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국정원 수사는 치욕이자 국기문란"시국선언 기자회견문

[유평공]

경찰 ‘국정원 수사’ 결과 여전히 부인… 국회 제출 보고서에 은폐 사과 없어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ㆍ“재판 후 조치하겠다” 반복
  
  경찰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결과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주도하에 국정원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지만 국회에 낸 보고서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나면 조치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청은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원 사건 관련 보고’를 통해 ‘경찰이 수사 축소·은폐를 한 정황이 있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조목조목 해명했다.
  
  

무궁화클럽 퇴직 경찰들도 시국선언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퇴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의 회원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경찰 수사 축소 은폐에 대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경찰 보고서를 보면 사건의 핵심인 김용판 전 청장의 지난해 대선 직전 12월16일 밤 중간수사결과 발표 지시 부분이 검찰 수사결과와 정면 배치된다.

경찰청은 보고서에서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수사과장 등과 논의하면서 수서경찰서장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한 결과, 신속하게 분석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되 보고서 작성 시간 등을 감안해 23시경에 배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청장이 독단적으로 수사 축소를 결정한 뒤 사건을 담당한 수서서에 직접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부인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 김 전 청장은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2월15일 밤부터 ‘국정원의 선거 개입 및 정치 관여 혐의는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미리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은 또 보고서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진술녹화실에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노트북 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용된 진술녹화실의 녹화 분량을 자세히 소개했다. 경찰청은 “진술녹화실은 2개가 운영됐고, (영상이 저장된) CD는 72개로 모두 48.51GB(기가바이트)”라고 했다. “이 CD들에는 총 127시간38분이 녹화돼 있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수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내가 녹화하도록 했고, 검찰이 공개한 것은 1000분의 1도 안된다”며 “전체를 보면 내 결백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다. 검찰 수사결과 이 영상 안에는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이 김 전 청장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은폐·조작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경찰청은 12월12일 국정원 직원 김모씨 집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다 보류한 것에는 “긴급하게 강제수사를 할 상황에 해당되지 않았고, 김씨에 대한 고발장에도 구체적인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자료가 없었다”며 압수수색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기소가 된 김 전 청장 외에 최현락 수사국장(당시 서울지방청 수사부장) 등 축소·은폐 수사에 연루된 실무자 징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수사 중에 있으므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를 거부하면서 주장한 의견과 같은 말이다.

 

전·현직 경찰도 시국선언..."김용판, 경찰 팔아먹었다"

[현장] 경찰청 앞서 기자회견 열어

13.06.26 14:40l최종 업데이트 13.06.26 15:29l

▲ 시국선언하는 퇴직경찰관 모임 퇴직경찰관의 모임인 '무궁화클럽'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의 축소, 은폐 수사를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현직 경찰관들도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전·현직 중·하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26일 정오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경찰청 정문 앞에 나온 이 클럽 회원 8명은 시국선언문에서 "치욕적인 3·15 부정선거처럼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축소·은폐한 것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기문란의 범행"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로서 국민들에게 사죄한다"며 "정권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고 민주 경찰이 되도록 국민들에게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찰공무원직장 협의회 ▲경찰인사위원회 ▲경찰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무궁화클럽은 지난 2005년에 출범했으며 3만여 명의 전·현직 경찰관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중간수사결과를 기습 발표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 공무원 법 위반, 직권 남용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조규수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청장은 개인의 출세를 위해 10만 경찰을 팔아먹었다"라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을 공명정대하게 행사해야 하는데 허위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권에 아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자기 반성을 통해서 경찰이 정치적으로부터 독립하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무궁화클럽, 국정원 대선 개입 태그입력

전직 경찰들 "경찰의 국정원 수사는 치욕이자 국기문란"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 소속 퇴직경찰관들이 2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경찰 축소·은폐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무궁화클럽 소속 퇴직경찰관 1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15 부정선거의 치욕적인 역사와 금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축소·은폐한 것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기문란의 범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한 추악한 경찰의 모습을 목도한 국민들은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뜻을 가슴 깊이 새겨 국민 여러분들이 원하는 민주 경찰로 거듭 나야 할 것임을 천명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무궁화클럽은 또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법안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번 국정원 사건에서 드러난대로 경찰 윗선의 수사과정상 외압·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찰인사위원회 및 경찰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것 등 요구했다.

[포토] 퇴직 경찰들 시국선언, 경찰을 다시 국민에게

이승빈 기자 cadenza123@naver.com

입력 2013-06-26 13:03:17l수정 2013-06-26 13: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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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클럽 퇴직경찰관 일동은 26일 오전 서울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국정원선거개입관련 경찰축소수사 및 왜곡보도에 대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승빈 기자

무궁화클럽 퇴직경찰관 일동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관련 경찰축소수사 및 왜곡보도에 대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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