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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07 - 진정 우리 가슴에 필요한건 2%의 습도
1. S# 회사의 로비. (6부 앤딩씬 연결)
달자 (보며) 어떤 자리든 좋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 남고 싶습니다.
임원들 (쳐다보는 가운데)
달자 지난 팔년동안의 제 청춘이 고스란히 이 회사 구석구석에 묻어있습니다.
그저 일하는게 좋아서..
좋은 제품을 팔고, 고객이 만족하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서...
그런 소중한것들을 보람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일해왔습니다.
(보며) 제발 제 인생의 보람을 꺽지 말아주십쇼.
위선주 (저 뒤 일각에서 본다)
달자 (쿵! 임원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선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원들 (웅성거리면서 쳐다보면)
임원1 (잠시 조용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달자 (비장미있게 고개를 숙이는 위로)
달자Na 이러면 조금쯤 감동해줄줄 알았다. 그런데,
임원1 (싸늘...) 지금 이 사람 많은데서 뭐하는겁니까,
달자 ......? (올려다보며) ...예?
임원1 어서 일어나지 못해요!
달자 아... (살짝 당황하며) 아, 예, 예. (하면서 얼른 일어나 무릎을 툭툭 털면)
임원1 이렇게 무릎꿇고 읍소하기전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같은건 아예 만들지를 말았어야죠,
달자 (소심하게) 그러게 말입니다.
임원1 오달자씨에 대한 인사결정은 예정대로 금요일까지 통보해줄겁니다.
그 때까지 자택근신하세요!
달자 (살짝 비굴하게) 아, 예, 알겠습니다. (하는것과 동시에)
2. S# 달자의 아파트.
멍.... 하니 앉아 있는 달자, 그 위로
자막> 자택근신중..........!
괜히 따분하고 무료한 듯 목을 긁적긁적거리다가 흘끗 돌아보는데서,
(화면 바뀌면)
냉장고 문을 열면 그 문 뒤로 쓱 나타나는 달자의 얼굴,
일단 소세지 하나를 까서 입에 물더니 휘 냉장고 안을 둘러보며
간식거리가 될만한것들을 하나씩 집어들기 시작하는데서,
달자Na 또 다시 병이 도졌다.
식탁위에 푸짐하게 놓여져 있는 떡볶이, 족발, 순대, 아이스크림까지..
그 앞에 앉아 맛있게 먹고, 또 먹고, (쩝쩝거리며 먹는 입술, 입술, 입술,)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가며 너무나 맛있게 먹는 위로,
달자Na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병.
시간경과>
한쪽에 하나씩 꺼내놓는 짜장면에 탕수육에 서비스 만두까지.
배달원1, 흘끗 달자를 보면,
달자 (괜히 혼자라는게 민망해 안쪽을 향해) 야! 뭐해! 짜장면 왔다!!
배달원1 (혼자라는걸 뻔히 다 아는 듯 픽 웃더니 “맛있게 드십쇼!”하고 나가면)
달자 (흘끗 눈치 본 뒤 신나서 짜장면 탕수육그릇을 안으로 옮긴다)
경과>텅텅 비어버린 짜장면그릇, 만두접시, 탕수육 접시..
(접시에 탕수육 몇알만 굴러다닐뿐...)
달자Na 그렇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바로 식욕으로 이어진다.
그럴때마다 나는 틀어박힌 채 먹는걸로 끝장을 본다.
체중계위로 올라가보는 달자. 그 위로,
달자Na 그리고 끊임없이 달아본다.
달자 아...
(늘었다! 순간 한숨과 함께 쭈욱! 어깨가 쳐지면서 도로 내려가는 위로)
달자Na 맞다! 아무래도 이건 병이다.
3. S# 오삼불고기집. N
촤르르르 불판위에 구워지는 시뻘건 고추장 양념의 오삼불고기.
달자,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고, 맞은편에서 태봉 열심히 굽고 있고,
태봉 금요일이면 내일이잖아. 하루남았네?
달자 그 하루가 나한텐 천만년이다.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구.
(하면서 오삼불고기 한입 가득 싸서 먹는다)
태봉 (보며) 진짜 잘먹네?
달자 스트레스 쌓일 때 매운거 먹으면 확! 풀린다잖니. (또 먹으면)
태봉 (계속 구워 달자쪽으로 놔주며 무심히) 그 사람은 완전히 끝낸건가?
달자 누구?
태봉 운명의 남자.
달자 끝난거지 그럼. 그런일까지 겪고도 미련두면 내가 미친거지.
태봉 사랑에 미치는 사람도 가끔 있잖아, 왜.
달자 제발 사랑에 미칠때까지만 남자 좀 만나보자, 내 소원이다.
이거는 원, 데이트 좀 해볼까하면 바람둥이지,
좋아 좀 해볼까 하면 유부남이지...
(한숨과 함께 상추에 오삼불고기를 큼지막하게 싸며)
아무래도 내가 눈이 뼜나봐, 제대로 된 남자 하나 못알아보구,
태봉 남자들 눈이 잘못된거지. 달자씨같은 여잘 못알아보니까.
달자 (크게 한입 싸먹으려다 멈칫.. 태봉을 본다, 두어번 깜빡거리고 보면)
태봉 먹어요, 턱 떨어지겠네.
달자 (도로 내려놓더니, 진짜 궁금한 듯) 갑자기 너 왜 그르냐?
내가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불쌍해보여서 그르냐?
태봉 사실대루 얘기한건데? 그것두 기분나빠요?
달자 (그래? 그러더니 다시 큼지막하게 싸놓은 쌈을 입에 넣으려다가 멈칫..
다시 내려놓고 쳐다보며) 설마 너... 나 좋아하니?
태봉 (젓가락질하다가 피식 웃으며) 내가 말해준 규칙 벌써 잊었나?
사적인 감정이 생기는 순간 우리 계약도 자동 종료된다.
난 내가 정한 규칙은 절대 내가 먼저 깨지 않습니다.
(하면서 손은 계속 오삼불고기 구워서 달자앞으로)
달자 (하기사. 그러면서 한입 가득 다시 집어넣으려는데)
태봉 참, 앞으로 열흘 남은건 알고 있죠?
달자 (또 다시 먹으려다 말고 ? 보며) 뭐가?
태봉 우리 계약기간.
달자 응?
태봉 앞으로 열흘 남았다구요, 시간으로는 삼십시간.
달자 아아... 벌써 그렇게 됐나?
태봉 왜요, 섭섭해?
달자 (흘끗 보며) 넌? 섭섭하니?
태봉 그럴 리가 있나, 나야 비즈니슨데.
달자 나두 그럴 리가 있나, 너랑 뭔 정이 붙었다구...
(하면서 먹으려던 쌈을 한입 가득 넣고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태봉 (짐짓.. 웃더니)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요,
달자 (계속 역심히 집어먹는다, 그 위로 계속)
태봉 장보기, 빨래방가기, 심부름시키기 뭐 그런거 말고,
진짜 그럴듯한 데이트 있잖아,
달자 (왠지 꾸역꾸역 계속 먹는다, 그 위로)
태봉 애인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거라든가, 가보고 싶었던데라든가...
달자 (말 자르며) 와.. 매워, 진짜 스트레스 확 날라간다.
야, 우리 이거 일인분만 더 먹을래?
태봉 (? 본다)
달자 아줌마! 여기 1인분 추가!!! (그러더니)
아우 땡긴다 땡겨! (하면서 쌈에 싸서 한입 가득 쳐넣는다)
태봉 (조용히 본다. 시선에서)
4. S# 달자의 아파트 거실.
또 다시 체중계에 올라가는 달자, 내려다보다가 한숨...!
달자Na 그렇게 먹었는데 안 찔리가 없지. 젠장...!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달자, 돌아본다. 얼른 핸드폰 받으면.
달자 여보세요? 아, 예. 제가 오달잔데요.
(하다가 일순 긴장) 아...! 인사발령이 났습니까? (하는 표정에서)
5. S# 회사 공고판.
쿵! 붙어 있는 인사이동 안내문.
<인사이동 공고문>
MD부서 오달자대리 - 고객사업부로 인사발령.
몇몇 사람들은 서서, 몇몇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공고문을 쳐다보는데서
6. S# 사무실.
달자 그래서! 이 몸은 고객사업부팀으로 부서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위선주, 신세도, 남대수를 비롯한 직원들, 조용히 달자를 본다.
달자 (괜히 씩씩한척) 아, 다들 뭐 섭섭해하실거 없습니다.
어디 멀리 가는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같은 건물안인데요 뭐. 하하...
보고싶을 때 언제든지 오고가며 볼수 있으니까... 아! 그리고 혹시
저 모르게 송별회식같은거 준비하고 계시다면 절대 사양하겠습니다.
망년회한지 얼마나 됐다구 괜히 무리해서 술마시구, 돈 쓰시구..
그러실거 없어요, 아셨죠? 하하하... (웃으면서 쓱 분위기 살피는데)
위선주, 신세도, 남대수를 비롯한 직원들,
여전히 별 반응없이 조용히 달자를 쳐다보기만 할뿐. 썰렁.....!
달자, 분위기가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쓱 보면.
남대수 인사 다 끝났나?
달자 예? 예.. 뭐 일단은... (슬쩍 머슥해지는데)
남대수 인사 다 끝났답니다. 자자, 다들 일들 헙시다. 방송 한시간 남았어!
