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전기 스위치의 장난감이다. 전기 스위치로 인해 아내가 곤혹을 치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이 집에 산 지 20년이 되었다. 우리 집에는 부엌과 옆에 있는 간이 식당의 전등을 조절하는 전기 스위치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두 녀석이 매번 아내를 놀린다. 부엌에 불을 켜야 하는데 간이 식당의 불을 켠다. 또 그와 반대로 간이 식당의 불을 켜야 하는데 부엌의 불을 켠다. 그런 아내가 귀엽다. 아내만큼은 아니지만, 간혹 나도 헷갈린다.
아내는 나보다 기억력도 월등히 좋으며 매사에 세심하다. 그러나 전기 스위치에는 상당히 취약하다. 스위치 두 놈이 아내를 갖고 논다.
며칠 전,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20년 인내했다. “여보, 스위치 켜기 전에 실수하지 않게 기도하고 켜시지.” 아내가 대답한다. “이제부터 기도하고 켜는데 ‘실수하지 않게’가 아니라 ‘남편에게 핀잔받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할 거야”라고 한다. 일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 주님이 주신 웃음 축복이다. 내가 만약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며 아내에게 이 일을 지적하였다면 아내도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기도한 후에 스위치를 켜라는 말에 우리는 둘 다 웃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도 웃음으로써 부부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주님이 주시는 삶의 지혜이다.
우리 부부를 웃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문제를 문제로 다뤄 다투거나 질책하지 아니하고 유머로 넘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즐겁고 윤택해지리라.
강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이유는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도 유머와 웃음, 그리고 사랑이 멈추지 않는다면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