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교회는 오늘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도 성인을 기억합니다. 480년 경 이탈리아 중부지방 누르시아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사막의 동굴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오직 하느님만을 찾고 하느님과 완전히 일치하는 삶을 추구합니다. 이로써 그의 성덕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이들과 베테딕토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기를 원하자 성인은 수도원을 세우고 그들과 함께 하느님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에 성인은 서방에서 처음으로 함께 하는 이들을 위한 수도회 규칙서를 마련하고 공동생활을 규정으로 삼습니다. 이로써 베네딕토 성인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오롯한 마음으로 세속의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하느님만을 찾는 수도 생활의 거룩한 전통을 세우십니다.
이 같은 성인을 기억하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그들이 해야 할 행동 규칙들을 제자들에게 일러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일러주시는 그 행동 규칙의 내용들이 굉장히 자세하고 세세합니다. 먼저 마을에 들어가면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는지, 그리고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갈 때 짐은 무엇 무엇을 챙겨야하는지, 그리고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까지 일일이 챙겨주시며 고을에 들어가 한 집에 방문하였을 때 그곳에서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히 일러주십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떠나보내시면서 이렇게까지나 자세히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일러주셨다는 것은 예수님이 그들을 떠나보내실 때 그 분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부모처럼 이제 곧 떠나게 될 그 길에서 겪게 될 시련과 고통들로 아파하고 힘들어 할 제자들이 걱정되어, 미리 걱정하는 바로 그 마음으로 하나하나를 세세히 알려주려는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모습은 바로 그 부모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오늘 독서의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 역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모습과 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됩니다.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어떻게 사랑하셨는지,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대하시는 사랑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아이였을 때에 나는 그를 사랑하여, 나의 그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 내가 에프라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내 팔로 안아 주었지만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병을 고쳐 준 줄을 알지 못하였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호세 11,1.3-4)
마치 갓난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두 팔로 안아 가슴에 품어주며 혹여나 아프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노심초사 아이의 건강을 살피는 부모. 바로 그 부모의 마음으로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하셨다고 호세아 예언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그 사랑은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기는 사랑으로서, 그 사랑의 끈으로 연결된 그들은 하느님의 품에서 하느님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고 하느님께로부터 직접 그 분이 몸을 굽혀 먹을 것을 챙겨주는, 그 사랑의 연결고리 안에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호세아 예언자가 말하는 그대로 하느님과 사랑의 끈으로 연결된 우리, 그 연결의 줄로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상태를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공통되게 전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놓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심지어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마저도 모두 주고자 하는 것이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일컬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되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 바로 그 사랑의 마음이 하느님이 우리를 향한 마음이라고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매일 매일 우리 삶에 필요한 빵을 주시는 분, 그 빵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다른 맛으로 우리에게 한없는 기쁨의 원천이 되어 주며 그 맛을 보고 깨달은 이들은 그 기쁨으로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육신의 허기짐뿐만 아니라 영혼의 목마름까지도 모두 채워 줄 그 빵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말씀으로 예언자 호세아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사랑을 일깨워주셨듯이, 그리고 예수님의 당부의 말씀으로 겁에 질린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셨듯이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은 말씀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넘치도록 베풀어 주십니다.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을 묵상하며 말씀을 마음에 새기십시오. 그리고 오늘 복음환호송이 이야기하듯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다면 우리 삶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다가온 하느님의 나라, 참 기쁨과 참 행복의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말씀을 통해 회개의 삶을 살아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곳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