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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160분 + 지휘자 해설 20분 / 한글자막>
말러 교향곡 5번 / 교향곡 6번
파보 예르비 지휘 /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연주
파보 예르비와 HR-신포니가 함께 완성한 말러 교향곡 프로젝트의 제3탄
파보 예르비는 2013/14시즌을 마지막으로 8년 동안 역임했던 HR-신포니오케스트라(구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에서 물러났다. 그가 재임기에 완성했던 가장 굵직한 프로젝트 중의 하나가 고품질의 영상물로 등장하였다. 예르비와 HR-신포니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라인가우 무지크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였는데, 그 공연실황들이 C Major를 통해서 차례로 영상물로 출시되고 있다. 세 번째 출시작인 본 신보는 말러가 '뿔피리 삼부작'을 완성하고 나서 다시 순수 기악 교향곡으로 회귀했던 시절에 완성했던 두 편의 묵직한 교향곡들을 함께 담고 있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사용됨으로써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다지에토'를 담고 있는 교향곡 5번과 어마어마한 나무망치의 타격으로 유명한 교향곡 6번 '비극적'이 그것이다. 두 교향곡 모두 에버바흐 수도원에서 연주된 것으로, 교향곡 5번은 2011년, 교향곡 6번은 2013년의 기록이다. 두 교향곡의 핵심 요소들을 설명하는 예르비의 육성해설도 흥미롭다.
=== 작품 해설 === <2011년 8월 15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삽입되어 유명세를 탔다
1915년 완성, 1904년 10월 18일 쾰른에서 초연
말러에게 있어 [교향곡 5번]은 새로운 출발이다. 불혹을 넘긴 그는 새로운 기악 교향곡의 첫 작품인 [교향곡 5번]에서 고도로 세련된 작곡기법을 구사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교향곡의 구성을 살짝 비틀어 특유의 음악적 풍자와 냉소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드러냈다. 자신의 삶과 음악을 밀접하게 관련시키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도 그가 경험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교향곡 5번]에 착수하던 1901년에 말러는 심각한 장출혈로 위기를 겪은데 이어 교향곡을 완성하던 1902년에는 미모의 알마 신틀러와 결혼하면서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뒤섞여 있는 비극적 음악과 환희의 음악
비록 그 자신은 [교향곡 5번]에 어떠한 표제도 붙이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해 유난히 밝고 경쾌한 5악장으로 마무리되는 [교향곡 5번]은 죽음의 위기와 결혼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나타내는 듯하다. 비극적인 음악에서 환희의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전개 방식은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전통적인 독일 교향곡의 구성과 닮았지만, 말러는 이 교향곡 곳곳에 자신의 가곡에서 따온 선율을 암시하며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이뤄낸 가장 놀라운 업적은 작곡기법적 성취가 아닐까 싶다.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선 그 어떤 선율도 단순하게 등장하는 법이 없다. 하나의 주제가 또 다른 주제와 동시에 제시되는가 하면 조그만 반주 음형이 거대하게 자라나 전체 음악을 압도하기도 한다. 1, 3악장에선 트럼펫과 호른이 마치 협주곡의 솔리스트인양 전면에 드러나고, 3, 5악장에선 여러 악기들이 매우 정교한 ‘폴리포니’(polyphony)를 만들어내며, 2, 5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금관악기들이 통쾌한 코랄(choral)을 연주한다. 물론 [교향곡 5번]에서 가장 유명한 악장인 4악장 ‘아다지에토’의 아름다운 음악은 영화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로맨틱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그토록 다양하고 세련된 작곡기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말러가 J.S. 바흐의 작품을 깊이 연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01년 3월 경, 말러는 바흐의 악보 전집을 들여놓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봤으며 여름 휴가 때도 바흐가 사용했던 코랄에 다양하게 화성을 붙이며 하루 일과를 보내곤 했다. 바흐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작곡 기법에 눈을 뜬 말러는 [교향곡 5번]을 작곡하면서 “초보자처럼 새롭게 곡을 썼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교향곡 5번은 그의 초기 교향곡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이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교향곡 5, 6, 7번으로 구성된 ‘중기 3부작’의 새 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 세 교향곡은 순수 기악곡으로, 일종의 ‘교향악적 칸타타’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 2, 3, 4번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새로운 3부작은 가사도 가수도 합창도 없이 진행된다. 또한 교향곡에 자신의 가곡을 인용하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는 단지 ‘암시’만 할 뿐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중기 3부작 교향곡의 새 시대를 연 작품
새로운 3부작을 여는 [교향곡 5번]은 악장 구조 역시 독특하다.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졌으나, 1악장은 마치 2악장의 서주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제1부를 구성하고, 3악장은 제2부, 그리고 4, 5악장이 연결되어 제3부를 구성한다. 제1부는 인상적인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한다. 곧 이어 마치 고통스러운 발걸음처럼 무겁고 침통한 장송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팡파르와 행진곡으로 이루어진 두 가지 악상은 곧이어 폭발적인 슬픔으로 중단되며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팡파르와 행진곡, 슬픔의 폭발이 교대되는 동안 이 음악을 듣는 이들 역시 감정적인 고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악장 말미에 터져 나오는 탄식의 울부짖음에서 절정에 달할 것이다.