달자 (? 보면)
직원들 (일제히 흩어지면서 각자 바쁜척 움직이기 시작한다)
달자 그래애, 방송준비가 중요하지이... (하면서 신세도와 위선주를 돌아보면)
두 사람도 뭔가 서류를 넘기며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 듯,
달자 (순간 서운함이 물밀 듯 밀려오지만 그래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저기 그럼... 다들 수고들 하세요. 저는 이만.. 갑니다.
(박스를 들고 문쪽으로 가더니 한번 더 돌아보며) 진짜 갑니다아!!
남대수 송영희씨! 내가 저번에 부탁한 자료 어떻게 됐어?
송영희 네! 가져갑니다! (가져간다)
다들 제각기 바빠진 그들을 보는 달자, 왠지 쓸쓸한 기분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 때까지 계속해서 바쁜척하던 신세도, 위선주, 남대수와 직원들,
달자가 사무실밖으로 나가자 일제히 하던 일 멈추고 쓱 돌아보면.
7. S# 사무실 앞 메인로비,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달자, 그 위로.
달자Na 뭘 기대했던건 아니지만...
그래두 쫌 서운은 하네. 쌓인 세월이 팔년인데...
8. S# 복도.
달자, 한숨을 내쉬며 막 코너를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
그 복도의 벽 한쪽에 노란풍선들이 매달려 있고,
안녕 글귀들을 써 넣은 도화지들이 쭉 붙여져 있다.
달자, 거기 써있는 글들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쭉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 위로 (남대수 목소리 E) “돌아올때까지 오달자씨 책상은 비워놓을게!”
(송영희 목소리 E) “힘든 일 생기면 상의하러 가도 되죠?”
순간 글썽... 달자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계속 걸어오면서 도화지 하나하나들을 읽어가는 달자 위로
(윤호준 목소리 E) “많이 그리울겁니다.”
(전현숙 목소리 E) “밥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언제든 콜만 하세요!”
(안지훈 목소리 E) “오선배 파이팅!”
(이주미 목소리 E) “사랑해요 오대리님!”
목까지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 마지막으로 멈춰서서 보면
(위선주 목소리 E) “한달안으로 돌아와! 더 이상은 안기다려줘”
(신세도 목소리 E) “힘든일 있으면 언제든지! 힘내라 오달자!”
달자, 감동과 감격으로 목이 메인다.
천천히 돌아서서 복도저편을 돌아본다. 거기엔 여전히 아무도 없지만,
그러나 달자의 표정은 감동과 고마움으로 밝아져 있다.
달자Na 그럼 그렇지, 쌓인 세월이 팔년인데... (그러더니)
달자 다들 고마워, (그러더니 큰소리로) 다녀오겠습니다!!!
(훌쩍 콧물 쓱 닦아낸 뒤 돌아서서 간다, 발걸음 씩씩하게 사라지면)
그제서야 복도 저쪽에서 하나 둘 고개를 내미는 위선주, 신세도,
남대수와 직원들, 송영희, 전현숙, 안지훈, 이주미 윤호준...
다들 섭섭하고 서운한 표정으로 보며
송영희 아, 진짜 가버렸네.
전현숙 이제 밤샘 방송할 때 야참은 누가 사주나...
윤호준 역시 송별회는 하는건데 그랬죠?
안지훈 그러게요. 서운하네...
위선주 서운할거 없어요, 다녀오겠다잖아요,
본인입으로 그렇게 말했으니 금방 돌아오겠지.
신세도 하기사, 어디가든 잡초처럼 살아남을 사람이지, 오달자는. (하는데)
남대수 과연... 그럴까요?
일제히 (그 말에 ??? 남대수를 돌아보면)
9. S# 복도.
<고객만족사업부>팻말이 붙어 있는 문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달자,
달자, 심호흡 한번 한 뒤 호기롭게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10. S# 고객서비스팀 (주문상담 받는곳)
쏟아지듯이 들려오는 상담원들의 주문받는 소음들, 분주한 움직임들.
한쪽 벽에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방송중인 화면이 보여지고 있고,
백여명 가까운 주문상담원들이 제각각 전화를 받고 있다.
상담원1, 보온병에 가져온 커피를 쪼르르 따르며 상담을 하고 있고,
상담원2,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불이 깜빡거리자
얼른 꿀꺽 물과 함께 넘긴뒤 아무일 없었던 듯 상냥하게 상담전화 받고,
상담원3 메니큐어를 칠하며 주문서비스를 받고 있고,
상담원4 앉은 자리에서 요가같은걸 하면서 전화를 받고 있고... 등등등
그 풍경을 휘 둘러보며 쭉 걸어들어오던 달자,
한쪽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고순애와 마주친다.
달자 (반갑다) 어! 언니!
고순애 어허! 여기서는 고실장님이라구 해야지,
달자 아! 안녕하십니까 고실장님!
오늘부터 고객관리팀에서 일하게 된 오달자라고 합니다.
고순애 (그제야 씩 웃더니) 그래, 어여 와라 오달자!
드디어 너와 내가 같은 부서가 됐구나. 웰컴 베리 머치다!
달자 환영해주셔서 땡큐 베리 머칩니다! 고실장님!
고순애 자네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은 고객만족사업부내의 고객서비스팀이야,
보다시피다. 정신없고, 시끄럽고, 사건도 많아.
이 회사의 최전방이나 다름없그든.
달자 (고개를 끄덕이며 휘 둘러보는 위로 계속)
고순애 전화를 통해서 직접 고객들과 만나 주문 받고, 반품 받고,
불만사항까지 접수받아가며 매일같이 맞서야하지.
강도높은 불만사항은 분류해서 따로 고객보호팀에서 해결하는데,
거기가 앞으로 달자 니가 일할 부서야.
달자 아아...
고순애 (보며) 설렁설렁 시간 때울생각으로 왔다면 큰 오산이야,
여기는 니가 일하던 부서랑은 또 다르게 분주하고 바뻐.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이 즉각즉각오는데니까.
달자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밖에 또 주의사항은 없습니까?
고순애 에.. 주의사항이랄거까진 없고, 주의해야할 사람이 하나 있긴 하지.
달자 (? 보는 위로)
신세도E 누굽니까, 그 사람이?
11. S# INSERT> 사무실.
남대수 들어도 못봤나, 고객사업부팀의 가가멜이라고?
직원들 (일제히) 고객사업부팀의 가가멜?
12. S# 다시 고객서비스팀.
동시에 E. 쿠웅....! 아주 먼곳에서부터 미약하게 하는 진동소리.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르스 나타날때의 그 진동과 묵직한 진동음)
달자와 고순애 멈칫... 하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한번 더 E. 쿠웅...! 그러자 책상위에 있던 컵안의 커피가 진동을 한다.
그 앞에 앉은 상담원1, 일순 긴장하는 표정으로 그 컵을 바라보더니
상담원1 (조용히 혼잣말처럼 내뱉듯) 가가멜이다...!
달자 (가가멜? 하고 쳐다보면)
INSERT> 사무실.
남대수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눈물도 없고,
한번 찍힌 사람은 끝장을 볼때까지 초토화를 시킨답니다.
부임한지 한달만에 울면서 짐싸가지고 나간 고객상담원이
한다스가 넘었다니깐 말 다했지 뭐.
직원들 (어머 어떡해...! 하는 분위기)
남대수 내 생각엔 아무리 잡초같은 달자씨도 버티기 힘들걸?
어쩌면 영영 못돌아올지도 몰라.
신세도 (왠지 걱정스럽다,)
위선주 (역시 신경쓰이는 듯 조용히 시선돌려 쳐다보는, 그 위로 E. 쿵! 하면)
고객서비스팀>
전화교환원들, 일제히 소리없이 신속하게 사사사사삭 움직이는 모습들,
(가가멜이 나타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는 스머프들처럼)
달자, ???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김밥먹던 상담원2 재빨리 휴지통에 김밥을 던져버리고,
메니큐어 바르던 상담원3, 재빨리 가방안에 화장품을 쓸어넣는다.
요가하던 상담원4, 재빨리 자리에 앉아 땀 닦아내고,
다시 한번 쿠웅...! (이번엔 좀 더 가깝게)
상담원5, 완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책상위의 군것질을 재빨리
가방속에 쳐넣고, 소매끝으로 과자부스러기를 싹싹 닦아내는 가운데
달자 갑자기 왜들 이래? 가가멜이 누군데?
고순애 기다려라, 곧 보게될 것이다.
달자 응?
고순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마음 단단히 먹구있어 너.
(긴장하면서 문쪽을 쳐다본다)
달자 (같이 문쪽을 돌아본다. 그 얼굴로 쭉 화면 빨려들어가다 어느 순간)
쿵! 문이 열리면서 그 문 뒤로 나타나는 스커트밑의 건장한 두 다리!
틸-업하면 금테안경을 한번 치켜올리는 그녀, 강신자(48세)팀장이다.
고순애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E, 꿀꺽... 삼킨다)
달자 (뭐야? 시큰둥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
뚜벅뚜벅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강신자,
그 뒤로 어느새 거짓말처럼 일사불란하게 정리된 상담원들의 모습들,
입으로는 소근소근 최대한 상냥하게 주문전화를 받으면서
시선으로는 일제히 강신자가 지나가는걸 따라가고 있다.
강신자, 가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홱 돌아보면
일제히 시선 피하며 각자 주문상담에 열중하는척하는 여직원들.
