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때마다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內儲說)에 기록된 삼인성호(三人成虎)다.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충신인 방총이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에 볼모로 떠나면서, 그는 자신이 없는 동안 주변의 거짓말에 속아 왕이 멀어질까 두려워 혜왕을 만나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의 대답은 "믿지 않는다"였다. 그래서 "그럼 두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왕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럼 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그 말은 믿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방총이 말했다. "시장에는 분명히 호랑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저는 지금 멀리 조나라로 떠납니다. 제가 떠난 후 저를 헐뜯는 사람이 셋만은 아닐 것입니다. 귀담아 듣지 마십시오" 왕의 대답은 "염려하지 마라"였다.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왕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왕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렇듯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처럼 세 사람이 서로 결탁하면 하나의 집단이 형성되고, 그 집단의 주장에는 힘이 발생하여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 있듯이 허무맹랑한 허위 정보(일명 가짜뉴스)나 거짓말도 여럿이 동조하여 유언비어를 만들면 결국 진실로 둔갑하게 된다.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조장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선거에서 낙선을 조장하는데 활용되는 게 요즘 추세다. 이에서 더 나아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유발하며 심지어 기업의 경우 주가 폭락 등 심각한 사회 문제까지 야기하고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부가 2023년 9월 `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가짜뉴스의 정의 및 판단기준 마련, 유포자에 대한 처벌강화,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연결망(SNS)은 정보공유에 최적화된 매체로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파한다. 또 구조상 뉴스의 사실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워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빠른 속도로 이를 통해 전파돼 심지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정치 분야에서 허위 정보(가짜뉴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허위 정보를 사회연결망(SNS)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게 되면 유권자는 왜곡된 허위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분별력을 가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의 전제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용할 경우,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제공한 정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필요하다면 추가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삼인성호(三人成虎)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허무맹랑한 허위 정보인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사라지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선거가 되길 희망한다. 푸른 용이 하늘로 힘차게 승천하듯 승승장구하는 희망찬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 삼인성호부터 배격하는 자세를 갖추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