이어지는 2악장은 1악장과 몇 가지 악상을 공유하고 있어 사실상 1악장에 연결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악장은 격렬한 분노를 담은 제1주제와 평화를 갈망하는 듯한 제2주제로 중심으로 전개된다. 2악장의 핵심은 이 악장 말미에 금관악기들이 연주하는 통쾌한 ‘코랄’이지만 이는 오래지 않아 불협화음과 반음계적인 추락 모티브들로 좌절되면서 쓸쓸한 결말에 이른다.
제1부가 장송행진곡과 분노의 폭발이라면, 스케르초로 된 제2부는 일종의 춤곡이다. 시골풍의 거친 ‘랜틀러’와 도시 풍의 세련된 ‘왈츠’가 교대되는 이 스케르초는 말러 자신이 표현대로 "우리는 삶의 한 가운데서도 죽음 속에 존재한다"(media vita in morte sumus)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듯하지만 시시각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집요한 시간의 추적이 ‘♪♪♩♩’의 반복되는 리듬과 광포한 춤곡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결코 삶에 대한 확신이 아니다. 온갖 모티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거대한 폴리포니를 이루고 있는 이 음악은 죽음의 추격에 쫓기며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혼란스러운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3악장의 난폭한 죽음의 춤을 거쳐 제3부의 첫 악장인 ‘아다지에토’에 이르면 지극히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이 현악기만으로 연주된다.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이 악장의 마지막 부분의 베이스 파트에 암시된 음악은 말러의 뤼케르트 시에 의한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라는 가곡이다. 이 곡은 말러가 “이 곡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가곡이긴 하지만 사랑을 노래한 음악에 왜 이런 쓸쓸한 노래를 인용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다.
4악장에 곧바로 이어지는 5악장은 지나치게 밝고 경쾌한 음악이다. 5악장에서는 2악장 말미에 잠시 등장했던 코랄이 완전한 승리로 끝나고 있어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을 보여주는 음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5악장 도입부에서 목관악기들이 연주하는 선율의 단편들 중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멜로디를 잘 분석해보면 놀랍게도 그 성스럽고 장엄한 코랄 선율임이 드러난다. 5악장 도입부에서 툭 내던져지듯이 연주되는 선율의 단편이 교향곡 5번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성스러운 코랄의 단편이라는 사실은 어쩐지 신성모독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5악장 도입부에서 연주되는 바순의 상행 모티브는 말러의 뿔피리 가곡집 중에서 '높은 지성의 찬가'(Lob des hohen verstands)에서 따온 것으로 그 내용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이 가곡에서 당나귀는 귀가 크다는 이유로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의 노래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다. 그는 단순하게 두 음만 반복하는 뻐꾸기의 노래가 더 훌륭하다고 판정한다. 이는 나이팅게일의 멋진 노래와도 같은 말러의 훌륭한 작품이 당나귀와 같은 당대 비평가들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말러의 자조인 듯 느껴진다. 말러의 냉소적인 풍자는 계속된다. 말러는 4악장에서 그토록 간절하고 안타깝게 표현했던 아름다운 사랑의 주제를 5악장의 제2주제로 가져와 지나치게 가볍고 경쾌한 음악으로 바꿔놓으면서 진실한 사랑을 회피하려는 듯하다. 이것 역시 코랄의 신성모독 못지않은 충격을 전해준다. 과연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지만, 말러가 이 교향곡에서 표현한 그 현란한 폴리포니와 화려한 기교는 오늘날의 음악애호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추천음반
말러 [교향곡 5번]의 추천 음반으로는 풍부한 감성을 담은 텐슈테트/런던 필하모닉의 음반(EMI)과 명쾌한 해석이 돋보이는 샤이/RCO(Decca)의 음반, 그리고 각 성부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 돋보이는 래틀/베를린 필하모닉(EMI)의 음반, 그리고 시노폴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의 음반 등을 꼽을 수 있겠다.