강신자 (카리스마 넘치는 섬뜩한 눈빛으로, 그러나 강직한 저음의 톤으로)
김치김밥 누굽니까?
상담원2 (아.. 죽었다! 울상이 되서 한 손을 든다)
강신자 (절대 큰소리 내지 않는다. 다분히 사무적이고 일관된 저톤으로)
유선서비스라고 긴장 풀지 말랬죠,
목소리에 김치냄새 묻어난다고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상담원2 시정하겠습니다. (하더니 얼른 칫솔치약 챙겨들고 후다닥 달려나간다)
강신자 (쓱 돌아서다가 멈칫! 또 하나 무언가 발견한 듯)
강신자 당신은 책상밑이 왜 이래요?
상담원6 (내려다보면 휴지통옆으로 떨어져있는 과자봉지, 부스러기들)
강신자 여기가 무슨 쓰레기장입니까?
이러다 바퀴벌레나 쥐라도 끓으면 어떡할거예요,
이 안에 있는 백이십명 여직원의 위생을 당신이 책임질거예요?
상담원6 시정하겠습니다. (하더니 재빨리 떨어진 쓰레기, 과자부스러기 치우면)
강신자 (한쪽으로 걸어오며) 권성희씨!
상담원3 (움찔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다) 예, 팀장님.
강신자 당신앞으로 불만사항이 접수됐어요.
고객이 전화를 끊기도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구요?
상담원3 그게.., 고객분이 자꾸 제 신체사이즈를 물어보셔서....
달자 (보고 있다)
강신자 그럴땐 전담반으로 회선을 돌리라구 했잖아요,
그런 일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결하니까!
당신이 할 일은 고객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서비스하는겁니다.
고객을 상대로 절대로 우리가 먼저 전화를 끊어서는 안되는거예요,
상담원3 시정하겠습니다.
달자 (듣다못해 혼잣말로) 변태전화까지 친절하게 받으라는건 쫌 그렇지.
고순애 (순간 허걱! 달자를 본다, 얘가 왜 이래? 쳐다보면)
강신자 (찌릿! 그러나 이미 그 말이 들렸다. 쓱 돌아서서 달자를 돌아본다)
달자 (? 보면)
강신자 (뚜벅뚜벅 방향을 바꿔 달자와 고순애앞으로 다가선다)
고순애 (어이구, 또 피곤하게 생겼구나.. 싶은 표정)
달자 (별로 무서운 기색 없이 긴장감없이 빤히 쳐다보면)
강신자 (그 앞으로 다가서서 멈춰선다. 달자한테 시선 고정한채)
고실장. 누굽니까?
고순애 (일단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아, 예 팀장님, 이 사람은...
달자 오늘부터 고객사업부팀에서 일하게 된 오달자라고 합니다.
강신자 신참인가요?
고순애 아뇨, 그게 원래는...
달자 MD팀 8년차 대리로 있다가 부서이동 발령을 받고 오게됐습니다.
강신자 (그 말에 순간 묘하게 표정 변하면서)
아아! 유부남한테 껄떡대다가 그 와이프로 하여금 투신자살소동까지
일으키게 만든, 바로 그 분?
달자 (멈칫...! 고개들어 보면)
강신자 맞죠? 오말자씨.
달자 (본다. 슬쩍 열은 받지만 일단) 오달잔데요, 제 이름...
강신자 (OL) 덕분에 그 날 하루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어요.
여기 앉아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우리 백여명 상담원들이
오말자씨 당신과 동격으로 불륜녀 취급을 받아가면서
항의전화를 받아야했거든요.
달자 오말자가 아니라, 오달잡니다 제 이름.
강신자 (OL) 나는 말이죠, 당신같은 사람이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사람이예요,
달자 ! (보면)
강신자 더군다나 당신같은 사람이 내 부서에서 일한다는건
더욱 더 치욕스런 일이죠, 무슨뜻인지 알겠어요, 오말자씨?
달자 (이러언! 자기도 모르게 확! 치받으려고 움찔하는데)
고순애 (턱! 달자의 팔을 잡으며)
부족한 친구지만, 성실하고 일에 대한 사명감도 투철한 사람입니다.
아무쪼록 팀장님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신자 (무시하듯) 나중에 징징 울면서 도망치지나 말아요, (홱 지나쳐가는데)
달자 (열! 완전히 받아 홱! 돌아보며)
나중에 다시 제 부서로 돌아갈 때 붙잡지나 마세요!
강신자 (멈칫.. 걸음을 멈추고 쓱 돌아본다. 허...! 가소로운 듯 본다)
달자 (지지않고 똑바로 마주보는 위로)
달자와 강신자 주위로 찌리리리! 사방으로 스파크가 일어난다.
달자, 노려보고는 있지만 사실은 떨고 있다. 그 위로 비장하게.
달자Na 그냥 참을걸! 앞으로 죽어라 뺑뺑이 치겠구나. ....젠장!
타이틀 “달자의 봄”
일러스트위로 서브타이틀,
“제 7 부, ”진정 우리 가슴에 필요한건 2%의 습도“
13. S# 엘리베이터 복도 앞.
땡!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엄기중과 일행들,
쭉 걸어들어오는 모습에서,
14. S# 2층 회의실.
엄기중을 비롯한 일행들,
남대수와 송영희 윤호준, 안지훈만 참석한 가운데
남대수 자, 그럼 이제부터 봄시즌 새 모델에 관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엄기중 (흘끗 한번 돌아보더니) 오달자씨는 참석안합니까?
남대수 예?
엄기중 오달자씨가 저희 브랜드 담당 MD 아니었습니까?
남대수 아... 이거 먼저 말씀드린다는 것이...
오달자씨는 지난주부터 고객관리팀으로 부서를 옮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송영희씨가 새로운 담당 MD로 일하게 됐습니다만..
송영희 (그닥 반갑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까딱 인사한다)
엄기중 프로젝트 진행중에 갑자기 왜 인사발령이 난겁니까?
남대수 예? 아, 그게 뭐 회사가 하는 일이라서... (얼버무리려는데)
송영희 모르셨어요? 얼마전에 어떤 여자분께서 투신자살소동을 벌여서
뉴스까지 났었는데, 그 일로 징계당하신거잖아요.
엄기중 (멈칫... 송영희를 보는 위로)
남대수 송영희씨!
송영희 워낙 쌓아온 실적이 있는 분이라 회사에서도 쉽게 자르진 못하고,
그냥 부서이동선에서 마무리 된거죠.
남대수 이 사람이 증말! 그런 얘길 왜 자꾸 이 자리에서 하나!
송영희 (슬쩍 시선 피하며 서류들여다보는 척하며 끝까지) 엄대표님께서두
담당 MD한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정도는 아셔야할 것 같아서요,
남대수 어허! (눈에 힘주어 송영희를 제압한뒤 다시 엄대표를 보며)
엄대표님께서 신경쓰실 일은 아닙니다.
일단 회의부터 시작할까요?
엄대표 (본다. 내심 불편한 기분이지만 일단 누른 뒤 사무적으로)
시작합시다. (한비서에게) 브리핑부터 하지.
한비서 저희가 2007년 봄상품으로 준비중인 모델들부터 일단 보여드리겠습니다.
일행1, 쭉 자료를 돌려준 뒤 브리핑하는 가운데.
엄대표, 일단 브리핑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15. S# 스튜디오 앞.
방송을 마친 듯 인사를 하며 나오는 위선주,
걸음을 옮기다가 멈칫.. 보면 저쪽으로 서 있는 엄기중.
위선주 (본다) 어쩐 일이세요?
엄기중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되십니까?
위선주 (보면)
16. S# 복도 일각.
신세도 어! 다들 수고했어! 수고! 수고! (하면서 걸어나오다가)
저쪽으로 나란히 걸어나가는 엄기중과 선주를 본다.
신세도,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면.
엄기중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선주, 문이 닫힌다.
신세도,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듯 보는 위로,
17. S# 바.
편하게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위선주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예요.
(보며) 어느 정돈 짐작하고 계시지 않았나요?
엄기중 시말서나 감봉처리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부서이동까지 당할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위선주 아는척하지 마세요.
엄기중 (? 보면)
위선주 함부로 위로하는척, 함부로 도와주는척.. 하지 마시라구요,
그럴수록 달자씬 더 상처받을거예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니까.
엄기중 그래도 모른척하는건 마음이 불편해서요.
위선주 (그 말에 자조적으로 짐짓 웃더니)
달자씨를 진심으로 좋아하세요?
엄기중 (? 그 말에 다시 쳐다본다)
위선주 그런거 아니라면 더 이상 건들지 않는게 예의죠.
여자 혼자 살아가야하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랍니다.
더군다나 불륜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여자라면 더욱 그렇죠.
엄기중 (보면)
위선주 엄대표님은 그저 마음이 조금 불편하신정도겠지만,
달자씬 지금 자신의 인생을 걸고 버티는 중이예요,
(보며) 장난이 아니라구요.
엄기중 (본다. 시선위로)
달자Na 그랬다. 장난이 아니었다!
