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의 첫눈, 김밥마는 아내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첫눈 내리는 날 먼 길을 떠나는 내가 먹을 김밥을 김밥을 말면서, 잘 익은 쌀밥에 흰눈을 뿌리고 이번에 떠나면 돌아 올 것 같지 않은 나의 사랑을 같이 만다고 하면서 흐느껴울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초겨울 날 여수 오동도 숲에서 아내는 첫사랑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바다새가 날아간 동백나무 가지 끝에 앉아 흔들리던 아내는 흰눈에 찍힌 나의 발자국이 해안끝에서 사라지고 쌍꺼풀 낀 나의 눈빛으로 잠자는 남해의 파도소리가 가슴에 스며들어 첫사랑의 울음이 되었다고 했다. 아내가 만 김밥을 먹고 자라난 나의 시들이 하현의 달빛을 갉아 먹는 어둠의 시간으로 살아나고 한개의 해를 품고 활짝 핀 세송이 동백꽃에 첫눈이 떨어지는 먼 훗날 바다 그림자 길게 누운 오동도 동백숲에 얼굴묻고 우리가 만들었던 첫사랑의 울음을 듣고 나면 숨죽인 속울음으로 살아가 야 할 나의 자식들 사랑도 인생도 꿈길을 걷는 것이었다. 떨어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열정들이 동백처럼 피어 있는 오동도의 환영으로 김밥을 말고 있는 아내는 노을 빛 으로 저물어 가는 땅거미 문양의 기학학적 검버섯 같았다. 한 순간에 져버린 동백꽃 같은 생애를 김밥에 말고 나면 우리를 노려보는 저 허무감 마저 김밥에 말고 나면 바다 빛갈로 펴 논 돌김에 무엇을 얹어 말아야 할까. 나는 올해 첫눈 내리는 길을 밟으며 그 섬으로 떠났다.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허공에 흰 쌀밥으로 어른거리는 아내 아내가 다시 김밥으로 말아야 할 첫사랑의 울음이 그 바다 그 섬 동백숲에서 다시 들려 올까. 나는 아내의 울음을 불피우기 위해 하양 꿈으로 부유하는 그 섬의 동백숲을 등짐지고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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