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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존재성이 미약하다. 함께 있어야 비로소 생명의 활기가 깊어진다. 사랑이 그렇고 음악 또한 부르는 자와 듣는 자가 있어야 빛을 발휘한다. 삶 또한 사람과 마음이 동행해야 인생이 엮어지는 것이다. 함께라는 것처럼 소중한 것도 없는데 대부분 잊고 사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얼마 있으면 봄에 등 떠밀려 겨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설산을 다녀왔다. 사계를 통 털어 부족한 절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익어가면 설산 산행이나 우중 산행 또한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꾸 세월을 한탄하며 뒷걸음치는 것 또한 용납이 안 되는 성격이다 보니 평상심 하나만으로 결행하는 순간이 간혹이 있다. 요즈음 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산행 시간이 많다. 아직까지 건각이 살아 있다는 판단이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다. 대신 느릿한 시간으로 시작과 끝을 매듭짓는다. 간혹 무릎이 순간적으로 꺾이는 것을 경험한 후 한동안 긴장하면서 대처방안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체중을 조금 더 줄이는 대신 건각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하여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있어 서로 함께 다녀올 수 있었다. 깊은 적설 안에서 럿셀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매 순간 극복하며 눈처마를 딛고 일어서서 설령(雪嶺) 몇 개를 넘었다. 찬란한 무지개 빛이 눈보라 사이로 유유히 피어오른다. 눈처럼 고혹적인 경치도 드물다. 사물을 덮은 모습이 꼭 어릴 적 포근하게 감싸주던 천애 같은 느낌과 순백의 고결함도 동시에 느끼도록 도와 주는 것이 설경이다.
유유작적(悠悠自適)이란 말이 있다. 한가롭고 여유롭게 스스로 편안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구름에 달 가듯이 돌아다니다 돌아오는 것을 자유여행(自由旅行)이라 한다. 아비가 물려준 것일까? 아비처럼 거침없이 여행을 다니는 것 딸은 아비를 닮았다. 비행기, 여행지에서 교통수단, 그리고 숙소와 식당, 여행지 선정 등등 막힘이 없는 프로급이다.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다. 지진 영향 때문인지 일본국내 지하철 경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시설이 없어 여행 짐을 갖고 이동할 때 계단을 이용하려니 참불편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그러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2월 중순기에 접어드는 어느 날
공항 버스 승강장에 서서 공항버스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화창하고 기온이 며칠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기상예보 탓에 옷 선택을 잘못한 것을 깨닫고 있는 순간 진눈깨비와 함께 바람이 몰아쳤다. 순간 오싹한 기운이 나를 짓 누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후 저녁을 챙긴 후 얼추 소화기능이 진행되었다 싶어 상비약 중 하나를 선택하여 복용 후 자리에 누웠다. 눕기 전에 체온측정을 해 보니 정상이었다. 대신 목이 유난히 칼칼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약은 목감기약 중심으로 선택하게 된다. 깊은 수면을 유지하다 중간 즈음 잠에서 깨어나게 되어 다시 체온측정, 극히 정상이었지만 좌측편도에 이상이 느껴졌다. 소형가습기를 켜 놓은 후 타월에 물을 적셔 행거에 걸어 두었다. 보통 상비약을 이틀정도 복용하면 차도의 조짐이 있었는데 불편이 이어지자 제노가 지속적으로 챙겨주는 약을 복용하였다. 이 역시 개선의 징조가 보이더니 늘어진다. 할 수 없이 내원하여 살피자 숨소리가 거칠어져 폐 사진을 찍고 더불어 기관지 검사까지 했다. 우측 폐에 이상징후가 발견되었는지 다시 촬영 후 판독 결과 정상으로 나왔지만 기관지염으로 부득 항생제를 넣은 처방전을 발급받아 일주일 단위로 2회 복용을 하여도 아직 긴터널이었다. 참 난생처음 경험하는 일이 괴기스럽게 흘러가는 추세였다.