18. S# 고객상담실 안.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흘끗 본다. 그 이름 거슬려 죽겠다! 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강신자 (탁! 잡지책 굵기만한 파일 하나를 달자앞으로 던지며)
지난주 전화와 인터넷으로 접수된 고객불편사항이예요,
일일이 전화해서 상황파악하고,
단순 불편사항과 피해보상상황 구분해서 이번주까지 제출하세요,
달자 (보더니) 이번주까지요? 예,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강신자 (그래? 하는 표정으로 쓱 쳐다보는 표정에서)
화면 바뀌면> 다음날,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열...! 흘끗 쳐다보면)
강신자 (이번엔 훨씬 두툼한 서류파일을 한쪽에 쿵! 내려놓으며)
지난 달 피해보상건에 대한 확인전화건이예요, 이번주까지?
달자E 호오! 강도를 좀 높여보시겠다?
달자 이번주까지요? 예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화면 바뀌면> 다음날,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흘끗 쳐다보면)
강신자 (그 앞으로 더 두툼한 서류뭉치 쿵! 내려놓으며) 이번주까지!
달자 (조금씩 중압감이 밀려온다. 젠장...! 쳐다보는데서)
또 화면 바뀌면> 다음 날,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이젠 그 이름만 들어도 오싹하는 기분으로 보면)
쿵! 그 앞에 놓여지는 서류철들, (화면 바뀌면)
쿵! 그 위에 또 쌓이는 서류철들 (화면 바뀌면서 계속)
또 쌓이고, 또 쌓이고, 또 쌓이고, 쌓이는 속도 점점 빨라지다가.
다시 화면 바뀌면>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쌓여있는 서류철 너머로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완전 질린 표정으로)
예, 예에....?
강신자 (베식 웃더니 종이 한 장 살랑 얹어놓으며 가뿐하게) 이번주까지.
(하더니 뚜벅뚜벅 지나간다)
달자 (쓱 돌아본다. 순간 울먹울먹거리면서 쳐다보는 얼굴에서)
19. S# 사무실.
달자 (거의 울기 일보직전) 정말 해두해두 너무한거 아냐?
일제히 (달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그 앞에서)
달자 아니 내가 무슨 컴퓨터도 아니고, 무쇠철인 마징가제트도 아니고,
어떻게 그 모든걸 이번주까지 다 하냐고!
게다가 이젠 하두 오말자, 오말자하니까 나도 내 이름이 헷갈려,
내가 오달잔지 오말잔지.
송영희 진짜 그 팀장님이라는 사람 너무하시네.
남대수 그러게 구관이 명관이라고, 나만한 상사도 없다는거 알겠지?
안지훈 그러시네요, 거기에 대면 남과장님은 완전 천사십니다, 엔젤!
달자 암튼 완전 마귀할멈에 저승사자 따로 없다니까?
진짜 기분같아서는 내가 먼저 확! 그만둬버리고 싶지만, (하는데)
강신자 (OL)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지 대환영이예요,
(하면서 바로 달자의 뒷편으로 들어서는 강신자의 위풍당당한 모습)
고순애 (그 옆으로 같이 들어서면서 달자를 본다. 쯧쯧쯔... 하는 표정으로 보면)
달자 (순간 멈칫....! 얼어붙어버린 사람처럼 잠시 멈춤동작으로 있다가
천천히 눈동자부터 굴려 돌아본다, 보다가 완전 소심해져서)
어머... 팀장님 어쩐 일이세요?
강신자 그러는 오말자씨는 근무시간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죠?
달자 예? 저요? 아아.. 그러니까..
(하다가 얼른 손에 들고 있는 목록을 서둘러 펼쳐보더니)
아... 윤호준씨! 제가 아까 말씀드린 고객불편사항 있죠?
윤호준 예? (듣지도 않았지만 일단) 아, 예에...
달자 그것 좀 빨리 해결해주세요, 그리고 현숙씨,
저번에 방송된 안마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많네,
제품업자랑 상의해서 반품원하시는 분들 신속하게 회수해줘,
전현숙 아, 예 알겠습니다.
달자 자, 그럼. 저는 볼일을 마쳤으니 그만 가봐야겠죠?
(모두를 향해 일별한 뒤 강신자를 향해 돌아서더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팀장님.
(방긋 한번 웃은 뒤 나간다. 나가면서 한번 더 쓱 눈치본 뒤 문 닫으면)
강신자 (그저 못마땅한 표정인데)
남대수 저기,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강신자 (흘끗 돌아보더니) 남재수과장이신가요?
고순애 저기 남재수가 아니라 남대수과장님이신데요.
강신자 (무표정. 속으로만 그런가? 쳐다보는데)
남대수 (괜히 혼자 찔끔하면서) 아니 뭐 꼭 상관없습니다.
재수나 대수나 뭔 대수겠습니까? 하하하 편하실대로 하하하하...
강신자 (무표정, 이 남자의 오버가 영 맘에 안드는 듯 쳐다보는데서)
20. S# 고객관리팀 사무실.
달자 어디서부터 들었어?
고순애 무쇠철인 마징가제트부터 마귀할멈, 저승사자까지.
달자 아.... 다 들었구나... (그대로 고개가 뚝! 떨어지는데)
벌컥! 문 열리면서 팀장실에서 나오는 강신자,
순간 달자, 긴장하면서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
또 한 묶음의 두꺼운 서류철을 쌓여있는 달자책상위에 턱! 올려놓더니,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아, 예. 알겠습니다. 이번주까지죠? (살짝 비굴해져서 미리 대답하는데)
강신자 (쓱 한번 보더니) 내일까지! (하더니 휑! 지나가버린다)
달자 (허걱...! 내일까지...? 쳐다보면)
고순애 (딱하다는 듯 쯧쯧쯧... 쳐다보더니)
앞날이 참... 걱정된다. 걱정돼.
달자 (힘없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더니) 돌아버리겠네에... 흑!
(그러더니 갑자기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면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듯)
달자Na 나... 돌아갈래애애애애애!!!! (하는데서)
21. S# insert> 지하철. N
빠아아아앙! 빠르게 지나쳐가는데서.
22. S# 달자의 아파트 안. N
달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달자, 현관앞에 잠시 서서
어두컴컴하고 어딘지 쓸쓸한 아파트안을 들여다본다.
지친 표정의 달자, 우두커니 서서 잠시 본다. 돌아보다가.
23. S# 정정애네 밥집. N
드륵 문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달자,
정정애 (식탁을 치우며) 죄송합니다! 오늘 장사 끝났습니다! (돌아보다가 멈칫)
달자 밥 없어?
정정애 (본다. 보다가) 있어. 아직까지 밥두 안먹구 뭐했어?
달자 일했지.
정정애 회사에서 오는길이야?
달자 그럼 내가 어디서 와?
정정애 할머니한테 인사부터 드려. 밥 갖구 들어갈게.
달자 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나 오늘 자고 간다!
정정애 (? 돌아본다) 왜? 느이집 냅두구?
달자 (안쪽으로 들어가다 쏙 고개 내밀며)
그냥. 엄마랑 자고 싶어서. (씩 웃은 뒤 도로 쏙 들어가면)
정정애 (본다. 표정없이 뚱.. 하니 쳐다보면)
24. S# 정정애의 방. N.
불꺼진 방에 나란히 요 깔고 나란히 누운 정정애여사와 달자.
달자 (쓱 돌아보더니, 신성일톤으로)
정애..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흠흠흠! (웃으면)
정정애 (피식 웃으며) 까분다. 어서 자. (하면서 반대편으로 돌아눕는다)
달자 (엄마의 등을 잠시 본다.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보다가 뒤로 다가가
등에 이마를 댄채 꼭 안는다)
정정애 뭐해?
달자 엄마한테서 에너지 충전중.
정정애 뭐?
달자 따로 살면서 너무 오랫동안 엄마냄새를 못맡았더니
내가 요즘 영 해롱대지 뭐야?
그래서.. 엄마 냄새 맡고 기운 좀 차릴라구. (하면서 냄새를 들이키면)
정정애 (최대한 내색안하려고 조심스럽게) 요즘 회사에서... 힘들어?
달자 아니이, 내가 지금 회사에서 힘들 나인가? 경력이 얼만데에.
정정애 혹시 너.. 엄마가 자꾸 시집가라 그래서... 스트레스 받니?
달자 (순간 짠해온다. 그게 또 엄마 마음속에 짐이었구나 싶어서...)
아니이, 그 정도도 잔소리 안하는 엄마가 어딨어. 아니야아.
아직까지 시집못가 불효하는 내가 미안하지이.
정정애 나는 너 부담주구 스트레스 줄라구 잔소리한거 아냐.
나는 너어... 혼자 그러구 사는게 안쓰러서..
빨리 누구라도 만나 의지하고 편하게 살았으면 해서...
달자 알어, 알지이. (그러더니 더 꼭 안으며) 걱정마 엄마.
엄마 딸.. 지극정성으로 효도는 못하구 살지만
적어두 엄마 실망시켜드리는 짓은 안하구 살아요. 나.. 믿지?
정정애 그래. 믿어.. 내 딸인데 그럼.
(하더니 팔을 뒤로 뻗어 달자의 엉덩이 토닥토닥거려주며)
기특해. 그래두 사느라 애쓰는거 보믄... 참 기특해.
달자 (괜히 시큰...해져서) 그러엄. 누구 딸인데... (하면서 더 꼭 달라붙는다)
그렇게 정답게 누운 두 모녀의 모습에서,
25. S# 정정애네 집 거실, (정정애의 방문앞) N
곱디 고운 잠옷에 배개까지 들고 서 있던 이끝순여사,
방안의 소리를 들었는지 조용히 거실쪽으로 걸어나와
턱! 한쪽에 배개내려놓고 앉더니.
