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꿈속에서 그런 상황을 맞을 때가 있었다.
만약 그것이 현실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헤어날 구멍이 없는 그런 상황을 맞을 때가 있었다.
그런 때에는 하늘이 새카맣게 잠자리 떼처럼 비행기가 날고 그 비행기는 적기와 아군기가 뒤섞여서 서로 공중전을 벌리는 장면이 훤하게 보이는 것이다.
어느 쪽 비행기에서 섬광이 이는가 하면 다른 쪽 비행기는 불길에 싸여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는 그 아래서 떨어지는 비행기의 잔해를 피해서 달아날 때가 있었다.
그리고는 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적군들이 포성을 울리면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을 알고는 피난을 가야 하는가 아닌가를 놓고 근심에 휩싸인다.
만약에 그것이 현실이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언젠가 내가 시골에서 살 때였다.
친구들과 낚시를 가기 위해서 친구 집에 모여서 낚시 장비를 챙기고 있을 때였다.
한 친구가 집으로 낚시 가방을 가지러 가더니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형 텔레비죤좀 틀어봐요 지금 적기가 공습해 오고 있대요”
순간 나는 앞이 캄캄했었다.
아들과 딸은 초등학교 일이 학년쯤 된 때에 여름 방학을 해서 큰 집으로 가 있었고 만약에 실전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집으로 달려오는 길이 왜 그리 멀었는지 빨리 가야 하는데 발길은 자꾸 늦어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큰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나는 언제 어느 하늘에서 적기가 날아와 달려가고 있는 우리 버스를 기관총으로 난사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불안감이 점점더 깊어가고 있었다.
“아저씨 라디오 좀 틀어보세요 지금 적기가 공습해 오고 있대요”
시골 버스는 몇 사람 타지도 않았지만 버스 기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버스를 어디서부터 타고 오는지 모르는 승객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닫.
내가 말하는 바람에 라디오가 틀리고 뉴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넘어온 적기는 중공군 장교가 타고 넘어와 귀순한 중국의 전투기 였다고....
나의 생각 속에서는 곧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것이 눈에 선히 보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 투성이가 되어서 골목마다 나뒹구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불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지금이라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 어느 때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 앞에 닥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쟁이라는 것은 국가 간의 싸움이라고 하더라도 아주 큰 이슈만 가지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전쟁도 독도라는 작은 섬 하나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가 있는 일이다.
북한과의 전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이번 천안함 사태처럼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자존심이 강한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쟁도 불사할 수가 있지 않았겠는가?
유럽에서는 축구 경기를 보다가 자기네 나라가 상대편에게 지는 것에 분노한 국민들과 위정자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만약 이스라엘이 우리였다면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는 순간에 이미 북한의 어느 지점은 전투기 편대가 날아가 쑥밭을 만들어 놓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의 전쟁은 보병들이 가까이 쳐들어가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그저 서로 보턴만 누르면 적진이 불바다가 되는 과학전이 전개된다.
어디를 가도 살아남을 확률은 낮은 것이 지금의 전쟁이다.
요새 전투기 편대가 하늘에 자주 떠 다니면서 소움을 뿌리는 것을 보면서 떠 오르는 생각은 만약에 적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왔다고 생각이 될 때면 하늘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가 였다.
누가 먼저 상대를 쏘는가에 따라서 상대편은 그 자리에서 불길에 쌓이면서 가루가 되고 마는 것이 전쟁이다.
누구의 생에도 전쟁을 바라는 이는 없겠지만 이제는 이 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늘이 땅이 불바다가 되는 것이 생각속에서라도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다가 그런 꿈을 꾸면서 헤매이다가 깨어 났을 때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현실도 늘 그렇게 시원함을 가지고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