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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발전소를 향해 던지세요!”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핵발전소 다트 던지기를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자, 여러분~ 우리나라에 핵발전소가 몇 개라고 했죠? 맞아요. 스물세 개. 여러분이 힘껏 던져서 핵발전소를 맞추는 거예요. 하나 둘 셋!”
아이들은 설명에 맞춰 지도에 표시된 핵발전소를 향해 다트를 던진다. 다트는 지도에 빨갛게 표시된 신고리 원전에 꽂혔고 아이들은 좋아하며 목에 건 우유팩에 스탬프를 찍는다. 6월 30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성베드로성당(주임 이승주 신부)이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들썩거렸다.
이날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가 신사동 성베드로성당 주일학교와 함께 ‘하느님의 에너지, 자연 에너지’를 주제로 ‘푸르름잔치’를 연 날.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미사를 마친 오전 10시부터 핵발전의 위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일곱 개 코너를 돌며 재생에너지를 체험했다. 어린이들은 조별로 자전거 발전기로 얼음을 갈아 팥빙수를 먹는가 하면, 더위를 식힐 부채를 만들기도 했다. 태양열로 유정란을 삶던 성당 마당 한쪽에서는 자신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할 수 있는 서약을 써 붙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없앨 수 있는 지렁이를 분양받기도 했다.
▲ 주일학교 어린이가 핵발전소 볼링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 이승주 신부가 핵발전소 볼링을 하는 주일학교 어린이를 응원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실장이 태양열로 유정란을 익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전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환경사목위원회 김선영 간사는 “각 본당에 창조질서 보존 운동을 알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본당의 신청을 받아 준비된 이 행사는 일종의 ‘찾아가는 환경체험교육’으로 오는 9월과 10월, 두 개 본당에서 더 진행될 예정이다. 김선영 간사는 “향후 지속적으로 본당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본당 주일학교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리교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행을 함께한 성베드로성당 교리교사들은 입을 모아 “아이들에게는 이런 활동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주일인데도 성당 안팎으로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미사가 끝난 뒤 한 가족은 헬멧을 쓰더니 각자 자전거에 오르기도 한다. 몇 년째 ‘주일 미사 올 때 자동차 타지 않기’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차를 세우던 성당 마당은 신자들과 아이들의 쉼터로 변했고, 곳곳에는 각종 채소를 심었다.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직접 심은 채소들은 조만간 캠프에 갈 때 거둬 함께 먹을 계획이라 했다.
뿐만 아니라 신사동 성베드로성당은 몇 년째 일회용 컵 쓰지 않기, 휴지 대신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세제 대신 EM 만들어 쓰기 등 네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성베드로성당 주임 이승주 신부는 “이런 행사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벤트로 받는 강력한 느낌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고, 따라서 일상과 연관이 없으면 관심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신부는 “일상의 작은 실천과 변화가 바탕이 되어 송전탑 문제에, 강정 해군기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가 아니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사회문제에 대해 신자들의 일상과 떨어진 별도의 투쟁처럼 흘러간다든지, 너무 부담스러워 회피하고 싶은 쪽으로 간다든지 하는 건 결국 일상이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저렇게 고통 받고 있고 현실이 이렇게 어둡다고 말하기 전에, 아주 작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면 어떨까. 토대가 만들어지면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것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조카와 함께 행사의 각 코너에 참여한 김진형 씨는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도 직접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니 재미도 있고 참 좋다. 환경보전이나 창조질서를 아무리 강조해도, 체험하고 실천해보지 않으면 결국 그냥 말에서 멈추고 일상에서는 편리한대로 살게 되지 않나. 인식하고 몸에 익히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 서울 관악구 신사동 성베드로성당 ‘푸르름잔치’에서 주일학교 어린이가 자전거 발전으로 얼음을 갈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짐문 쓰기와 사진 찍기 ⓒ문양효숙 기자 |
▲ 성베드로성당에는 주일에 자동차 타고 다니지 않기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사진은 미사가 끝난 후 자전거로 집에 돌아가는 한 가족 ⓒ문양효숙 기자 |
▲ 성모상 아래 자라고 있는 각종 채소들.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직접 심었다.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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