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 4세기 로마의 귀족이자 전략가인 베게티우스의 말이다. ‘전쟁을 대비하라’는 이 말은 지구상 인류가 존속하는 한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가도 식지 않은 대명제다. 베게티우스란 인물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가 남긴 책 한권 읽지 않는 이라 할지라도 ‘전쟁을 대비하라’는 그의 금언(金言)은 십 수세기가 지나도, 멸하지 않는 세기의 수사처럼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나 ‘평화’와 ‘전쟁’은 역설적이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말이 하나의 명료한 조합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내포된 함축성이 크기 때문 아닐까? 그런 점에서 저마다가 바라는 바를 얻기 위해선 결코 잃어 나선 안 될 일, 싫어할 사건 사고들이 나에게 만큼은 오지 않도록 사전 철저하게 문단속을 강화해야 하고 싶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은 차원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게 된다.
6차에 걸친 핵실험과 금년에만도 16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10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미사일 발사로 대한민국은 말할나위 없고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를 향해 깽판 망나니짓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 김정은 집단이다. 미국은 더 이상 깜짝 놀랄 수 없는 ‘모든 군사옵션의 테이블 위 설정’을 수시 언급한다. ‘선제타격’에 ‘예방타격’ 같은 발언에도 헛웃음 빵빵 치며 되레 괌 포위사격 운운으로 맞짱을 뜨고자 한다. 핵만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며 인민이 살길이라며 북한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축하며 일언지하에 내동댕이치고 있는 북한이다. 김정은은 9월15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급 1발을 발사했다.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그 이전 8월29일에도 이 지역에서 동일한 발사를 했다. 7월28일 밤에도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7월4일에도 그랬다. 7월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우리의 8․15광복기념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에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던 김정은은 우리에게도 보란 듯이 ICBM을 발사했다. 평화적 대화 제안에 무력 도발로 맞선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요한 현안으로서 북핵문제와 남북한 평화적 관계 문제를 두고,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받는데 주력했는데 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요즘 국제외교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핵 포기를 전제로 하는 미국과의 대화에는 불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NHK가 23일 보도했다. “6자회담은 더는 유효하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기 위해 핵 보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북대화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한 당국자들이다. 저네들의 핵무기는 불변의 좌표이고, 핵무장을 인정하는 다음에야 대화에 응하겠다는 태도다. 거기에 주민이 감내하고 겪어야 할 피해나 고통에 대한 일말의 망설임이나 주저도 없다.
한미 간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례적인 한미연합훈련을 그만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언제 또 다시 천안함을 피격하고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 것과 같이 백령도에 대규모 침략을 단행할지 모를 저들의 만행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우리 영해 안에서 양국 해군과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인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건 북한의 생트집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하고 남북 대화 재개하라’고 목청을 높이는 세력들이 있다. 일주가 멀다하고 미 대사관 앞에서, 외교부 청사앞에서 피켓을 뒤흔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주 민군복합해군기지 건설을 결사반대하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평택미군기지 건설을 온몸으로 반대했던 세력들이다. 그들은 줄기차게 철저하게 북한이 앞세우는 주장들을 답습하고 있다. ‘전술핵재배치 의견이 웬 말이냐’며 길길이 날뛰는 세력들이 있다. 그들이 보는 관점에서의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떤 상황이며, 그들이 주장하는 대화와 북한이 말하는 대화와는 어떤 의미며, 무슨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이 세상에 온전한 정신을 갖고 전쟁을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히틀러? 무솔리니?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로히토? 북한의 김일성은?
대저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가 거저 유지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난 우리의 역사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체득했다. 당장 영화 ‘남한산성’이 알려주고 있지 않는가? 북한의 핵무장 인정과 대화는 필요없다는 저들의 방약무인(傍若無人), 오만불손(傲慢不遜)한 꼴같잖은 행동을 보면서 “평화는 창끝에서 나온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2017년 오늘의 이 순간이 아닌가 한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