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크루즈가 정박한 각기 다른 날 관람한 콤 옴보와 에드푸신전 관람기는 한 지면에 모아 기록하기로 한다
그만큼 임팩트가 없었다는 얘기다
콤 옴보 신전은 저녁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가 야경을 관람하고
에드푸 신전은 밤새 달려 도착한 새벽에 마차를 타고 가 관람했다
나일크루즈의 스케줄대로 관광시간이 달라지는데 문제는 여러 대의 나일크루즈가 정박하는 곳이 거의 같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다닐 수밖에 없어 정해진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단점이 있다
조명을 받은 콤 옴보 신전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깜깜한 밤에 솟아있는 신전의 기둥들이 몽환적이며 신성한 느낌을 더 많이 느끼게 해 준다
이 사람들 보소
문제는 사람에 취해 제대로 편하게 감상할 수가 없다는 사실
신전을 보러 나왔는지 사람을 보러 나왔는지
투어가이드들이 각각 팀별로 벽화의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는데
뒤에서는 다른 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이드들끼리도 간혹 충돌이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악어 머리형상을 한 소백신과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신에게 바쳐진 사원이라서 두 사원을 콤 옴보 사원이라 칭했다고 한다
이 부조는 아기를 낳으려는 여인이 앉아있고 아이를 낳거나 제왕절개를 하기 위한 의료도구가 새겨진 부조화라고 한다
여러 가지의 의료도구가 그 당시 의료활동의 수준이나 기구의 발달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악어의 미라도 볼 수 있다
바닥에 매트가 깔려있기에 무슨 용도인가 했다
남편이 기도하는 용도라기에 에이 설마 했는데
잠시 후 한 남자가 신발을 벗더니 너무나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다
저 남자의 간절함이 그의 신께 닿기를......
밤새 크루즈선이 달려 새벽에 에드푸 지역에 정박했다
우린 아침 식사도 전에 배에서 내려 프톨레마이우스 왕조 시대의 잘 보존된 호루스(에드푸) 신전으로 향한다
이른 새벽에 에드푸 신전으로 향하는 교통편은 마차다
마차를 타는 일이 마부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보니 경쟁이 심하다
서로 자신의 마차에 태우려고 옥신각신하는 소리로 이 새벽을 깨운다
우린 현지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두 명씩 마차에 올라 신전으로 향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마차와 말들의 소리가 경쾌하기도 했지만
자동차와 엉켜 소음과 먼지가 너무 심하다
보조 가방에 꼼꼼히 담아둔 마스크가 이때 필요했는데....
내가 거리 사진을 찍으니 마부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포즈를 취한다
마차나 잘 몰고 가라고(한국말로 혼내기)
마주 오는 차와 마차가 엉켜 자칫 부딪힐까 걱정이 된다
하도 원달러 원달러 외쳐대는 통에 이런 포즈도 뭔가를 바라고 하는 것 같아 이젠 시큰둥하다
가이드는 절대 미리 돈을 지불하지 말고 돌아오는 마차에서 내릴 때만 돈을 내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정된 돈을 주니 더 달라는 제츠처
이젠 우리도 이런 것에 익숙하다
물리치는 방법도 아주 쉽다
떽! 하면서 모른 체 돌아서기
유럽 광장에서 보던 럭셔리하고 왕비나 공주가 탈 것 같은 마차를 한번 타 볼걸 하는 로망이 있었다
예쁜 마차에 올라
또각또각 경쾌한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유럽풍의 거리를 돌아보고 싶었었다
베르사유 궁이나 폴란드 크라크푸 광장의 예쁜 마차를 타고 싶었지만 패키지 여행자에겐 그런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질 않아 늘 아쉬웠었다
그런데 낡고 지저분한 마차, 먼지 자욱한 새벽 거리
비굴한 표정으로 팁을 더 얻으려는 마부 때문에 나의 환상은 와자작 깨어져버렸다
크루즈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니
마차를 타는 일도 신전으로 들어가는 일도 신의 가호가 있어야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이 신전은 이집트에서 카르낙 신전 다음으로 큰 신전이라고 한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길도 길고 신전의 규모 또한 그동안 보았던 신전에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그런데 나에겐 그냥 밀려다니며 올려다보는 거대한 기둥들일뿐이다
신전은 이제 그만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고 자유시간에도 밀려다니는 사람들 틈에 들어설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남편과 신전 밖으로 걸어 나와 외관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 새벽의 부산함을 잠시 식히기로 한다
밖에서 바라보는 신전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저 안에서 이루어진 여러 부조에 대한 설명도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고요에 비길 바가 못된다
다시 경쟁하는 마부들 틈에 배정된 우리 마차를 타고 타달거리며 크루즈로 돌아왔다
우아한 마차 타기를 기대했던 어젯밤의 설렘은 다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