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리더> 스티븐 달드리 감독, 드라마, 미국, 123분, 2008년
하나의 나무는 자라며 위로만 뻗는 것이 아니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다. 영화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문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감독은 다양한 차원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글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 18,19세기 국민국가 탄생 이전에 인류의 절대다수가 문맹 상태였다는 점을, 그리고 인류 역사의 거의 전 기간이 문맹과 구술문화에 해당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 리더>는 낭독과 구술의 발견을 자극하는 영화이기도 한다.
우리는 거리나 인터넷을 보면 온통 외국어가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문맹을 부끄러워하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것 때문에 음식점이든 은행이든 어디서도 자신을 주장할 수 없는, 그래서 완전히 배제된 채 벙어리가 되어 타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표현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 존재 자체가 거의 인지되지 않기도 한다. 일생의 차별이 문자생활자들에게는 너무나 사소하여 이런 일이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고,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일상에 잠재된 수많은 차별과 폭력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일상 중 그 어느 것도 단순히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계단 하나가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는 나이아가라 만큼이나 높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낮의 피자 한 판도 누군가에겐 여전히 맛보지 못한 음식이다.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타자를 소환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그것이 나찌의 전범재판까지 건드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는 진실과 사실을 구분할 정도로 예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를 보면서 나는 문맹퇴치 운동을 하며 해방의 교육학을 펼쳤던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생각나고, 낭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라 호나이키의 <정의의 길을 비틀거리며 가다>가 생각났다. 어제 읽었던 숫타니파아타경 한 편도 참 아름다웠다. 대학시절 나무 밑에서 힘차게 낭독하며 읽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낭독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면 낭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호모의 <일리아드> 같은 작품들은 낭독을 위해 씌여진 작품들이다. 우리에게 낭독은 참은 낯선 것이지만 그리스 인들에겐 일상의 문화였다. 하기야 조선시대 서울의 장터에서도 전기수라는 이들이 있어 몇 전 씩 받고 소설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장화홍련전>같은 작품들이 그 대상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글을 소리내서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름다운 글을 누군가를 위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시놉시스 =
그 남자의 첫사랑 10대 소년 ‘마이클’은 길을 가던 중 열병으로 인해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우연히 소년을 지켜 본 30대 여인 ‘한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마이클’은 감사 인사를 청하기 위해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순간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비밀스런 연인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한나’에 대한 ‘마이클’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
그 여자의 마지막 사랑 ‘한나’는 우연한 만남 이후 그녀를 찾아 온 ‘마이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와의 사랑을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마이클’과 관계를 가지기 전 책을 읽어 달라는 그녀. <채털리 부인의 사랑>, <오디세이> 등 ‘마이클’이 ‘한나’에게 읽어주는 책의 수가 늘어 갈수록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나’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말 한마디 없이 ‘마이클’ 곁에서 사라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리움 속의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재판에 참관했다가 우연히 피고인 신분의 ‘한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마이클’은 안타까움을 안은 채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모든 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한나’를 눈 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마이클’은 또 다시 그녀와 20년간의 헤어짐을 맞게 된다. 감옥에 간 그녀에게 ‘마이클’은 10년 동안 책을 읽은 녹음 테이프 보내면서 그녀와의 애절한 사랑의 끈을 이어가는데…
그렇게… 비밀스러운 여인 ‘한나’로 인해 ‘마이클’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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