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아무 생각도 없이 효천역을 찾았습니다
애써 시간표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곳에 가면
하루를 채울수 있는 물 한모금은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매표원의 덩그런 모습과 16절지 절반 크기의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30여분 대합실에서 천정을 쳐다보다가
칸막이 넘어로 보이는 전국에 노래자랑하는 40대 아줌마의 출렁이는 뱃살을 보다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어섰습니다
남광주역이 사라지면서 급조된 터무니 없는 역이라
주위에 그 흔한 구멍가게 하나없는 곳에서
대낮의 태양빛에 중국집 찾기를 포기하고
나무 그늘에 움직이지 못하고 30분 멈추어 섰다가
그래도 집이 편할 것이다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땅에 떨어지는 상수리 열매를 보고 그대로 산길을 올랐습니다
끝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길은 이어졌고 일찍 생을 마감한 학생과 권사를 눈앞에 두고 또한 생을 마감한 집사님의 묘지를 넘어
그만 그만 한 사연으로 채워진 공동묘지를 한눈으로 바라보다가
촘촘히 이어졌던 길이 끊기고
분명 당황하여 서성였던 모습이 역력한 해송그늘의 다져진 서너평의 땅바닥에 서서
막혀있어도 열려진 또 다른 길을 보며
얼굴에 가득한 식은 땀을 옷깃으로 닦고 아무일 없는듯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 공동묘지 밑으로 마감된 생들에게 또 다른 생을 주듯 대단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첫댓글 막다른 그곳에 모인 그분들은 어디로 가셨을지...... 아무일 없는듯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를...^_^
후후~ 집이 편하데요
가원님도 참으로 멋을 아심니다~~~ㅎ ㅎ
말씀 고맙습니다 / 멋이 아니라 좀 멍하죠?
무작정 나서는거...좋지요. 가원님이 이런 분이셨군요...^ ^
가끔 병이 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