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退行)’은 사전적으로 ‘퇴화(退化)’의 동의어. 사람에게 쓰면 ‘늙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퇴행성’이라는 단어가 붙는 질병은 노화가 원인이므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대표적 것이 퇴행성 관절염. 그러나 관절염 치료에 ‘연골재생술’이라는 파란불이 켜졌다. 연골재생술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평소 관절 관리 10계명도 만나보자.
# 1. 젊을 때부터 ‘관절’ 관리하자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이 오랫동안 닳아서 생긴 증상으로 진통제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며, 관절이 튼튼한 젊은시절부터 관리해야 한다.
초기 관절염 환자를 위한 연골재생술
초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펑크 난 타이어를 때워 쓰듯 손상된 연골을 수리해서 쓰는 ‘연골재생술’이 그것으로 지금껏 스포츠 손상이나 외상 환자들에게 시행했던 치료법이다. 관절염도 암처럼 초기-중기-말기가 있다. 관절 연골이 다 닳은 말기 환자라면 어쩔 수 없지만 부분적으로 손상된 초기라면 자기연골세포를 이식해 손상된 부위를 재생시킬 수 있다. 물론 연골세포를 이식한다고 관절염이 100%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관절염이 악화되는 속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40~50대 여성, 미리 치료하면 퇴행 늦춘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민병현 교수는 “관절 연골이 국소적으로만 손상이 돼 있고, 그 주변 연골은 괜찮은 초기 관절염 환자에게만 시도할 수 있다”며 “가끔 퇴행성 관절염이 한참 진행된 할머니들이 연골재생술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관절 전체가 마모돼 얇아진 상태여서 연골재생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전체 관절염 환자의 약 60%가 관절염 초기에 해당하는 40~50대 여성”이라며 “퇴행성 관절염 초기엔 통증도 심하지 않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알려져 치료를 안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상된 연골의 크기에 따라 시술 방법 달라
연골 손상 부위가 1㎠ 이하인 경우에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이는 연골 밑에 있는 뼈에 구멍을 뚫은 뒤 그곳에서 나온 혈액 성분을 연골로 분화시켜 손상된 부위를 덮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재생된 연골은 정상 연골강도의 60% 정도 수준이다. 연골 손상 부위가 2㎠ 이하인 경우에는 건강한 무릎 연골 중 체중 부하를 받지 않는 연골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을 복원시키는 ‘자가골연골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손상 부위가 2㎠ 이상인 경우에는 자가 연골세포를 채취, 배양한 뒤 주입하는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쓸 수 있다. 두 방법 모두 정상 연골의 80%까지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골이식술은 건강한 연골을 떼어내야 하며, 배양이식술은 두 번 수술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병원은 긍정적, 대학병원은 효과 의심
이 치료법은 몇몇 관절 전문병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대학병원에선 아직 소극적이다.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시술에 적합한 대상자가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최충혁 교수는 “연골 재생술은 근육과 인대 등은 모두 정상인 경우에 효과가 있어, 주로 젊은 사람이 외상으로 연골이 손상됐을 때 시술한다”며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연골뿐 아니라 근육, 인대, 연골 판 등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시술을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관절염 악화 방치보다 시술이 낫다?!
관절 전문병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고 내버려두면 결국 ‘마지막 카드’인 인공관절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길어야 20년. 50대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70대에 재수술을 하는데, 수술 성공률도 떨어지고 합병증도 잘 생긴다는 것.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이것저것 따지며 병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기보다 최대한 자기 관절을 고쳐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근육과 인대 등의 상태가 양호하고 연골이 국소적으로 마모된 55세 이전의 환자에겐 적극적으로 시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2. 관절관리 10계명
연세사랑병원에서 평소 튼튼한 관절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10계명을 보내왔다.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해도 누구나 늙고 관절은 퇴행된다. ‘관절관리 10계명’에 귀기울여보자.
1. 무릎이 아플수록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라. 무릎이 아프다고 운동을 안 하면 무릎 관절은 더 굳어진다.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은 관절을 붙잡고 있는 근육과 힘줄, 인대 등을 발달시켜 관절과 관절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완충작용을 한다. 그러나 조깅이나 테니스처럼 점프 동작이 포함된 운동은 오히려 관절염을 악화시키므로 조심!
2. 숙면을 취하라. 수면 부족로 인한 스트레스는 염증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분장애, 우울증 등으로 통증을 더욱 심하게 느낄 수 있고 판단력, 집중력, 인지능력 등이 저하되면서 낙상(落傷),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3. 실내 습도를 낮춰라. 습도가 높을수록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통증이 더하고, 관절이 부어 오른다. 특히 장마철이 되면 외부기압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관절 내 기압이 팽창, 관절 내 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해져 관절의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냉방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4.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앉을 때는 등과 목을 바로 펴고 두 발을 모두 땅에 제대로 디뎌 올바르게 앉도록 하고,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책상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으면 실제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하중을 무릎이 지게 되므로 피한다.
5. 편한 신발을 신어라. 굽이 높은 신발은 관절에 무리를 준다. 신발 바닥이 딱딱하거나 신발 뒤축이 한쪽으로 닳은 신발도 좋지 않다. 부드러운 가죽을 이용하고, 신발 깔창이 체중을 잘 분산시키도록 만들어진 신발이 좋다. 대개 마라톤화, 조깅화, 기능화가 좋다.
6. 자세를 바꿔 부담을 줄여라. 장시간 서서 일할 때 한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올릴 수 있도록 받침대를 활용하라. 자세를 바꿔 관절이 강직되지 않도록 해 관절에 부담을 줄인다.
7. 칼슘을 많이 섭취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라. 뼈의 단단함을 나타내는 골밀도가 낮으면 관절염은 악화되고 골다공증, 골절의 위험도 동반된다. 40~60대 칼슘 권장 섭취량은 700~800mg, 우유 및 유제품은 칼슘 함량이 높고 체내이용률이 높다. 탄산 칼슘제제를 복용한다면 흡수를 높이기 위해 식사시 함께 복용한다.
8. 무릎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수시로 하라. 무릎 운동을 통해 근육, 인대, 힘줄을 운동을 통해 강화시키면 관절과 관절이 서로 부딪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관절염이 심해 움직이기조차 힘들 때에도 관절을 정상 운동 범위 내에서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9.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 무릎에는 우리 체중의 2∼3배 하중이 가해진다. 5㎏만 몸무게가 더 나가도 무릎에는 10∼15㎏ 이상의 하중이 더해지므로 체중이 많이 늘면 그만큼 무릎에 무리가 간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약 6배의 하중이 무릎에 쏠린다.
10. 냉온 찜질을 하라. 관절 혹은 근육 위로 온열 혹은 냉요법을 시행하면 단기간의 통증 완화 및 강직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열은 통증을 겪던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냉열은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