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디지털리스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카페에서 A-HA 의 TAKE ON ME를 듣다가 생각이 나는게 있어 글을 써 봅니다.
전 음악이 있고 술이 있고 인터넷이 있는 카페를 좋아합니다...
이젠 순수 아날로그기반의 녹음실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하긴 제가 첨 녹음실에 발을 딛은 96년도에 이미 ADAT,
02R 등 디지털 장비들이 소규모 녹음실을 점령한 상태였고 저 역시 녹음실에서 면도칼은 한번도 써 본적이 없으니까요
당시에 역촌동에 있던 제일기획(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촛불잔치를 부르던 이재성씨가 주인인 녹음실이었습니다)
이라고 FOSTEX의 16채널 아날로그 녹음기(아하의 TAKE ON ME 앨범에 사용됬던) 와 TASCAM의 2채널 아날로그 녹
음기를 쓰는 곳이있었는데 제가 처음 사용해본 아날로그 멀티레코더였습니다...
펀칭도 잘 않들어가고 쉬이~하는 히스 노이즈도 많아 지금생각해보면 좀 우스꽝 스러울 수도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직관적인 펀칭이 않되니 가수는 간주전까지 한방에 가야 했고 간주 끝나고 마지막까지 한방에 가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했던 작업이(데모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운드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 느꼈던 아날로그만의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멍하게도 느낄 수도 있는 따듯
함... 디지털장비로서는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요
그때의 기억 때문에 지금도 믹스마스터만큼은 되도록 HALF/QUATER INCH에 담고 싶어 하지만 기계도 많지 않을뿐더
러 테입가격이 장난이 아니지요...^^ 15분짜리 GP-9 하프인치 테입이 10마넌.... 눈물찔끔 ^0^
이제 제가 주제넘는 말씀 하나 올리고 잡으면...
엔지니어를 시작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시작은 아날로그 콘솔로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녹음기까지 갖춘녹음실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있다해도 상태도 않좋고
마이너 뽕짝레이블 산하 녹음실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 학원에선 디지털콘솔에 디지털레코더... 그리고 이젠 엔지니어 먹고사는데 지장을 많이 주는 프로툴 가르치는 곳이
많더군요... (제가 학원출신이 아니라 그쪽사정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머 이 자리에서 아날로그대 디지털의 장점이나 단점같은걸 이야기하자는게 아닙니다... 이미 다 아실테고...
저는 무엇을 먼저 시작하느냐에 따라 듣는 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 감을 충실히 익힌 사람은 디지털을 만져도 별 어려움없이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적인사운드와 디지털적인 사운드를 구별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반면에 디지털이 몸에 배인 사람은 나중에 아날로그장비를 접했을 때 조금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의 특성상 어쩔수 없이 사운드를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집니다...소리의 질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 디지털이 더 어렵습니다... 알아야 할것도 많고... 내맘같이 잘 안움직여주고...
아날로그콘솔은 콘트롤러가 전면부에 다 나와있기 때문에 만지기도 쉽지만 디지털 콘솔은 머 그리 숨겨놓은게 많은지...
저도 지금 디지털콘솔을 쓰고 있지만 아날로그콘솔에 필요한 기능 외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더군요...
그리고 프로툴을 제일 우선적으로 배우는 것은 지양하시길 바랍니다...
말그대로 툴입니다... 우리가 편하자고 쓰는 도구에 불과 할뿐, 그거 하나에만 매달려서는 엔지니어로서 더욱 중요한
것을 잊게 됩니다...
이제 프로툴이 메인레코더로 사용 되면서 어시스턴트가 "죄송합니다,다시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펀칭할 일이 일단 없고 만일 잘못찍었더래도 얼마든지 다시 살릴 수 있으니까요.
대신 뮤지션들로부터 "미안합니다, 다시갈게요" 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편한건 좋은것이지만 너무 편한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호랭이 리모트잡던(?) 시절엔 녹음할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습니다... 숨소리 하나라도 잘못 찍었다간 바로 디렉터와
메인엔지니어로부터 그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지요.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녹음할 때 만큼은 커피를 3잔씩 들이키
던지 각성제를 먹던지 해서라도 버텨야 했습니다... 그게 싫으면 가방 싸야죠 ...^^
톤이나 발란스에 대한 감각은 메인되고 나서 길러지는것이지만 엔지니어로서 가장 중요한 음감은 어시스턴트때 생기는
것입니다...
어떤 슈퍼 디렉터가 오더라도 현재 리모트를 잡고 있는 어시스턴트만큼 집중해서 음악을 듣고 있을까요? 메인엔지니어
는 그딴거 생각할 겨를 없습니다... 전체적인 것을 보고 듣고 있으니까요... 아니면 놀고(?) 있던지...^^
가끔 다른 녹음실 가서 구경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녹음할 때 그리 집중하는 것 같지 않은 모습을 가끔 봅니다...
(송녹음하면서 사운드 아트지 보고 있는 어시도 보았습니다... 허허)
그리고 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만 프로툴에 대해 많이 공부를 합니다...프로툴스 게시판의 호응도가 좋은 것이
그것을 반영하는 듯...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프로툴 단축키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가수의 음정이 얼마나 불안한지... 이것이 오토튠으로 개선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 관심이 없다면 그 프로듀서는 다시
는 그 엔지니어를 찾지 않게 될 것입니다...
쓸데없는 잔소리가 길어 졌군요... 걍 여러분 보다 며칠 먼저 시작한 엔지니어로서 올리는 잡담글이었습니다...(--)(_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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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이땅의 디지털리스트들에게...
송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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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2.10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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