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접근하기에 정말로 어려운 산,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와 횡성군의 경계에 솟아있다
치악산의 옛 이름은 적악산(赤嶽山)으로 불렸을 만큼 현란하고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하다
뱀에게 먹히려던 꿩을 구해준 나그네의 전설에 따라 꿩 치(雉)자를 써서 치악산(雉嶽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치악산에 와서 치를 떨고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쉬운 계곡길을 버리고 험하디 험한 사다리병창길을 오르며 뱀에게 쫓기는 꿩의 울음 소리를 환청으로 들었다

구룡매표소
전주에서 새벽 6시 무렵에 출발하여 3시간 반 동안 달린 끝에 구룡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변변한 문화 유적 하나 없는 구룡사 문화재 관람료로 이천원을 낸다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황장금표(黃腸禁標)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잘 빠진 소나무숲 사이로 황장금표라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었다
황장이란 구룡사 인근에 자생하는 소나무를 말하는데 키가 크고 곧으며 강도가 뛰어나 왕실건축재로 이용되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이 표지는 일반인들의 황장목 도벌을 금지하는 경계 표시로써 시용되었다

구룡교(龜龍橋)
구룡사로 가기 위해서는 우람한 용의 머리로 장식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지갑도 가져오지 않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카메라도 빠뜨리고 온 나무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통문(圓通門)
원통문이라는 현판을 달았지만 다른 사찰에서는 일주문(一柱門)이라 칭하는 건물이다
일주문은 세속에서 쌓였던 때를 훌훌 털어버리고 일심으로 진리를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구룡사(龜龍寺)
절터를 물색하던 의상대사가 치악산에서 마땅한 자리를 찾고 보니 그곳은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이었다고 한다
의상이 내기에서 이겨 용이 물러나고 연못을 메워 절을 창건한 후 그 내력을 기념하고자 절 이름을 구룡사로 지었다
창건 당시는 九龍寺였는데 조선 중기 이후부터 아홉 구(九)자를 거북 구(龜)자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가 사찰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이유였는데, 거북바위는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구룡소(龜龍沼)
구룡사를 지나 울창한 숲길로 들어자마자 나타나는 구룡소의 푸른 물은 속세의 시름을 모두 씻어주는듯 하였다
의상대사에게 패한 여덟 마리의 용이 동해로 달아나고, 눈이 먼 한마리의 용이 이곳에 살다가 승천하였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큰 골
구룡소에서 세렴폭포까지의 등산로를 큰 골이라고 부른다
등산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그냥 밋밋하고 너무 길어서 우리의 발걸음이 지루하였다

세렴폭포
큰골을 걸으며 지친 일행들은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몇몇의 사내들만 세렴폭포에 다가갔다
노인의 오줌 줄기처럼 미약하고 초라한 폭포수를 마주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사다리병창길
거대한 암릉인 사다리병창의 본디 이름은 '말등바위'인데 1973년 도립공원이 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철이 귀하고 비싸던 당시 탐방로를 정비하면서 위험한 바위 구간마다 철난간이 아닌 사다리를 철치하였다
'병창'은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한다

사다리 없는 사다리병창
1984년 국립공원이 되면서 철계단이 하나 둘 놓이면서 지금은 사다리가 모두 사라졌다
치악산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다리병창은 오름이든 내림이든 치악산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끝없이 이어지는 철계단과 돌계단을 오르면서 치악산의 지독한 성깔에 지친 우리의 목구멍에선 꿩의 울음소리가 나왔다

늦은 점심식사
정상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갑자기 짙은 안개비가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져서 저으기 불안하였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옹색한 숲속에 둘러앉아 늦은 점심 식사를 맛있게 냠냠...!!

