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기행 1]
ㅡ거제로ㅡ
절기는 가을인데 기후가 여름에 버금간다. 1개월 전에 예약한 통영ㆍ거제 2박3일 여행일이 다가왔다. 여행공감 맴버 10명이 지난해 8월 몽골여행 후 1년만이다. 비와 태풍이 비껴가길 바랬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비를 뿌린다. 용띠가 동행하기에 비가 따라다닌다는 농담을 건네본다. 외부 여행객 열 네 명도 함께 동승한 버스는 빗길을 가르며 거제를 향해 달린다.
비를 머금은 푸른 잎들은 연신 구슬을 떨군다. 산천은 마냥 푸른빛으로만 느껴진다. 뭇시선은 스쳐 지나가지만 잎을 틔우고 다시 땅에 떨어질 때의 고뇌는 우리의 삶과 다를바 없다. 녹음을 보며 눈이 힐링하는 고마움을 새삼 발견한다.
대전을 지나 거제로 이어지는 대진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린다. 다섯 시간의 대장정에도 피로감이 없는 건, 설레임 때문으로 여긴다.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는 "매순간 시작은 기쁨"이라고 한다. 점심 무렵 거제포로수용소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한 파발마의 고마움을 새긴다.
맛의 정석을 보여준 '백만석맛집' 멍게비빔밥이 오찬이다. 남해 여행 때마다 시식할 기회가 없어 맛이 궁금했던 요리다. 오감을 자극하는 멍게 향에 혼이 빼앗겨 주위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맛집 기행이어서 다른 메뉴도 기대가 된다.
첫 관광지인 저도猪島로 향한다. 끈질기게 따라오다 지친 물귀신 소낙비는 사라지고 회색 구름이 무겁게 흐른다. 돼지가 누운 형상이어서 붙여진 저도는 대통령 휴양지이다. 거제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거가대교 밑을 해피킹 유람선이 가로 지른다. 배를 탄 궁농항에서 3.5km 거리여서 섬이 한눈에 잡힌다. 반시간만에 도착하니 선상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 별장을 배경으로 남긴 기념사진이 흔적이다. 빨간 열매가 달린 아왜나무 숲길을 걷는다.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정원에 반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탄약고로 쓰인 섬이다. 해방 후 미군 탄약고로 쓰이던 땅이 별장으로 바뀐것이다. 당시의 포진지 흔적이 남아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근무 시절에 지은 별장이라고 한다. 2019년 9월부터 일반에 개방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랑의 열매인 비목나무와 등굽은 굴피나무, 사방오리나무 등이 해풍에도 잘 견뎌내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섬을 지켜온 4백년 수령의 노송도 청청하다. 넓은 잔디 공원은 바다를 이룬다. 관람객이 쉴 공간이 따로 없어 산책 후 이내 배를 타야 한다.
《저도에서》
육지로 이어지는
상큼한 바다 향기
애환은 밀어내고
즐거움 가슴 가득
작은 섬
마음의 고향
볼 스치는 바람 결.
다시 발을 디디고 싶은 저도의 땅이 눈에서 멀어지고 있다. 남겨논 체취나마 바람이 숲 정원에 두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ㅡ매미성으로ㅡ
버스는 매미성을 향해 달린다. 2003년도에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다. 폐허가 된 거제의 해변 농지를 작은 성城으로 꾸민 곳이다. 해마다 성역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게 특징이다.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씨는 20여년간 2만여 장이 넘는 돌을 손수 한땀한땀 쌓고 있다. 돌 하나의 무게가 작게는 30에서 60kg이라니 팔뚝 힘에 짐작이 간다. 피사의 탑처럼 매미성만의 독특한 구조여서 작지만 어느성에 비할바가 아니다. 49세 때 첫돌을 얹기 시작해 70세에 이르도록 아직도 70%에도 못미친 수준이라고 한다.
조감도나 설계도면은 따로 없으며 백씨의 머리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비를 들여 정성껏 축조한 성역은 관광객에게 무료개방하고 있다. 자선사업가나 다름없어 국민의 성으로 불러본다. 해마다 40여만 명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있다. 10여 곳의 카페 명당은 성업중이다. 백씨가 축조한 성역 주위 상권은 날로 변해간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영덕이 고향인 백씨는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2014년 정년을 마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부산에 거주하면서 직장 다닐 시기에 540여평을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게 된다. 당시에 거가대교와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이어서 황무지나 다름없던 땅이다.
8.2km의 거가대교가 한눈에 잡힌다. 예전과 달리 교통 사정도 좋아지고 있다. 평소 작업복 차림인 성주의 좌우명은 "성실하게 살자"이다. 명소로 거듭나는 대금리 매미성은 거제시의 문화유산이다.
다시 만찬장인 지세포 유미가裕味家 요리집으로 달린다. 하루의 여행담으로 밤이 깊어간다. 거제에서의 요리 맛과 숙소는 A±이다.
2023.08.28.
첫댓글 저도의 풍경과 거제의 요리맛이 잘 그려진 기행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