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즉득(少卽得)
욕심이 적으면 만족을 얻고 욕심이 많으면 만족을 잃는다는 뜻으로, 이는 분수에 어긋나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다.
少 : 적을 소(小/1)
卽 : 곧 즉(卩/7)
得 : 얻을 득(彳/8)
자전육혜(我全六慧)는 나를 보전하는 6가지 지혜를 말한다. 살아가면서 나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이든 나를 보전하여야 이룰 수 있다. 내가 사라진 이후는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 중에는 무리하여 자신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하고 곤혹을 겪다가 죽기도 한다. 예로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잘 보전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그런데 그 자신을 잘 보전한다는 것은 말은 쉬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며 인생을 지혜롭게 천명을 다하여 살라는 뜻이다.
노자(老子)가 도덕경에서 나를 보전(保全)하는 6가지 지혜를 말하였다. 그것은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 와즉영(窪則盈), 폐즉신(敝則新), 소즉득(少則得), 다즉혹(多則惑)이다.
노자 도덕경 제22장에 나오는 말이다. 욕심이 적으면 만족을 얻고 욕심이 많으면 만족을 잃는다. 이는 분수에 어긋나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면 자기 몸을 보존하기 어렵고 어딘가에서 탈이 나서 자기를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만물은 자기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취할 뿐 더 이상을 취하지 않는다. 인간만 계속 욕망을 축적해 갈 뿐이다. 그것은 자연의 도에 어긋난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과다한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간이 평화로운 만족을 얻고 행복하려면 욕심을 줄이는 일이다. 그것은 자연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1. 한없는 욕망과 경쟁이 가져오는 비극
스프링복이라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 사는 염소처럼 생긴 영양이다. 이들은 무리 지어 달리는 특징이 있다. 학자들은 그들의 행동이 기이하여 관찰하였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대이동을 할 때가 있었다. 1893년 학자들에게 1억 마리가 넘는 스프링복의 거대한 대이동 광경이 관찰되었다. 그들은 평균 시속 160km의 속도로 하루 수천 km를 횡단하였다.
그런데 그 무리들은 자기들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에 바닷가 벼랑길을 만나자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어갔다. 그 당시 스프링복의 주검은 해안을 따라 50km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그들의 눈에는 목적도 절제도 없이 동료가 달리니 함께 달리다 보니 죽음의 벼랑이 눈앞에 펼쳐진 것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욕망에 빠져 목적도 방향도 잃고 오로지 동료의 달리는 것에만 도취된 결과였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그 한없는 욕망만 보고 동료와 욕망 충족의 경쟁만 하다 보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혹여 스프링복처럼 바다 벼랑도 보지 못하고 함께 추락하여 주검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천민자본주의하에서의 인간은 물질과 권력의 욕망에 사로잡혀 앞만보고 달리는 경주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욕망 충족의 목적 외에 삶의 진지한 목적이나 가치, 의미같은 것은 살펴볼 겨를도 없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자신을 잊고 동료가 달리니 나도 힘껏 달리는 스프링복 같은 인간들이 아닐까?
문명화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고 첨단 문명이 진행될수록 소외되는 인간은 늘어나고 우울증과 고독, 인간관계의 실패 등 온갖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욕망은 강한데 현실이 전혀 따라주지 못하거나 자신의 능력으로 그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할 때 나타나는 정신적인 분열 현상이다. 그래서 결국 무기력에 빠지고 만 것이다. 욕망과 현실의 지나친 괴리가 가져다 분 진공상태이다.
지나친 경쟁에 몰입하는 사람들, 타인에 대한 시기심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은 모두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들은 늘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권력이든, 명예든, 제물이든 남들보다 많이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그들에게 인생의 목적이나 소박한 의미 같은 것은 찾기 어렵다. 오직 화려한 자기만을 추구한다. 그런 사람들은 소소한 행복보다는 찬란한 자기 모습을 더욱 열망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분노하고 규탄하며 사회와 타인에 대한 적대감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지나치면 비극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기도 한다. 모두 욕망의 노예가 된 후의 비극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지나친 경쟁과 권력 의지가 강하면 심한 투쟁이 생겨난다. 그리고 누군가는 죽어야 하며 살아도 외로운 영역을 지켜야 한다. 욕망은 인간의 성취동기를 일깨우고 미래를 위한 개척 의지를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스스로를 들뜨게 하고 스프링복처럼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며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아 넣는다.
