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기행 2]
ㅡ명물ㅡ
여행 2일째에 접어드니 시간의 아쉬움이 더 느껴진다. 몸이 잘 적응하니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에 고마움도 갖게 된다. 하루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수이다. 숙소 옆 매화요리집 아침 밥상 영양 식단이 입맛을 돋군다. 가자미찜과 해산물 무침, 나물 반찬 등이다. 조리사의 정성이 담겨 있는 요리를 남기는건 예의가 아니다.
거제의 명물인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첫코스로 나선다. 야심작인 케이블카로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심산이다. 학동 고개에서 정상까지 1.5km 거리의 가파른 계곡을 가로지른다.
휴양림으로 알려진 노자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거대한 숲이 펼쳐진다. 사방의 경관이 눈에 잡힌다고 파노라마라 부른다.
거제는 여러 섬이 마주하기에 정스럽다. 태풍을 막아주고 파도를 줄여주어 양식업으로도 최적인 지형이다. 다정다감해보여 마치 형제섬같다.
거제에서 두 번 째 높다는 노자산(565m)은 신선이 산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희귀 동ㆍ식물이 서식한다는 명산이다. 햇빛이나 달빛에 의해 바다의 잔물결이 반짝이는 윤슬을 자랑한다. 윤슬은 순수 우리말이기에 한문 단어가 없다.
가는날이 장날이다. 사물은 호락호락 제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안개 구름이 시야를 가려 궁굼증이 더해진다. 다음 여행을 위해 윤슬이란 단어를 기억한다.
다음 코스인 남서로에 위치한 한국판 정글돔인 거제식물원으로 달린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점점 강해진다. 비오는날 잠시 해를 가려주어 식물원 관람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정글돔엔 열대 희귀 식물 300여 종과 1만여 주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인공폭포와 포토존 등을 갖춘 돔은 높이가 30m이다. 유리 천정을 한참 올려다 보아야 한다. 1300여 평의 면적에 7,472장으로 된 조각 유리가 식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사방을 통해 자외선을 끌어들여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다.
환경이 다른 식물들이 낯선 곳에서 수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정원사와 화초가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실감한다. 습도가 많아 오래 머물기는 부담스러워 관람을 마친다.
거제를 뒤로 하고 통영 '달아항'으로 달린다. 쇼핑을 위해 길목 오이소 꿀빵집에 잠시 멈춘다. 간식으로 먹는 빵맛을 어디에 비할까.
바로 옆 골목이 시인 김춘수 거리이다. 89편의 시가 실린 '거울 속의 천사' 시집 후기에서 몇 줄 옮긴다. "아내는 내 곁을 떠나자 천사가 됐다. 아내는 지금 나에게는 낯설고 신선하다. 아내는 지금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아내는 그런 천사다." (하략)
시집詩集에 모두 아내 입김이 실려있다는 시인의 말이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시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시간 여유가 없어 벽화에 그려진 시인의 모습을 담고 돌아선다. 김춘수 교수는 통영이 낳은 인물이다.
달아항 정해식당에 들어선다. 오찬 메뉴는 갈치조림이다. 갈치요리는 제주에 가면 제맛을 볼 수 있다. 산해진미는 눈으로도 먹는다. 통영에 갈 때마다 먹던 충무김밥도 이번 여행에선 마음으로만 음미한다.
오후 접어들면서 달아항에서 10분 거리인 학림섬으로 출항하는 배에 오른다. 먹구름이 무게를 못이겨 비를 내린다. 우산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소나기다. 가이드와 일행 일부는 전망대로 향한다.
학을 닮은 섬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0.72km² 면적의 아담한 마을은 팬션이 있어 지친 마음을 힐링하기엔 최적인 선비촌이다.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마을 입구 매점에서 다도해의 모습을 본것이 전부다. 청명한 날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을 상상해본다. 박경리기념관을 가기 위해 다시 달아항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다.
2023.08.29.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