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61) 테이트 미술관 ‘요셉 목공소’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성자 같은 장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 존 에브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 ‘요셉 목공소’. 유채, 86x140cm, 테이트 미술관, 런던, 영국.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의 작품 ‘요셉 목공소’에는 나자렛 마을에 있었던 목공소의 풍경을 담고 있다. 성 가정의 가장이었던 요셉을 도와 가족들이 작업대 주변에 모여 서로 도와 가며 어떤 물건을 만들고 있다. 요셉의 목공소는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연장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그림의 전면에는 하던 일을 멈춘 성모 마리아가 무릎을 꿇고 소년 예수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요셉의 목공 일을 도와주던 예수가 날카로운 못에 찔려 손에서 피를 흘리기 때문이다. 요셉은 예수의 상처 입은 왼손을 치켜들어 피를 멈추게 하고, 마리아는 통증을 겪는 예수를 위로해 준다. 예수의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 가운데 한 방울이 그의 발등에 떨어져 있다.
예수의 손에서 흐르는 피와 발등에 묻은 피는 장차 그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희생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리아가 무릎을 꿇은 것은 상처 입은 예수를 위로해 주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될 구세주께 대한 경배의 표현이기도 하다. 목공소의 문밖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많은 양 떼가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예수께서 길 잃은 양들의 착한 목자이시며 장차 어린양처럼 희생되실 것을 알려준다.
주님의 오심을 예언하며 준비시켰던 세례자 요한이 소년 예수처럼 어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요르단 강물로서 세례를 베풀었던 요한이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예수께 다가오고 있다. 그는 이 물로 예수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씻어 주려는 듯이 다가오는 중이다. 요한의 조심스러운 눈빛과 걸음걸이는 자신보다는 어리지만 구세주이신 예수께 대한 한없는 존경을 표현한 것이다. 요한이 입은 털가죽 옷은 그가 장차 사막에서 머물며 참회의 설교자로서 살게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예수님의 고향인 나자렛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 또는 목축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예수님의 양부였던 요셉은 건축기능공으로서 목공이나 석공 · 미장공의 일을 두루 하였다. 당시 사회에서는 직업이 세습되기 일쑤였으니 예수도 요셉처럼 출가하기 전까지는 장인으로서 건축 현장에서 일하셨을 것이다.
지난 5월 말부터 소성당 건물에 대한 보수 및 보강, 구조 변경 공사가 진행되어 성모 승천 대축일 전인 8월 14일에 끝이 났다. 소성당 건물에는 소성전과 사무실, 사제관과 수녀원이 들어 있는데 지은 지 30여 년이 되어 많이 낡았다. 이 건물에 대한 공사 기간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데 만 2년 정도가 걸렸다. 그대로 사용하자는 신자들, 부수고 새로 짓자는 신자들, 고쳐서 사용하자는 신자들의 의견에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무더웠던 날이었지만 여러 장인들이 정성을 다해 소성당을 튼튼하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건물의 보수와 보강, 철거와 구조 변경, 미장과 도색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거친 손으로 연신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며 일하는 모습은 단순한 노동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성자와 같은 모습으로 비쳤다. 나는 그들의 모습 안에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셉과 가족들을 만나 보는 듯하였다. 또한 나자렛 부근의 건축 현장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던 장인 예수님을 만나는 것 같았다.
장인 가운데 한 명은 온갖 정성을 다해 소성당 입구의 계단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낡고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제거하고 새로 완만한 대리석 계단을 만들었다. 각 계단의 끝에는 세 줄을 깊게 파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좌우 대칭으로 만든 계단 양쪽 벽에는 손잡이를 만들어 연세 드신 분들이 더욱 안전하게 오르내리게 했다. 그리고 계단 양쪽에는 작은 화단을 만들어 소나무와 꽃도 심어 예쁘게 꾸몄다. 나는 소성당을 오르내릴 때마다 지난 여름 이 계단을 만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성자 같은 그 장인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25일,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