 부문에 대하여 그것에 관계되는 전체 또는 통틀어서 모두를 전반(全般), 여러 가지나 어떤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반(諸般), 보통의 것과는 달리함을 별반(別般), 지난번이나 말하는 때 이전의 지나간 차례나 때를 거반(去般), 모든 범위에 걸쳐 빠짐이 없는 하나 하나를 각반(各般), 마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반(萬般), 곧 돌아오거나 이제 막 지나간 차례를 금반(今般), 맨 처음에 생겨 난 남자를 나반(那般), 저것이나 이것이나 마찬가지로 다 같음을 이르는 말을 피차일반(彼此一般),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음을 이르는 말을 금고일반(今古一般), 달아나는 것이나 뒤쫓아 가는 것이나 다 같은 것이라는 뜻으로 다 같이 옳지 않은 일을 한 바에는 나무라는 쪽이나 나무람을 받는 쪽이나 마찬가지임을 이르는 말을 주축일반(走逐一般), 노반처럼 기계 따위를 교묘하게 잘 만드는 재주를 이르는 말을 노반지교(魯般之巧), 노반의 운제라는 뜻으로 노반처럼 기계 따위를 교묘하게 잘 만드는 재주를 이르는 말을 노반운제(魯般雲梯)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巧(공교할 교)는 ❶형성문자로 丂(교)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장인공(工; 만들다)部와 음(音)을 나타는 글자 丂(교)로 이루어졌다. 巧(교)는 솜씨의 공교함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巧자는 '공교하다'나 '솜씨가 있다', '교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巧자는 工(장인 공)자와 丂(공교할 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본래 '공교하다'라는 뜻은 丂자가 먼저 쓰였었다. 丂자는 사물의 휘어짐을 표현한 것으로 '책략'이나 '재주'를 뜻하기 위해 만든 모양자이다. 巧자는 여기에 '장인'을 뜻하는 工자를 더해 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남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니 丂자는 옛 글자이고 巧자는 후에 뜻을 명확하게 하도록 工자를 더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巧(교)는 ①공교하다(工巧--: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 ②솜씨가 있다 ③예쁘다 ④아름답다 ⑤약삭빠르다 ⑥재주 ⑦책략(策略) ⑧작은 꾀 ⑨공교히(工巧-) ⑩교묘(巧妙)하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묘할 묘(妙),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옹졸할 졸(拙)이다. 용례로는 솜씨나 꾀가 재치 있고 약삭바름을 교묘(巧妙), 재치 있는 말을 교변(巧辯), 공교롭고 슬기가 있음을 교혜(巧慧), 재치 있게 하는 교묘한 말을 교설(巧舌), 교묘하게 속임을 교위(巧偉), 교묘하게 꾸며 맞춤을 교구(巧構), 교묘하고 민첩함 또는 재빠름을 교민(巧敏), 교묘한 수단으로 남을 속임을 교사(巧詐), 교묘함과 졸렬함 또는 익숙함과 서투름을 교졸(巧拙), 교묘한 거짓을 교고(巧故), 교묘하고 정밀함을 교밀(巧密), 교묘한 솜씨를 교수(巧手), 약삭빠른 슬기를 교지(巧智), 교묘하기는 하나 느림을 교지(巧遲), 간교하고 흉악함을 교악(巧惡), 간교하게 비위를 맞춤을 교중(巧中), 간교하게 모함함을 교함(巧陷), 교묘한 재주를 교기(巧技), 손재주가 있는 부인을 교부(巧婦),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을 교설(巧說),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 또는 재치 있는 말을 교언(巧言), 음력 7월의 다른 이름을 교월(巧月), 솜씨 있는 사람이나 어떤 일에 숙련되어 있는 사람을 교자(巧者), 약삭빠른 지혜 또는 교묘한 재주와 지혜를 교지(巧知), 뜻밖의 사고로 공교롭게 기회를 놓침을 교위(巧違), 교묘하게 아첨함을 교유(巧諛), 솜씨가 교묘한 목수를 교장(巧匠), 정교하고 치밀함을 교치(巧緻), 정밀하고 교묘함을 정교(精巧), 솜씨가 아주 묘함을 기교(技巧), 뜻밖에 맞거나 틀림을 공교(工巧), 영리한 슬기와 기묘한 기교를 혜교(慧巧), 간사하고 교사스러움을 간교(奸巧), 여러 모로 빈틈없이 생각하여 낸 꾀를 계교(計巧),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이르는 말을 교언영색(巧言令色), 교언은 시비를 어지럽게 하고 인덕을 잃게 함을 이르는 말을 교언난덕(巧言亂德), 훌륭한 기교는 도리어 졸렬한 듯하다는 말을 대교약졸(大巧若拙),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졸렬하게 만든다는 말을 욕교반졸(欲巧反拙), 지나치게 솜씨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농교성졸(弄巧成拙), 사람의 타고난 성품에 따라서 여러 가지 선하고 공교롭게 쓰는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 말을 선교방편(善巧方便), 그때 그때에 따라 교묘한 수단을 쓴다는 말을 기변지교(機變之巧),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취한다는 말을 교취호탈(巧取豪奪), 교묘하게 훔치고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말을 교투호탈(巧偸豪奪),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