이끝순 고저 즈이들끼리만 알콩달콩..
어디 딸래미 없는 사람 서러워 살갔니?
나도 아들 하나만 낳고 끝내는게 아인데... (끙...! 서운한 표정에서)
26. S# 손만득옹의 사채사무실. D
쿵! 부서져라 문을 열어제끼는것고 동시에,
손영심 아부지이이!!!
손만득옹, 장부정리하다가 순간 멈칫.. 놀라서 보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 손만득옹 앞으로 의자를 질질 끌어와앉더니
손영심 어딨어요 태봉이?
손만득옹 (나즈막히 여유롭게) 간떨어지겄다. 문 좀 살살 열어.
너 땜에 문짝을 몇 개나 해달었는지 알어?
손영심 (버럭) 어딨냐고요 내 아들 태봉이!
손만득옹 귀청떨어지겄다, 볼륨 좀 낮차라.
너 땜에 조만간 보청기까지 해달어야겄다.
손영심 자꾸 말씀 빙빙 돌리실래요?
진짜로 나 미치고 환장해서 나뒹구라지는 꼴 보고 싶으세요?
손만득옹 그 노무 협박 때문에 지난 삼십년간 들어간 밑천이 얼만지 알구 있냐?
손영심 왜요? 이제는 하나밖에 없는 무남독녀 외동딸한테까지 밑천 뽑으실라고?
손만득옹 어이구, 딸래미가 웬수다!
손영심 태봉이 어딨냐니까요오!!!! (무식하게 지르는데서)
27. S# 춘호네 옷가게 안.
탁! 핸드폰을 펼쳤다, 다시 탁! 핸드폰을 접는 태봉의 손.
옆에서 옷을 개면서 흘끗 돌아보는 춘호,
춘호 어째 요즘은 그 누님한테 통 전화가 없나부다?
태봉 그러게, 부서를 옮겼다더니, 바쁜가?
춘호 너랑 헤어지기 싫어서 괜히 시간끄는건 아니구?
태봉 (? 돌아보면)
춘호 열흘치만 만나면 늬들 계약도 끝이라며.
그럼 두 번다시 널 못보게 되는거잖아.
태봉 미안하지만 틀렸다. 그런거라면 내가 금방 눈치챘을거야.
춘호 어떻게?
태봉 진짜 알기 쉬운여자거든.
춘호 그럴까? (그러더니) 만약 내 말이 맞으면 어떡할래?
그 여자가 널 정말로 좋아하게 되서 일부러 시간 끄는거라면?
태봉 (본다. 보더니 냉정해보일만큼 쿨하게)
바로 그 순간 타임아웃! 계약은 자동으로 끝나는거지.
춘호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태봉 잘 아네. (외투를 집어들고 밖으로 훌쩍 뛰어넘으며) 간다. (가면)
춘호 (본다. 보더니 뭔가 의미심장하게 픽 웃는데서)
28. S# 고객보호팀 사무실.
머리 질끈 묶어맨채 고객불편사항을 나누고 있는 달자, 지루한듯
한 장 한 장 내용을 읽어가면서 단순 불편건과 강성고객으로 분류하는
단순 작업을 하고 있는 중...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세워 놓고 한쪽면에 “오달자”라고 써놓은 그녀)
그 앞으로 뚜벅뚜벅 강신자가 지나가자
슬쩍 이름을 써놓은 A4용지를 앞쪽으로 쓱 옮겨놓는다.
강신자 그대로 지나가버리면, 달자 잰눈으로 한번 흘겨본 뒤
다시 분류작업들어간다. 계속 양쪽으로 분류를 하다가 어느 순간 멈칫...
어느 한 장에 시선이 멈춘다. “도와주십쇼”라는 제목이 보이고,
그 밑으로 고객의 글이 빠곡히 적혀있다.
달자, 읽어내려가는 표정 점점 심각해진다.
어쩌나... 잠시 망설이는 그녀의 표정,
옆에 쌓인 다른 서류들이 만만치가 않고...
그러다 다시 “도와주십쇼”라는 제목의 글로 다시 시선이 가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 그대로 벌떡 일어서는데서.
29. S# 회사 로비.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오는 태봉, 핸드폰의 번호를 누르고
쭉 걸어오는데 그 때 한쪽에 귀에 익은 달자의 핸드폰멜로디가
울려퍼진다. 태봉, ? 돌아보면
비상구쪽에서 마침 나오던 달자,
커다란 박스를 든채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아꺼내드는 모습.
태봉, 그런 달자를 본다. 피식 미소로 쳐다보면
달자, 핸드폰을 꺼내들어 본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도로 가방안에 쑥 집어넣고 박스를 든채 로비를 빠져나간다.
멈칫... 쳐다보는 태봉,
자신의 전화까지 씹어가며 대체 어딜 가는거지? 쳐다보는 시선에서.
30. S# 버스 정류장.
박스를 든채 버스를 기다리는 달자의 모습,
그 저쪽으로 바꼼히 고개를 내밀고 달자를 쳐다보는 태봉,
그 때 버스가 와서 멈춰서자 달자, 얼른 그 버스쪽으로 간다.
태봉, 본다. 망설이다가 재빨리 달자의 뒤에 따라붙는다.
31. S# 달리는 버스 안.
달자, 안으로 들어와 얼른 비어있는 의자에 앉는다.
바싹 붙어 뒤따라 들어서던 태봉,
달자의 바로 뒷좌석에 따라 앉는다.
달자, 후우.. 숨을 내쉬며 상자를 무릎위에 올려놓은채 창밖을 본다.
태봉, 바로 뒷좌석에서 또 다시 핸드폰을 걸어본다.
달자, 핸드폰 멜로디가 울리자 가방에서 꺼내 보더니
태봉이 이름이 뜨자, 다시 잠시 망설이다가 끄고 도로 집어넣는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태봉, 두 번째 씹히는 중이다. 보는 위로,
강신자E 오말자씨!
32. S# 고객보호팀 사무실 안.
비어있는 달자의 책상앞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강신자,
그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보는 고순애,
순간 비어있는 달자의 책상을 보더니 어머! 하는 표정,
강신자 오말자씨 어디갔는지 알아요?
고순애 예? 글쎄요... 아무 얘기 없었는데...
화장실 갔나?
강신자 (본다. 다시 비어있는 달자의 책상을 본다. 근엄한 시선에서)
33. S# 달리는 버스 안.
입을 반쯤 벌린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달자,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가 버스가 좌회전을 하는 듯
머리가 통로쪽으로 꺽인다.
뒤에서 지켜보던 태봉, 아무래도 달자가 옆으로 쓰러질것만 같다.
점점 통로쪽으로 달자의 고개가 기울자 슬쩍 손을 뻗어 받쳐주려는데
다시 툭! 버스의 흔들림에 창문쪽으로 고개가 홱! 돌아가다가 그만
쿵! 버스 창문에 머리를 찧는다. 아야... 하면서 깨는 달자,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그러다가 다음 정류장 안내방송이 나오자
얼른 벨을 누르고 서둘러 일어서는 달자,
태봉, 계속 뒤에서 지켜보다가 재빨리 따라 일어서면,
34. S# 달동네 일각.
박스를 들고 낑낑거리며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달자,
박스가 점점 미끄러지고 무거워지려고 한다.
아예 머리에 척 이고, 끙끙 걸어올라오는 그녀,
그 한참 뒤로 뒤를 따라오는 태봉, 대체 어딜 가려고 저러나.
달자, 동네수퍼에서 뭔가 물어보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다시 쭉 올라간다.
태봉, 그 수퍼로 슬쩍 다가서더니
태봉 저기 죄송한데, 아까 저 여자분이 어디 물어봤습니까?
주인1 어어, 장철기씨댁이 워디냐고 물어보대요?
태봉 장... 철기씨요? (그러면서 멀어지는 달자의 뒷모습을 돌아보면)
35. S# 어느 골목 일각.
태봉, 주소를 확인하며 쭉 걸어온다. 걸어오다가
달자E 아, 어머님! 안녕하세요! 한다홈쇼핑에서 나왔습니다아!
태봉, 달자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다시 되돌아온다.
길 바로 옆 반지하방이 내려다보이는 유리문,
태봉, 살짝 구부리고 앉아 커튼이 반쯤밖에 안쳐져 있는
그 유리창문안을 들여다보면
36. S# 반지하 방안.
상자를 내려놓는 달자,
달자 어머님! 많이 기다리셨죠? 여기, 주문하신 가습기 가져왔습니다.
(하면서 상자에서 가습기를 꺼내 놓는다)
그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모자.
한 사람은 40대의 남자 정신지체아들과 70대의 늙은 노모가
나란히 앉아 가습기를 보고 있다.
INSERT> 태봉, 들여다보는 표정
달자 아드님이, 어머님 틀어드리고 싶다고 주문한거예요,
자, 보세요, 저기 테레비에 나오는거랑 똑같죠?
마침 틀어놓은 TV에 가습기를 판매중인 화면이 나오고 있다.
그제야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신지체아들과 늙은 노모,
달자 지난주에 주문하신건데 너무 늦게 가져와서 죄송합니다.
자동주문전화로 계좌이체를 못하신다고 걱정하셔서 제가 직접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사용법이랑 다 알려드릴께요.
하면서 달자, 정신지체모자에게 가습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정신지체모자, 좋아하며 고맙다는 말만 연발한다.
