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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주년을 맞이해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에 이어 6월 28일 ‘2013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이 ‘한반도 평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란 주제로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불안한 남북관계는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얼마나 더 눈물을 흘리고 아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민족화해위원회가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아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빠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교회 안에서도 남북문제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불편해 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일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주교는 “우리의 복음적 · 인도적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반대에 부딪히면 일할 의욕을 잃어버리곤 하지만,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한 십자가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통일과 민족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지상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대국 사이에 기대어 ‘성인국가’ 되지 못한 우리나라 변진흥 사무총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다룬 전현준 박사(동북아평화협력연구소장)는 한국은 OECD 국가로서 세계 12위의 경제력과 9위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임에도 국제사회에서 ‘성인국가’로 대접받지 못하고 후진국으로 각인되어 왔다면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국제정치 내지 미국 세력권 내의 ‘무임승차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구한말 대한제국이 강대국의 각축전 상황에서 자주적 해결보다 강대국 편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청나라의 붕괴와 함께 대한제국도 멸망했다며, 외세 의존보다는 ‘통일대국’을 통한 자주적 해결을 요청했다.
한편 “구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니라 민심이 떠나서 망한 것처럼,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북한에 자신을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북 엘리트의 변화를 통해 인권신장이 확보되어야 남북관계가 적극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평을 맡은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외세도 외세지만, 내전을 치른 나라는 내부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기에 아예 타민족, 타국가와는 화해를 할지언정 정작 자신들끼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증오를 부추기고 증오를 이용해 체제를 정당화하고, 또 그 안에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엄존하는 경우에는 ‘성인국가론’이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군사력 통한 ‘미국의 평화’에서 무장해제로…
한편 세계 5대 무기 수입국이 모두 아시아 나라인 것처럼, 아시아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이들은 막강한 군사력이 자신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평화를 미워하는 자들과 너무나 오래 지냈구나. 내가 평화를 바라고 이야기하면 저들은 전쟁만을 꾀하였다네”라는 시편 구절을 인용하며 “오랫동안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세계의 안보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이라고 비판했다. 김연수 신부는 예수가 이사야 예언자의 말대로 “하느님의 나라, 평화의 나라를 건설하러 이 세상에 오셨다”며, 산상설교에서 예수가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라고 말한 것처럼, “평화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 복음에서 예루살렘을 보시고 예수가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19,42)이라고 말한 것처럼, 미국의 군사력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우리가 먼저 평화의 사람이 되도록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신부는 코스타리카가 1946년 평화헌법을 채택해 세계 최초로 군대를 철폐하고, 1983년 ‘영구적 · 적극적 · 비무장 중립선언’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평화에서 군축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논평에 나선 소희숙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한반도를 스위스나 코스타리카처럼 영구적인 ‘비핵 평화 중립국’으로 선언하지 않는 한 강대국의 희생물이 되어 ‘영구적 분단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 수녀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5.5%인 30조원이 국방비이며, 이 가운데 50%가 전쟁이 나지 않으면 언젠가 폐기처분되어 쓰레기가 될 무기를 미국에서 사들이는 데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중소 국가들은 자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막대한 돈으로, 강대국, 특히 미국의 페기처분해야 될 무기쓰레기를 쌓아놓는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반도의 분단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반도의 분단을 필요로 하고 분단을 먹고 사는 사람들, 분단을 악으로 규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평화통일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저 주어진 현실에서 허덕이며 무관심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로 나뉜다며, 한반도 분단을 빌미로 돈을 버는 강대국과 무기상, 안보를 외치며 권력을 휘두르는 남북한의 집권세력들에 맞서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희숙 수녀는 한국 교회의 역할을 제안하면서, “한국 교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화통일의 의식을 일개우고, 계속적으로 정부를 압박하여 외교적인 노력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정책의 잘못을 알리고, 국내적으로는 DMZ에 남북 공동으로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종교인들이 모여 ‘범종교 평화통일위원회’를 발족해 종교가 통일운동의 등대가 되어야 하며, 휴전선 순례를 본당별로 정례화하고, 매스컴 등을 활용해 통일의식을 고취시키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소 수녀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주도적으로 평화운동에 나서야 하며,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심포지엄을 마치면서 이기헌 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는 “이 시점에서 교회가 할 일은 그동안 무관심과 통일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반성하는 회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전하며, 민족화해위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도를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