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로 하나가 되는 가족 스토리
1.이수복 박혜경 가족
“테니스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아들은 어릴 적 부터 잘 가르쳐서 아빠보다 좀 더 훌륭한 테니스 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설 명절 연휴인 2월 12일 영종송산배수지테니스장을 방문했다. 코트를 가득 메운 동호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키가 훤칠한 어른들 사이에서 게임을 하는 그 어린아이는 양 볼이 상기되어 공을 쫒고 있었다. 스트록이나 발리로 포인트를 내면 기뻐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예사롭지 않았다. 영종도에서 만난 그 어린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10세 이정원이라고 했다. 정원이를 어른들과 게임을 할 수 있게 키워낸 정원이의 아빠 이수복님(49세)을 만나보았다.
인천공항 개항과 더불어 공항에 근무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전통 있는 영마루클럽에서 운동하는 정원이 아빠는 대학 4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기 시작했단다. 관세사 자격을 취득하고 난 후 집 근처에 있는 코트에서 처음 레슨을 받아 20년 이상 테니스 홀릭으로 지낸다는 정원이 아빠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본다.
*정원이는 테니스를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정원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테니스로 함께 하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원이가 세 살 즈음부터 제 라켓을 들고 장난감처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원이는 지금 레슨을 받고 있나요?
그동안 박스 볼과 랠리 이론 등을 놀이 개념으로 가르쳐 왔는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코칭이 필요할 것 같아 지난해부터 전문 코치(한림대 이경준)에게 레슨을 받고 있어요.
*정원이는 테니스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던데 앞으로의 구상은?
정원이는 집중력이 좋아 학업 성취도가 높은 편입니다. 학업을 우선으로 하고 테니스는 훌륭한 동호인으로 성장하길 원합니다. 다만 아들이 테니스에 뜻을 품고 진지하게 선수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한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정원이와 함께 테니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교육의 상당부분을 테니스를 통해 제가 터득했던 것들을 활용해 가르치고자 노력합니다. 파트너에 대한 배려와 협동, 신속한 결단력과 용기등등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인생살이에 꼭 필요한 소중한 가치라 생각되어 차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아내(박혜경)도 테니스 하나요?
제가 테니스를 지상 최고의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테니스가 최고라고 권유했습니다. 3년 전부터 휴일에 가끔 박스 볼을 던져 주었고, 지난 해 중순경부터는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작. 미래에 국화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가족들이 테니스 하면서의 추억은?
지난 해 아내와 아들이 파트너로 중구 협회장배 테린이 대회에 출전해서 8강까지 갔습니다. 당시 아내가 왕초보라 집중 공격을 받고 4강 진출을 못하자 아들이 아쉬워 울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제가 만들어 간 아빠표 ‘ 도전상장’을 증정해 주면서 다독였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대회 출전하는 날이면 가족소풍 가는 기분으로 함께 코트에 나와 온가족의 응원을 받고 있는데 이 또한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들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될 것으로 봅니다.
*아빠 수복님은 테니스를 통해 득이 되는 점이 있었나요?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함을 얻었습니다. 또 테니스 클럽 활동을 통해 매너를 배우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고수들과 경기 할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중하면서 정신력이 강해지고 이는 일상생활과 직장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코트에서 인연이 되어 알게 된 멋진 동호인들과 더불어 평생 현역으로 가족들과 운동하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생활체육지도 자격증(테니스종목)에 도전해서 테니스 라이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보고 싶어요. 아들 정원이도 아빠가 노력하는 만큼 테니스를 더 좋아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정원이네 가족을 만난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먼저 사진취재만 하고 돌아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답장을 보낸 아빠의 글 속에서 아들 정원에 대한 깊은 사랑과 정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이 테니스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가장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수복님. 그는 인천신문배와 중구청장배등 지역 대회에서 여러 번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전국 동호인 대회에 출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의 테니스를 통한 추억을 동영상으로 남겨 놓기 위해 ‘헨리아빠의 TV'라는 비공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니 아름다운 테니스 가족의 미래를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이재영 봉혜진 박사 가족
*이재영 봉혜진 가족의 테니스 스토리
이재영, 봉혜진 부부의 가족과는 2년 전 대청도를 함께 여행 하면서 알게 되었다. 대청도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코트에서 테니스를 하던 초등생 아들(근호)과 딸(예원)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는데 그 가족을 지난 2월에 영종도 송산배수지 테니스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근호와 예원은 벌써 중학생이 되었고 키가 훤칠하게 커 몰라 볼 정도였다. 테린이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내고 있는 봉혜진 박사와 잠깐 인터뷰를 했다.