달자, 빙긋 웃어가며 설명해주고 또 설명해주는 모습
37. S# 다시 그 골목 안.
쭈그리고 앉아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태봉,
창문안으로 즐겁게 설명해주고 함께 웃는 달자의 얼굴을 본다.
태봉, 짐짓 미소로 지켜보다가 천천히 일어선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려는 듯 짐짓 웃으며 돌아서는데서.
dis. (밤)
문 소리와 함께 그 집에서 나오는 달자, 엇 추워! 하면서
골목으로 나오다가 어? 멈춰서서 쳐다보면
한쪽에 기대서 있는 태봉의 뒷모습.
달자 강태봉...?
태봉 (? 돌아본다)
달자 여기.. 어쩐 일이야?
태봉 볼 일 다 끝났어요?
달자 응? 아.... (한번 돌아보다가 다시 태봉을 보며) 나 기다렸니?
태봉 다 끝났으면 갑시다. 배고파 돌아가시겠어요.
달자 (? 보다가)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태봉 가자구요. 얼른. (하면서 돌아서서 간다)
달자 (그 뒤로 종종종 따라가며) 나 여기 온건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구 왔는데? 어? 어어?
성큼성큼 앞장서가는 태봉의 뒤를 따라가는 달자의 뒷모습에서,
38. S# 버스 정류장. N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달자와 태봉,
태봉 (흘끗 달자를 한번 보더니) 많이 바빴어요?
달자 어? 어어 좀. 왜?
태봉 계속 전화가 안오길래. 내가 전화해도 안받구.
달자 사실 요즘 좀 힘들었었어.
내 스스로가 왠지 하찮게 느껴져서...
태봉 (보면)
달자 근데 오늘 가습기를 갖다드린 저 모자분이 계속 고맙다 고맙다
그 말을 백번두 넘게 계속 해주는데... 뭐랄까...
내가 갑자기 소중해진 느낌이 들더라?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했었는지 갑자기 기억나는거야.
맞어, 나는 이런 보람을 느끼려고 이 일이 하고 싶었던거지? 하구...
태봉 (달자를 본다)
달자 언제부턴가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던거 같어.
어떻게든 회사에서 안짤려볼라구,
어떻게든 강팀장한테 안져볼라구, 오기로 일을 하고 있었던거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린채..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나를 하찮게 만들고 있었던건 거지, 바보같이.
태봉 (달자를 보면)
달자 (짐짓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제야 기억났어.
내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고, 소중한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인지...
(큰 숨과 함께) 그래서 지금 기분이 아주 째져.
태봉 (본다. 그런 달자를 따뜻한 표정으로 보며) 그래보이네.
달자 (빙긋 웃는데, 그 얼굴위로)
하나 둘...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달자와 태봉, 어? 고개들어 올려다보면 이내 함박눈이 되어
정류장 가득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송이들.
달자, 아... 예쁘다. 쳐다보며 호오.. 두 손을 입으로 분다.
태봉도 쏟아지는 눈을 같이 쳐다보다가
태봉 꼭 달자씨 닮았네.
달자 (? 돌아보더니) 뭐가? 하얗고 깨끗한게?
태봉 아니. 정신없이 내리는게.
달자 (허! 어이없이 보더니 픽 웃으며 다시 손을 호오! 분다)
태봉 (본다. 보더니 갑자기 달자의 손을 잡더니 자기 주머니에 자기 손과 같이
쏙 집어넣는다, slow)
달자 ...! (멈칫... 돌아본다, 뭐하는거야? 쳐다보면)
태봉 버스 올때까지만. (하면서 겸연쩍은 듯 버스 오는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달자 (그런 태봉을 빤히 쳐다본다, 왠지 기분이 묘해진다)
달자Na 이 녀석 손이 이렇게 듬직하고 따뜻했었나...?
왠지 기분나쁘지 않으면서도 뭔가 슬쩍 겸연쩍어지는 달자.
한사람은 버스오는쪽을 쳐다보고 있고,
또 한사람은 벌쭘하게 시선 어디 둘곳을 몰라 두리번거리며 섰고...
그렇게 함박눈 속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 길고 여운있게... 주는위로
39. S# 골목길. N
어두운 골목길.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반지하방 창문안쪽으로
솔솔 가습기를 틀어놓고 늙은노모를 주물러주는 정신지체 아들의 모습....
달자Na 어쩌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건,
우리 마음의 습도를 높혀줄 가습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40. S# 스튜디오, N
가습기들이 솔솔솔솔 김을 뿜어내는 그 한쪽에서,
여호스트1 이상 가습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는데서)
41. S# 부조실.
신세도 수고하셨습니다!! (정리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에서)
42. S# 휴게실.
신세도 사람들과 우르르 나오다가 저쪽으로 휴게실에
혼자 앉아 있는 선주를 본다.
신세도, 흘끗 본다. 보다가 슬쩍 그 쪽으로 다가서서
신세도 안들어가고 혼자 뭐하구 있어요?
위선주 (잡지책같은걸 넘기며) 눈이 그치길 기다리는 중이야.
신세도 아아. 눈이 오나?
위선주 (여전히 책위로 시선을 두고 있다)
신세도 (본다. 보다가 슬쩍 그 한쪽에 앉더니)
엊그제 엄대표랑 둘이 나가는거 같던데...
위선주 (짐짓.. 그러다 신세도를 쳐다보지는 않고)
신세도 (보며) 뭔일이래, 둘이서?
위선주 ....
신세도 왜, 달자씨 문제로 뭐 상의할거 있대요, 엄대표가?
위선주 그건 알아 뭐하게?
신세도 궁금하니까 그렇지, (보며) 둘이 어디갔었어요? 술 마셨나?
위선주 (슬쩍 어이없는 미소 스치더니 신세도를 보며)
위선주 아무한테나 함부로 줄긋기 하지마.
신세도 아니 나는 줄긋는게 아니라... (하는데)
위선주 (다시 책으로 시선 주며) 아니면, 기상청에 전화나 좀 해줘볼래?
신세도 뭐?
위선주 눈이 언제까지 올건가.
신세도 어, 그래. (하면서 슬쩍 한번 보더니 핸드폰 꺼내드는데서)
43. S# insert> 뉴스 화면.
앵커 뉴스 특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서울시내 전역이 폭설로 인해 마비가 됐습니다.
서울시내구간 버스 전 노선과 도로가 갑자기 내린 폭설로 완전히
꽁꽁 묶여버리는 바람에 귀가하지 못한 40여만 시민들의 발이
폭설속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44. S# 버스 정류장. N.
조금전씬의 낭만적인 느낌과는 달리 덜덜덜 떨며 서 있는
태봉과 달자, 그 두 사람의 머리와 어깨에 상당량의 눈이 쌓여있다.
태봉 버스가 안오는데?
달자 으..... (덜덜덜 이가 떨리고 있다)
태봉 벌써 한시간짼데, 어쩌지?
달자 쫌만 더 기다려볼까?
태봉 괜찮겠어?
달자 아직은 견딜만해.... (덜덜덜덜)
태봉 ....
달자 ....
태봉 ....
달자 .... (숨을 한번 들이키더니) 안되겠다. 일단 어디 가서 몸 좀 녹이자, 어?
태봉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시선에서)
45. S# 밥집 안. N.
문을 열고 막 들어서려는 태봉과 달자,
협소한 식당안으로 사람들이 발 디딜틈도 없이 바글바글 꽉 들어차있다.
태봉과 달자, 어쩌지? 서로 돌아보는 시선에서,
46. S# 동네 작은 카페 안, N.
문을 열고 막 들어서려는 태봉과 달자,
그 안도 이미 바글바글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다.
태봉과 달자, 젠장...!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달자 어쩌지? 다른데 더 찾아볼까?
태봉 (달자를 돌아본다)
달자 (추위로 덜덜덜 떨고 있다)
태봉 (두 손으로 달자의 양볼을 감싸쥐어본다, 완전 얼음장이다)
달자 (멈칫... 태봉을 보면)
태봉 안되겠어요, 더 찾아다니다간 감기 걸리겠어요,
따라와요. (하더니 달자의 손을 잡고 홱! 나간다)
달자 (? 홱! 끌려가면)
47. S# INSERT> 모텔전경. N.
48. S# 모텔방안. N.
벌쭘하게 앉아 있는 달자,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아내는데
태봉, 요랑 이불을 가져다가 달자의 어깨에 척! 하니 얹어준다.
달자, 왠지 어색하고 벌쭘한 상황, 흘끗 태봉을 쳐다보면
태봉,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좀 떨어져 앉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툭툭 털어내고 있다.
그러다 시계를 한번 보더니,
태봉 삼분 다됐네. (하더니 앞에 있는 컵라면을 집어든다)
달자 (? 본다)
태봉 어서 먹어요. 따뜻한 국물을 마셔야 몸이 녹지.
달자 어어... (그러더니 앞에 있는 컵라면 집어든다)
뚜껑을 벗기고 먹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용한 가운데 나란히 앞을 보고 앉아
똑같이 후루룩 면을 먹고, 후루룩 국물을 마신다.
달자, 흘끗 태봉을 한번 보더니 어색한 침묵을 무마해보려는듯,
달자 우리처럼 집에 못들어가고 발 묶인 사람들 많은가봐, 그렇지?
어쩜 그렇게 가게마다 사람들이 다 꽉 찼니?