좀체 면확한 차도가 없어 확신이 자꾸 나를 스쳐 지나갔다. 차도가 생기지 않아 다시 내원하여 약 정리를 한 후 처방을 다시 발급받으며 닥터의 충고성 의견을 받았다. 기관지염증 시간이 늘어지는 병이란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재진하여 받은 약을 신경 써가며 복용하고 앉은뱅이처럼 소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외부와 소통하는 모든 일 또한 산문처럼 닫아버렸다.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은것이다. 쾌유의 시간이 속히 찾아오지 않아 답답함을 내적으로 끌어 모은 것이다. 사유의 그늘에 앉아 시비를 내려놓고 자숙의 시간을 늘린 것이다. 대신 산책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 외의 시간은 거의 은거 수준이었다.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시간의 늪에 빠져 지낸 것이다. 대신 고요함이 나를 늘어 트리며 푹 쉬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꼭 한 달 만에 차도가 찾아왔지만 잔기침과 소량의 가래는 여전하다. 지독한 녀석에 걸린 것 같다. 아니면 노년이 자생적으로 만든 풍파인 것 같기도 하다.
확신의 부재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한 달이 지날 즈음 잦아드는 기침과 쉰 목소리 그리고 불편했던 목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평생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감기는 처음이었다.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한 달이었다. 인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끼신 아네스 자매님 이런저런 방법으로 글을 카톡등에 남기시고. 그래도 반응이 없자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수소문을 담아 두셨었다.고마우신 배려이지만 반응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다. 기가 꺾여 그랬을까? 응대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과 달리 몸이 따로 놀았다. 말문이 열리고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하는 날, 묵혀 두었던 아네스 자매님께 전화를 드렸다. 동안 갇혔던 마음을 소상하게 올리고 조만간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나누었다.
작년 늦은 여름 서울 아파트 베란다 화초를 살피던 중 제라늄과 꽃기린 아래 화분 여유공간에 씨앗이 떨어진 곳에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보름 이상을 기다리자 안정된 모습으로 자라기 시작하여 이식하여 성장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비법인 바나나와 계란껍데기를 잘게 섞어 만든 진액을 흙과 섞어 주었더니 3월이 되자 사진처럼 잘 자랐다. 사진은 크게 나왔지만 창가에 두면 좋은 크기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오랜만에 산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소중하게 차를 싣고 내려와 산막 통창 아래에 놓아두었다. 빛이 좋은 곳이라 이식 후 건강하게 자리를 잡으라는 의도에서 함께 내려온 것이다. 특히 제라늄은 자리를 잡으면 성큼성큼 자라는 녀석이라 꽃기린 화분 보다 약간 큰 화분을 선택하여 이식하였다. 산막에서 조금 쉬면서 4월 초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려고 한다. 산막 텃밭에 본격적으로 심으려면 4월 중순 이후가 되어야 한다.
마침 내려와 쉬는 사이 봄비 소식이 많다. 오늘 오전에 잡초를 제거하고 화단을 보수하고 흙을 정비해 주고 심어져 있는 화초들이 이웃 화초와 경쟁을 하며 서로 침범하여 지독한 간섭과 방해의 난을 겪고 있는 야생초들을 구분성을 확실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해주면 한 2년 서로 건강하게 잘 자란다. 사실 이런 모습을 방지하려면 종자가 다른 화단에 경계석을 심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두 번 실행에 옮겨 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경계석 아래 흙을 뚫고 옆으로 가기 위하여 결국 일이 더 복잡해져 포기하고 두 해마다 구획정리를 해두는 것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땅은 생명의 씨앗은 무엇이든지 다 받아준다. 공평의 대가로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리고 생명이 시들어도 품어주고 흙으로 만들어 흙의 숭고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흙이다. 모든 물은 바다로 가 소금으로 정화되어 큰 바다를 이루는 것만큼 흙도 대단한 소중한 물질이다.