비로봉(1,288m)
치악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에는 원주 사람 용진수씨가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쌓았다는 세 개의 돌탑이 있다
신선탑(중앙), 용왕탑(남), 칠성탑(북)이란 이름을 붙인 3개의 미륵불탑은 비로봉의 경관을 빛내 주었다
정상을 휘감고 있던 비구름이 말끔히 사라지고, 돌탑 위로 드러난 가을 하늘이 우리들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헬기장
정상을 내려선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비로봉의 돌탑들이 마치 도깨비뿔처럼 솟아올랐다
원래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사다리병창에서 너무 지체되어서 비로봉 아래에서 먹게 되었다

쥐넘이재
옛날 이 골짜기에 범사(凡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쥐가 많아 스님들이 견디지 못하고 절을 떠났다고 한다
그뒤 절은 폐사되고, 쥐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지어 이 고개를 넘어갔다 해서 쥐넘이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이 고개를 넘어서자 아주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졌다

입석대(立石臺)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맞으며 하산을 완료할 무렵, 거대한 바위와 맞닥뜨렸다
인공적으로 세우지 않으면 도저히 서있지 못할 장소에 우뚝 서있는 입석대에서 자연의 외경스러움을 느꼈다

입석사(立石寺)
입석사는 왼편에 우뚝 서있는 입석대의 정기를 받고자 세워진 절임에 틀림없었다
우리 일행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를 잠시동안 제공하는 것으로 부처의 자비를 베풀고 있었다

황골휴게소
입석사에서 짜증이 날 정도로 길고 긴 시멘트길을 내려와 황골휴게소에 이르렀다
황골에는 그림같은 별장들과 은밀한 연인들을 위한 카페가 많아서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하산주
30명 전원이 무사히 하산하여 번암막걸와 홍어회를 풀어 놓았다
새콤하면서도 지독히 매운 홍어회는 막걸리와 제대로 어우러져 산행으로 지친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언젠가는 꿩의 설화가 남아있는 상원사에서 남태봉, 향로봉을 올라 보리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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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이님께서 준비해온 백설기떡 덕분에 한명의 낙오자 없이 비로봉에 올랐습니다. 감사
저두 완두콩 송송박힌 백설기

울 아들까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저두가고싶었는데멀리는못간다고햇어요
다음 일요산행 때 아빠와 같이 나오렴...기다릴게
알았어요근데못갈지도몰라요갈수도있구못갈수도있구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못갔지만 다음번에는 꼭 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주 사람들이 가장 안찿는 산이 치악입니다.거리도 어설프고 특별한 메리트도 없고 국립공원탐방은 일단 여기서 일단락합니다.입석사돌은 언제나 죽산리에 도착할라나 기다려집니다..ㅎㅎ
처음 나오셔서 고생하신 자매님!!!화이팅....후미 삼총사가 선두그룹이 되었던 치악산행이 바로 자매님의 미래의 모습입니다..모두들 수고하셨고 즐거웠습니다....
치악산에서 보여준 수산나의 또다른 모습에 감격감격감격...비결이 무얼까?
꿀단지가 꿀만 먹은게 아닐까
홍
섞어서스리


다들 산꾼이여

난 후미에서 어슬렁 어슬렁

온 몸이 아파요.. 장단지도 허리도... 미사시간에 기운이 빠져서스리

초보티나요
어슬렁어슬렁 간 덕분에 여런 편의 시도 읽고, 사진도 박고...얼마나 좋았다구요
정말로 선두그룹이 신들린것처럼 내 지르데요
,,처음부터,,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산행한 기분 일정 정리 감사 총무님과 총무님 각시 고마워요
맨날 수고혀용

말로만



사다리병창길이 내다리를 쥐나게 했습니다.나의 불행이 세라피나는 행복한 순간이었답니다.
쥐 잡으면서 가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 근데 잡은 쥐는 어찌했나여


겁없이 옛추억에 잠겨 선뜻 나선길!! 민폐많이 끼쳤습니다.어젠 마일령,병천(아우내)다녀왔습니다.천하에 명당자리 어사 박문수묘도 보았구요.다음엔 워밍업 많이 하고 가겠습니다.
우리는 부지깽이님과 함께 해서 넘 행복했습니다. 님과 같은 회원이 하나둘씩 늘어가는게 신산회의 행복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