태봉 (후루룩 먹는다)
달자 그래두 모텔방이라두 잡을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치?
어쨌든 여긴 방두 뜨시구, 따뜻한 물도 나오구 그렇잖어, 그치이?
어차피 우리가 여기서 잠을 잘것두 아니구,
눈만 그치면 나갈거니까, 그치?
태봉 (흘끔 본다. 보더니) 삼각김밥 먹을래요?
달자 응? 그럴까?
태봉 (봉지를 부시럭거려 꺼내주면)
달자 (태봉이 건네주는 삼각김밥을 받는다)
달자와 태봉, 동시에 삼각김밥을 풀러 한입씩 베어문다.
그 때 어디선가 방너머에서 묘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두 사람, 그 소리에 표 안나게 서로 멈칫... 서로 눈이 마주치더니
이내 서로 시선 딴데 돌리며 못들은척. 소리가 계속되자
달자 우리 테레비볼까? (하더니 얼른 리모콘 집어들어 TV를 켠다)
그 때 나오는 뉴스특보 자료화면위로 자막과 함께
(앵커E) “폭설로 서울시내 교통마비, 새벽까지 계속 될 듯합니다!”
(에서 새벽이라는 글씨가 달자의 눈에 쿵! 크게 보인다)
달자 .... (빤히 뉴스를 본다)
태봉 .... (똑같이 빤히 뉴스를 본다)
달자 .... (보다가 쓱 태봉을 돌아보며) 새벽까지 뭐하지?
태봉 .... (? 달자를 돌아보는데서)
49. S# 사무실 한쪽.
신세도 길고 긴 겨울밤, 잠이 안오십니까?
그렇다면 신세도에게 맡겨주십쇼, 확실하게 책임져드립니다.
아 원! 아 투! 아 원투쓰리포!
시작되는 신세도의 원맨쇼,
(가장 자신있는걸로, 춤, 노래, 마임, 아무거나!)
위선주, 턱을 괸채 시큰둥하게 한참 구경하다가, 어느 순간.
위선주 재미없다, TV나 보자.
동시에 삐리릭...! 판 늘어지듯 음악 늘어지면서
세도, 썰렁...하게 위선주를 쳐다보면
위선주, 리모콘을 들어 TV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신세도, 허탈해지면서 털썩 한쪽에 앉는다.
신세도 아예 벽에 대고 쇼를 하는게 낫지.
(하면서 혼자 투덜투덜거리는데)
위선주 (쓱 그 옆자리로 옮겨앉는다)
신세도 (멈칫... 위선주를 보면)
위선주 왜? 불편해?
신세도 응? 아니! 안불편해! 전혀!
위선주 (아주 자연스럽고 편하게 신세도한테 기대앉는다)
신세도 (순간 조금전의 상황 금새 잊고 좋아서 베식 미소)
아 동물의 왕국! 너무 재밌네, 어우 저 하이에나봐,
위선주 (TV로 시선 준채 피식 웃는 얼굴에서)
50. S# 다시 모텔방안.
앞씬의 선주와 반대로 긴장한채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는 달자,
그 옆에 편한 자세로 앉아 TV를 보고 있던 태봉, 달자를 보더니
태봉 좀 편하게 누워있어요, 아니면 눈을 좀 붙이든가.
달자 (흘끗 한번 돌아보더니) 아니야, 됐어. 괜찮아.
태봉 (보며) 왜, 내가 덮칠까봐 겁나서 그래요?
달자 어? 어우 얘는. 아니야 그런거...
달자E 사실은 그렇다.
태봉 걱정말아요, 절대 그런일 없을테니까.
달자 (그 말에 살짝 빈정상한다, 째려보는 위로)
달자E 뭐야, 그 말은?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거냐?
이거 은근히 또 자존심에 도전을 받네?
태봉 (보며) 어서 좀 자두라니까, 잠 못자면 눈밑에 다크써클생겨요.
허리도 않좋다며 밤새 그렇게 꼿꼿하게 앉아있을거예요?
달자E (허! 쳐다보는 위로) 이젠 나이먹었다고 은근히 돌려서 씹네?
니가 아무래도 내 숨은 저력을 모르는거 같은데...
51. S# 달자의 상상
띠링... 거문고 뜯는 소리와 함께 스르르르 발이 올라가면
그 뒤로 나타나는 달자, 황진이가 되어 앉아있다.
달자 어르신께선 저를 재주도 없고 젊음도 없다고
너무 없수이 여기시는 것 같사옵니다.
맞은편에 있던 도포입은 선비, 고개돌려 보면 태봉이다.
태봉 그렇소? 허면 그대가 가지고 있는 재주를 보여줘보시오,
오늘밤 내게 무엇을 보여주시겠소?
달자 어르신을 위해 난을 한번 쳐볼까 합니다만..
태봉 난이라?
달자 그렇사옵니다.
태봉 좋소, 그럼 시작해보시오.
달자, 한껏 요염하게 씩 웃더니
갑자기 손안쪽에서 화투패의 난을 척! 꺼내드는것과 동시에.
52. S# 다시 모텔방. N
찰싹! 오끝짜리 초를 먹어가는 달자, 집어들어 태봉의 눈앞에 보여주며
달자 아싸! 초단비상!
태봉 이야, 이거 선수가 따로 없구만. (보며) 밥먹구 고스톱만 쳤나?
달자 누구나 숨겨놓은 비장의 재주는 한가지씩 있는 법이다.
아, 뭐해? 고스톱치는 사람 어디갔어?
태봉 (그런 달자가 귀여운 듯 웃더니) 좋아 초단 막고!
(하나 먹어가면서) 이번엔 싹쓸!
(하면서 일어서 나머지 한 장까지 먹어오려고 찰싹! 때리는데)
달자 어? (본다)
태봉 (허걱! 보면)
달자 쌌다!
태봉 뭐야, (보더니) 가지구 있어, 이거?
달자 어우 어떡하니, (하면서 이마에 태봉이가 싸놓은 화투패를 탁! 붙인다)
태봉 (너무한다 진짜! 쳐다보면)
달자 (가져다 찰싹! 먹고) 자, 피 한 장 주시고,
(이번에 일어서 찰싹! 때리자 이번엔 싹쓸이다!) 어? 싹쓸! 싹쓸!!!!
피 한 장 더 주시고오!!!!!
태봉 뭐야? 타짜야?
달자 어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녀 그저 간간히 틈날때마다 동양화를 소일삼아 실력을 쌓아온 것
뿐이온데 타짜라고 하시면 부끄럽지요,
어서 피나 두장 주시지요? (으흐! 웃는다)
태봉 (어이없어 피식 웃어버린다)
태봉과 달자, 서로 즐겁게 고스톱 치는 가운데 밤은 깊어가고...
서로 주고 받고, 소리치고 즐거워하면서,
53. S# insert> 아침 전경. (자료화면)
온 세상이 하얀눈으로 뒤덮인 가운데.
54. S# 복도. D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는 강신자의 발걸음.
긴 복도를 따라 쭈욱 걸어들어오다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면.
55. S# 고객보호팀 사무실.
아직도 출근하지 않은 달자의 빈책상.
그 앞에 서서 빈 책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강신자.
강신자 오말자씨! 아직도 출근 안했나요?
고순애 예, 그게... 저기... 어젯밤에 그러니까 폭설이 내렸잖습니까?
그래서 차가 심히 막히는가 봅니다, 예. (하하....)
강신자 (표정없이 빈책상을 한번 더 쳐다보는데서)
56. S# 모텔방안.
햇살이 쏟아져들어오는 방안.
그 한가운데 펼쳐져 이는 요와 어지러히 흩어져 있는 화투들...
그 한쪽으로 태봉의 팔배개를 한채 곤이 잠들어 있는 달자,
두 사람 모두 한방향을 바라본채 쿨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러다 달자가 먼저 끙...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아주 간만에 단잠을 푹 잔 듯... 기분좋은 미소를 띄며 눈을 뜬다.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다가 멈칫...!
잠시 그대로 있다가 맞다! 여기가 어딘지 기억이 나고,
쓱 눈동자를 굴려 쳐다보면 태봉의 팔배개를 한채 누워있는 자신 발견.
어머! 이게 어떻게 된거야,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다.
(한쪽볼에 붙어서 따라올라오는 화투패 한장)
달자, 손으로 대충 떼어낸 뒤 흘끗
옆으로 누워 곤하게 자고 있는 태봉의 얼굴....
순간 달자, 멈칫... 하는 기분으로 태봉의 자는 얼굴을 본다. 보는 위로
달자E 고 녀석... 자는 얼굴이 제법 귀엽네?
보다가 도로 그 옆에 드러누워 태봉의 얼굴을 바라보는 달자,
입가에 자기도 모르게 짐짓 미소가 떠오르는데
태봉, 짐짓 깨어나려는듯한 기색.
달자, 순가 얼른 눈을 꼭 감아버린다.
태봉, 긁적긁적하며 눈을 뜨다가 달자의 얼굴을 본다.
달자, 꼭 감은 두 눈이 계속 깜빡깜빡거리며 심하게 움직인다.
태봉, 본다. 보다가 이미 달자가 깨어있는걸 알고 피식 웃음...
태봉, 일부러 달자의 얼굴에 바싹 자기 얼굴을 바싹 갖다댄다.
달자의 감은 두 눈, 더 심하게 깜빡깜빡 움직인다.