텃밭을 전부 갈아 업어준 후 잠시 쉬다 배고프다는 사실을 깨닫고 삽 등 사용도구들을 전부 말끔하게 씻어 보관한 후 실내로 들어와 세신 후 아침, 점심 겸 식사를 챙겼다. 그리고 찻물을 만들어 잠시 안락의자에 앉아 마시며 고전 영화를 선택한 후 시청하다 잠이든 모양이다. 가수면 상태에서 빗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떠보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올 모양이다. 뜰과 뒤추녀 그늘을 살핀 후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어 안심한 후 조용히 모처럼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글을 엮으면서도 슬쩍 창가 화분을 쳐다보면서 귀경하는 날 퇴촌 아네스 자매님에게 드릴 계획을 놓지 않으려 각인해 두었다. 내려오면서 드리고 올까 하다, 아니다 싶어 갖고 내려온 것이다. 그 이유는 뿌리가 더 튼튼하게 내리도록 관찰하며 정성 들인 후 드리고 싶어 산막에서 귀경하면서 드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차량 이동동선도 귀경하면서 경안 ic에서 진출한 후 퇴촌으로 접근성이 더 편리한 면도 있다. 옛적에는 야생화 압화를 만들어 액자에 넣어 좋은 지기들에게 선물한 적이 많았는데 이젠 생화로 할 계획을 세워 두었다. 꽃을 주는 남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일회용이 아닌 늘 곁에서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소중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인사글과 함께 꽃 마음을 나누려 하는 것이다.
역시 산막에서 봄기운 충전, 알약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느낀다. 기를 쓰고 챙겨 먹었던 양약 나름 치유의 효과가 크지만 자연치유가 Anseverino에게는 맞는 것 같다. 지금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한 산막 송림 사이로 물안개가 가득 피어오른다. 새소리와 봄바람 소리가 참 맑다. 나는 지금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다. 메마른 땅과 나뭇가지를 보며 지낸 겨울, 도저히 새싹을 떠 올리는 사유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는데 해마다 기적처럼 새싹, 봄꽃이 나를 기적으로 이끌어 준다. 자연의 부활을 통해 생명의 걸음마를 보고 들으며 단기필마의 함축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생과 사의 귀품 있는 자연의 한 해 생, 그것은 나의 일생의 총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 보고 듣는 봄이 소중한 이유이다. 바람꽃과 노루귀는 산막으로 내려오기 전 검단산 깊은 자락에서 봄인사를 치렀고 4월에는 엘레지 군락지를 찾으려 귀둔리를 다녀올 계획이다. 얼레지 뿌리로 만든 무침을 안주 삼아 옥수수 막걸리 딱 한 잔을 마시고도 싶기 때문이고 가슴속 깊이 원시 산소를 담아 두고 싶어 그렇다. 노년에 불쑥 찾아오는 감기는 이젠 악몽이 시간이 되는 듯싶다.
황칠 차만큼 노년에 좋은 찻물은 없는데... 상당히 좋은 품격에 드는 차(茶)가 넘치는데 동안 왜 멀리 하였는지 모르겠다. 커피와 홍차 기호가 만든 편식이라 생각된다. 내려오면서 한 봉지를 찾아들고 왔다. 조석으로 두 잔을 챙길 요량이다. 항암 및 여러 가지 질병에 효과를 발휘한다고 알려졌지만 면역을 끌어올리는데 탁월함이 귀를 쫑굿하게 만든다.
첫댓글 오래만에 카페에 올린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간 감기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고~
건강이 회복되셨다니
기쁜 소식입니다.
긴시간 톡도 전화도
받지않아
지인분들께 수소문끝에
통화~
소식을 알게되었습니다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인연을
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건. 행 하세요.^^
봄이 구체화되면서 봄날이 하루가 다릅니다. 저 아래 산자락 진달래가 모닥불입니다. 생기발랄~~ 아니더라도 봄 그늘 거닐며 봄 가락 흥취만 내색하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