“남편이 건강상의 이유로 2019년 하반기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는 관심이 없었고, 1년쯤 지나서 아침에 테니스를 하러 간 남편이 전화연락이 안되어 코트로 찾아 나섰다가 금배 형님들이 라켓 을 쥐어주며 공을 던져 줘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시작한지 일 년 쯤 뒤에 아이들은 실내 테니스장에서 레슨 등록을 시키면서 온 가족이 테니스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40세가 넘은 늦은 나이에 시작하다보니 여러모로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데 애로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은 10대부터 테니스를 배워 놓으면 나중에는 날아다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보라고 권유 했습니다. 다만 아들은 테니스를 좋아 하는데 딸도 흠뻑 좋아하게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코트에서 동호인들이 이 부부를 “이박사, 봉박사!” 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남편 이재영은 공학박사이고 아내 봉혜진은 한양여대 겸임교수이면서 시각디자인, 조형예술학 박사여서 애칭으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매주 주말마다 아이들과 뭐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테니스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코트에 나가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라켓을 챙겨서 갑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테니스장이 스치듯 보이면 가족들이 다들 반가워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도 “저기 테니스장 있어요!” 라고 합니다. 테니스에 관심이 있으니 달리는 차 안에서도 코트가 보이는 거겠죠? 제주, 강원, 익산 등등 어디로 여행을 떠나든 여행 일정에 꼭 테니스 치는 시간을 넣게 되더라고요.”
봉 박사는 온 가족끼리 깔깔 웃으며 주말에 운동하는 것은 ‘정말 이런게 행복이구나’ 라고 느낄 만큼 최고로 멋진 순간들이라고 한다. 테니스 하다가 간혹 아이들이 삐지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귀엽고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자녀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 테니스로 교감하면서도 그 이상의 애정을 쏟고 있다는 표현에 공감이 갔다.
“문제는 아이들이 코트를 사용하기에는 대기할 곳이 마땅치 않은 야외 환경과 모임의 주체가 어린이가 아닌 상황에서 코트 한 면을 차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테니스 프로그램 및 코트장내 환경개선, 즉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과 화장실등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테니스 장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 이다음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한 장소로기억하고, 결혼 한 후 배우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테니스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훤칠한 키에 아빠를 상대로 탄탄하게 랠리를 하는 아들 근호의 포핸드 실력은 상당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들의 테니스 미래를 어떤 그림으로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니 실력을 많이 쌓아서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진정하게 즐길 줄 아는 매너를 갖춘 멋진 동호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테니스 금수저를(아빠는 금배부가 되고 엄마는 국화부가 되는 것) 만들어 줘야하는데 그것이 언제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족 네 명이 모두 다 테니스를 좋아하면 더 좋겠지만 사실은 두 아이가 각자 취향이 다릅니다. 아들은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테니스를 잘합니다. 하지만 딸은 운동보다는 요리하고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어 두 아이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 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딸이 코트에 같이 나와 관전하면서 간혹 게임과 렐리를 하는 것을 보면 실력이 좀 더 쌓이면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딸이 아빠랑 파트너 하고 , 엄마랑 오빠랑 복식 게임을 해서 이기기라도 하면 매우 기뻐하더라고요. 다 즐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테니스 복식 경기는 4명이 있어야 하니 저희 가족에게 딱 맞는 맞춤형 스포츠 인 것 같습니다.”
남편과 혼합복식을 꾸준히 해 보겠다는 계획으로 2년째 혼복 대회에 도전해 보고 있다는 봉박사는 바쁜 일정에서도 연간 목표를 세워 놓고 연습하는 중이다. 목표까지 도달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한다. 부부가 현재는 테린이지만 한 겹 한 겹 실력을 쌓다보면 어느 듯 테니스 금수저 가족이 되어 있지 않을까? 온 가족이 건강하게 운동하겠다는 목표아래 행복한 테니스 라이프를 꿈꾸고 있는 이재영 봉혜진 가족. 테니스로 일상이 반짝이고 있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