주변에서 가끔 돈과 권력의 병에 걸린 사람을 본다. 뇌물을 통해 자리를 지키려 한다거나 승진을 바라는 사람, 당선되지 않는데도 선거철만 되면 출마하는 사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을 본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은 한이 없고 거기에 몰입되면 삶의 목적도 방향도 잃고 오직 거기에만 매진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최후는 항상 허탈함과 비극이다.
이에 노자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노자가 말한 소즉득(少則得)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하는 충고의 말이다.
2. 노자가 말하는 소즉득(少則得)
노자가 도덕경(제22장)에서 말하는 소즉득(少則得)은 이렇다. 욕심이 적으면 만족을 얻는다. 욕심이 많으면 만족을 잃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부귀와 공명을 쫓는다. 그 결과는 부귀와 공명을 잃고 불행에 빠진다. 그리고 소중한 자기의 몸까지 잃게 된다. 부귀와 공명에 대한 과다한 욕심 때문이다. 그래서 욕심을 적게 가져야 한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도 지나치게 많은 사람의 욕심이 화를 키운다고 했다. 순자는 사람은 욕심이 적은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많으며, 욕심이 많기 때문에 임금은 자기 수행을 하여야 하며 백성들을 위한 교화는 절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야 악을 제어하고 선의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노자에 의하면 사람들이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은 어렵다. 욕심을 많이 가지는 것은 인간이 가진 인간만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욕심이 인간의 활동과 발전을 위한 촉매제라고 하지만 그것은 인위적인 도이다. 인위적인 도는 자연의 도에 어긋난 것이다. 인위적인 도가 자연의 도와 합치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들의 인위적인 도에 의해 고통을 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따라야 할 도는 무위자연의 도이다.
무위자연의 도를 체득한 사람은 욕심을 적게 가지고 가진 욕심도 절제할 줄 알기 때문에 욕심이 나아갈 방향을 알고 욕심을 다스릴 수 있다. 그래서 사리사욕을 극복하고 대의명분을 추구할 수 있다. 덕을 쌓아갔기 때문이다. 그 쌓여진 덕으로 마음과 몸을 보전하고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부귀공명까지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노자의 설명의 기저에는 인간이 죄를 범하지 않고 자기 마음과 몸을 보전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욕심에 대한 절제와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자가 여기서 말하는 무위자연의 도를 따르는 것은 욕심을 완전히 버린 무욕(無慾)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정제되고 절제된 욕심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2. 소즉득(少則得)의 지혜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단란하게 살고 있는 부부에게 한 도사가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면 원하는 재물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하였다. 부부는 두 무릎을 꿇고 앉아 도사가 시킨 방법대로 천 냥의 돈을 달라고 열심히 기도하였다.
한참 기도하던 남편이 기도를 잠시 멈추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기왕에 하늘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면 우리 천 냥이 아니라 만 냥을 달라고 기도합시다." "그러게요. 그게 좋겠습니다." 아내도 이 말에 동의하고 둘은 열심히 만 냥을 내려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도하는데 갑자기 아내가 다시 천 냥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이를 본 남편이 아내를 잡고 물었다. "여보 왜 천 냥을 달라고 기도하시오. 우리 만 냥을 달라고 기도하기로 했잖소?"
아내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기도하다가 생각하니 하늘이 천 냥을 내려주면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일하며 그런대로 넉넉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 냥을 내려주면 재물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 당신은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릴 것이고, 저작거리를 쏘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할 것이고, 심해지면 첩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만 냥을 가지면 우리 부부는 파산이 될 공산이 커지요. 그래서 천 낭만 달라고 한 것입니다. 천 냥이면 우리 두 사람 열심히 일하면서 복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는 것과 욕망을 채우면 더 큰 욕망에 빠지게 된다는 것, 분수에 넘치는 재물은 인간을 타락으로 이끌기 쉽다는 것을 교훈으로 준다. 실제로 많은 사람 중에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바람을 피우거나 첩을 둘 겨를이 없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많은 사람 중에 당첨 이전보다 더 비참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그런 점을 말해준다. 만약 한비자에 나오는 부부에게 만 냥의 재물이 내려졌다면 아마 그 부부는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속담에 '99석 가진 사람이 100석을 못 채워 안달을 낸다', '말 가지면 마부 두고 싶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그 한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수많은 투쟁과 갈등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도 지나친 욕망은 자신을 소외와 절망으로 빠뜨리기 쉽고 부패와 타락으로 이끌기도 쉽다.
