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훈. e-logistics 사업본부 이사[ 전 한진교통물류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
- 본 내용은 허 훈 이사가 한진물류연구원 재직시 "월간 레일로드"에 연재하였던 자료입니다.
최근 프랑스 국영철도사(SNCF)는 이탈리아의 틸팅기술(tilting technology)을 이용한 틸팅열차(tilting train)를 시험적으로 운행할 계획 이다. 틸팅열차는 이미 1988년 독일을 시작으로 점차 이탈리아,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일부국가에서도 운행되거나 계 획되고 있는 등 확대일로에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틸딩열차란 되도록 많은 여객을 항공으로부터 철도로 유치하려는 의도로 개발된 고도의 첨단 열차이다.
즉 철도차량의 곡선구간 통과 시 속도를 향상시켜 여행시간을 단축시키는데 기본적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곡선구간 통과가 용이하고 고속주행에 적합해야 한다는 두가지 모순된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대차의 개발이 필요하다. 틸팅열차의 최대 장점은 기반시설에 대한 막대한 신규 투자비용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거리 노선상에 있는 주요 시설을 개 선하기 곤란하거나 이들 시설을 개선하는데 따른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경우에 적합하다.
다시 말하면 기존 철도의 일부 시설만을 개 선하여도 열차 주행속도를 향상시켜 고속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등 시간적 . 경제적 잇점이 많다. 또한 어느 동일 노선에서 급행열차와 완행여객열차 및 화물열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경우 고속의 틸딩열차를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운행속도가 향상되어 노선을 효율적 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열차 추가 운행이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유럽의 경우 틸팅열차에 대한 선호도는 인구 밀집 지역이나 환경보호 지 역에서 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1965년부터 틸팅차량의 개발과 실험을 지속해온 독일철도(DB)에서는 2000년까지 유럽 최대의 틸팅열차 보유국이 된다는 계획하에 약 6,600km 노선을 틸팅열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120편성의 틸팅열차를 보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얻게되는 대표적인 기대효과는 첫째로 기존선, 개량된 재래선, 신설 고속선 등 모든 노선에서 시속 160∼250km의 속도로 차량이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선 에서의 운행 속도는 시속 160km로 향상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신설 노선을 건설하는 동안 그 공백을 매워줄 수 있으며, 세번째로는 신 설 노선으로 대체할 수 없는 기존선의 운용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피아트사는 자체 제작한 펜돌리노(Pendolino) 열차를 독일,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지에 판매해 왔으며, 스페인, 스위 스, 포르투갈, 말레이지아 등지에서 틸팅열차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현재 펜돌리노열차가 운행되는 대표적인 지역과 열차를 살펴보면, 먼저 독일에서는 지선과 간선 서비스 및 바이에른에서의 지선 서비스는 VT 610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이탈리아 간선에서의 도시간 고 속서비스는 ETR 450과 ETR 460/480이 담당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의 도시간 고속 서비스는 SM 200 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이탈 리아와 스위스간의 알프스남부지역에 고속 국경횡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 3세대 틸팅열차인 ETR 470 (Cisalpino)이 제작중에 있는 등 유럽지 역에서 펜돌리노 열차의 운행이 폭 넓게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ABB사가 X2000형의 틸팅열차를 제작하여 1990년 9월부터 스톡홀름∼괴테부르그(Goteborg) 노선에서 상업운행을 시 작하였다. 이 노선은 과거 40%미만의 수송분담율을 나타내었으나 X2000을 도입함에 따라 항공과의 경쟁력이 확보되어 분담율이 1994 년 53%로 크게 향상되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고속철도망(TGV) 구축에 주력하여 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TGV는 투자에 따른 수익율이 감소되고 있으며, 건설 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계속해서 확보한다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틸팅열 차를 도입하였다. 즉 스트라스부르그까지 연결되는 TGV 동측구간의 경우 투자 수익율이 4∼5%로 감소되었고, 철도부문에서 지속적으 로 증가하는 부채 부담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정부와 SNCF에서는 어쩔 수 없이 TGV보다는 틸팅열차 도입을 고려하게 되었다.
사실 과거 수년전부터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파리간에는 야간 국제 서비스로 틸팅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열차는 스 페인에서 구축한 탈고(Talgo) 틸팅열차이기 때문에 틸딩방식에서 펜돌리노 열차와는 차이가 있다. 펜돌리노 틸팅방식은 금년 10월 프랑 스의 리용과 이탈리아의 토리노, 밀라노간에 ETR 460 틸팅열차로 도입되어 양방향에서 매일 운행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35 ∼58분 정도 운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틸팅열차에는 나름대로 몇가지 약점이 있다.
먼저 틸팅기술로 열차의 운행속도를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고속철도용 궤도에서는 최고속도를 발휘할 수 없다.
둘째로는 기존선에서 적정속도 이상 고속으로 곡선주행하는 경우 원심력에 의해 차륜이 외측으로 밀려나 승 차감을 저해하고, 차량의 중량과 횡압이 외측철로에 부담을 가중시켜 궤도를 빈번하게 보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신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됨에 따라 점차 극복되고 있다. 틸팅열차와 틸팅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틸팅열차 시대가 도래되리라 믿고 있다. 또한 이들은 틸팅열차의 운 행이 확산되어 철도수송이 크게 부흥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철도가 누렸던 수송부문에서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10여년전에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틸팅열차를 제작 . 시험 운행한 바 있다.
그러나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중단되었다. 고속철도 부설이 어려운 중앙선이나 태백선 등 일부 재래선의 고속화를 통해 철도 서비스를 향상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틸팅열차 개발과 운행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볼 때라고 생각된다.
고속전철 신간센(新幹線)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곡선이 많은 산악 노선을 중심으로 틸팅열차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곡선구간에서 일반열차의 정상적 인 한계 속도보다 시속 30Km나 빨리 달릴 수 있어 운행시간을 단축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