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세키 요리
일본식 정식 상차림인 가이세키 요리는 료칸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니카타 지방에서 생산되는 제철 재료를 이용해 단아하면서도 화려하게 차려놓아 먹기 아까울 정도다.
최고의 그릇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든 진미가 차례로 나온다.
음식의 모양이나 색도 놀랍지만 그 맛에는 전통 료칸의 자부심이 깊게 배어있다.
니카타의 자랑인 일본 청주(사케) 한두 잔을 곁들이면 여왕 부럽지 않다.
화려하고 정갈한 상차림
차림의 끝 무렵에 나오는 쌀밥은 이곳 요리의 진수다.
도쿄 긴자 요정 주인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꼽은 것은
산해진미가 아닌 바로 이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지은 '밥'이라고 한다.
일본 쌀 최고의 품종인 ‘고시히까리’,
그 중에서도 니가타의 우오누마 산을 최고로 치는데 그 쌀로 지은 밥이 차려진다.
고시히카리로 지은 쌀밥은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다.
밥은 찰기와 윤기가 돈다. 따끈한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면 구수한 쌀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밥 자체의 향이 진하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은 볶음밥이나 덮밥으로 먹지 않는다.
고시히카리 자체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다.
- 니가타에서 맛보는 특별한 미식
'기와미'는 니가타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초밥이다.
‘극한의 맛’을 낸다는 뜻으로 제철 생선으로만 만든다.
1인분에 6~8개가 나오는 다른 지역의 초밥과는 달리 기와미는 초밥 10개에 달걀말이까지 서비스로 나온다.
간장이 세 종류 나온다는 것도 이채롭다.
새우가 그려진 종지의 간장에는 새우초밥을, 오징어가 그려진 종지의 간장에는 오징어초밥을 찍어 먹는다.
나머지 초밥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종지에 담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니가타 최고의 초밥 기와미
헤기소바도 유명하다.
삼나무 그릇에 담겨 나오는 메밀국수인 헤기소바.‘헤기’는 일본어로 ‘삼나무’를 뜻한다. ‘소바’는 메밀국수.
헤기소바는 ‘삼나무 그릇에 담겨 나오는 메밀국수’다. 그런데 이 삼나무 그릇이 조금 독특하다.
초대형이다.
헤기소바
그 위에 소바를 가득 얹어 나온다.
1인분 분량을 한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을 만큼씩만 나눠 담았다.
2인분의 소바가 큰 그릇 하나에 한 젓가락 분량씩 나뉘어 담기니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먹기도 좋다.
- 사케
니가타의 엄청난 눈이 니가타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눈이 녹아내린 물로 최고의 쌀을 길러 내고, 그 쌀로 청주를 빚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일본의 쌀 품종 ‘고시히카리’가 생산되는 지역이 니가타다.
일본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 '맛있는 쌀, 깨끗한 물, 적합한 기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곳 니가타는 적설량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산에서 풍부하고 깨끗한 물이 넘쳐난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과 니가타의 맛있는 쌀이 어우러지면 섬세하고 깔끔한 맛의 최고의 술이 만들어진다.
양조장 수가 97개로 일본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일본 사케 경연대회 66개 입상작 가운데 31개가 니가타산 사케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구보타, 고시노 간바이, 하카이산 등도 니가타에서 생산된다.
좋은 사케는 10월 말쯤 출하되기 시작해 겨울을 보내고 초봄까지 이어진다.
매년 3월이면 창업 100년이 넘는 97곳의 양조장들이 에치고 평야에서 난 쌀로 빚은 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신슈(新酒)를 소개하는 술의 제전을 ‘탄레이 사케(酒) 노 진’이라 부른다.
3월에 이곳을 찾으면 사케의 깊은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니가타현에서 생산되는 지역 술.
눈이 많고 기온이 낮은 니가타현의 날씨가 주조에 적합하다.
눈은 공기를 깨끗하게 해 효모균과 누룩의 미생물이 잘 배양된다.
일본 최고의 물이라고 하는 스가나다케(菅名岳)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에 고시히카리로 담은 사케와 쌀밥,
소설 '설국'과 더불어 니가타현을 세상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 온천욕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그동안 먹고 사느라 찌든 피로가 나른하다.
이슬과 하늘, 바람이 온 몸에 젖어 들어온다.
탕 위로 하늘거리는 수증기는 눈으로 느끼는 음률인가?
눈 덮인 산을 머리에 이고,
노천탕(로텐부로(露天風呂 이슬과 하늘과 바람과 음률)에서 온천욕을 하며 설국을 읽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설국은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다는 것을.
읽던 책을 접고 눈을 감는다.
눈발 날리는 차가운 냉기에 머리를 내놓은 채 두어 시간의 여유로운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오니,
그새 방 가운데 탁자는 벽 쪽으로 밀려있고 그 자리에 정갈한 이부자리가 깔려있다.
우리의 아랫목 구실을 하는 고다츠에 발을 뻗었다. 아늑하다.
삼나무 숲 뒤로 보이는 설산이 어둠에 떠 있다
유자와는 어둠이 빨리 온다.
4시가 조금 지났는데 시가지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어둠이 밀려들었다.
아주 가까이 유자와의 높은 설산들이 어둠 속에 떠있는 것 같다.
소설 ‘설국’이 탄생한 풍광이 눈앞에서 오롯이 재현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온 마을이 희고 고요했다.
유카타 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다 맛보는 따끈한 우동과 고마꼬 모찌...
마을 곳곳에는 무료 족욕탕, 오래된 우동집(소바), 설국관, 유자와공원, 사케박물관과 북방문화박물관 등이
희미한 가로 등 불빛에 옹기종기 모여 아기가자기하다.
멀리 있는 설산들이 아주 가까이 느껴진다.
‘터널을 나오니 설국이었다’라는 소설 구절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어둠이 내린 뇨깐 정원
온천, 여관... 이 말에는 웬지 아릿한 향수?가 있다.
미닫이 유리창 밖 정원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벚꽃잎 떨어지듯 한 송이 두 송이 눈꽃이 날린다.
눈 덮인 산간 온천마을의 밤이 깊어간다.
한가하고 고요한 유자와에서 나는 차분하고 아름답게 한 해를 맞는다.
첫댓글 잘보고 잘먹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