노자가 말하는 소즉득(少則得)은 욕망이 지나치면 덕(德)이 쌓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덕이 쌓이지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욕심을 적게 가지고 덕을 쌓는데 힘쓰라는 것이다. 결국 욕망의 절제와 겸허를 실천하라는 것이다. 도(道)를 닦고 덕(德)을 쌓는다는 것은 절제와 겸허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위자연의 도(道)'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의 어두운 자식인 천박한 논리에 빠져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있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를 잃어버리고 소외되고 우울하고 정신병적인 현상에 빠지기도 한다. 마약에 빠지고, 권력에 도취하고, 향락에 빠지는 것들 모두 그러한 현상이다. 그들이 진정 자기를 지키는 일은 노자가 말하는 소즉득(少則得)의 지혜를 깨닫고 실천하는 길이리라.
▶️ 少(적을 소/젊을 소)는 ❶회의문자로 작을 소(小; 적다)部와 丿(별)의 합자(合字)이다.작은 물체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적어지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적다를 뜻한다. 小(소)는 작다는 뜻과 적다는 뜻의 양쪽을 나타내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기 위하여 한 가운데의 갈고리 궐(亅; 갈고리)部와 나눔을 나타내는 八(팔)을 합(合)하여 물건을 작게 나누다의 뜻을 가진다. 小(소)는 작다와 적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여 씀을 조금 바꾸었다. 少(소)가 붙어야 할 말을 小(소)로 쓰는 일이 많음은 본디 한 글자였기 때문이다. ❷상형문자로 少자는 '적다'나 '많지 않다', '젊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少자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小(적을 소)자와 기원이 같다. 다만 小자가 3개의 파편을 그린 것이었다면 少자는 4개의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파편의 수와는 관계없이 小자와 少자 모두 '작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지금의 小자는 '작다'로 少자는 '적다'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少(소)는 ①적다, 많지 아니하다 ②작다 ③줄다, 적어지다 ④적다고 여기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다 ⑤젊다 ⑥비난하다, 헐뜯다, 경멸하다 ⑦빠지다 ⑧젊은이, 어린이 ⑨버금(으뜸의 바로 아래), 장에 버금가는 벼슬에 붙이는 말 ⑩잠시(暫時), 잠깐, 조금 지난 뒤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사(些), 적을 과(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많을 다(多), 늙을 노/로(老)이다.용례로는 적은 수효를 소수(少數),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사내 아이를 소년(少年), 완전히 성숙하지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여자 아이를 소녀(少女), 적은 액수를 소액(少額),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함을 소장(少壯), 적은 분량을 소량(少量), 잠깐 동안이나 잠시 지나간 동안을 소경(少頃), 줄어서 적어짐을 감소(減少), 매우 적음을 사소(些少), 분량이나 정도의 많음과 적음을 다소(多少), 적고 변변하지 못함을 약소(略少),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노소(老少), 아주 적어서 얼마 되지 못함을 근소(僅少), 지나치게 적음을 과소(過少), 가장 적음을 최소(最少), 나이가 적음을 연소(年少), 드물고 썩 적음을 희소(稀少), 조금도 개의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개의(少不介意), 나이 젊고 건강한 사람은 날카롭다는 뜻으로 소장은 흔히 20~30세의 왕성한 지식욕과 행동력을 갖춘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소장기예(少壯氣銳),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동념(少不動念), 조금도 뜻대로 되지 않거나 조금도 뜻과 같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여의(少不如意), 어릴 때의 버릇은 천성과 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소성약천성(少成若天性), 젊었을 때 저지른 잘못을 일컫는 말을 소시지과(少時之過), 남자와 여자와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을 남녀노소(男女老少),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노소동락(老少同樂), 한 번 웃으면 그만큼 더 젊어짐을 일컫는 말을 일소일소(一笑一少), 노인도 소년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뜻으로 사람의 목숨은 덧없어 정명을 알 수 없으므로 죽음에는 노소가 따로 없음을 이르는 말을 노소부정(老少不定), 먹을 것은 적고 할 일은 많음이라는 뜻으로 수고는 많이 하나 얻는 것이 적음을 일컫는 말을 식소사번(食少事煩), 시국이나 병세가 매우 위급하여 안심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위다안소(危多安少) 등에 쓰인다.