=== 작품 해설 === <2011년 9월 5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말러, 교향곡 제6번 a단조 '비극적'
판본에 따라 2-3악장의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1903~1904년 작곡, 1906년 말러 자신의 지휘로 에센에서 초연
말러가 그의 비극적인 [교향곡 제6번]을 완성하던 1904년, 그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 빛나는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부인 알마가 있었으며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행복한 시기에 비극적인 [교향곡 6번]을 작곡한 말러는 그로부터 3년 후인 1907년에 사랑하는 장녀 마리아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심각한 심장병 진단을 받았으며 10년간 몸담았던 빈 오페라 극장에서 사임했다. 말러는 그에게 닥쳐올 비극을 예감하며 비극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던 것일까? 이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인해 말러의 부인 알마가 그녀의 [회상록]에서 밝힌 [교향곡 6번]에 대한 해설은 더욱 그럴 듯하게 들린다. “교향곡 6번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며 예언적인 작품이다. 그는 제6번에서 그의 인생을 음악적으로 예견했다. 그는 또한 운명으로부터 세 번의 타격을 받았고 세 번째 타격은 그를 쓰러뜨렸다.”
말러가 정말로 그의 미래를 음악적으로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말러가 [교향곡 제6번]을 작곡한 이후 비극적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 때문에 말러의 [교향곡 6번]은 더욱 무시무시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사실 말러 자신이 붙인 ‘비극적’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a단조의 비극적인 화음으로 마무리되는 교향곡의 충격적인 엔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타격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결말이다. 환희와 승리로 마무리되는 교향곡 1, 2, 5번이나 정화된 결말에 이르는 교향곡 3, 4번과 차별화된다.
압도적인 비극적 분위기
1악장이 시작되면 첼로와 베이스의 강한 반복 음을 배경으로 군대행진이 시작된다. 그것은 마치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길한 운명의 발걸음 같기도 하고 혹은 처절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인 것 같기도 하다. 거칠고 리드미컬한 군대행진 주제에 이어 갑자기 위로 치솟아 오르는 아름다운 주제가 나타나는데, 이는 말러가 ‘알마의 테마’라 부른 열정적인 선율이다. 아무런 예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이 놀라운 멜로디는 듣는 이의 마음을 한껏 뒤흔들어 놓는 매력이 있다.
[교향곡 6번]만의 특이한 그밖에도 많다. 이 교향곡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토록 비극적인 내용을 지극히 고전적인 형식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향곡 구성에 따라 모두 네 개의 악장을 갖추었고 1악장은 엄격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몇몇 주제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교향곡 6번]을 이루는 주제들은 고전적 명확성과 간결함을 보여주며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논리적인 동기 발전 수법을 보여준다. 또한 말러의 초기 교향곡에 빈번히 등장하곤 했던 신호나팔 소리나 대중가요 같은 잡다한 음악도 이 곡에선 나타나지 않기에 정돈된 통일성마저 느껴진다.
