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오지 마라...”
아들에게 말했다는 어머니... 진짜 안 사왔다고 라디오 DJ가 웃으며 말한다.
어제 세교복지타운 앞에서 꽃을 살까말까 망설이다
‘그래도 사는게 낫겠지...’
하며 사온 것을 아침에 갖다 드렸는데 위안이 된다.
어머니의 마음에도 없는 그런 말은 왜 해가지고, 청개구리 아들을 만드는지...
계절이 바뀔 때 오는 나른함이 이제야 오는것만 같다. 필봉산에서 보낸 추운겨울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는 신념으로 모르고 지낸 날들이 이제야 몸에 찾아왔나 보다.
왜 이리 나른할까?
“신선생 없으니까 공사하잖아...전화할까 그랬는데...”
어린이날 맑음터 공원에서 조재훈 도의원 후보가 명함을 건내며 한 말이다.
말이 재산인 정치인에게 상대방의 근황을 기억했다 대화에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또한 오후에 있을 일을 되돌아보면 어느정도 의미(?)심장한 말이기도 하다.
“지난번 연맹교육자료 보낸적 있는데 읽어봤어요?”
이양진 위원장이 SNS로 물어왔다.
“어렵죠...”
라는 말로 답을 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시간은 공짜로 흐르지 않는다.
‘인연이 아닌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늘의 운세에 나온 말이다.
우연인지...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 사건이 조금후 정신없이 일어났다.
“커피 마시러 올거지...”
“필봉산 정리하고 갈께요...”
농성장 천막을 정리하는데... 포크레인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 소리가 뭐지...?”
“과수원 저장창고 지은다는 말이 있었고, 배수로 공사와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순진한 청년인 나는 너무 관대했다.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데...왜 산위에 포크레인이 있어요? 거기다가 터널 앞까지 도로를 왜 만들죠?”
“포크레인이 산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순식간에 찾아온 멍한 느낌... 그 아련한 충격은 말을 잃어버리게 한다.
“말이 ‘아’다르고 ‘어’ 다르듯이 바꿔치면 이런 공사가 사전 터널공사 잖아요?”
“공사를 이렇게까지 말을 바꿔가면서 주도면밀하게 할 줄 몰랐어요.”
땅을 딛고 서 있는 발바닥이 허공에 뜬 것만 같다. 늦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이른 봄 나는 수 많은 약속을 관계자들에게 들었고, 또한 그것이 곧 이루워질거라는 믿음속에 즐거운 상상을 했었다. 아니 그런 상상덕에 이런 꼼수를 접하니...기가 차다고 할 수 밖에...
“여보세요...필봉산 터널 공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아세요. LH과장(조**)하고 도시과 과장하고 협의 되었다고 말하네요. 교통평가, 환경평가 않하고 진행하기로...”
“쓸데 없는 소리가 아니라 지금 공사를 하고 있어서 가봤거든요. 지난 겨울 공사를 중단하고 교통/환경 평가를 하기로 했는데, 포크레인이 터널앞에다 차량바퀴에 진흙제거하는 살수장비를 만들고 있잖아요.”
시민이 주인이라고 항상(!) 강조하는 시장실에서 나눈 대화는 언제나 상전에게 매달려 하소연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곽상욱 오산시장과 면담했을때는
“공무원이 무슨 죄인 입니까?”
라며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었다. 그런 그의 말은 공무원의 고충을 대신했을 뿐, 그때 약속했던 시장의 지시사항은 공무원 중 기억하는 이가 없다.
농성장에 무수히 찾아왔던 오산시 공무원들
“이렇게 보내면 될까요?”
그들은 심지어 결제까지 하라는 투로 SNS를 보여주었다.
영혼이란게 무엇일까? 묻고 싶어진다.
“...산 속에서 왜 이런걸 터널 앞에 만들어요?”
“결국 터널만 안 뚫었지, 진입로를 산 중턱까지 만들어서 야금야금 공사를 하겠다는 거잖아요? 중지시켜 주세요. 협의도 없이 무슨 일을 이렇게 합니까?”
계속 발뺌하는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들은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도시과장이랑 회의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그러던데요...”
전화만 해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상호존중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서로 신상에 대해서 침묵하기, 다시 묻는 그들...
“오산환경련은 작년말에 교통/환경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오산시장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게다가 LH에서 예산을 세웠는데, LH에서 하니 오산시에서 하니...상호 주체를 선정한다기에 기다렸습니다.”