▶️ 卽(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即(즉)의 본자(本字)이고, 皍는 동자이다. 먹을 것을 많이 담은 그릇 앞에 사람이 무릎 꿇고 있음을 나타낸다. 식탁에 좌정한다는 뜻에서, 전(轉)하여 자리 잡다의 뜻으로 되고, 밀착(密着)하다의 뜻에서, 전(轉)하여 '곧', '바로'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卽자는 '곧'이나 '이제', '가깝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卽자는 皀(고소할 급)자와 卩(병부 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皀자는 의미와는 관계없이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卽자의 갑골문을 보면 식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식기에는 담겨있는 음식을 막 먹으려는 모습이다. 그래서 卽자의 본래 의미는 '이제(먹는다)'였다. 하지만 후에 '먹다'라는 뜻은 사라지고 '곧'이나 '이제'라는 뜻만 남게 되었다. 卽자는 식기 앞에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가까이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卽(즉)은 ①곧 ②이제 ③만약(萬若), 만일(萬一) ④혹은(或-: 그렇지 아니하면) ⑤가깝다 ⑥가까이하다 ⑦나아가다 ⑧끝나다 ⑨죽다 ⑩불똥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則(법칙 칙, 곧 즉)이다. 용례로는 그 자리에서나 금방이나 바로 그때나 당장에를 일컫는 말을 즉시(卽時), 진작이나 좀 더 일찍이를 진즉(趁卽),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흥치 또는 그 자리 생각이나 내킨 맘을 즉흥(卽興), 일이 진행되는 바로 그 자리를 즉석(卽席), 곧 그 시각에를 즉각(卽刻), 임금될 이가 식을 올리고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일을 즉위(卽位), 곧 전하여 보냄을 즉전(卽傳), 즉시 금전을 지불함 또는 그 금전을 즉전(卽錢), 돈이나 물건을 즉시 바침을 즉납(卽納), 곧 출발함 또는 즉석에서 폭발함을 즉발(卽發), 약 같은 것의 즉시 나타나는 효력 또는 어떤 일의 즉시에 나타나는 좋은 반응을 즉효(卽效), 그때그때의 경우에 따라 거기에 곧 응함 또는 곧잘 적응함을 즉응(卽應), 곧 이제 지금 당장 또는 그 자리에서 곧을 즉금(卽今), 곧 감 또는 이내나 곧 실행함을 즉행(卽行), 일이 일어난 바로 그날이나 당일 또는 바로 그날을 즉일(卽日),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감을 즉세(卽世), 바로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음을 즉참(卽斬), 당장 그 자리에서의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느낌을 즉감(卽感), 당장에 멸망함을 즉멸(卽滅), 병이 곧 나음을 즉차(卽瘥), 바로 그 자리에서 곧 청함을 즉청(卽請), 그 자리에서 즉시로 의결하거나 결정함을 즉결(卽決), 당장 그 자리에서 만듦을 즉제(卽製), 즉시에 단정함을 즉단(卽斷), 즉석에서 곧 승낙함을 즉낙(卽諾), 예매나 또는 예약을 아니하고 상품이 놓인 그 자리에서 곧 파는 일을 즉매(卽賣), 곧 항하여 감을 즉향(卽向), 곧이나 때를 넘기지 아니하고 지체없이를 즉변(卽便), 그 자리에서 곧 빨리나 즉시로를 즉속(卽速), 매우 급함을 즉급(卽急), 바로 당장에 보거나 듣거나 한 일을 즉사(卽事), 즉결로 처분함을 즉처(卽處), 자리에서 곧 대답함을 즉답(卽答), 당장 그 자리에서 곧 이루어지거나 이루는 일을 즉성(卽成), 당장에 문초함을 즉초(卽招), 그 자리에서 곧 죽음을 즉사(卽死), 그 자리에서 보는 광경이나 경치를 즉경(卽景),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음을 즉살(卽殺), 곧 바로를 일컫는 말을 입즉(立卽), 그날 밤을 일컫는 말을 즉야(卽夜), 형체는 헛 것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에 형태가 있는 것은 모두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데 그 본질은 본래 허무한 존재임을 이르는 말을 색즉시공(色卽是空),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우주 만물은 다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이지만 인연의 상관 관계에 의해 그대로 제각기 별개의 존재로서 존재한다는 반야심경을 이르는 말을 공즉시색(空卽是色), 사물의 관계가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음 또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 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이를 이르는 말을 부즉불리(不卽不離), 사람을 만나는 족족 이야기하여 세상에 널리 퍼뜨림을 이르는 말을 봉인즉설(逢人卽說), 그 경우에 적합한 재치를 그 자리에서 부림 곧 임기응변 또는 그 자리의 분위기에 맞추어 즉각 재치 있는 언동을 함을 이르는 말을 당의즉묘(當意卽妙), 싸움을 오래 끌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싸워 전국을 결정함을 이르는 말을 속전즉결(速戰卽決),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뜻으로 깨달아서 얻는 나의 마음이 부처 마음과 같으며 따로 부처가 없다를 이르는 말을 즉심시불(卽心是佛),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맑지 않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옳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이를 본받아서 행실이 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즉불리(相卽不離), 아침이 아니면 곧 저녁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이르는 말을 비조즉석(非朝卽夕), 돈이나 재물이 많으면 일도 많음을 이르는 말을 부즉다사(富卽多事) 등에 쓰인다.