1악장이 진행될수록 알마의 주제는 점차 군대행진 리듬에 동화되며 어둡게 변모하기도 하지만, 1악장 말미에서 트럼펫에 의해 찬란하게 연주되면서 a단조로 시작된 1악장이 A장조의 승리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말러 연구가인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알마의 주제가 트럼펫에 의해 찬란하게 표현된 것을 ‘알마의 신격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극적인 [제6번 교향곡]에 비친 단 한 번의 찬란한 빛은 덧없이 사라지고 1악장의 환희는 승리의 도취감을 충분히 즐길 사이도 없이 급히 끝나버린다.
1악장이 끝나면 악단에 따라 느린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을 연주하기도 하고, 혹은 빠른 스케르초 악장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는 말러가 [교향곡 6번]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생긴 혼란이다. 어느 악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장 순서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향곡에서 2악장은 대개 느린 악장이므로 2악장으로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이 연주되는 것이 좀 더 전통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빠른 스케르초 악장의 리듬이나 분위기가 1악장과 닮았기에 1악장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1악장에 이어 스케르초 악장을 연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대개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은 일종의 빠른 춤곡이라 할 수 있으나 말러의 [교향곡 제6번] 스케르초는 조금 다르다. 이 악장에서 말러는 춤곡의 리듬을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왜곡하고 갖가지 상징을 담은 타악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그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악마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 스케르초가 더욱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까닭은 그 섬뜩한 이중성 때문이다. 스케르초는 소름 끼치는 악마의 댄스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이 악마의 춤에 이어지는 트리오 부분에서 놀랍게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순진무구한 음악이 나타난다. 알마는 그녀의 [회상록]에서 이 악장의 트리오 부분에 오보 솔로로 표현되는 어린이의 놀이 음악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음악이 말러의 두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증언했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섬뜩한 일이다. 스케르초 악장에서 어린이의 놀이 음악은 비극적인 음악으로 변하며 추락하기 때문이다. “스케르초 악장에서 그(말러)는 두 아이들이 모래 위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불규칙한 리듬으로 묘사했다. 무시무시하게도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비극적으로 변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아주 작은 소리만이 흐느끼듯 사라져간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최후의 타격에 쓰러지다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의 분위기는 다른 악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과격한 군대 행진 리듬이나 불규칙한 춤 리듬, 또는 듣는 이를 압도하는 공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음악은 말러의 가장 비극적인 교향곡에서 잠시나마 희망과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평화로운 간주곡이며, 말러의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처럼 관현악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악장은 말러의 음악 중에서도 듣기 좋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말러 음악의 입문 곡으로서도 널리 추천되고 있지만, 불규칙한 악구와 애매한 화성, 그리고 재현부가 빠져버린 급격한 종결 등 그 음악 어법은 혁신적이다.
4악장 피날레는 웬만한 고전 교향곡의 전 악장에 맞먹을 정도로 연주 시간이 길고 형식의 엄격함과 자유로움을 갖춘 음악이다. 그러나 음악학자 에르빈 라츠는 예외적으로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이 피날레에는 ‘집중력’과 ‘간결함’이 있음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 악장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모티브들이 이미 서주에서 음악적 복선으로 미리 암시되고 이후의 모티브 전개 방식도 논리적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덩치 큰 피날레에서는 알마의 회상록에 언급되었던 ‘영웅에게 가해지는 세 번의 타격’은 거대한 나무망치의 강력한 타격으로 상징되고, 어두침침한 금관 코랄과 신비스러운 현의 레치타티보, 불길한 군대 행진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종결부에서 트롬본과 튜바의 무거운 푸가토가 연주되면서 음악은 점차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트럼펫은 마지막으로 강렬한 코드를 연주하며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저항해보지만, 그것은 a단조 단3화음의 비극적인 절규일 뿐이다.
추천음반
말러 [교향곡 제6번]의 추천 음반으로는 단호한 리듬감과 세밀한 표현이 살아있는 조지 셀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1967년 세브란스홀 실황음반(Sony)과
처절한 비극성이 강조된 텐슈테트와 런던 필하모닉의 음반(EMI)이 있으며,
최근에 나온 음반으로는 명징한 음향이 돋보이는 얀손스와 RCO의 음반(RCO Live)과
군대행진 리듬의 긴박감이 살아있는 게르기에프와 런던 필하모닉의 음반(LSO Live)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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