“기다린 결과가 오늘의 공사입니다. 전화로 문의 하니 교통/환경 평가를 안하겠다. 그것도 LH와 오산시가 회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공사 관계자에게 물으니, 작년에 돌아갔다가 공사를 다시 하기 위해 그 인력이 다시 왔다고 말하더군요.”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말도 많이 하면 힘들다. 지치게 해서 돌려 보내려 하는 짓인지...
차이가 있다면 거짓말을 하는 이들은 시민들이 낸 세금을 꼬박꼬박 급여로 받는 자이고, 우리들은 드세다는 혹평으로 늘...딴지 거는 시민단체라는 것이다.
똑똑히 보아야 한다.
시장의 말도 그들에겐 이제 없다. LH의 달콤한 그 무엇(?)만 보일 뿐이다.
“그런데 교통/환경 평가후 차후에 논의하자는 말이 지금 아무런 협의 없이 공사를 하는 것입니까?... 경우가 아니 잖아요.”
“일단 중지 시키세요.”
도대체 이런 말을 몇 번째해야 하는가?
이것이야 말로 무능(!)이다.
“환경련과 협의 없이 하지 않습니다.”
“팀장님 의견을 믿습니다.”
난... 지금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된 부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들에게 인정은
‘그만 하고 돌아가라...’
가 아닌... 그래도 믿어본다로 왔으면...
“일단 공사중지 시키고요. 환경운동연합하고 빨리 미팅 잡으셔 가지고...”
늦었다. 할 말은 아직도 많다.
“공사차량이 들어왔고, 일하는 업체의 사무실까지 존재합니다. LH담당자가 도시과장과 회의해서 교통/환경 평가 안하기로 서로 합의 봤다고 하는데... 그러면 오산환경련은 어떻게 판단하겠어요?”
“지방선거 말씀하시면서 농성장을 어떻게 할거냐?...시의 의견이라며 곧 의견을 줄테니, 일방적인 농성은 현 시장에게 불리한 행동이 아니냐...”
이 쯤이면 “시장직”을 뽑는 선거만이 시장을 시민의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짧은 기간이다.
“아쉬울때는 서슴없이 말하고 시민단체가 관리대상 인가요?...그러면서 거버넌스라고 협치를 말합니까?”
“오산 환경련이 필봉산에서 농성한지 6개월이 넘어갑니다. 농성이 장난입니까?”
시장실을 나왔다.
이제 문제의 대상, 도시과로 향했다.
“터널요?”
“아시다시피 터널...안하기로 했잖아요?”
“작년에 그리 얘기 하고는... 지금 하고 있잖아요. LH에 물어보니 한다고...오늘 포크레인으로 공사하고 있어요”
“도시과장이랑 얘기했다고 하던데...”
“지금 출장 중이에요. 통화는 해 봤어요?”
공무원의 응대는 테이프를 재생시키는 것처럼 한결같다.
만약 이들에게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동일하게 물어봤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지금 지방선거라서 농성장을 최소로 운영하는데, 우린 이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거 중립이라고 보고 했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틈을 노려 뒷통수 칠 수 있습니까? 우리가 6개월 동안 농성을 왜 했는데요?”
도시과는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하루라도 농성해본 사람은 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해를 위해 잠시 있는다는 것이 가슴 뜨거운 열정없이 안된다는 것을...
“전화해 보세요...빨리”
“LH 출장 간 김에 만나서 얘기를... 하고 오라고 하게...전화하세요.”
“환경련이요. 전화해 보라고 했어요.”
“LH에 지금 출장중이라 면서요. 오산의 현장 말고...네...네...예예...그런데 LH과장하고 협의했다고 말하니까 하는 거예요...네...네...아니 보고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공사를 중지시켜 놓고 협의를 하자는 말입니다. 환경/교통 평가를 해서 검토하자는 말입니다. 시장님이... 일로만 얘기...하세요. 아니 오산시장님이 ...우리가 누군데...주체가...우리가 누구닙까?...LH 말고 우리가...오산시 필봉산 아닌가요...오산시 땅이 잖아요...그러면 LH한테 오산을 맡겨...LH가 오산시장을 하라고 하세요...LH가 여기서 다하면 시장은 도대체 뭐야...?”
도시과는 LH가 접수한 모양이다.
이들에게서 서류한장이라도 떼어본 사람은 안다.
무지하게 따진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인 것이다.
농성장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다시 농성장에 들렸다.
공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LH에서 연락온 것이 있나요?”
“오늘까지 일하고 내일부터 그만하라네요.”
누구에게 말할까...오늘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