▶️ 得(얻을 득)은 ❶회의문자로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貝(패; 화폐)와 寸(촌; 손)의 합자이다. 돈이나 물품을 손에 넣어 갖고 있는 일의 의미로, 옛 모양은 貝(패)와 又(우), 手(수)를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❷회의문자로 得자는 ‘얻다’나 ‘손에 넣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得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貝(조개 패)자, 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得자를 보면 마노 조개를 쥐고 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마노 조개는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한때 중국에서는 화폐로 쓰였었다. 그래서 갑골문에서의 得자는 화폐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재물을 획득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금문에서는 여기에 彳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得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得(득)은 (1)소득(所得)이나 이득(利得) (2)정토에 왕생(往生)하여, 열반(涅槃)의 증과(證果)를 얻음 (3)풍수지리의 혈(穴), 또는 내명당(內明堂) 안에서 흐르는 물 등의 뜻으로 ①얻다 ②손에 넣다 ③만족하다 ④고맙게 여기다 ⑤깨닫다 ⑥알다 ⑦분명해지다 ⑧적합하다 ⑨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⑩이루어지다 ⑪만나다 ⑫탐하다, 탐내다 ⑬사로잡다 ⑭덕(德), 덕행(德行) ⑮이득(利得), 이익(利益)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얻을 획(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상(喪), 잃을 실(失), 덜 손(損), 떨어질 락(落)이 있다. 용례로는 쓸 만한 사람을 얻음을 득인(得人),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꼭 알맞음을 득중(得中), 아들을 낳음을 득남(得男), 딸을 낳음을 득녀(得女), 얻음과 잃음을 득실(得失), 뜻을 이루어 자랑함을 득의(得意), 투표에서 표를 얻음을 득표(得票), 이익을 얻음을 득리(得利), 풍악이나 노래 등의 곡조가 썩 아름다운 지경에 이름을 득음(得音), 어떠한 시험이나 경기 등에서 점수를 얻음 또는 그 점수를 득점(得點), 목적을 달성함을 득달(得達), 참여할 수 있게 됨을 득참(得參), 아들을 낳음을 득남(得男), 도를 깨달음을 득도(得道), 바라던 것이 뜻대로 됨 또는 뜻을 이룸을 득지(得志), 수입이 되는 이익을 소득(所得), 남의 말이나 행동을 잘 알아차려 이해함을 납득(納得), 얻어 내거나 얻어 가짐을 획득(獲得), 여러 모로 설명하여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알아듣게 함을 설득(說得), 어떤 자격을 취하여 얻음을 취득(取得), 이익을 얻음을 이득(利得), 깊이 생각하여 이치를 깨달아 알아내는 것을 터득(攄得), 물건을 주워서 얻음을 습득(拾得), 사람으로써 알아야 할 것을 배운 후에는 잊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득능막망(得能莫忘), 뜻한 것을 이루어 뽐내는 기색이 가득함을 일컫는 말을 득의만만(得意滿滿), 농나라를 얻고 나니 촉나라를 갖고 싶다는 뜻으로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득롱망촉(得隴望蜀), 얻은 도끼나 잃은 도끼나 매일반이라는 뜻으로 얻고 잃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득부실부(得斧失斧), 얻은 것으로는 그 잃은 것을 메워 채우지 못한다는 뜻으로 손해가 됨을 일컫는 말을 득불보실(得不補失), 한 가지 일을 알면 다른 열 가지 일을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기억력이 좋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득일망십(得一忘十),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썼던 사물을 잊어버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득어망전(得魚忘筌), 득실이 상반한다는 뜻으로 이로움과 해로움이 서로 마찬가지임을 일컫는 말을 득실상반(得失相半),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서 우쭐거리며 뽐냄을 일컫는 말을 득의양양(得意揚揚), 뜻한 바를 이루어서 기쁜 표정이 얼굴에 가득 참을 일컫는 말을 득의만면(得意滿面), 좋은 때를 얻으면 태만함이 없이 근면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을 득시무태(得時無怠), 바라던 일이 뜻대로 이루어질 좋은 기회를 일컫는 말을 득의지추(得意之秋), 부모의 뜻에 들고 부모의 뜻에 순종함을 일컫는 말을 득친순친(得親順親), 그 뜻을 펼 수가 있음 또는 그 뜻을 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득신기정(得伸其情), 사람으로써 알아야 할 것을 배운 후에는 잊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득능막망(得能莫忘)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