태봉, 거의 코끝이 닿을락말락 가까이 다가가더니,
태봉 아홉시 넘었어요.
달자 ...
태봉 출근 안해요?
달자 ! (순간 번쩍 눈을 뜬다) 어머 어떡해! 지각이다!
순간 벌떡 일어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옷 걸쳐입고,
거울보고 머리 수습해가면서 “어떡해, 어떡해! 내가 돌아 증말!!!”
그뒤로 느긋하게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태봉,
기분좋게 잔 표정으로 돌아보는데서.
57. S# 모텔 앞.
밖으로 나오는 태봉, 아침 햇살에 눈을 한번 찡끗한 뒤 돌아보는데
달자가 안나오고 있다.
태봉 (돌아보며) 뭐해요, 안나오구?
달자 (그제야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채 쓱 나타난다)
지나가는 사람 없냐?
태봉 (픽 웃으며) 누가 본다구 그래요? 아무도 안봐.
보면 좀 어때? 이 동네 아는 사람있는것두 아니면서...
달자 우리야 건전하게 잠만 잤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거 아냐.
태봉 그렇게 남의 눈이 신경쓰여요?
달자 당연하지, 나 이래뵈두 우리집에서는 귀하고 조신하게 자란 애야, 알어?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 달자와 태봉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달자, 다시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며
달자 아... 쪽팔려... (하더니) 야! 먼저 간다!
(하면서 종종 걸음으로 모텔앞을 빠져나간다)
태봉 (본다. 피식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느긋하게 걸어간다)
그렇게 모텔골목을 빠져나가는 그 두 사람,
그 한쪽으로 화면 쭉 이동하면 세워져 있는 세단 한 대.
스르르르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손영심여사의 얼굴,
절망과 충격과 믿을수 없음으로 멍하니...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본다. 보다가 이내 확! 열받는 표정으로
저 앞에 머리로 얼굴을 가리며 종종종 사라지는 달자를 본다.
점점 부글부글부글 끓어오는 느낌으로 쳐다보다가
손영심 대체 저 수세미는 또 누구야! (노려보는 시선에서)
58. S# 고객보호팀 사무실.
문을 열고 빠꼼히 눈만 내미는 달자,
바로 그 때 뒤에서 달자의 등짝을 철썩! 때리는 손.
달자 아야! (아프지만 소리도 못지른채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고순애 야! 너 어떻게 된거야. 어제는 퇴근시간도 안되서 사라지더니
오늘은 점심시간이 다 되서야 나타나?
너 이제 아주 막 나가기루 작정했니?
달자 그런거 아냐.
고순애 어? (달자의 의상을 체크하며) 옷두 어제 입은 옷 그대루네?
너 집에두 안들어갔었구나. 대체 뭐하구 돌아다니는거야 너?
달자 나중에 얘기할게 언니, 응? (하면서 얼른 자기 자리로 가서 앉으면)
고순애 (?아와) 강팀장, 바로 십분전까지 계속 들락날락거리면서
너 출근했는지 안했는지 체크했었단말야,
너 정말 이대로 영원히 찍히구 싶어? (하는데)
강신자 오말자씨!
달자 (순간 긴장감으로 멈칫... 쳐다본다)
고순애 (너 이제 죽었다! 하는 표정으로 달자를 본 뒤 쓱 돌아서면)
뚜벅뚜벅 달자의 책상앞으로 다가서는 강신자.
달자,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서는 강신자를 본다.
달자 책상앞까지 다가서더니 멈춰서는 강신자,
강신자 (본다)
달자 (긴장은 하고 있지만 똑바로 마주보면)
강신자 (툭! 서류를 하나 던지며) 내일까지! (하고 돌아서서 간다)
달자 (? 본다)
고순애 (뭐야, 그게 다야? 하고 쳐다보는데)
달자 (본다. 보다가) 잠깐만요 팀장님!
강신자 (걸음을 멈춘다 ? 돌아보면)
달자 (강신자가 들고왔던 서류철을 도로 들고오더니)
저는 지금 처리중인 업무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건 다른분한테 좀 맡겨주시죠.
고순애 (어머! 달자 쟤가 돌았구나...! 쳐다보면)
강신자 힘들면 언제든 그만두면 돼요.
이쪽에선 언제든 사표받아줄 준비가 돼있으니까.
달자 (본다, 전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보더니)
그만두는건 언제든지 할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일이니까요.
강신자 (본다)
달자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할 일은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제대로 파악하고
도움을 드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업무분량으로는 그 일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좀 더 공평한 업무분담을 요청합니다. 이상입니다.
강신자 지금 내가 업무를 공평하게 분담하지 않았다는겁니까?
달자 그건 저보다 팀장님께서 더 잘아시겠죠.
강신자 (본다)
달자 (보면)
강신자 (순간 흥..! 알수 없는 묘한 미소가 스치더니)
이제야 제대로 일 좀 하겠군.
(하더니 달자가 도로 들고온 서류파일을 집어들더니 뚜벅뚜벅 직원1의
책상앞으로 다가가 툭 던지며) 나이선씨! 내일까지!
직원1 예. (얼른 받아놓으면)
강신자 아, 그리구! (돌아보며) 아침 일찍 장철기고객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달자 (! 고개들어 쳐다본다)
강신자 어제 가습기 배달해준거 고마웠답니다.
어제 폭설 때문에 집에 무사히 들어갔는지 걱정돼서 전화걸었다더군요,
무사히 출근했다고 고객님한테 답전화 한통 걸어주도록 해요.
그럼 수고해요, (보며) 오달자씨.
달자 ...! (본다)
고순애 ! (역시 쳐다본다)
강신자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쿵! 문 닫고 나간다)
고순애 달자야, 들었냐? 너보구 오달자래.
달자 (고순애를 보면)
고순애 (보다가 순간) 이야아아아!!!! 해냈구나 달자야!!!!
달자 그런거야? 해낸거야?
직원들 (축하합니다! 환영합니다...!!! 각자 달자에게 그제야 환영인사를 한다)
달자 (얼떨결에 축하와 환영인사를 받는 것)
달자Na 역시 우리에게 필요했던건 2%의 습도였다.
59. S# 거리. N
리어카에서 장갑을 고르고 있는 태봉, 하나를 집어들더니
“얼마예요?” 물어보는데서.
60. S# 회사 복도 일각. N
달자, 사람들과 인사하고 헤어지며 쭉 걸어나온다.
왠지 하루를 잘 보낸것같은 즐거운 기분으로 쭉 걸어나오다가 멈칫...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보면,
저쪽으로 창밖을 내다본 채 서 있는 엄기중의 모습.
달자, 엄대표가 어쩐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천천히 다가선다.
엄기중, 발소리에 고개돌려 쳐다본다.
달자 엄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설마 지금 이 시간까지 회의가 있으셨어요?
엄기중 아뇨,
달자 (? 보면)
엄기중 (보며) 달자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달자 (! 본다)
61. S# 회사 로비. N.
문을 밀고 들어서는 태봉.
엘리베이터쪽으로 가서 버튼을 누른다.
손에 쥐고 있는 달자의 장갑을 탁.. 탁.. 손바닥으로 가볍게 쳐가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62. S# 회사 복도 일각. N.
달자 저를요? 무슨 일이신지...
엄기중 아내와 만났어요.
달자 (본다)
엄기중 다음주에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보며) 이혼하기루요.
달자 ....! (본다)
63. S# 같은 층 일각.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쭉 걸어나오는 태봉.
기분좋게 쭉 걸어오다가 모퉁이를 막 돌려는데
저쪽으로 보이는 달자와 엄기중의 모습,
태봉, 순간 멈춰서서 다시 모퉁이뒤로 사라진다.
잠시 뒤, 조용히 반쯤 얼굴을 내밀고 쳐다보는 위로
엄기중 위선주씨가 진심이냐고 묻더군요.
달자 (본다)
엄기중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는.. 달자씨한테 어느정도 진심이었나.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
달자 (본다)
엄기중 (보며) 솔직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달자씨를 계속 만나고 싶다는겁니다.
달자 (! 본다)
INSERT> 모퉁이 뒤에서 보고 있는 태봉, 조용한 시선으로 보고만 있다.
엄기중 알아요, 나 때문에 회사에서 안좋은 입장이 됐다는거.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달자씨와 얘기하는것만도
많이 불편하다는것도 압니다. 하지만...
달자 (본다)
엄기중 (보며) 아무래도 그냥 있을수가 없었어요.
달자씨가... 보고싶었거든요.
달자 (빤히 쳐다보기만)
INSERT> 태봉, 그런 달자를 바라본다.
대답못한채 빤히 바라보는 달자를 태봉, 잠시 빤히 쳐다보다가
그대로 조용히 모퉁이 뒤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그러다 잠시 후, 갑자기 그 모퉁이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와
달자와 엄기중쪽을 향해 다가선다.
엄기중 나하구 계속... 만나줄수 있겠어요? (다시 한번 묻는데)
달자 (그저 얼떨떨한 듯 빤히 쳐다보는위로)
태봉E 아뇨, 그럴 생각 없는데요!
목소리에 엄기중과 달자, ? 돌아본다.
그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는 태봉,
달자 강태봉!!
엄기중 (? 돌아보면)
태봉 (본다. 진지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그 얼굴에서 스틸.)
<7부 끝>
달자의_봄_7_-_진정_우리_가슴에_필요한건_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