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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건국대 교수
I. 사람들의 착각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나 7.16 오송 참사 등을 겪을 때마다 사람들은 "정부는 존재하는가" "국가는 존재하는가"를 묻곤 한다. 최근의 오송 참사를 '관재'로 부르는 것도 '정부 부재'론의 연장선에 있는 용어에 불과하다. 참 순진한 얘기이다.
II. 정부란, 국가란 무엇인가
장황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한다.
1. 인간은 정부를 왜 만들었는가
정부와 국가의 존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기원한다. 여러 번 말했듯이, 인간은 생존에 유리하기에 '사회'를 창조하였다.그 이후 모든 인간 활동은 (심지어 순수하게 보이는 사적 영역조차) '사회적 활동'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 가치(소득)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에 참여하지만, 생산 행위는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생산 활동'이다.
사회적 활동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원과 인적 자원의 조직 등이 필요하다. 대표적 경제적 자원이 사회 전체의 생산물(액) 중 '사회 몫'으로 떼어낸 세금 등이고, 대표적 인적 자원의 조직이 정부 조직이다.
세금 등 사회 몫은 기본적으로 (1) 사회 구성원 모두의 최소한의 생계유지 소득으로 사용하고(J. S. Mill), (2)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한 국방과 치안 등에 사용하고, (3)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불평등, 그리고 불평등이 초래하는 불공정을 시정하고 최소한 완화하는 곳 등에 사용한다. 복잡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이,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 유지를 힘들게 하고, 불공정은 시장이라는 제도가 경쟁에 의존하고, 경쟁은 공정 경쟁을 축소해서 부르는 것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경제 분야를 공부한 사람조차)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2. 정부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불일치
정부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사람 동물만이 만들어낸 조직이라는 말은 초등학교만 나와도 아는 얘기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참사들'을 겪으며 윤석열 정부가 '무능'하다는 점잖은(?) 비판을 한다. 유시민 작가조차 윤석열 권부를 '사악함에서 이명박 정부, 무능함에서 박근혜 정부, 그리고 기괴함에서 전두환 정부를 능가한다'고 표현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대동소이한 비판이다. 19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재난에 대한 집권세력의 태도를 보면 '뻔뻔한 집권세력'이라 비난하였다. 많은 국민이 이 표현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도 본질을 놓치고 있다.
3.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부와 다른 정부
이러한 모든 지적에서 놓치는 점이 있다.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포함 윤석열 정부 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부'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첫째, 집권 세력이 오송 참사 등을 "내가 거기 있어도 바뀔 것이 없다"거나 일선 공무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고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는 "돈 받고 일하는 공무원 노동자가 할 일"이지 선출 권력자인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는 사고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둘째, 양평 고속도 의혹과 관련된 김건희 일가 카르텔의 축재 방식과 (자신의 불법이나 비리 등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윤석열의 사고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이유가 공공 자원 사유화와 그를 통한 사적 이득(축재) 추구에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부 역할에 대한 이들의 사고는 대부분 보통 사람과 다르다. 이것을 모르다 보니 '무능하다' '뻔뻔하다' 등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가를 전문가, 정치인 등이 모르는 이유는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집중 호우 탓에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생존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7.15. 연합뉴스
III.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방식
첫째, 이들은 '정부'를 사적 축재의 도구로 생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위에서 소개한) 정부의 공적 역할을 축소 혹은 폐지한다. 왜? 단순히 말해 사회 몫으로 사용하는 재원인 세금은 돈이 많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논리 중 하나가 세금은 자기들이 대부분 납부하는데, 세금도 내지 않는 많은 국민이 권리를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정말 무식하고 야만적인 소리이다.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소득과 자산 축적의 많은 부분은 대부분 국민의 소득과 부를 약탈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외면한다. 참고로 2021년 통합소득(소득이 있는 약 2536만 명 중) 1%가 낸 소득세가 전체 소득세의 42%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의 야만적인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수치에 불과하다.
둘째, 사회 몫을 축소해놓고 국민을 겁박하는 논리가 국가채무론이다. 이들에게 국가채무론은 '공공지출 최소화' 논리와 동의어이다. 올해 재정 파탄에서 보듯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증은 지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입을 줄였고, 수입이 줄어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보고도 이들의 논리는 상당히 많은 국민을 세뇌시켰다. 예를 들어, 이들은 국민 부담, 특히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며, 많은 국민, 특히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량한(?) 부모 세대의 감정을 파고든다. 필자가(과거에도 수 차례 소개한) 재정 문제를 최근 4회나 방송으로 내보내고, 칼럼도 쓴 이유이다.
셋째, 공공지출 최소화의 피해자는 사회경제적 약자층이다. 게다가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 권력을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키는 이들은 (노동관이나 사회경제 영역을 담당하는 시민단체관 등에서 보듯이) 사회경제적 약자층을 생존 위기로 내몬다.
넷째,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다. 이러한 사고는 너무 단순하고 순진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생존 위기로 내모는 이유는 대중을 파편화하는 데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분할지배(divide-and-rule)' 전략이다. 대부분 생존 위기에 내몰린 사람의 즉자적 대응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끄고 일단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에 '올인'하는 것이다. (공동 문제의 해결 사안인) 정치는 '팔자 편한' 사람들의 문제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일부 저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적 폭력을 동원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파편화 전략으로 이들이 전통적 우군(?)이며 분단의 희생물인 노년층에게는 '좌빨' '빨갱이' 논리로 접근한 것은 잘 알려진 것이고, (좌빨과 빨갱이 논리가 먹히지 않고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청년 세대에게는 (페미 혐오 등을 이용한) 갈라치기 방식이나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소수자를 먹잇감으로 던져준다. 자기가 함께 사회를 살아가야 할 상대를,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희망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청년 세대는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삼는다.
IV.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결론이자,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위기는 외부 충격으로도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부 문제에서 비롯한다. 사람들이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살지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통을 겪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내부의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사회를 운영하는 논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지속 불가능하고, 특히 자신의 자녀가 살아갈 사회가 무질서한 정글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에 대한 생각이 보통 국민과 다른 저들의 만행이 지속하는 데에는 사회가 상식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특히 이들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들의 무지와 무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내에 설치돼 있는 1천여개의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정부는 올해 8월께부터 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2021.o2.13. 교도 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거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경제적 약자층은 이른바 민주 정권이 집권해도 사회경제적 약자층의 삶에 변화가 없다는 좌절감과 그를 이용해 부패언론이 확산시킨 정치 혐오 감정을 갖고 있다. 사회 운영을 용기 있게 정상화하지 못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부동산 카르텔' 구조와 그 결과를 목 아프게 얘기하며 사회 운영 구조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현재의 구조는 바뀔 수 없다고 한 이유이고, (민주정권의 내부자라는 표현까지 쓰며)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한 이유이다. 젊은 시절 사회 정의를 외치던 정치인들도 나이 먹고, 경제적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존재를 열망(?)하며 비정상적인 사회 질서와 타협하면서 정치 귀족층으로 전락하고, 지지층의 지탄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를 성찰할 때만이 386 정치인들이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출처 : 존재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는 정부 < 최배근 통찰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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