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火天大有)
추분이 지났고 이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다.
한로가 지나며 제비도 강남으로 가고 가을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 절기가 바뀔 때마다 빠른 세월의 흐름에 한숨이 나온다.
금년 추석 한가위에는 ‘화천대유 하세요.' 하는 인사말이 화제가 되었다. 화천대유는 지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한 회사의 이름이다. 천화동인과 함께 화천대유는 주역(周易) 64괘(卦) 가운데 최고의 점괘(占卦)를 골라 지은 이름 같다.
주역이란 위로 천문(天文)을 보고 아래로 지리(地利)를 살펴, 천지자연의 법칙을 알아내고 그 법칙을 인간에 옮겨 생각하는 동양의 고전(古典)이다.
사서 삼경가운데 하나인 주역은 인간의 모든 문제를 64괘(卦)로 망라하여 설명하고 있다. 점괘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주역은 시종일관 논리와 체계 있는 서술로 인간의 모든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단편적인 금언이나 즉흥적인 처세훈, 어느 일부분에 그치는 인생문제의 처리와는 다르다. 찬란한 물질문명 속에 정신적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읽어야 하는 ‘인간 수양서’다.
여권 대선후보 선두 주자가 성남 시장 시절 추진한 공영개발 사업이 발단이다. 공공이익 환수를 명분으로 추진했다는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토건 사업 비리로 번지고 있다. 지분 50%를 가진 성남시(도시개발공사)가 전체 배당금 6,000억 원 가운데 1,829억 원(30%)을 가져가고, 화천대유 등 지분 7%를 가진 소수 민간 기업이 4,040억 원(70%)을 가져간 것이다.
개인 7명이 3억5천만 원을 투자하고 1,100배가 넘는 4,040억 원 배당금을 가져간 일확천금 미스터리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다. 더구나 화천대유 등 민간 기업들은 급조 되었거나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한다. 공영개발 명분을 내세우고 특정 개인 기업에 일확천금 특혜를 준 이 사건은 뒤늦게 수사 착수를 했다.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게이트’ 사건은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1류고 정치는 3-4류라는 비아냥거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당 대선후보 선두 주자가 추진한 대장동 사업은 정치권으로 넘어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 면면을 보면 한심스러울 뿐이다.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결점이 많고, 개인 범죄 기록이 있어도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다. ‘내로남불’이나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를 않는다.
최근 차기 대통령에 요구되는 5가지 항목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가 놀랍다.
공정한 국정운영, 도덕성, 미래 비전, 추진력, 국민 소통 능력 가운데 도덕성은 4.9 %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오랜 세월동안 계속된 정치권력 세도가들의 파렴치한 행위가 국민들에게 지도자의 도덕성에는 관심이 없어진 모양이다. 국정 운영만 잘 하면 부도덕한 사람도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인간사회의 질서는 실정법 보다 윤리와 도덕이 먼저다.
우리의 주변은 지금 부정부패와 검은 돈의 거래로 들끓고 있다.
탐욕이 생사윤회의 근본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든 게 분수 밖의 욕심 때문에 나라꼴이 이 지경 된 것 같다.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처지라면 모르지만, 다들 번쩍거리면서 살 만큼 사는 사람들이 검은 돈에 놀아나고 있으니 한심하다. 자기 분수와 명예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꿋꿋하게 살아 왔던 우리 선인들의 선비정신을 생각하면, 돈의 노예로 전락한 그 후손인 우리의 설 자리가 과연 어디 일까 걱정이다.
공자는 인간의 품성에 따라 인격자인 군자, 그리고 비인격자인 소인으로 구분하였다. 군자는 사적 이익보다 국가 사회의 이익을 우선하는 도덕적 인물이며, 소인은 자기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부도덕한 사람이다. 과연 도덕성이 낮은 소인배, 비인격적인 지도자가 국가를 빛내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선진국들 국가 원수는 ‘정직’이라는 도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천대유라는 주역의 괘는 ‘하늘 높이 솟은 태양처럼 그렇게 크게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태양의 높음을 보고 존귀와 위엄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태양의 뜨거움에서 사랑과 정열을 배우게 된다. 부정과 비리 특혜의 요지경 속에서 일확천금을 한 화천대유는 주역의 진정한 뜻을 벗어났다.
민주국가 최고 권력자는 국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인격자가 많은 사회에서 부패한 지도자가 나올 수 는 없다. 아수라장 같은 지금의 정국을 넘어 탄생할 내년의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은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 봐야 한다. 소인배 보다는 군자에 가까운 인물로 선택하고 국운이 융성하기를 기원해야 한다.
첫댓글 인간사회의 질서는 실정법 보다 윤리와 도덕이 먼저다.
우리의 주변은 지금 부정부패와 검은 돈의 거래로 들끓고 있다.
탐욕이 생사윤회의 근본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든 게 분수 밖의 욕심 때문에 나라꼴이 이 지경 된 것 같다
아직수사중인 사항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기엔 이른감이 있네요
잘잘못은 돈이죠 그래도 허물이 있다면 일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