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오,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박화목·시인, 1924-2005)
성탄 전야 / 김수열
겨울 연탄을 들이지 못한 젊은 부부의
새된 소리가 함석지붕을 넘는가 싶더니
아내 같은 여자가
빈 바람처럼 운다
그 바람에 놀란 아랫녘 개가
한껏 움츠리다 돌아눕고
끝이 매서운 칼바람이
멀구슬 지나 동네에서 제일 높은
예배당 첨탑을 휘감는다
빈 하늘에 매달린 십자가만
까닭없이 깜박거렸다
크리스마스의 희망 / 임영준
촛불 하나 켜 놓고
캐럴을 따라 흥얼거리면
세상이 밝아지겠지요
그리운 마음을 모아
어릴 적 꿈을 더듬다 보면
휜 눈이 내리겠지요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긍휼한 손길을 퍼트리다 보면
은총이 쏟아지겠지요
메리 크리스마스 / 박목월
크리스마스 카드에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참말로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누굴 기다릴까.
네 개의 까만 눈동자.
네 개의 까만 눈동자.
그런 날에 외딴집 굴뚝에는
감실감실 금빛 연기,
감실감실 보랏빛 연기,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