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닮의 여정 “대자대비大慈大悲,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
2025.3.17.사순 제2주간 월요일 다니9,4ㄴ-10 루카6,36-38
“주님, 당신의 종 위에,
당신의 얼굴을 빛내어 주소서.”(시편31,17ㄱ)
하느님의 마음이, 하느님의 얼굴이 자비입니다.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하느님 아버지입니다. 여전히 병원에 계시지만 점차 병세는 호전되고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소식입니다. 새벽에 읽은 어제 발표한 삼종기도후 메시지도 교황님 믿음을 반영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그분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몸은 약할지라도, 그 어느 것도 우리를 사랑으로부터, 기도로부터, 줌으로부터, 믿음 안에서 서로 희망의 빛나는 표징이 되는 것으로부터 막을 수 없습니다. 부단히 하느님 사랑의 광선을 반사하십시오.”
그 어떤 환경 안에서도 자비하신 하느님의 빛나는 표징으로, 영원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입니다. 오늘날 모든 불행과 재앙은 하느님을 떠남에서, 하느님을 잊음에서, 잃음에서 기인합니다. 발광체發光體 자비하신 하느님을 반사하는 반사체反射體 인생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광신도狂信徒가 되어 발광發狂하지 말고, 광신도光信徒가 되어 하느님을 발광發光하는 삶은 살라는 것입니다.
어느때보다, 하느님을 찾아야할 위기의 시대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시기, 날로 나라 안팎으로 위험이 증폭되어가는 위기의 시대에 올해 맞이하는 사순시기는 더욱 고맙고 반갑습니다. 어느때 보다 절실한 4월20일 부활대축일까지 기도와 회개, 절제와 극기의 사순시기입니다.
제 집무실 벽에 늘 걸려 있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작은 아들을 품에 안고 기뻐하는 자비하신 아버지야 말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신을 떠난 모든 사람들의 귀가를 간절히 한없이 기다리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지혜도 자비하신 하느님이 답임을 보여줍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은 ‘밖’을 두려워하게 된다. 안에서 밖으로 나와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다산>
나로부터 벗어나 밖의 하느님을 향할 때, 부단히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오를 때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몰아내는 하느님의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들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서 나뉘어 산다. 길흉吉凶이 그로 말미암아 생긴다.”<논어>
부단히 한계를 넘어 대자대비, 공평무사한 자비하신 하느님을 향해 닮아감으로 평화 공존의 삶을 살 때 길흉도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하느님을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입니다. 다음 행복기도의 다음 대목을 마음에 새깁니다.
“자비하신 아버지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오늘 복음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아드님을 통해 우리 믿는 이들을 향해, 아니 전인류를 향해 당신의 평생 소원을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모상대로 지음받은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기대 수준은 이처럼 높습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루카복음 평지설교의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하느님의 제시하는 바 유일한 평생과제이자 우리 모두를 향한 평생소원이자 우리의 평생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래서 우리 삶은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몸은 노쇠해가도 날로 자비의 삶은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입니다. 하느님을 닮고 싶은 마음에 써놨던 ‘하늘’이란 고백 글도 생각납니다.
“하늘이
하늘에 가다니요?
그냥
있으세요
당신은
늘 높고 푸른 하늘이예요”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이 아닙니다. 애매한 추상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실행동사입니다. 하느님의 깊이는 인간의 깊이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인간의 신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신비가 바로 답입니다. 예수님의 구체적 처방이 모두 실행동사입니다.
“1.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2.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3.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4.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되로 되받을 것이다.
바로 이런 구체적 자비행이요 이런 행위 또한 부단한 의도적, 의식적 선택이자 훈련이요 습관화의 노력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자비하신 하느님을 닮은 결정적 수행은 기도와 회개임을 제1독서 다니엘서가 제시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하늘을 우러러 두려워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 철면피, 적반하장의 뻔뻔한 미치광이, 특히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부 극소수 양심과 상식을 잃어버린 무지한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기도와 회개의 삶입니다.
“아, 주님! 위대하시고 경외로우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계약과 자애를 지키시는 분!
저희는 죄를 짓고 불의를 저질렀으며 악을 행하고 당신께 거역하였습니다.
당신의 계명과 법규에서 벗어났습니다.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당신의 법에 따라 걷지 않습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 이처럼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는 모두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입니다.”
다니엘의 회개의 기도가 가슴을 칩니다. 마음에 새기듯 절실한 내용들이라 대부분 다 써봤습니다. 거룩하고 은혜로운 사순시기 집중적 수행이 기도와 회개입니다. 진정성 넘치는 회개의 기도가 하느님 자비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문제는 나에게 있고 답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궁극의 답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사순시기,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간절하고 항구한 회개의 기도와 더불어 하닮의 여정에 충실하도록 좋은 힘이 되어 주십니다.
“주님께 바라는 너희가 모두,
굳세게 마음들을 가져라.”(시편31,25).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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